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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WG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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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09.08.16 09:43
최근연재일 :
2009.08.16 09:43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36,804
추천수 :
192
글자수 :
330,864

작성
09.01.06 19:45
조회
1,155
추천
3
글자
8쪽

WGRS - 제 1장(3)

DUMMY

바로 그 순간,

"아아아아아아악~~~~~~!"

나는 괴성을 지르며 바닥에 뒹굴고 말았다.

"누구 보고 꼬맹이래!!!!! 골이 빈 모양이지!?"

사타구니를 차인 것이다. 그 작디 작은 여자애의 발에서 일본의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탄의 데미지를 합한 것보다 배는 능가하는 데미지가 내 중요한 부위를 강타하고 만 것이다. 마음 같아선 앰블런스를 부르고 싶었지만 손은 꿈틀거리기만 했지 내 명령을 무시하고 있었다. 죽을 것 같아…!

소녀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있는 힘껏 날 걷어차기 시작했다. 너무 아파서 저항도 할 수 없었다. 겨우 눈을 뜨니 주변 사람들의 겁에 질린 얼굴들이 보였고 곧 소녀의 신발이 내 코를 때리는 바람에 시야도 까맣게 변하였다. 빌어쳐먹을!

"윽."

힘겨운 신음을 내뱉으며 몸을 꼼지락대는데 아직도 화가 덜 풀린 듯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래. 가자."

"어머나, 그냥 가시게요? 이맘때 쯤이면 언제나 케이크를 먹었잖아요?"

"바보야 기분이 나빠서 그래. 먹을 기분이 아니란 거지."

"그러시든가요."

상냥한 목소리였다. 이름이 진래… 인가보다.

발소린 점점 멀어져갔고 학생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는 거기에 반비례해 점점 커져갔다. 차림새를 보아하니 서민 같은데 왜 자폭을 했냐는 소리가 대부분이었다….

"일단 옷부터 갈아입어야겠군. 그런 차림으론 평생 서민 소리나 듣겠어."

에드워드가 날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그는 날 부축하며 내 교복을 가리켰다. 나는 교복이 문제가 아니란듯 괴로운 와중에도 미간을 잔뜩 찡그리며 말했다.

"젠장, 놔봐. 이대론…"

분해서 못 보낸다고! 하지만 몸은 아직도 급소를 차인 고통에 떨고 있었고 에드워드는 막무가내로 나를 끌어당겼기 때문에 그 건방진 꼬맹이를 놓치고 말았다.

"옷은 내가 사주마. 실컷 얻어맞긴 했지만 시원한 소린 해주었으니까 그 답례로 말이야."

실실 웃는 게 마음에 안 들었는데 호감도가 약간 상승하는 순간이었다.

"거긴 괜찮냐?"

내 사타구니를 눈짓으로 가리키며 안쓰러운 표정을 짓는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따라와. 옷 맞추는 곳이 따로 있어."

이 학교는 장사도 하는 모양이다. 더 이상 이리저리 따질 기운도 없어 묵묵히 에드워드의 앞서가는 등을 따라갔다.

그렇게 이곳저곳 쑤시는 곳을 추스리며 발걸음을 옮기는데,

"근데 내가 설명한 것 못 들었냐?"

뭐가? 나는 신경질적으로 내뱉었다. 에드워드는 힐끗 날 돌아보고는 어깨를 으쓱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학교는 모든 교육 과정을 총괄한다고 했잖냐. 초딩이든 중딩이든 같은 학교에 있을 수 있어."

그, 그런가….

그렇다면 그 꼬맹이 여자애가 있는 것은 이해가 된다만, 왜 이리 심각하게 말하는 걸까. 그러한 내 생각을 읽기라도 했는지 에드워드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특성이라고 해야 하나, 이 학교는 그러한 교육 과정 때문인지 등반 시스템이란 것이 존재해. 즉, 공부를 잘하면 나이에 상관없이 중등 교육이든 고등 교육이든 원하는 대로 받을 수 있어."

내가 놀랄 새도 주지 않겠다는 듯 에드워드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특히 그 마왕 녀석은 아직 13살이면서 고등 교육의 수석을 밟고 있는 녀석이야."

흠… 지금 놀라면 지는 거냐?

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여 놀랄 타이밍을 놓쳤고 에드워드의 얼굴이 '왜 안 놀라지?' 라는 의문이 가득해질 쯔음 내 눈은 동그랗게 변했다.

"정말이야?"

내가 그렇게 소리치자 에드워드는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 마디로 초 엘리트지. 너 같은 서민은 감히 넘볼수도 없는 몸이야."

