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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못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형향馨香
작품등록일 :
2012.09.25 10:10
최근연재일 :
2014.12.21 16:37
연재수 :
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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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2.12.2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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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글자
22쪽

붉은 못 48화 - 몽중몽(夢中夢)

DUMMY

짐승이 자신의 영역을 표하는 것은 그 안에 들어오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 울타리였다. 비사는 바로 지금 그것이 필요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빨이 살아있는 사나운 개조심도 아닌, 전직 살수에게 시비 걸지 마시오 정도는 적힌 팻말이라도 하나 들고 다녀야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아렌스에서처럼 화가 나 정신이 혼미한 것도 아니었으니 이 소년을 적당히 떼어놓을 방법을 떠올려야 했다. 치명상을 제외한 선택지가 필요했다.

우습지만 칼을 들고 달려드는 자나 그 칼을 기다리는 자나 두 머릿속에는 '적당히, 상처 없이.'라는 단어가 자리 잡고 있었다.

비사는 양손으로 바닥을 짚고 몸을 들어 올리며 소년의 복부를 발로 차 밀어냈다. 발경(發勁)은커녕 최대한 살짝 닿기만 하게 하고 있었다.

'제법 몸놀림은 빠르지만, 약해. 역시 여자야.'

재빠르게 반응이 돌아온다 싶더니 뒤로 밀려나기야 했으나 그리 아프지가 않았기에 지웨이는 제법 할만한 싸움을 시작한 듯 여겨졌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게 잡히지 않았다. 시선이 대체 어디로 향한 건지도 모르겠는 상대는 휘두르는 칼 범위를 계속해서 벗어나고 있었다.


목을 부러트린다. 그리하면 당장에 죽을 것이니 아니 될 것이었다. 다리를 부러트린다. 팔이 나으련가. 그도 아니면 손가락. 아예 상처가 없도록 정신을 날려버릴 혈을 누르자면 공력을 써야 할 것이고, 차라리 가볍게 급소를 쳐 기절을 시켜야 할까. 하다가도 일단 쓰러져버리면 그를 살피러 사람이 올 것이니 왠지 문제가 복잡해질 것 같았다. 이런 비사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웨이는 멈추지 않았다. 피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칼을 전부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었으나 소년은 조금만 더하면 닿을 것 같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뭐 이렇게 살랑거려!"

악에 받친 소리였으나 이미 숨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결론을 내리지 못한 비사는 이대로 이 소년이 지칠 때까지 피하기만 해도 될 것 같았다. 아예 도망을 가는 것도 괜찮을성싶었으나 너무 열심이어서인지 차마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찌르기, 사선 치기, 올리기, 내리기 자신이 할 줄 아는 것을 최대한 다 꺼내 시험하고 있었으나 뭐 하나 들어먹는 게 없으니 슬슬 짜증이 올라서기 시작한 지웨이였다. 잠시 멈춰서 숨을 헉헉거리던 소년이 다시 크게 팔을 휘두르며 앞을 향했다 비사가 또 아슬하게 옆으로 빗겨날 것으로 생각했으나 아예 시야를 벗어나 버렸다. 빠르게 내뱉어지는 숨과 함께 칼을 든 팔이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뒤를 돌며 소리쳤다. 여유로운 듯 공대를 써주마 하던 것도 어느새 뱉어지는 숨과 함께 사라져 버린 모양이었다.

"젠장! 칼도 안 잡고 살랑살랑 피하기만 하고, 제대로 상대하란 말이야!"

드디어 검은 눈이 포기를 모르는 눈과 시선을 마주했다. 허나 여전히 대답이 돌아오질 않았다. 비사는 이 상황에 대해 왜 자신이 힐난을 받아야 하는지가 이해가 가지 않았으나 지금 상대하는 것은 얄미운 짓을 벌여 놓은 카일러스가 아닌 치기 어린 소년이었다. 나이 차가 나기나 할지는 모르겠으나 그보다 나이 든 자들만을 죽여 온 탓일까. 이는 너무 어리고 순수해 보였다. 열정 가득한 젊음보다 속세를 떠나는 중 심정이나 와 닿을 판이니 한숨이 새어 나왔다.

