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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못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형향馨香
작품등록일 :
2012.09.25 10:10
최근연재일 :
2014.12.21 16:37
연재수 :
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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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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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39,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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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0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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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글자
25쪽

붉은 못 78화 - 장례 연회, 외전 그들의 연담(緣談)

DUMMY

비사는 란돌을 흘려보내고 나서 가벼운 발소리로 흙바닥에 내려섰다. 누군가 건물의 복도를 뛰고 있었다.

"무슨 소란인가."

"셰넌님께서 쓰러지셨기에 의술사님을 모시러 왔습니다."

급히 말을 이은 자는 곧바로 또 달려나갔다.


"검 내려놓은 지 오래되신 분이 이번 이로 무리를 하셨나 보군."

"아파 누우면 떠난 사람들만 생각날 것이니 착잡하겠구려."

"그나저나 그 의술사란 작자 때문에 난리이더구먼."

"아, 나도 들었네. 요리장을 불러다가 한소릴 했다지."

"어린 하녀들도 울고불고하여 사내놈들을 보냈더니 또 그걸 트집 잡고 늘어졌다 하네. 아예 성주님 방을 직접 찾아가 불만을 늘어놓았다니 객인지 주인지."

"황실하고도 친분이 있답시고 나대는 꼴이라니. 아니꼬워도 맞춰주어야지. 별수 있나. 이거 참. 어디서 그런 별종이 나타난 것인지."

"아 그래도 아픈 곳은 기가막히게... ..."


셰넌의 이름이 나왔기에 잠시 멈춰 섰으나 뒤이어 나온 대화는 더 들을 필요가 없어 보였기에 이쯤에서 조용히 거처로 돌아갈 일이었다.




난민촌의 이른 아침, 시끄럽게 들어서 마차의 바퀴 소리가 제스미 일가의 집 앞에서 멈추었다. 기다려도 문이 열리지 않았기에 아렌이 낡은 문을 열었다. 그 앞에는 미간을 조프린 채로 웃는 란돌이 서 있었다.

아렌은 그에게 왜 진작 들어오지 않았느냐 묻지 않았다.

"아렌."

이름을 부르며 란돌이 안으로 들어섰다.

"란돌 ...여기 오는 건 오랜만이로군."


두 사람은 신분차이에도 서로 이름을 부르며 오랜 벗을 만난 것처럼 인사를 나누었다. 그는 제스미에게도 깊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오셨군요. 란돌님."

제스미는 더 깊게 고개를 숙여 공손히 인사했다. 한 박자 느리게 들어선 에스윈도 인사를 주고받았다.

불편한 공기가 묵직하게 이들을 내리눌렀다. 긴장이 역력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에스윈은 흙이 묻은 긴 치맛자락을 두 손으로 꼭 쥐고 있었다.


란돌은 침상에 걸 터 앉은 두 꼬마에게 몸을 낮추어 얼굴을 가깝게 대고는 빙긋이 웃어 보였다. 베리의 나무 꽃방울이 달린 머리를 그는 정말로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작은 이들이야 그저 말똥한 눈으로 올려다볼 뿐이었다.


두 청년은 함께 밖으로 나가 문이 열린 마차에 걸 터 앉았다.

"아렌, 그대도 들었겠지. 약혼 이야기 말이네."

이미 들어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그리고선 란돌의 어깨를 조금 강하게 탁 소리를 내며 두어 번 두드렸다.


"왓. 언제 온 거야. 놀라게 하기는."

아렌은 어느샌가 문 근처에 선 비사를 보며 깜짝 놀라 말했다. 해도 란돌에게 축하한다고 입이 떼어지지 않았을 것 같았기에 그녀의 등장이 반가웠으나 란돌이 지르는 소리에 급작스럽게 분위기가 급변하였다.


"너!"

란돌이 벌떡 일어서며 비사를 향해 쏘아붙였다.

"도망간 주제에 감히 또 나타나!"

"왜 그러나."

"케인레스의 개가 왜 여기 관심을 두겠는가. 다 내 뒤를 캐기 위한 것이 아니겠나!"

