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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WG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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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09.08.16 09:43
최근연재일 :
2009.08.16 09:43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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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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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글자수 :
330,864

작성
09.01.1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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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WGRS - 제 3장(4)

DUMMY

"정말 대단해. 제자는 사람은 깜짝깜짝, 잘도 놀래킨다니까."

미젠다가 하하 웃으며 내 등을 탁탁 두드렸다. 나는 그 말에 담긴 의미를 다 파악하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만족이라고 할 수 있는 결과에 뿌듯했지만 그 표현에 익숙치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 오늘 한 잔 크게 올릴까?"

난데없이 왠 술?

"고등학생이면 술 정돈 마실 줄 알아야지."

에….

술이라니... 어처구니 없어 하는데 나라까지 나서서 마시자고 노래를 부른다. 원래 이런 거였냐? 어이.

"수고하셨어요. 진호 군."

예? 아, 네.

어느새 나타난 진래가 아리야를 데리고 나타났다. 그녀는 약간 얼떨떨한 얼굴을 하고 있는 아리야의 어깨에 손을 얹은 채 나를 응시하다가 살며시 다가와서는,

"상이에요."

내 뺨에 살며시 키스를 한다. 아, 이건 나라의 전매 특허가 아닌가 했지만 착각이었다. 여자의 전매 특허다. 나는 키스의 감촉에 잠시 아무 말도 못하고 멍청하게 서있었고 그 모습을 미젠다가 비웃을 때까지 멍한 기분으로 두 눈만 깜빡였다.

그 날, 방과후에 나는 집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여자들에게 붙잡혀 술 파티에 강제 참여 당한 것은 굳이 다루지 않아도 될 사항이라고 피식 웃으며 말하겠다.







나는 이전보다 훨씬 홀가분한 기분으로 집을 나섰고 바로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김대범 씨를 기분 좋게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죠?"

"안녕하십니까. 좋은 아침입니다. 뭔가 기분이 좋아보이시는데요?"

"기분이야 좋지요. 매우 좋아요."

간단히 대답하며 차에 탄 나는 보통 사람의 여러가지 의미가 담긴 시선을 받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정을 모르는 주변인들이 본다면 내가 무슨 대단한 사람처럼 보일 테니까. 이야, 이거 의외로 기분 좋은 거였군.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김대범 씨는 살며시 차 문을 열어주며 인사를 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거대한 리치 스쿨의 교문을 나섰다. 불과 몇일 전만 해도 경악과 공포와 놀라움의 장소였지만 지금은 그나마 나아졌다. 검은색에서 약한 하얘진 나머지 회색으로 변했다고 해야 하나? 좀 더 좋은 곳으로 보인다.

오늘은 벤치 근처에 에드워드가 없다. 하긴, 매일 안내원 역할을 하는 건 아닐테지. 녀석의 교실 근처를 지날 때 보면 항상 엎어져 있던데 녀석의 겉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행동이다. 내가 부를 때마다 하품을 하며 나오는 것도.

뭐, 그게 녀석을 잘 말해주는 거라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녀석은 그게 전부인 몸이다. 그런 사람이 의리는 끝내주더라.

실습실에 발을 들여놓자 내 얼굴이 얼마나 싱글거렸으면 김민현도 기분 좋아보인다는 말과 함께 자그마한 젤리가 담긴 접시를 내밀었다. 자신이 최근 만든 새 식품이라며 한 번 먹어보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나는 당연히 그걸 먹었고 맛있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녀석 음식은 언제나 맛있더라고.

내 칭찬에 김민현도 기분이 좋아졌는지 연신 실실거린다. 자, 웃는 건 이제 그만! 케이크를 만들어야겠다. 저번부터 만들다가 계속 여러가지 일들이 겹쳤거든. 그래, 위험한 고비는 일단 넘겼다고 볼 수 있다. 당당히 학교 건물 안까지 쳐들어온 자객 형제를 물리쳤으니까. 그들이 정말 아리야를 암살하려 했는진 의문이다. 에드워드의 이야기들이 머릿속을 멤돌았다. 나 때문이란 건 그렇다 쳐도 왜 굳이 아리야에게 손을 뻗쳐야 했을까? 수수께끼 모음집에 나온 풀이를 봐도 이해가 안 가는 문제같다.

"오늘은 척척 만들어가네."

긴민현의 목소리가 생각에 잠겨있던 내 머릿속을 울렸다. 어라, 생각은 그렇게 깊게 하면서 손은 착실히 움직이고 있던 모양이다. 케이크가 벌써 반은 만들어져 있다. 하긴, 요즘 만들다 말아싸서 반복 동작을 통해 아예 익어버린 듯 싶다.

"뭐, 계속 만들다보니까."

대충 말하고 작업에 열중했다. 이번엔 확실하게 만들어가자. 한번에.

아, 그나저나 어제는 정말 힘들었었다. 두 여자가 어찌나 술고래에다가 시끄러웠던지 숙직 선생에 술 마시는 걸 들킬 뻔했다. 아랫사람을 시켜 술을 사가지고 온 미젠다가 "들키면 돈 몇 푼 쥐어주면 되지!" 라며 잘난척을 해대서 내가 꽤 고생을 해야 했다. 찾아온 숙직 선생에게 변명을 하느라 말이다. 진래와 나는 얌전히 차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었다. 실질적으로 풍악(?)에 빠져 있던 인물들은 미젠다와 진래였다. 아까 그 녀석을 때려눕힐땐 어땠네 저땠네 하며 서로 재잘댔지. 아, 붙잡힌 카인 녀석에 대해 말하는 걸 깜빡했군. 그 녀석은 보낸 자가 누구냐고 캐물어도 대답을 하지 않기에 진래가 따로 처리하겠다며 어딘가에서 나타난 검은 양복들을 시켜 어딘가로 데리고 가버렸다. 나는 내가 모르는 세계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조용히 차만 홀짝였다. 아아, 세상은 아름다워.