"나는 포기 안 할 거야. 칼 좀 피한 것 가지고 날 이겼다고 할 셈인가 본데. 천만의 말씀!"

비사가 손을 내밀었다. 지웨이는 조금 당황한 듯했으나 자신의 손의 칼을 달라는 뜻인 것을 알아채고 칼날을 쥐고서 손잡이를 비사를 향해 내밀었다. 흙 묻은 손이 칼을 건네받았다. 드디어 칼을 잡아주는가 싶더니 돌아서서는 건물 벽을 향해 걸어가 버렸다.

"뭘 하려는 거야?"

"난들 알아?"

두 소년이 목소리를 낮추며 한 마디씩 말을 주고받더니 조심스럽게 뒤를 따랐다. 벽을 물끄러미 보던 비사가 왼손으로 튀어나온 기둥의 큼지막한 벽돌을 쓸었다. 맨 아래층의 주춧돌로 들어갔을 것이니 단단하고도 두터울 것이었다. 비사가 팔을 들어 올리자 손안의 칼이 빠르게 회전하였다. 그와 동시에 칼끝이 곧장 기둥을 향하였다.


쿠우웅-

날카롭지 않지만 크게 울리는 소리였다. 아주 잠시지만 건물 안에서는 진동을 느꼈을 것이었다.

비사는 길게 숨을 들이켰다. 검기와 함께 경을 실었던 팔의 기운이 흩어져나갔다.

"이...이너드..."

일순 검에 맺힌 검기를 본 모양이었다. 이너드가 아니라는 말까지는 굳이 하지 않기로 한 비사였다. 어차피 제대로 설명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비사의 시선이 검을 겨누었던 소년인 지웨이에게 향하였다. 더 할 것이냐 묻고 있었다. 계속할 냥이면 아마도 저 곧게도 들이박힌 칼을 뽑아내야만 가능할 것이었다.

"졌...습니다."

소년은 벽에 박힌 자신의 칼을 보며 나지막이 비사에게 말했다. 터덜터덜 비사가 수로 앞으로 돌아가자 이들은 기둥 앞에 멈춰 선 채로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칼을 쥘 수 있는 이상 포기하지 않을지 몰랐으니 일단 칼을 그의 손에서 치워야겠다 생각한 비사였으나 달리 생각하자면 생물을 어찌할 수 없으니 무생물에 화풀이한 셈이었다.

"괜찮으세요?"

쥬나가 걱정스레 물어왔다. 비사는 가만히 고개만 끄덕였다. 뭐가 어찌 된 건지는 자세히 모르겠으나 자신처럼 상황에 주눅이 들지 않는 비사가 왠지 대단해 보였다. 벽 앞에서 멈춘 듯한 두 소년은 이제 뒤로하고 다시 부스럭거리며 양파를 까기 시작하였다.

하얗게 껍질 벗겨지고 씻긴 양파가 가득한 통을 비사가 들어 올리자 쥬나는 허겁지겁 뒷정리를 하였다.

"저,저기 잠시만요."

여전히 석단 위에 놓인 한 자루의 칼을 조심히 들더니 종종걸음으로 달려가 소년에게 내밀고는 돌아와 껍질이 든 통을 들고서 비사의 뒤를 걸었다.


"칼에서 양파냄새나."

칼을 건네받은 소년이 냄새를 맡아보더니 허리춤에 다시 칼을 집어넣었다. 두 소년은 칼을 뽑아보려 애썼으나 작은 움직임도 느껴지질 않았다.

"사람을 불러올까. 지렛대로 뽑으면 나올지도 몰라."

"잃어버렸다고 해."