"무슨 그런, 아마 오해가 있는 모양이네."

아렌이 빠른 말로 란돌을 만류하였다.

"네 주인이 뭐라 하더냐. 이 그란성을 맘대로 하는 데 토를 다는 내가 방해라더냐!"

"이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언성이 높아짐에 제스미가 밖으로 나왔다. 레리까지 달려나와 비사 옆에 서서는 란돌에게 소리쳤다.


"누나한테 왜 그래요!"

그 말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네 누나는 케리 한 사람뿐이야!"

질러진 말 한마디에 얼어붙어 버렸다. 선 사람들이 일제히 그리 굳어버렸다.


"어머니 들어가 계세요. 레리 너도. 얼른. 란돌, 그리 급하게 매도하지 말고 말을 들어. 두 사람이 아는 사이야? 비사 직접 말 좀 해 봐."

아렌이 일단 그 사이에 가로서며 은근하게 말을 붙였다.

"그자에게 그대는 방해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나는 판단한다."

아주 그냥 칼로 무 자르듯 담백하게 요점만 이은 말이었다. 카일러스라면 란돌이 다는 토 정도 그다지 고민할 거리로 여기지 않을 성 싶었다. 사실 그건 아렌도 마찬가지였으나 입 밖으로 낼 말이 아니었기에 급히 다음 말을 이었다.

"란돌! 비사 말투가 원래 좀 그렇다네. 그러니 더 하지 말게."

아렌이 두 손을 다 들어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내었다.

감히 자신을 우습게 보는 것이냐 따지려 했으나 이미 찬물이 끼얹어진 자리였다. 이러려고 여기 온 것이 아니었기에 그는 답지 않게 화를 내리눌렀다.

란돌은 비사에게 있던 시선을 다시 아렌에게 옮겼다.

"혹시?"

아렌은 란돌의 말의 의미를 알아듣고는 고개를 살짝 가로 저으며 말했다.

"아닐세. 오해는 그만 하게."

아렌은 뒤이어 이 아이는 그저 케인레스 가의 손님이고 그냥 가끔 놀러 오는 것이라 그리 란돌에게 전하였다.

"그리고 카일러스님께선 그리 치졸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으니 괜한 의심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네. 란돌, 의심이 너무 늘었어."

아렌이 낮게 다독이듯 말을 건네었다. 그는 그제서야 조금 진정하기 시작하였다.

"사죄하지."

어거지로 건네는 말이었고 탐탁지 않음이 얼굴에 적혀 있었다.



"다시 뵙는군요. 비사님."

잠잠해진 분위기에 밖으로 나선 에스윈의 인사에 란돌이 물었다. 그의 눈이 다시 의심을 품었다.

"다들, 아는 사이인가?"

"여기서 마주친 적이 있으시다네."

에스윈은 바로 어제 또 함께 마차를 탄 사이라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얼굴엔 그저 긴장감만이 어려 있었다.


쫄래쫄래 따라나선 베리가 곱고 화려한 옷의 여인을 빤히 바라보자 그녀는 무릎을 굽혀 눈을 맞추었다. 아장아장 작은 발이 걸음을 옮겼고 티 하나 없는 곱다란 손이 내밀어 졌다.

손끝이 닿을락 품 안에 넣어질 순간 누군가 작은 몸을 휙 하고 들어 올렸다. 놀란 에스윈이 위를 쳐다보자 비사가 베리를 낚아채듯이 들러 올린 채였다.


작은 몸이 재미있다는 듯이 허공에 팔을 허덕이며 웃었다. 하지만 에스윈은 적잖이 당황한 표정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도 없는 검은 동자로 빤하게 내려다보는 이는 뭐라 말도 한마디 아니 할 생각으로 보였다.

무안하게 내밀어 진 손을 슬며시 당겨 넣었다.

"비... 사님..."

"누나?"

레리가 당황한 에스윈의 얼굴을 흘끔 보고서는 비사에게 물었으나 성큼성큼 집을 향해 걸어가 버렸다. 레리도 곧이어 그 뒤를 따랐다. 엉거주춤 남아버린 여인 하나만 덩그러니 남아버렸다.

