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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WG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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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09.08.16 09:43
최근연재일 :
2009.08.16 09:43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36,794
추천수 :
192
글자수 :
330,864

작성
09.01.0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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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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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WGRS - 제 2장(3)

DUMMY

"여! 제자 왔구만! 첫 임무 성공을 아주 확실하게 했던데?"

"네?"

나는 미젠다의 밝은 목소리에 멈칫 얼어붙으며 대답했다. 그때 무언가 굉장히 따뜻한 감촉이 내 뺨을 감쌋고 놀라 뒤로 자빠질 뻔한 나였다.

"으왓?!"

"어머나, 너무 심하게 놀라네. 말했잖아. 상 준다고. 첫 임무 수행 상이야."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윙크를 하는 나라. 뺨에 키스를 한 건 그녀였다. 그녀는 아무 거리낌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다시 봐야겠어."

처음엔 어떻게 봤길래...

"기생 오라비."

오, 노! 그 말만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인데!

"키는 커가지고 얼굴은 그래서 빌빌거릴 줄 알았는데 뚝심도 있는 것 같고 오기도 있네. 굉장해. 마음에 들어."

나라는 내 등을 탁탁 치며 기분좋게 말했다. 나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안으로 향했다.

"뭐야?"

퉁명스러운 목소리, 째릿 노려보며 말하는 아리야가 날 맞이했다. 아리야는 차갑게 식어있을 팬케이크를 맛나게(?) 먹고 있었다. 그 옆에는 진래(악마?)가 밝은 미소를 띠운 채 서있었다.

아리야는 내가 나타나자 갑자기 얼굴을 확 붉히더니 쏘아붙이듯 말한다.

"왜 여기 있어? 가버려. 먹는데 방해되."

아, 거 미안하군.

나는 비꼬는 목소리로 툭 내뱉고는 바깥 쪽으로 나와버렸다. 뭐야? 남이 기껏 쉬는 시간 날려가며 케이크 만들어왔더니 그걸 여봐란듯이 먹으면서 감히 날 무시해?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군.

"훗, 제자. 저 케이크는 제자가 직접 만든거지?"

아니, 그걸 어떻게…?

"역시 태클을 걸어주는구만. 맘에 든다."

미젠다는 그렇게 별 의미 없는 소릴 내뱉고는 말을 이었다.

"제자가 돈이 어딨다고 파는 걸 사겠어. 당연히 만들 궁리를 했겠지. 쉬는 시간에도 그렇게 분주히 돌아다니던데 결국 찾은 모양이구나. 훌륭해!"

"으음... 그건 그런데 그 사실도 어떻게 아는 거죠?"

설마 염탐?

"오, 제자는 역시 태클 실력이 대단해. 누가 염탐했냐면 바로…"

그러면서 슬쩍 뒤를 가리켰다. 저 뒤에는 진래와 아리야가 있는 안쪽이었다.

"진래가 제자 뒤를 따라다녀줬지."

섬뜩. 나는 얼굴이 새파래지는 것을 빳빳이 느끼며 어깨를 떨었다. 설마 그 밝은 미소를 유지한 채 계속 내 뒤를 따라다닌건가.

"정답. 진래가 저렇게 보여도 인간성 체크는 확실하거든."

이, 인간성 체크라니… 나도 모르게 다리가 떨린다. 도망치는 건 거짓말 안 보태고 꿈도 못 꿀 것 같다.

"뭐, 그래서 제자가 고생하는 걸 진래가 와서 모두 들려줬지. 음, 감동적이야. 김민현이 만들어 준 걸 가져왔으면 좀 실망이었겠지만 말이야."

어라, 김민현을 아시나요?

"당연하지. 이 학교 내에선 좀 유명한 요리사야. 너도 알다시피 우리는 비싼 수제품만 먹는다고 했잖아? 전문 요리사들도 따로 있어. 제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들의 규모는 훨씬 거대하다고. 나중에 할 생각 없니? 돈 많이 벌어."