컥…

갑자기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마왕이라고 불리는 것도 가뜩이나 수상하고, 불안한데 그런 녀석이었단 말이야? 나 정말로 사람 잘못 건드린 건가? 하지만 날 그렇게 걷어차도 됐던 거냐?

에드워드의 얼굴이 험상궃게 변한 것은 그쯤이었다.

"쳇, 부모나 잘 만난 주제에 거들먹 거리며 잘난척 하는 꼴은 정말…"

내가 의아한 얼굴로 녀석을 쳐다보자 에드워드는 잠시 눈을 깜빡이다가 다시 평상시의 옅은 미소가 서려있는 얼굴로 돌아왔다.

"뭐, 어쨋든 넌 당분간 몸조심 하는 게 좋을거야."

난 뭐라고 하려 했지만 척봐도 비싸 보이는 옷들이 걸려 있는 진열창이 나타나는 바람에 그러질 못했다. 새삼스레 재확인 하는 거지만 여긴 정말 큰 학교였다. 본인으로선 인정하고 싶진 않았지만 말이다.

"자, 이 옷 어때?"

그새 옷을 들고 나온 에드워드가 즐거운 듯 말했다.

"뭐야? 그게?"

나는 좋은 반응을 보일 수 없었다. 녀석이 들고 나온 것은 메이커가 새겨진 반팔 셔츠에 트레이닝 바지였기 때문이다. 저런 걸 입고 돌아다니는 건 말도 안 됐다.

"됐어. 내가 고를게."

여전히 싱글거리는 미소가 걸린 에드워드를 뒤로 한채 나는 앞으로 나섰다. "이게 뭐가 어때서?" 라는 투덜거림이 들려오긴 했지만 가볍게 무시했다.

한참 옷들을 살펴보던 나는 제일 교복처럼 생긴 양복을 한 점 꺼내들었다. 종업원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달려나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뭐하다 이제 나온 거냐?

"다 고르셨나요? 탈의실은 저쪽입니다."

에드워드는 내게 손짓을 했다.

"입고 있어. 계산은 해놓을 테니까."

그거 고맙군.

잠시 후, 옷을 갈아입고 나온 나는 거울에 내 모습을 비춰보았다. 제일 교복 같은 것을 골랐기에 그저 그렇다는 인상이 들긴 했지만 이리저리 화려한 옷보다는 훨씬 편안한 느낌이었다. 좋아, 마음에 든다.

그런데… 한 가지 떠오른 시퍼런 걱정거리.

"수, 수업은?!"

좋은 옷을 입었다는 안도감에 마음이 풀렸기 때문일까, 지금까지 까맣게 잊고 있던 수업. 학교에서 제일 중요한 수업. 이게 없으면 학교라 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 여기가 학교라는 것을 인식하기 위해서라도 수업 확인이 필요했다. 그러나 하도 정신이 없어서 잊고 있었다!

"수업?"

"그래. 수업!"

당황한 빛을 역력히 내보이며 내가 소리치자 에드워드는 귀를 후벼파고는 하품을 했다.

"공부 안해도 평생 잘 먹고 잘 사는데 뭐하러 해? 하는 놈들은 하긴 하지만 난 안해."

뭐어!?

"농담이야. 공부를 왜 안하겠냐? 뭐, 안하는 놈들은 확실히 안해. 위험수준이 될 때까지 수업을 빠지고 놀러다니지."

농담에 장단 맞출 시간 없었다. 다급해진 나는 출구 쪽으로 달려나갔다.

"나, 난 몇 반이지? 빨리 가야 해!"

"쯧, 이래서 무식하면 고생하지. 아직 수업 시작 안 했어."

"무슨 소리야?"

우뚝, 멈춰섰다.

"여긴 리치 스쿨이야. 보통 학교랑은 다르다고. 등교 시간은 8시 반까지. 그리고 휴식 시간은 9시까지야."

엉? 에… 가만있자, 내가 아침 일찍 출발했으니…

시간 확인을 하기 위해 허둥거리는데 에드워드는 손목에 차여 있는 티쏘 시계를 척 들여다보고는 안심하라는 듯 말했다.

"아직 9시도 안 됐어."

그, 그래?

나는 겨우 숨을 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곧 시작이군 그래."

……….

에드워드의 여유로운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퍼지는 것을 말없이 지켜보며 나는 천천히 한숨을 내쉬었다. 잘 다닐 수 있을까? 이 학교.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리 속에 교차했다.




나는 아직까지도 모르고 있었다.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는 운명의 복병이 곳곳에 숨어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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