"크큭. 꽃 같은 아가씨들과는 좀 다르군."

란돌이 크게 웃으며 비사의 뒤를 잠시 쳐다보았다. 에스윈을 곤란하게 만든 행동이 그의 기분을 푼 모양이었다.


"미안하네. 아렌."

그는 웃는 것을 멈추고서 말을 이었다.

"왜, 나에게 미안한가."

"미안하네."

"란돌..."

웃으며 하는 말이 왠지 너무 섧어 아렌은 달리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베리를 안고서 들어가자 탁자 위에는 아직도 김이 나는 차가 가득한 찻잔이 놓여 있었다. 에스윈의 잔향이 남아 있었다.

"비사양도 따뜻한 차 한잔해요."

제스미가 탁자 위의 찻잔을 치우려 하니 비사가 손을 내밀었다. 어차피 입은커녕 또 손도 대지 않은 채였다. 제스미가 쓰게 웃었다.

"낡고 손때가 탄 찻잔과 질 낮은 찻잎에 손이 갈 리가 없겠지요."

아침의 손님들은 그녀의 기분을 가라앉혀 버렸다.

마부가 뭔가 실어 내린다 싶더니 집안에는 형형색색의 커다란 선물 상자들이 놓여 있었다. 아렌이 들어서자 제스미가 입을 열었다.

"약혼 파티에 참석해 달라고 란돌님이 그러셨다는구나."

제스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예복이겠군요."

그는, 케리와 혼인을 허락해 달라며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 시절의 그와 그녀를 기억하는 이들에겐 이젠 그저 쓰리고 아픈 기억이 되어 버렸다.

그러니 다른 여자와 약혼을 한다고 보낸 예복을 꺼낼 생각이 들 리가 없었다. 열지 않은 채로 그저 구석을 차지하게 둘 생각이었다.


딸랑. 딸랑.

바깥에서 종소리가 들려왔다. 레리와 베리의 귀가 쫑긋거리더니 갑자기 제스미에게 달려가 매달렸다. 그녀는 선반 위 작은 통에서 동전을 꺼내어 쥐여주었다.


"누나. 누나도 가요."

레리는 비사의 손을 잡아끌었다. 아렌은 제스미와 할 이야기가 있다며 이참에 아이들과 좀 나가 놀아달라는 눈치였다.


저 멀리 마을 입구 편에 작은 짐마차가 하나 서 있었고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몰려나왔다. 가까이 가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단 것 파는 장수이리라.


베리는 한 손을 입에 물고는 시무룩한 얼굴로 멈춰 섰다.

"베리 어부바."

"걸을 수 있잖아."

"어부바."

"에이, 나도 힘든데."

레리는 결국 등을 내보이며 쪼그리고 앉았다. 비사가 베리를 잡아 올리니 레리가 싱긋 웃어 보였다.

"누나 근데요. 안는 게 더 힘들지 않아요?"

레리 딴에는 업는 것이 더 편했던 것이었다.

"아!"

레리가 비사를 올려다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누나는 등에 짊어진 게 많구나."

두 자루의 칼이 길게 자리 잡고 있으니 아이를 업을 수 있을 턱이 없었다.

"그것도 무거울 것 같은데 괜찮아요?"

그저 닫힌 입은 고개만 저었다.


레리는 혼자 다녀오겠다면 뛰어가더니 금세 무언가 손에 들고 되돌아왔다.

"누나, 이건 누나 거. 내가 사는 거에요! 내 거랑 베리 거는 엄마가 사주는 거. 누나도 먹을 거 줬잖아요. 용돈 받은 거에요. 히히."

쬐끄만 놈이 답례도 할 줄 아는 모양이었다. 비사는 대답 대신 레리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었다.

"맛있겠다. 그죠?"

사실, 이게 뭔지 이름도 모를 것이었다. 조금 딱딱하지만 바삭하게 구워진 것에 하얀 가루가 잔뜩 뿌려져 있었고 중간 중간 말린 과일과 색색의 진득한 당물이 들어 있었다.

레리는 한 번 씨익 웃어 보이고는 베리를 보더니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앗, 베리 너무 더럽게 먹는다! 다 흘리고!"