아, 아뇨. 사양하죠.

"그 김민현이 만드는 음식들은 하나 같이 맛있어서 인기가 좋아. 당장 배워온 너도 아리야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온 걸 보면 어느정도 실력이 있는 것 같네. 팬케이크 제작도 결코 쉬운 게 아니거든. 다만 그래도 서민이라고 무시하는 녀석들이 대다수라서 마음이 아파. 그것들, 돈 좀 있다고 재는 게 마음에 안 들어."

사돈남말 아닌가요?

"무슨 소리. 난 그렇게 잘난 사람이 아니야."

하긴, 뭐… 성격이 그래 보이진 않아요.

미젠다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을 이었다.

"제자. 아리야는 여기 오자마자 케이크를 보고 얼마나 기뻐했는 지 알아? 너도 그 얼굴 봤어야 했어. 크, 진짜 귀여웠다고. 정말 케이크는 무지하게 좋아한다니까."

아, 예….

"뭐야? 하나도 안 기뻐?"

내가 왜 기뻐해야 하죠?

"이런, 이래서 제자는 내가 거둔거야. 센스가 부족하구만."

나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미젠다는 바로 화제를 바꿔버렸다.

"내가 제자에게 한 가지 알려줄게. 아리야는 저렇게 삐딱선 어린이로 보여도 실은 정말 여리고 불쌍한 아이야. 너도 왠만하면 응원해주지 그래?"

아… 분명 나라도 그런 말을 했었다. 내 눈엔 결코 불쌍해 보이지 않는데 말이다. 아까도 기억하는지? 날 보자마자 "뭐야?" 라고 했다. 건방지고 매너도 없고 감사의 마음이라곤 털 끝 만큼도 없는 차갑고 매정한 녀석이 바로 그 아리야다. 동정이나 불쌍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으…."

속을 끓이는 소릴 내며 한숨을 쉬었다. 갑자기 기분이 복잡해졌다.

"유진호 군. 아리야가 불러요."

어느새 나타난 진래가 말을 걸 때까지 말이다.

"왜, 왜요?"

퉁명스럽다기 보단, 겁에 질린 목소리였을 것이다. 진래는 그만큼 내겐 무서웠다.

"수발 들기로 하신 거 벌써 잊으셨나요?"

윽. 나는 죽는 소릴 내며 할 수 없이 그녀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

말없이 날 노려보는 아리야의 얼굴이 보였다. 의자에 앉아 탁자 위의 접시를 톡톡 가리켰다.

"이거, 치워."

화를 내면 안 되는 건가? 속이 끓네, 이거. 왜 내가 저딴 잔심부름을 해야 하는 거야?

"이제까진 제가 해온 일이지만 이젠 유진호 군이 해야 될 거에요. 잘 해주실 거죠?"

진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러면 대답은 딱 하나다. yes밖에 더 있냐.

"아, 알겠어요."

이 무서운 여자를 어떻게 하면 될까. 난 울며 겨자 먹기로 진래의 지시대로 접시를 방 구석에 있는 싱크대에서 깨끗이 닦은 후 선반 위에 넣었다.

"그럼, 차 부탁해요. 주전자는 선반 아래에 있고 찻가루는 선반 안에 있어요. 4잔 부탁해요."

진래는 무척이나 익숙하게 내게 지시를 했다. 나는 진땀을 흘려가며 거기에 맞춰 발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곧 차가 다 끓자 쟁반에 담아 모두가 모여 앉은 곳으로 향했다.

"차, 여기."

쟁반을 삭 내밀자,

"아니, 제자.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차, 다 됐습니다.' 라고 하는 거야. 그리고 접시를 그렇게 매너 없이 내밀면 절대 안 되. 직접 가져다가 내려놓아야 해."

끙.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차, 다 됐습니다."

"오냐."

아리야의 대답이었다.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차를 한 잔씩 돌렸고 이제 아리야의 차례였다. 그런데 그만 절대 고의는 아닌데 실수로 잔을 넘어트리고 말았다. 헉, 실수야!

