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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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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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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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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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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6

DUMMY

“흠, 철강산업 투자라.”


강영문 군수는 투자 제의서를 흥미 깊게 읽고 있었다.


“군수님? 철강산업이라는 것이 한두 푼 들어가는 게 아닙니다.”


거기다 이건 제철소를 짓는 것도 아니고 아예 연구부터 들어가야 하지 않은가. (여기서 말하는 제철소는 종합제철소, 즉 포스코와 같은 형태의 제철소를 의미한다. 유통비용 문제가 있어서 발해는 모든 제철소를 종합제철소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그건 알고 있네. 하지만, 흠···. 나쁘지 않군.”

“나쁩니다. 예산을 생각하시죠.”


“그러니 나쁘지 않단 거야. 연구 과정에서 손을 좀 보태서 추후에 제철소 확대에 필요한 예산을 타내면 되잖나. 명분도 딱 예쁘게 서고 말이야. 제철 산업에 진심인 포항군, 젊은 과학자에게 과감한 투자로 성공을 이끌어냈다. 뭐, 이런 식으로.”


“그것도 성공하기 나름 아닌지.”


포항은 지난번 연간 삼천 톤 규모의 제철소를 유치하면서 번영의 길로 들어섰다.


제철소와 그에 따르는 산업들이 몽땅 포항에 유치되며 이른바 ‘포항 철강산업 집적지’라는 거창한 이름과 함께 발해 철강의 33%를 책임지고 대일 철강 수출의 핵심 지역으로 변모할 수 있었다.


‘만약 더 고품질의 강철을 생산할 수 있다면’


고향의 발전은 물론 더 나아가 자신의 출셋길도 열리는 것 아닌가. 그리고 마냥 무시하기엔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체계적이었다. 마치 기본 설계를 마치고 상세 설계까지 얼추 마친 것 같지 않은가.


실제로 투자 제의서에는 이론적인 검토는 모두 마쳤다고 되어 있으니.


“우선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결정하겠네. 그 정도는 괜찮겠지?”


“그 정도라면···. 그럼 공문을 작성해 방문에 협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에 강영문 군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강철의 도시, 포항! 참으로 멋진 이름이 아닌가. 그리고 아무런 근거가 없었지만, 포항에는 제철소가 가득해야 할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와, 진짜 질린다. 질려. 대체 언제까지 버틸 삼이랍니까?”


고구려군은 무슨 돌이라도 된 것처럼 제자리에서 꾹 버티고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도로는 건설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전선에 아무런 변동이 없으니 발해군 입장에선 죽을 맛이었다.


고구려군도 발해군의 비뢰포를 뒤집어쓰며 피해가 착실히 누적되고 있었지만 어쨌건 성은 멀쩡했다.


지난 전쟁에서 교훈을 얻어 포격에 대응한 성벽은 비뢰포라 할지라도 쉽게 뚫어낼 수 없었다. 애초에 비뢰포는 사거리 몇백 미터의 임시 박격포가 아닌가. 사표를 통해 아무리 정교히 계산한다고 한들 시한신관의 품질은 제각각이라 길이를 일정하게 조절해도 각각 터지는 시간이 상이했다.


그리고 애초에 박격포는 성을 부수라고 만든 물건은 아니었다. 성벽을 넘어서 타격하기 위해 만든 무기지.


“저들의 저항정신이야 역사 시간에도 배우지 않았나.”


“동맹일 땐 참으로 든든했는데 말이죠.”


“그걸 걷어찬 건 제놈들 아닌가. 그냥 포탄의 비에 터져 죽게 해야 하거늘”


과격한 김선예의 말에 부군단장 나색상 중장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육군부 장관께서 미쳤다고 이 인간을 차기 상급대장으로 생각하진 않겠지?’


능력만 따지자면 현 대장 중에서(그래봐야 두 명이지만) 제일 유능했으나 성격이 참으로 더럽고 좀 과격한 면이 없잖아 있었다.


‘그리고 군축···.’


발해는 체급을 고려한다면 비대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래서 군축은 몇 번이나 논의된 사안이었고 그때마다 지영은 ‘아직 안보적 위협이 남아있다’라고 말하며 몇 번이나 반려했었다.