레리는 소매를 당겨 베리의 입 주변을 닦아 주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동생 하난 잘 챙기고 있었다.

"히, 베리 배부러."

반쯤 먹다 남은 것을 레리에게 내밀자 레리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한 입 베어 물었다. 바삭하는 소리와 함께 가루가 떨어져 내렸다.

어느 이전의 시간에는 자신도 누군가의 손을 졸라 이렇게 붐비는 사람들 틈으로 당과나 떡을 한 손에 들고 다니고는 했었다. 그런 시절도 있었다.

와작하고 씹어 목을 넘겼다.

'달다.'




- 그들의 연담. -

란돌, 망나니 란돌.

그리 불리기 이전에도 그는 대단한 사상가도 아니었으며, 세상에 큰 뜻을 품은 열망을 꿈꾸는 자도 아니었다.

웃는 얼굴로 장난을 치는 것을 좋아하던 이였다. 마음에 그늘이라곤 없어 보였었다. 그가 선대들만큼 머리는 좋지 아니하였으나 소통이 원활한 차기 성주가 될 것이라 모두가 의심치 않았었다. 지금과 같이 그의 얼굴을 보면 한숨을 내쉬는 란코르트 성주와 같은 얼굴은 상상도 못 할 시절이 있었다.


"케리."

"오늘도 놀러 나오신 거에요? 공부는 언제 하실 거에요."

"하하 공부는 해서 무엇할까. 케리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보는 게 뿌듯한 인생 아니겠어."

"바보 성주를 만든 요녀로 소문이라도 날까 무섭네요."

"하하핫. 걱정하지 마. 그때는 내가 케리를 책임져 줄 테니까."

"귀족 나으리. 미천한 평민 소녀는 이만 사라지겠어요."

케리는 그 귀족 나리에게 혓바닥을 내밀며 사라졌다.

"여전히 사랑받는구나? 케리."

익숙한 듯한 광경을 보는 듯 케리에게 리아가 농을 건네었다.

"저러시다 말겠지."

"생각보다 질기게 저러고 계시잖아. 하루가 멀다고 네 얼굴 보러 나오시는걸."

"재미있어 보이는 거겠지. 어차피 결혼은 어느 귀족의 영애와 하지 않겠니?"

"흠. 내 보기엔 란돌님 꽤 순정 파신 것 같은데. 너 괜히 창피해서 그러지? 말해봐. 너도 관심이 가잖아. 그지?"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간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 순정파는 무슨."

케리는 그란성보다 북쪽으로 말을 타고 두 시간을 달려야 도착하는 작은 마을에서 살고 있었다. 가구에 들어가는 나무 장식을 조각하거나 자잘한 소품을 만들던 아버지와 텃밭을 가꾸고 사는 평범한 가족이었다.

란돌은, 성에서 소일거리를 하거나 자경단에 검을 배우러 다니던 오라버니와 함께 자주 이 마을에 놀러 오곤 했다. 그리고 어느 새부턴 가는 이렇게 케리에게 장난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저 흘러가던 일상도 잠시 전쟁이 시작되자, 북쪽 근교의 마을들은 짓밟힌 마른 나뭇잎처럼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그란성 근처까지 피난을 온 지도 어느샌가 1년이 넘었다. 이전의 평화롭던 삶이 이젠 꿈처럼 느껴졌다.

난민 촌은 성에서 지원이 나오는 음식과 물품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매일 암울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곳이었다.

다섯 살의 레리와 베리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는 몸으로 피난을 나온 탓에 몸을 추스르지 못하는 어머니까지. 아렌과 아버지는 병사 대열에 합류했기 때문에 지금 가장 노릇을 해야 하는 것은 케리 자신이었다.


지급되는 물품은 너무 부족했기에 기어이 일거리를 찾아낸 케리가 스어가에서 일을 한 지도 어느새 반년이 되었다.

"빨래가 끝나면 가서 설거지해. 복도 청소도 잊지 말고."