"으아앗!"

"아야앗, 뜨, 뜨거워!"

불행일까, 다행일까, 쏟아진 차는 아리야의 치마 위로 좍 떨어지고 말았다. 맨살이 그대로 드러난 허벅지에 떨어졌다면 그건 그거대로 치명타였다.

"앗, 아리야. 괜찮아요?"

진래가 벌떡 일어나 고통으로 울상인 아리야를 일으켰다.

"아야... 아파."

"이리와요. 닦아줄게요. 옷도 갈아입고."

흐음... 내 탓인데 나한테 징벌이 올 걸 생각하니 두려워졌다. 이대로 도망가 버릴까. 아리야에게 미안한 마음을 강하게 느끼며 뒤통수를 긁적였다. 문득 미젠다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한참 아리야와 진래를 쳐다보다가 내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흐음, 제자도 꽤나 실력이 좋군."

…??

"아리야의 옷 갈아 입는 걸 보고 싶은 거겠지! 범죄의 냄새가 풍기는군!"

"무슨 소리에요? 아직 애한테 관심 없어요. 아니, 애초에 그럴 맘 없어요."

손을 흔들며 반론하자 이번엔 나라가 와락 날 껴안고는 몸을 부벼댔다. 헉, 감촉이 느껴진다고!

"그럼 우리 진호는 나 같은 누님을 좋아하는 거니? 귀여워라."

부드러운 감촉 때문에 혼돈에 빠진 나는 당장 말을 잇질 못하고 꾸물거렸다. 그러는데 미젠다가 우등생을 쳐다보는 선생의 시선으로 날 보며 말했다.

"제자. 날 스승이라고 생각하지?"

아니요. 그런 건 왜 묻는 거에요?

"그냥. 이런, 좀 섭섭하군."

뭐가 섭섭할까요. 내가 미젠다와 쓸데없는 대화를 나누는 사이 옷을 갈아입은 아리야가 진래와 함께 돌아왔다. 나라는 내 몸에서 떨어지더니 그들에게 다가가며 손을 흔들었다.

"어서 와! 잘 갈아입고 왔어?"

진래가 따라 손을 흔들며 말했다.

"네. 탈의실을 따로 만들어 두길 참 잘한 것 같아요."

예, 참 대단하십니다. 그 말은 나 들으라고 한 말 같은데.

나는 건성으로 말하며 시선을 피했다. 그래서 아리야와 진래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진호 군."

윽, 올 것이 왔군.

"뭐라 하진 않아요. 저도 가끔 그런 실수는 한답니다. 아리야도 별 말 안한대요."

정말요?

진심으로 공포에 떨고 있던 나는 오버하듯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진래의 모습이 보였다. 검소한 차림새의 그녀가 밝게 미소 짓고 있는 게 보였다.

"정말이에요. 당신이 만들어준 케이크가 아주 맘에…"

"흠, 흠!"

아리야의 헛기침 소리에 진래는 살며시 입을 다물었다. 슬쩍 눈을 돌려 아리야를 보았다. 치마만 새로 갈아입은 모양이었다. 아리야는 얼굴을 붉힌 채 시선을 피하였다. 뭐, 그럭저럭 넘어가는 건가. 또 사타구니를 차이는 게 아닌가 하고 걱정했다고. 가리고 있던 손을 치우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시, 실수했다고 심하게 뭐라 하진 않을거야. 계속 잘 올거지?"

문득 아리야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려왔다. 나는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그, 그래야겠지."

뺨을 긁적였다. 뭔가 어색한데? 평소 증오하던 녀석과 이런 평범한 대화를 나눠서 그런가.

"다음에 또 실수하면 그땐 화낼 거야."

고개를 홱 돌리며 아리야는 단호하게 말한다. 하얀 눈빛 머리카락이 흔들린다.

"알았어."

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종이 치는 소리가 멀리서 무겁게 들려왔다. 앞으로 펼쳐질 고생의 무게를 소리로 듣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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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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