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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WG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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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09.08.16 09:43
최근연재일 :
2009.08.16 09:43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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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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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글자수 :
330,864

작성
09.01.13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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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WGRS - 제 3장(1)

DUMMY

나는 그 후 수업 시간도 빼먹고 진래와 이야기를 했다. 무척이나 긴 이야기였다. 대부분 에드워드에게 들은 것과 별 차이가 없어서 굳이 언급하진 않겠다. 확실히, 아리야는 어느정도 불쌍한 녀석이었다. 이제 껏 무관심과 천대 속에서 살았는데 이젠 암살의 위험에까지 노출됐다. 그에 비례하여 내 마음은 더욱 착잡해졌다.

하지만 위의 이야기들로는 기나긴 시간들을 때우긴 힘들었을 것이다. 한 가지 이야기가 더 있었다. 꽤나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진래에게서 들은 바론 아리야에겐 어머니가 없다. 옛날 옛적에 병으로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내참, 거기 가족은 모두 몸이 약한 모양이군. 아무튼 아버지만 있는 상황에서 어머니는 죽기 전 자신의 젊은 집사를 아리야에게 남겨주었다. 그 집사는 무척 충성스러운 녀석이었나보다. 아리야가 굉장히 잘 따랐고 자신의 임무에도 충실했다니. 그런데 제 1차 암살 음모가 생겨났다. 진래의 말에 따르면 이번이 제 2차라고 한다. 세계 대전도 아니고 왜 이리 진지하게 명칭을 붙이냐, 내가 다 떨릴 정도다. 뭐, 이야기는 이어져서, 젊은 집사는 언제나 아리야를 그림자처럼 받들며 그나마 얼룩진 그녀의 유년기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제 1차 암살 음모란 녀석이 말썽이었다. 대부호들끼리 암살원들을 보내 서로 싸우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아리야도 그 소용돌이 속에 빠져야만 했다. 싫어도 말이다. 그렇게 휘말려든 그녀를 지켜준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 젊은 집사를 빼고 말이다. 아리야의 오빠라는 작자도 자기 보호에만 급급했다는 진래의 투덜거림이 추가로 있었다.

젊은 집사는 시드때도 없이 쳐들어오는 자객들에 맞서 자신의 무술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하지만 세월이 조금씩 지날수록 더욱 강력한 적들이 계속 나타났고 집사는 결국 지치고, 최후를 맞이했다. 결국 당하고 만 것이다. 아리야는... 그의 시체를 부여잡고 슬피 울었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그녀를 챙겨주었던 진래가 그때 구하러 오지 않았다면 아리야도 그 당시에 죽었을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이때 죽은 집사가 바로 아리야가 말한 '그 녀석'인 모양이다.

"참 불쌍한 아이에요. 아리야도."

진래는 눈두덩이 빨갛게 부은 채 울다 지쳐 잠들어 있는 아리야의 하얀 머리칼을 쓸어주며 말했다. 나는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옷장 속에서 그런 말을 했던 거군. 다 필요 없다는 듯이, 다 자기 때문이라는 듯이. 아마 그 집사가 죽은 게 모두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나라도 그랬을 지 모른다. 하지만 좀 더 가볍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당사자가 아닌 이상 100% 실감을 할 순 없는 노릇이니 뭐.

"그 후로 저는 아리야를 보살폈어요. 그녀의 호위를 비롯해 주변 감시도 모두 제가 했죠. 그때 도움의 손길을 뻗친 것이 바로 미젠다에요."

응? 그 괴짜 사부가요?

"괴짜… 사부요?"

아, 아뇨. 아닙니다.

이런, 나도 모르게 그만 말이 헛나왔다. 나는 흐흠, 헛기침을 하고 경청 자세를 취하였다. 진래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미젠다는 옛부터 우릴 지켜봐왔다고 했어요. 너무 딱해서 도와주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면서 말이죠. 정말 못 말리는 사람이에요."

남편 자랑 같이 들리는 건 내 착각인가.

"나라도 그때 따라서 왔지요. 미젠다의 친구였던 그녀도 아리야의 일에 흥미를 보였거든요. 처음엔 흥미로 시작된 그녀도 지금은 진심으로 아리야를 아끼고 좋아해요."

그렇군요.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그 웃기지도 않은 제 1차 암살 음모 이후 그 네 사람이 모인 거라면 주욱 이렇게 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암살 음모 이후엔 아무 일도 없었나요?

"당연히 아니죠.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답니다. 그런데 이번 2차 음모엔 꽤나 신경 쓰이는 사람이 관여되어 있어요. 제가 이 방을 비웠던 건 그걸 조사하기 위함이었죠."

그래서요? 누군데요?

"제리라는 사람이에요. 진호 군도 알까 모르겠네요. 그 사람은 무척 독하고 고약하거든요."

제리...?

"잘 모르시나보군요. 뭐, 됐어요."

"여, 제자. 우리왔다."

한창 진지하게 진래와 이야길 나누고 있는데 미젠다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나라와 함께 미젠다가 미소가 담긴 얼굴로 서있었다.

"잠깐 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뭔데요?"

내가 물었다. 미젠다는 하하 웃고는,

"본가에 연락 좀 하고 왔지."