하지만 이번 전쟁이 끝난다면? 듣기로는 저 비뢰포 한 문에 오만 원이 넘는 가격이라고 들었다. 그것도 매우 싼 가격이라고. 그런 무기로 무장할 육해군이 과연 이전과 같은 덩치를 갖는 게 가능할까? 그리고 그걸 김선예가 상급대장이 되면 순순히 받아들일까? 어쩌면 발해군 최초로 상급대장이 임명되자마자 경질되는 초유의, 불명예스러운 사건이 발생할지도 몰랐다.


“그래도 이번 가을부터는 도로를 통해 전면적인 공세를 가할 수 있을 겁니다. 작계에 따라 물자도 착착 준비되고 있지요.”


“음”


“그리고 이번에 신병기 시제품을 보내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겨우 구경 95mm짜리를 도대체 어디에 쓰나?”


비뢰포의 크고 우람한 400mm에 홀딱 반한 발해군 대부분의 반응이었다.


그간의 연구성과를 모두 쏟아부어 만든 화기개발연구소(지금은 거의 해체되고 조병창 단위의 개발 및 생산을 준비 중이다)의 연구진들이 들으면 속 뒤집어질 소리였다.


연구진들도 비뢰포가 오래 쓸 무기는 아니라는 걸 알아, 있는 시간 없는 시간 다 쥐어짜서 설계했고 이제야 시제품이 나오는데 돌아오는 반응이 이거라니.


“뭐, 그래도 다 생각이 있었겠지요.”


당연한 말이지만 이 95mm 직사포(가칭)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우선 금전적인 이유. 대형 화포는 그만큼 화약을 더 먹는다. 그리고 화약은 비싸디 비싼 소모품이다. 그러니 구경이 무작정 크다고 좋은 건 아니었다. 하다못해 화약을 더 먹은 만큼 화력이 올라가면 모르겠는데 솔직히 그것도 아니라서. 조선이 천지현황 총통 중 현자총통(3번째로 작다)을 주력으로 사용한 이유도 동일한 이유다.


둘째, 운반 문제. 기본적으로 포는 중장비다. 그리고 운반 기술이 낙후된 이 시대의 기준에서 톤 단위를 오가는 금속덩어리를 나르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그런 이유로 화기개발연구소에서는 육상으로 운송이 가능하고, 적어도 아군 보병 여단을 뒤따르며 화력 지원을 하기 적합한 무게의 한계점을 찾아야 했다.


기존 수레(말 기준)를 생각해 볼 때 500kg를 초과한다면 보병과 긴밀한 연계가 힘들겠다는 결론이 섰고 이 95mm 구경의 직사포는 무게가 대략 480kg로써 아슬아슬하게 한계점에 걸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외에 보급과 실용성 문제를 모두 고려해서 만든 발해 육군 포병대에 제공하는 종합 솔루션인 셈.


... 이렇게 만들어 놨더니 문제는 발해군이 야전을 할 일이 없어 보인다는 것! 이럴 줄 알았다면 무거운 공성용 중포나 만들 걸 그랬다며 한 연구진이 정신을 놓는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화기개발연구소의 마지막 자식인 만큼 연구진들은 이 95mm가 사고 한번 제대로 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제품 8문을 보낸다고 한 것이었다.



=====



“뭐야, 이건? 국방백서? 왜 이런 걸 읽고 있으신가, 국무총리님?”


최승우는 보던 국방백서에서 눈을 떼고선 무미건조하게 답했다.


“왜긴, 내 다음 자리와 관련이 있으니 그러지.”


“... 재무부 출신을?”


육군부건 해군부건 방위성이건 그 대가리에는 항상 군인 출신이 앉았다. 이건 일종의 관습이었다. 그리고 사실 그 분야의 제일 전문가를 올려놓는 것이라 최적의 인사이기도 했고.


“군축인가?”


“그런가 보이. 아, 이건 기밀이니 말하고 다니지 말게나. 지금 확정 난 건 나뿐인 것 같으니.”


“대체 얼마나 칼질을 해대려고.”


“육군을 사만 오천 명 이하로 감축할 것···. 이라고 쓰여 있군. 물론 상황을 보고 유동적으로 판단하라는 것도.”


“뭐, 뭣?”


현재 육군의 병력은 대략 팔만 명, 13개 여단, 1개 연대, 1개 대대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런데 이걸 거의 반 토막을 내라고?


“자네, 오래 살겠구만”


“시끄럽네.”


“낄낄, 벽에 똥칠이나 하게”


저 얄미운 벗의 얼굴에 똥칠하고 정신 나간 척을 하면 해임당하지 않을까, 라는 그럴듯하지 않은 상상을 잠시 한 최승우는 차 한 모금을 하며-


“히히히, 똥칠!”