몇몇 성 안 귀족은 여전히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고용된 사용인의 대다수가 피난을 떠나고 전쟁을 틈타 몇몇 종속이 도망가 버린 탓에 사람이 부족해진 저택들이 있었다. 이렇게 필요하다는 날이 있다며 불려 오면 적어도 3일은 먹을 수 있는 음식이나 돈을 얻어 갈 수 있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숲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일이었다.

"케리. 이렇게 손이 다 텄네요. 아프지 않아요? 집사장에게 손에 바를 약을 준비하라고 하겠어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앞치마를 벗는 케리의 뒤로 에스윈이 늙은 하녀와 함께 나타났다.

"아닙니다. 아가씨. 허드렛일 하는 사람이야 다 똑같지요. 괜찮습니다."

"그럼, 동생이 있다고 했지요? 이것, 가져가겠어요? 간식거리에요. 아이들은 식사만으로는 부족할 것이잖아요."

에스윈은 케리가 마음에 들었는지 간혹 이렇게 무언가를 챙겨주건 했다. 어리고 투정 많은 레리의 얼굴을 떠올리며 거절하지 않고 그것을 받아 들었다.


케리는 에스윈에게 예전에 살던 마을 일이나, 레리의 장난 같은 것들을 이야기 해주곤 했다. 그녀가 한없이 외로워 보였던 탓이다.

돌아서 나가는 케리의 뒷모습을 보며 에스윈은 곁에 서 있는 나이가 지긋한 하녀에게 말했다.

"동생을 위한 것은 거절하지 않네요. 힘들 텐데, 언제나 밝은 얼굴을 보면 어쩜 저럴 수 있을까. 대단한 것 같아요."

에스윈의 성격을 생각한다면 분명 더 달라고 해도 내어줄 것이나 필요한 것이 아니면 주는 것도 거절하였으니 더 사람됨이 좋아 보였다.

"좋은 아이지요. 일도 성실히 잘 해내기도 하니 부리기도 편한데다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기도 하고요."

하녀 역시 케리에 대한 칭찬을 몇 마디 덧붙이며 이야기를 이었다.



"콜록. 콜록."

어수선한 난민촌의 캄캄한 밤. 지금이 몇 시인지 알 수 없었지만, 케리는 제스미의 기침 소리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틱틱.

수석(燧石)을 부딪쳐 작은 촛불을 하나를 켜들었다.

"엄마?"

제스미는 대답이 없었다. 다시 잠이 든 것일까 하고 촛불이 든 잔을 움직였다. 흔들리는 빛이 제스미의 얼굴을 비추자 그 입가에 피가 흥건했다.

아무리 흔들어대도 눈을 뜨지 않았다. 미약한 숨소리가 들려왔지만 케리의 미친듯한 불안함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아무리 불러도 제스미는 눈을 뜨지 않았고 아버지도 아렌도 없었다. 주저앉아서 울고 싶었으나 뭐든 해야만 했다.


천막을 걷어 밖으로 뛰쳐나갔다. 새카만 밤. 빛 하나 없는 밤. 케리는 닥치는 대로 천막을 열고 들어가 사람을 깨웠다.

"아움. 뭐야. 헉. 누구야."

"저. 케리에요. 아줌마. 엄마가 아파요. 피를 토했어요. 도와주세요. 리아. 나 좀 도와줘."

소란에 놀라 깬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밖을 살피러 나왔다. 케리는 거의 울부짖는 듯한 소리로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외쳤다.

"이거, 얼굴에 핏기가 없어. 우리가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게 아니야. 케리. 신전의 사제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다들 전쟁지역에 가느라 성을 떠났으니, 남은 의원을 찾아 데려와야 해."

"성에 다녀올게요. 엄마를 부탁드려요."

케리는 새벽이슬을 맞으며 성을 향해 달렸다. 잠을 자다 일어나 급히 달리는 탓에 빈속이 요동을 쳤다. 결국, 멈춰 서서 헛구역질해댔다. 차라리 속이 빈 것이 다행으로 여겨졌다.