"지급 칼 잃어버리면 곤란하잖아."

"그럼, 어쩌다 이 꼴이 되었는지 가서 말하란 거야? 누가 믿어 주기나 하겠어?"

자신이 이 칼을 뽑지 못하는 것이든, 한 번도 칼이 그녀 근처에 가지 못한 것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이 칼을 증거로 보인다 하더라도 지금 비사를 향한 다른 이들의 시선은 조금 전까지의 자신과 같을 것이었다. 그들에게서 돌아올 비웃음을 생각하니 도저히 입이 떨어질 것 같지 않았다.

지켜보던 소년이야 이제 기둥과 한몸이 된 칼 덕에 빈 칼집으로 돌아가 벌을 받을 지웨이를 생각하니 양파냄새 나는 칼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라 여겨졌다.




기사단의 마당은 밤을 제외하고서야 대부분이 소란스러움으로 채워져 있었다. 물건을 실은 수레 차가 들어오고 나가고 단원은 물론이고 이 지역의 자경단과 성의 기사들에 수련생들까지 각각의 용무를 가지고 이 안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니 여기저기에 횃불이 켜지기 시작하였고 수련생들은 저녁 식사 전의 휴식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식사가 끝나고 나면 청소와 빨래, 말 뒤치다꺼리, 무기 정리와 함께 온갖 잡일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쳇 갔더니 아무도 없었어!"

테미가 수련장 한편에 앉아 있는 디엣을 향해 소리치며 걸어왔다.

"어차피 거절당했을 거야."

"좀만 빨리 갈걸. 근데 쟨 왜 저러고 있어."

막사 앞에 한 소년이 무릎을 꿇고서 빈 칼집을 높이 들고 벌을 받고 있었다.

"칼 잃어버렸대. 테미 손가락질하지 마."

"칼 놓고 다닐 거면 거기도 떼놓고 다녀라. 지웨이 이 멍청아!"

디엣이 말릴 틈도 없이 테미가 입 앞으로 손을 모으더니 소리 질렀다. 사방에서 웃음소리가 튀어나왔다. 테미도 크게 웃으며 주변에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서는 만족한 듯이 디엣의 앞에 자리 잡고 앉았다.


"디엣, 내가 생각한 게 있어."

"넌 그냥 생각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테미."

"쯧. 잘 들어보라고. 계속 거절하잖아? 그렇다고 무작정 돌격하는 건 비겁하지. 그러니까 결국엔 저쪽에서 먼저 공격을 하게 만들어야겠어. 어때 나 머리 좋지."

"피해만 다니는데 어떻게 널 먼저 치게 하겠다는 거야."

"간단한 걸 왜 몰라? 화나게 하면 되잖아."

"뭐로 화나게 할 건데."

디엣이 불편한 얼굴로 테미에게 묻자 해맑게 웃으며 답했다.

"몰라. 같이 고민 좀 해줘. 몇 개 생각은 했는데 뭐가 좋은지 모르겠어."

"싫어."

"이런, 그 체스판 같은 대답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하지만, 테미. 여긴 밖이 아니야. 입단하는 순간부터 윗사람이 생긴다고."

"알고 있어. 상하구조!"

"알긴 뭘 알아."

테미가 인상을 한 번 쓰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들어 봐. 잔소리 좀 하지 말고!"

"그래그래."

만사 포기한 얼굴로 디엣이 대답하였다.

"부모 욕. 어때. 화낼 거 같지."

"으 맙소사. 테미."

디엣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테미를 쳐다보았다. 덩달아 테미의 얼굴도 일그러졌다.

"알았어. 안 할게. 그렇게 심각한 얼굴로 쳐다보지 마."

"하지 마. 절대."

"하긴, 나도 좀 너무 치사한가. 그런 생각은 했어. 아 근데 화나게 하려는데 좋은 짓 할 순 없잖아."