정작 아리야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 녀석 마음 속은 좀처럼 알 수가 없다. 평소 뭘 생각하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알 것 같다. 자신의 처지에 대해선 확실히 자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건 칭찬해주마. 암, 당연히 자각하고도 남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잡아먹힐 줄도 모른 채 쉬지 않고 먹어대는 돼지와 뭐가 다르겠는가. 안 그런가?

그래도, 걱정인 건 거기서 탈출하려는 의욕이 보이질 않는단 거다. 나중에 물어보기라도 해야겠다. 넌 유리를 깨트릴 마음이 없는 거냐? 라고.

"완성이다!"

깊은 생각에 잠겨있으면서도 뇌는 이중 행동을 확실하게 완수해주었다. 케이크는 깨끗해 보이는 하얀 생크림에 둘러싸여 위에 딸기가 하나 놓여있는 깔끔한 물건이 됐다. 김민현의 작은 환호가 들려왔다.

"디자인 실력은 왠지 네가 더 좋은 것 같다?"

별 칭찬을 다하는군. 만들면 그냥 이렇게 되. 나는 자랑스럽다는 듯 그 케이크를 둘러본 다음 그걸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쉬는 시간은 조금 남아있었다. 팬케이크는 다음 시간에 만들자. 그것까지 만들면 시간이 부족하다.

나는 인사를 남기고 실습실을 나섰다. 터벅터벅 아리야의 방으로 향했다. 걸으면 걸을수록 한산해져갔다. 여기 학생들의 계몽 운동이 필요할 것 같다. 뭣하면 야학이라도 만들 생각이 있다.

이윽고 기다란 복도가 나왔다. 저쪽 끝에 아리야의 방 문이 있다. 그걸 열고 자신있게 케이크를 내밀자. 아리야 녀석. 입이 딱 벌어질 것 같진 않은데….

아리야의 반응을 예상해보며 계속 걸었다. 그런데,

푹- 소리가 났다. 이게 무슨 소리냐? 영화나 만화에서 자주 들은 소리다. 그… 뭐냐 하면…

"칼에 찔린 기분이 어떠신가?"

낯이 익은 목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졌다. 나는 뒤에 누군가 있다는 걸 알아채고 곧바로 몸을 돌렸다.

사각- 뭔가가 잘리는 소리가 났다. 아니, 사과에 칼로 흠집낼 때 있지?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무척 꺼림칙한 느낌이었다.

"즉사는 면했군."

뭣? 나는 그제서야 목이 따끔거리는 걸 느꼈다. 시선에 변화가 없는 걸 보니 잘리진 않은 모양이다. 아아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잘리다니? 칼이라니?

뒤늦게 정신을 차린 내가 펄쩍 물러서자 양 손에 칼을 한 자루씩 쥐고 있는 케인의 얼굴이 선명하게 들어왔으나 곧 흐릿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적어도 상황파악 할 여유는 줘야 하는 거 아니냐?

"어차피 의뢰주의 목표가 너란 게 밝혀진 이상 너만 죽이면 되지. 잘 가라."

의뢰주? 아, 그렇지. 암살원이라면 의뢰주가 있기 마련이지. 그나저나 내가 목표? 날 왜 죽여? 그리고 밝혀지다니?

이것저것 캐물을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멍청하게 허둥대고 있는데,

"바로 죽여주마!"

케인이 달려오고 있었다. 뭐, 뭐야?

말 그대로 뭐야였다. 난데없이 케인이 나타났다. 어제 도망쳤다고 하더니 다시 나타날 줄이야. 내가 너무 안이했나? 아니며 뭔가 이상 사태라도 생긴 거냐? 생각이 꼬이고 있다.

촤앗- 녀석이 예리한 칼로 내 가슴을 베었다. 새빨간 선혈이 새어나온다. 아픔을 느낄 새도 없이 눈이 동그래진다. 이게 피인가.

손에 들고 있던 접시를 떨어트릴 뻔 했다. 그 상황에서도 멍청하게 접시는 필사적으로 지켰다. 이걸 피에 더럽힐수도, 땅에 떨어트릴 수도 없다. 왜 그런 의지가 생겼을까? 모래 사장에 공을 들여 새운 성이 파도에 흽쓸려 가는 걸 심히 걱정하는 아이의 심정일 것이다. 인간이라면, 뭔가 대단한 걸 만들어 본 적이 있다면 이해할 수 있을 터이다. 하지만…

이 상황에 무슨 짓이냐고? 얼른 도망쳐야지? …이미 늦었다. 도망가서 뭐해. 이미 한참 베인걸.

털썩, 내 몸이 쓰러졌다. 그리고 희미하게 이어지고 있던 정신줄은 순식간에 끊어졌고 시야는 검게 변했다. 정말 순식간이었다.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죽었다는 아니고, 죽었다면 내가 이렇게 이야길 하고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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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등장할 겁니다. 꽤나 중요한 녀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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