닫힌 성문 앞에서 애원해서 들어올 수는 있었지만, 의원이 어디에 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닥치는 대로 상점가의 골목을 뒤지며 다녔으나 팻말도 보이지 않았다. 그란성의 골목이 너무나도 낯설었던 것이다. 참던 눈물이 자꾸 비죽비죽 새어 나왔다.

케리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별이 가득한 하늘이 야속하게 느껴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잠시 눈을 감고 마음을 진정시키더니 무언가 생각난 것이 있는지 계단을 오르고 경사진 골목을 뛰어올랐다. 저편으로 하늘만큼 높은 성이 보였다.


"누구냐!"

또다시 거대한 문 앞에 다다르자 병사들이 자신을 막아섰다.

"란돌님을 뵈러 왔습니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냐. 네가 누군데."

"부탁드릴 것이 있어서."

"부탁?"

무슨 소리냐는 듯이 비죽거리는 병사가 자신을 쉽게 들여보내 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지만 역시나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제발, 그럼 란돌님께 케리가 왔다고 말만이라도 전해주세요. 부탁할게요. 의원이 필요하다고 무엇이든 하겠다고. 그렇게만 전해주세요."

"의원? 아이야. 누가 아프냐."

케리가 무릎을 꿇고 엎드려서 빌고 빌었다. 저편 구석에 벽에 기대 졸고 있던 나이 든 병사가 말했다.

"어머니께서 피를 토하셨어요. 의원이 필요해요. 부탁할게요. 제발요."

나이 든 병사는 턱을 괴고서는 케리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혀를 한번 차고서는 말했다.

"야. 가서 말이라도 전해드려라."

문 앞에 서 있던 병사는 놀란 표정으로 반문했다.

"예? 이 새벽에 잠을 깨워 괜히 저만 혼나는 거 아니에요?"

"어머니가 아프다잖냐."

"아 뭐 그래도요. 혼나는 거 싫단 말이에요. 아무리 봐도 난민인데 이 야밤에 도련님을 찾는 게 말이나 되느냐고요."

"갔다 오라면 갔다 와. 잠 좀 깨웠다고 뭔 일까지 나겠어?"

한숨을 크게 한 번 쉬고는 대답했다.

"알았어요. 갈게요. 너 가서 란돌님이 화만 냈다간 봐."

젊은 병사가 투덜거리며 문안으로 들어섰다.

멀어지는 발걸음 소리가 통로를 울려왔다. 이것은 도박이었다. 전쟁이 시작되고 나서 성주의 아들인 그는 쉴 틈 없이 바빴고 마지막으로 마주친 것도 이젠 꽤나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그저 장난이나 걸러오던 란돌이 자신을 원하는 것이 사실인지도 몰랐기에, 믿는 것이라고는 오라비인 아렌과 허물없이 지내며 자신에게 농지거리나 걸던 전쟁 이전의 모습뿐이었다.

"들어오라신다."

투덜거리던 젊은 병사였다. 케리는 그의 뒤를 따라 어둡고 컴컴한 계단을 오르고 또 올랐다. 벽을 더듬으며 뒤처지지 않도록 열심히 걸어 올랐다.

"어두우니까. 조심하라고. 성주께서 죄다 베푼 탓에 기름도 아껴 쓰리셨거든."

확실히 스어가와 달리 매우 단출한 내부였다.


똑똑.

"데리고 왔습니다."

"들어 와."

케리가 들어선 방 안에서는 란돌이 셔츠를 걸치고 있었다. 금방 일어난 그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케리는 잠시 눈을 둘 곳을 찾지 못해 고개를 떨궜다.

"의원이 필요하다고?"

낮은 어조의 목소리가 케리에게는 어쩐지 낯설고 무섭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제발 부탁드릴게요."

"왜, 나를 찾아온 거지."

"오라버니와 친구시잖아요."

"성주의 아들인 내가 그대의 오라비와 말인가."

란돌의 대답이 어딘가 싸늘하게 느껴지자 그것이 찬물을 머리에 끼얹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그래도,"

케리는 꾸욱 참고 있던 눈물이 다시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것뿐이야?"

"네?"

"날 찾아온 이유가 그것뿐이냐고."