테미는 주저앉은 채로 고민을 시작하였다. 디엣은 제발 저 구불구불한 머리통에서 이상한 생각이 튀어나오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식사시간이 다 되었으니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식당을 향하였다. 폴레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여 폴레스, 넌 어떨 때 화나?"

테미가 물었다.

"그...글쎄, 딱히..."

"하긴, 폴레스는 바보라서 화낼 줄도 모르니까."

디엣이 폴레스의 등을 퉁하고 치며 말을 이었다.

"바보가 아니라 사람이 좋은 거지."

"그거나, 그거나지."


퍼억.

테미가 종아리에 느껴지는 고통에 인상을 쓰며 뒤로 돌았다.

"누구야!"

"나다. 이 망할 선머슴아."

칼을 잃어버린, 아니 벽 사이에 낀 칼을 도저히 뺄 수 없었던 지웨이였다.

"감히 여성의 다리를 발로 차다니."

"이럴 때만 여자인 척하지 마. 그나마 봐준 거야."

"행여나 그러셨겠어. 칼 잃어버린 얼간이 주제에."

"이게!"

"어디서 팔아먹고 잃어버렸대에~? 메롱이다!"

지웨이의 얼굴이 구겨지자 테미가 혓바닥을 내밀더니 달려가 버렸다.

"너도 참 힘들겠다. 디엣. 여기까지 나와서 보모 노릇이라니."

기사가 되겠노라 난리를 쳐대는 테미를 말리지 못한 그의 가족들이 디엣이 입단해 있던 케인레스 가를 선택한 것이었다. 남자들이 가득한 곳에 딸자식을 보내려니 믿을만한 사람이 디엣뿐이었으니 선택지가 없었다. 테미의 가문인 아르센 남작가에서 어린 시절부터 일해 왔던 그에게 오누이 같은 보호자 역할이 돌아온 것이었다. 테미 아가씨께서 망할 테미가 되는 데에는 며칠 걸리지 않았으나 테미에게 갖는 책임의 느낌은 가족과 닮아있었다.

"말해 무엇해. 그나저나 칼은 어쩌다 잃어버렸어."

"저 왈패는 아직도 그 손님을 노리는 거야?"

지웨이가 말을 돌렸다. 대답하기 싫은 눈치이니 디엣 역시 더 묻지 않았다.

"뭐, 화나게 해서라도 한 번 붙어야겠다나."

"건드리더라도 웬만해선 화나게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안 좋겠지. 높으신 분들의 손님인데."

"주변이 아니라 당사자가 위험할 수도... 있지 않겠어."

"얕보지 말란 거지? 너 생각보다 신중한 성격이었구나. 다시 봤어."

멀찍이서 테미가 빨리 오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기에 디엣은 서둘러 앞으로 뛰어가 버렸다.

일과가 끝이 나도록 어느 소년이 이날의 일을 곱씹고 있건 간에 누군가에게는 내일부터 칠 사고에 대한 계획과 기대로 설레는 밤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그저 돌고 도는 과거와 똑같은 어둠의 시간이었다.





둥-

둥-


둥둥둥둥-

'혁음(革音).'

분명히 북소리였다. 전쟁이라도 난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 고무(鼓舞)라도 추는 것인가. 순간 비사는 자신의 소매가 펄럭이는 것을 느꼈다. 더는 긴 소매의 장유(長襦)를 입지 않을 것인데 어찌 펄럭이는 것인가. 손을 내려다보니 새하얀 천 자락이 바람을 따라 흩날리고 있었다. 흙의 냄새가 너무도 익숙하였다. 고개를 드니 푸르른 하늘을 따라 이어질 것 같은 높다란 담 위의 기왓장이 늘어져 있었다. 황룡이 그려진 깃발이 담장 위에서 어지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청금성의 대중문 앞이 아닌가.'