본가에 연락?

"그래. 우리 부모님도 아리야를 무척이나 아끼는 분이거든. 아마 위엣 선에서 잘 처리해줄 거야."

아아, 복잡해. 내가 모르는 곳의 이야기구나. 나는 고개를 휘젓고는 한숨을 쉬었다.

"………………."

나라는 아무 말이 없었다. 벽 쪽을 쳐다보며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정말 믿음직하네요. 진호 군. 다시 봤어요."

갑자기 진래가 입을 열었다. 화들짝 놀랐다. 무슨 소리신지?

"나라가 분명 뭐라고 했을 텐데 이렇게 달려오시고. 이번엔 정말 우리의 실수로 아리야가 위험했어요. 감사드려도 모자랄 정돈데."

부드러운 목소리로 차근차근 말한 진래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방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음, 뭐….

"제자. 진래가 저렇게 말하는 건 제자를 진짜로 인정했다는 뜻이야. 이제 그녀의 무서운 얼굴은 덜 보게 될 거야."

무슨 뜻인진 대충 알겠습니다. 그런데 덜 보게 될 거라뇨. 보긴 볼 거란 건가요.

인터넷 용어인 ;가 절실히 필요해진 상황이었다. 이게 흔히들 말하는 무리 속의 인정인가? 인정을 받은 건가? 별로 기쁘다곤 할 순 없지만 기뻐해야 하는 건가.

"인정을 베풀면 인정을 받는 셈이지."

헷갈리게 말하지 마세요.

"음, 역시 태클을 걸어주는 군. 하지만 좀 더 강한 태클이 필요해."

턱을 쓰다듬으며 미젠다가 입맛을 다신다. 썰렁 개그는 무지하게 좋아하는 분이다. 내가 어떻게 따라가기가 힘든 세계관을 가지셨다. 좀 봐주십쇼.

"미안해. 진호야."

난데없이 나라가 사과를 해온다. 뭐가 미안하다는 거야? 나는 갑자기 내 쪽으로 핵폭탄이 발사됐다는 소식을 들은 국방장관의 얼굴을 하며 물었다. 나라는 잠시 뜸을 들였다.

"네가 그렇게까지 아리야를…"

……?

"좋아하는구나! 제자! 넌 역시 대단해!"

……………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갑자기 이야기가 왜 그쪽으로 가는 거냐? 나라가 하고 싶은 말은 나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라고 말하려는 것 같은데 난데없이 좋아한다니. 다시 말하지만 애한텐 관심 없수다. 네 살이나 차이난다고. 그리고 대단하다니.

미간을 찌푸린채 투덜댈 준비를 하는데 와락 나라가 날 껴안았다. 이 감촉은… 가 아니라 정신을 차리자.

"미안해. 정말 미안해."

연신 미안하다는 말만 해대는 나라. 나는 이유를 알 수 없어 그저 어리둥절한 얼굴로 눈만 깜빡여야 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나라는 자신이 자릴 비우는 바람에 아리야가 위험에 빠졌다고 생각했고 일반인은 빠지라는 듯이 말했던 내가 이렇게 달려야 아리야를 보호한 게 고마웠기 때문에 그렇게 사과를 한 것이었다. 꽤나 시간이 오래 지나고 안 사실이었다. 역시 인간의 마음은 복잡오묘하다. 뭐, 이 일로 나라는 정말 아리야를 끔찍히 사랑하는 구나, 하고 수긍할 수 있었다. 물론 진래와 미젠다도 그렇지만 강도로 보자면 나라가 제일 강하다고 해야 할까.

그 날 나는 학교가 끝난 후 집에서 하루종일 침대에 뒹굴며 생각에 잠겼다. 이것저것 떠오르는 것이 많았다. 제리란 녀석은 누구인가를 비롯하여 아리야에 이르기까지. 제리가 누구냐? 확실히 들어봤다. 어디였지… 아, 그래. 신문에서였다. 신문에 종종 뜨곤 한 녀석이다. 그 녀석도 분명 부잣집 도련님이었지. 천재라고 불리며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그리고 최근에 보았던 게 '세기의 천재 제리 군. 일반 공립에 가다?'란 제목의 기사를 봤던 게 이어서 기억이 났다. 어이, 이거 왠지 느낌이….

아아, 그럴 리가 있나. 나는 고개를 내젓고는 다음 생각으로 넘어갔다. 오늘 일은 어찌보면 무척이나 위험천만했다.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론 진래를 비롯한 모두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의도적인 것도 아니고 가식적인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더욱 뿌듯했다. 왠지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나오는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게 안이한 생각을 한 자신을 비하하기도 전에 나는 잠이 들어버렸다. 사람이란 어쩔 수 없나보다. 이렇게 쉽게 잠에 빠지고 말이다. 아직 생각할 게 더 많은데… 아차차, 케이크. 그거 아직 다 못 만들었다. 그대로 남겨두고 집에 와버렸군. 내일 만들어야겠다.




나는 그렇게 잠들었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선 까맣게 모른채 말이다. 일이 약간 잘 풀렸다고 너무 들뜬 모양이었다. 첫 사건은 이상하게 내 꿈 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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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오는 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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