돌아보는 눈빛이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케리는 있는 힘껏 손가락에 힘을 주어 옷을 쥐고 있었다. 긴장감에 잡혀먹힐 것 같았다.

"도와주세요. 제발. 뭐든지 하겠습니다."

"뭐든지 한다라. 뭘 하려고."

"몸이라도 팔겠습니다. 돈을 마련해 올게요."


어느샌가 바로 앞에 다가온 란돌이었다. 케리는 무심결에 한 발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그거, 협박인가? 도와주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몸을 팔아버리겠다고."

란돌의 손이 눈물이 가득한 눈을 한 번 쓸었다. 케리는 몸이 뻣뻣하게 굳는 것 같았다.

"그럼, 도와주면 나에게 몸을 팔아 줄 텐가."

"팔겠어요. 어미를 위해 몸을 파는 것이라면 할 수 있습니다."

떨리는 목소리지만 케리는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눈물이 펑펑 쏟아져나 왔다. 어느새 올려진 란돌이 손가락에 한 방울 젖어들었다.

란돌은 케리를 자신을 향해 끌어당겼다. 그리고 가볍게 입술에 입을 맞추고는 놓아주었다. 그는 웃으며 케리에게 말했다.

"안 때리네."

"네?"

"입을 맞추면 때릴 줄 알았거든. 미안, 기회를 놓치지 않는 남자라서."

란돌은 해맑게 웃으며 한 번 더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입을 길게 늘이며 씨익하고 웃어 보였다.

"우리도 가지. 의원을 먼저 보냈거든."

케리가 말을 하려 했지만 펄럭이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보드라운 것이 자신의 몸을 감쌌다. 한쪽 면이 털로 된 커다란 망토가 자신을 칭칭 감았다. 란돌은 그렇게 케리를 안아 들었다.

"저기, 제가 걸을 수 있습니다."

"거짓말. 다리가 후들거리던데. 이참에 여인을 안고 내려가고 싶은 마음을 이해해달라고. 기회를 놓치긴 싫거든."

란돌은 케리를 팔에 안고 계단을 빠르게 내려와 말 위에 올렸다. 그리고 성문을 향해 달렸다.

"케리."

"네?"

"또, 몸을 판다느니 말하면."

"네..."

"울어버릴 테니까. 알아서 달래."

란돌은 품 안의 사람을 더욱 사랑스럽게 끌어안았다. 케리는 방금까지 느낀 무서움도, 초조함까지 모두 사라지는 것 같았다. 철없는 바보 귀족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이렇게까지 의지할 수 있는 기분이 될 줄은 그녀 자신도 몰랐던 일이었다.

케리가 심장이 터질 듯이 뛰어온 길을 말은 너무나 쉽게 거슬러가고 있었다.


긴 밤이 끝나 아침 해가 떠오를 때 즈음, 제스미의 고비도 끝나가고 있었다. 란돌은 새벽까지 케리의 곁을 지키다 성으로 돌아갔다.

한결 편안해진 숨소리가 들렸다. 의원이 몸을 일으키자 케리가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했다.

"이건, 아침저녁에 뜨거운 물에 끓여서 같이 먹게 하고, 애들 데리고 맘고생이 심했나 보군. 잘 자게 하고. 몸에 영양이 너무 부족하니 먹을 것도 흠, 생활 힘든 것이야 뻔하지마는 잘 구해보도록 하고."

"많이 피곤하셨겠어요. 감사해요."

"하하, 여하간 무슨 사이인지는 모르지만 도련님에게 잘 좀 말해주라고. 당장 나가서 못 살리면 목을 자르겠다고 새벽에 종놈이 기겁해서 문을 두드리더군. 후. 여하튼 이제 나도 좀 살겠군."

"어휴. 정말."

한숨을 내쉬는 듯했지만, 케리는 웃고 말았다.

케리는 리아에게 '란돌님에게는 빚을 지고 말았다.'고 말했지만, 리아는 드디어 넘어갔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느낀 것은 틀리지 않았는지 케리는 더는 란돌을 밀어내지 않았다. 평민인 신분이 늘상 마음에 걸렸지만, 란돌이 자신에게서 질려 떠나갈 때까지는 자신은 이대로 지내리라 미음을 먹었다. 어느샌가 전쟁은 제국이 계속된 승전을 올리며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란돌은 성안에 갇혀 있는 것도 질리다며 거의 매일같이 찾아와 레리와 놀아주거나, 제스미와 수다를 떨고는 케리의 뒤를 따라다녔다.