그 땅의 이름을 되새기는 순간 눈앞으로 잊혀가던 풍경이 펼쳐져 나왔다. 검은 머리가 어색하지 않을 눈에 익숙한 옷감의 색과 사람 색으로 가득한 거리였다.

멈춰 선 행인들이 웅성거림이 북소리를 덮을 만큼 귀를 울려댔다. 그들은 한데 모여 무언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피비린내...'

비사의 발이 한 걸음씩 사람들 속으로 향하였다. 멈추고 싶었지만, 발이 서질 않았다.


둥둥둥둥-

북소리일까. 심장이 뛰는 소리일까. 장대 끝에는 누군가의 고개 숙여진 몸뚱이가 묶여 있었다. 어딘가 모르게 낯이 익었다.

"아버지! 아버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흑...흑흑..."

비사는 매달린 자를 알아보고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찌하여..."

낮은 목소리로 흐느끼던 소녀의 독기어린 눈이 비사를 찢어발길 듯 올라왔다. 대사농의 여식인 자현이었다.

"네가 죽였잖아. 잊어버렸어?"

그 얼굴을 잊을 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어째서인지 혼란스럽기만 하였다. 자신이 죽인 것은 그녀의 아버지였지 균허가 아니질 않은가.


"내 아버지는 죽여도 되고 저자는 아니 돼? 어째서?"

자신의 마음을 읽듯이 되묻고 있었다. 단 한마디도 내뱉을 수가 없었다. 북소리가 너무도 시끄럽게 머리를 울려대기 시작하였다. 눈을 뜰 수도 없이 고통이 밀려왔다.


"비사."

상냥한 목소리. 그 옥음(玉音)에서 향기가 날 듯하였다. 눈을 뜨자 사람이 가득했던 대중문 앞이 아니었다. 아민 왕자의 거처 영민당의 작은 안마당에 선 은세가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곱다란 비단보에 둘러싸인 함을 들고서.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머뭇거리는 손이 그것을 받아들었다. 스친 손가락이 너무도 차가웠다. 하얀 비단보에 얼핏 붉은 물이 보였다. 그 빛을 보니 달게 절인 앵두일 것이었다.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내 비사가 좋아할 것 같아 가져왔지."

비사가 함을 받아들자 새빨간 앵둣물이 흰 천을 타고 올랐다. 점점 빠르게, 마치 누군가 피를 쏟는 상처를 틀어막은 것처럼 비단보를 적셔갔다.

'앵둣물이... 이리도 붉었던가.'


"...비...사."

은세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손에 들린 이제는 붉은 비단보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였다.

"비...사."

다시 함 속의 목소리가 자신을 불렀다. 자신의 기억이 이 목소리의 주인을 알고 있었다. 은세가 여전히 다사한 웃음으로 손을 뻗더니 매듭을 풀었다. 그녀의 표정은 예전과 다름이 없음인데 그것을 보는 자신이 변한 탓인지 그녀의 눈이 자신을 숨 막히게 하고 있었다.

"비사. 이것을 원했던 것이 맞지요? 확인해야지요. 그대가 만든 끝이었잖아요. 그분의 꿈을 짓밟고 내게서 그분을 빼앗아 가는 끝이요."

함에서 넘친 붉은 물이 손을 적시고 소매를 적시며 바닥을 물들이고 있었다. 비사의 눈이 열려버린 함을 향했다.


눈감은 아민의 잘린 머리가 핏물에 잠겨 있었다. 자신이 그의 목을 벤 것도, 은세의 고통을 원한 것도 아니었으나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제 손으로 이 끝을 선택하였다. 탓하는 목소리마저 상냥하여 더욱 마음을 후벼 팠다.

"비사."

"비사."

대답하지 않는 이를 부르는 목소리가 계속하여 들려왔다. 손에 들린 함이 거칠게 흔들리며 요동쳤다. 열릴 리 없는 눈이 뜨이더니 똑바로 비사를 향하였다.

"비사."