“나가!”


후우, 저게 마흔이나 먹은 일국의 총리란 사람이 할 짓인가. 나이를 진짜 어찌 먹은 것인지 참으로 의문스러웠다.


“그건 그렇고 이건 또 대체 뭔···. 개···.”


남오국? 이딴 나라도 있단 말인가?


“우선 외교부 장관에게 접견을 맡겨야겠군.”


말로는 당의 남부에 생긴 나라라던데, 근본 없는 신생국의 사신을 일일이 맞이할 만큼 한가로운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제야 만나는군, 문 선생. 만나서 반갑소.”


“신은 그저 패장일 뿐이오니 선생이라 불릴 것도 없습니다.”


“아니, 뭐 고구려에서야 패장이지 이쪽에서는 양측의 사상자를 줄이고 민심을 안정시킨 유공자 아닌가. 자신을 너무 낮추지 마시오.”


이쪽에서도 현지 협력자가 있어야 점령지를 관리하기 쉽단 말이지. 그 점에서 문유선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나름대로 동네에서 인망이 깊던 인물이라 요동 반도 지역을 안정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지.


“내 사람을 쓰는 데는 변치 않는 철칙이 있다오. 바로 공을 세운 자에겐 그만한 상을 내리고 잘못한 자는 그만한 벌을 내리는 것이지. 자, 선생께서는 공을 세우셨으니 응당 그만한 상을 받아야 할 터. 자, 무엇을 원하시오?”


“신은 그저 백성을 지키기 위해 하였을 뿐, 상을 받고자 한 것이 아닙니다.”


“하여, 원하는 것이 없다?”


“그렇습니다.”


“흠, 하지만 선생 같은 이를 포상하지 않으면 추후에 누가 신민들을 위해 일어나려 하겠소? 헌데 원하는 게 없다니 참으로 난처하구려.”


그냥 무작정 재물을 쑤셔 넣어?


흠, 아니. 그래선 안 된다. 이런 자들을 끌어들여야 점령지의 본토화가 빠르게 이루어질 터.


“선생, 전쟁이 끝났다고 신민들에게 닥친 고난이 끝나는 것이 아니잖소? 오히려 그때부터 시작이지. 선생이 수고스러움을 감수하고 나와 준다면 신민들의 고난이 빠르게 끝나지 않겠소?”


“신은 고구려의 신하였습니다. 이미 나라를 배반한 것도 불충이거늘 어찌 망국을 불러온 국가에게 충성하란 말씀이십니까?”


“나라는 망해도 신민들은 살아가지. 선생도 그걸 알기에 협조한 것이 아니오? 뜻을 모아 큰일 한번 해 봅시다.”


문 선생은 잠시 고민하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젠장, 말마따나 공훈을 세웠는데 거칠게 할 수도 없고.


“음···. 선생이 그걸 원한다면 내 어찌 강요하겠소. 다만 발해의 문은 언제든 열려 있으니 혹시라도 뜻이 바뀌면 찾아오면 될 것이오. 헌데, 선생. 혹시 주변에 천거할만한 인재가 있소?”


“신이 인망이 두텁지 않아-”


“허허, 이것 참. 아는 사람끼리 이러지 맙시다. 우리가 일을 빠릿하게 해야 고구려의 신민들도 좋을 것 아닌가. 신민들을 위해 한 번만 더 나서 주시구려.”


주 선생은 눈을 감았다가 한 명의 이름을 내놓았다.


“혹시 당나라 출신이라도 괜찮으신지요.”


“발해에 충성을 다할 준비가 되어있다면 발해인이지 출신이 무슨 상관이오? 괘념치 말고 말해 보오.”


“제 벗 중에 영호라는 자가 있는데 본디 당의 관리였다가 난을 피해 고구려에 정착하였습니다. 조정에서는 당의 간자임을 의심해 쓰지 않았으나 생각이 깊고 신중하며 일 처리가 꼼꼼해 일을 맡긴다면 쉬이 실망시키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음, 그래도 어중이떠중이를 천거하지는 않았겠지. 한 번 만나 봐야겠다.


그 말만을 남기고 문 선생은 홀연히 떠났다.


그래도 지역에서 명망 있는 그가 침묵한다면 그나마 주도적으로 시끄러워지지는 않겠지. 그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지.


작가의말

거포에는 낭만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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