그 어느 날이었다.

"케리."

"네?"

"나와 결혼하지 않겠어."

억지로 앉혀 케리의 머리를 빗어 내리던 란돌이 뜬금없는 말을 했다.

"장난하지 마세요."

"황제의 허가가 있으면 귀족과 평민이라도 정식 결혼이 가능해."

"그것이야 알고 있지마는 무리란 것을 아시잖아요."

"걱정하지 마. 우리 바보 아버지는 나름 머리가 깬 사람이거든. 케리가 신부로 온다면 맘먹고 공부도 하겠다고 흥정을 할 거야. 그리고 내가 직접 수도 성에 다녀오겠어. 가족들이 살 집도 성안에 마련할게. 아무런 걱정 하지 마."

"하지만..."

"늘상 대찬 아가씨가 왜 이럴까. 다른 문제는 전부 내가 해결할게. 생각하지 마. 싫어?"

케리는 란돌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란돌은 환하게 웃으며 케리의 목에 얼굴을 품고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란돌은 아직은 전쟁 중이니, 임시로 반지 대신이라며 항상 케리의 목에 달린 나무 꽃 방울 한가운데에 자신의 침으로 된 이식(耳飾)을 박아 넣었다. 꽃송이 사이에 작고 파란 보석이 빛났다. 두 사람에게 그것은 약혼의 증표인 셈이었다.

곧, 전쟁이 끝날 것 같았다. 마음이 급했던 란돌은 직접 허가서를 받을 생각으로 수도를 향해 떠났다.


그리고 그가 돌아왔을 때에 케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작가의말

내용에 섞여 있던 두 사람의 과거 부분을 이미 읽은 분들이 계실 것이리라  여겨 게시물을 더 늘리지 않고 하단부로 옮겼습니다.

후에 전체 게시물을 정리하게 되는 날에 외전들은 따로 분리 할 계획입니다.

이래 저래 고민이 많습니다. 피드백을 주시면 감사히 참고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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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53 나무젓가락
    작성일
    14.12.03 17:35
    No. 1

    개인적으론 굵직한 내용을 죽 진행하심이 어떨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형향馨香
    작성일
    14.12.03 17:50
    No. 2

    아침새님 말씀에 역시 긴 회상을 내용에서 빼내어 외전으로 하단 붙임으로 고쳐보았습니다, 읽으신 분들이 계실 것이니 지금 따로 빼내지는 않고 훝날 연재물을 다시 정리 할 때는 다른 외전 게시물로 이동을 시켜보겠습니다.
    말씀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 백서월
    작성일
    14.12.04 18:59
    No. 3

    안타깝다는 말밖에 안나오네요..
    그건 그거고 란돌이 정신 좀 차리고 살면 좋겠네요 ㅎ
    케리가 슬퍼하겠다ㅠ
    +근데 비사.. 왜 에스윈이 레리의 손을 못잡게 한걸까요?
    분명 이유가 있을터인데.. +ㅅ+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형향馨香
    작성일
    14.12.04 20:22
    No. 4

    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레리가 아니라 베리였지만, "유구무언" 인 저는 이만 ㅎ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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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붉은 못 82화 - 장례 연회 +8 14.12.10 600 3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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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붉은 못 79화 - 장례 연회 +6 14.12.05 520 35 16쪽
» 붉은 못 78화 - 장례 연회, 외전 그들의 연담(緣談) +4 14.12.03 441 28 25쪽
77 붉은 못 77화 - 이륜(二輪) +6 14.12.01 626 36 16쪽
76 붉은 못 76화 - 이륜(二輪) +8 14.11.28 669 37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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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붉은 못 73화 - 이륜(二輪) +8 14.11.19 515 38 12쪽
72 붉은 못 72화 - 물음 +8 14.11.16 599 4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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