비사는 눈을 감았다. 자신을 쏘아 볼 줄 알았던 아민의 눈이 예상과는 달리 너무도 처량하였다. 자신의 어깨를 잡고 부탁을 하던 그날의 그 눈빛이었다.

차라리 원망하여 주면 이 마음이 덜 아플런가. 북소리가 다시 사방을 메웠다. 제 손만 핏물로 적셔 놓은 채로 은세도 아민이 든 함도 사라져버렸다.


"나를 탐욕스런 살인귀라 불렀지."

비사의 눈이 날카롭게 떠지었다. 이것이 꿈이라면 아주 잔혹한 실타래의 꿈일 것이다.

"너를 봐. 너는 다른 것 같으냐. 네가 할 줄 아는 것이 무엇이지? 큭큭, 대답해 보거라."

비사의 손에 어느새 붉은빛을 뿜어내는 적인이 쥐어져 있었다. 몇 번이고 그 더러운 목숨을 갈가리 찢어 버릴 것이었다. 어떠한 생각도 주저도 없이 비웃는 심장을 꿰뚫어버렸다. 하지만 그 입이 멈추지 않았다.

"네 탓이다. 전부 네 탓이다."

저 빌어먹을 북소리와 함께 윤허의 웃음소리가 자신을 미치게 만들 것 같았다. 비사는 희미하게 들려오는 적인의 울림을 느꼈다.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눈을 뜨니 방안 가득 나무를 얇게 깎은 듯한 나비가 날고 있었다. 적인이 자신을 깨우려 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낮게 울고 있었다.

"울지 말거라. 적인."

비사가 적인을 둘러싼 나무껍질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우습게도 살아가는 시간이 길수록 악몽의 가짓수가 늘어나고 있었다. 그들의 불행을 원한 것은 아니었다. 분명 이성이라는 것은 그 결과가 자신의 선택만이 아닌 그들이 쌓아 온 선택의 일부라는 것을 알고 있음이나 그렇다하여 제 손이 섞인 그 과정들이 모두 아무렇지도 않게 뇌리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무엇을 택해도 후회할 것이라는 이스터의 말이 떠올랐다. 아민의 뒤를 묵묵히 따랐어도 망가지기 시작한 것이 전부 숨겨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잃고 잃어 남는 것은 비참한 꿈인가.'

아마 자신이 가장 제대로 표하는 감정이라면 자조와 분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아직도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것일까. 업이 너무 많은 탓에 꿈에서조차 죄를 묻는 이가 끊이지 않을 모양이었다. 이번엔 누가 이 악몽에 발을 들여올 것인가.


둥둥둥-

"비이사아아!"

저 부름의 주인은 누구인가.

"야! 이 쪼잔한 깍쟁이 체스판아!"

캉! 챙강!

곧이어 무언가 깨지고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멍청한 여자야! 시끄러워! 뭐 하는 짓이야!"

'이시스.'

아무리 생각해도 뒤에 이어진 것은 이시스의 목소리였다. 그것도 굉장히 짜증이 섞여 있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방안을 떠다니던 나비들이 적인을 향해 빨려 들어갔다. 이스터가 문을 열고서 들어오지도 않은 채로 입구에서 말했다.

"소란스러우시지요. 곧 조처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스터."

급히 걸음을 떼려다 그녀의 발이 멈추었다.

"네."

"깍쟁이가 무엇인가."

이스터가 선뜻 대답하지 못하였다. 억지로 만들어낸 미소 그대로 잠시 굳은 듯 서 있었다. 밖에서는 다시 외침이 들려왔다.

"네 손은 금덩어리냐! 왜 그렇게 빼냐! 얼굴은 허예 가지고 햇빛 좀 쬐라아! 이 죽은 눈! 성깔 있는 거 다 안다! 온종일 먹고 자기만 하냐! 말투는 그게 뭐냐! 말을 글로 배웠냐!"

"날도 안 밝은 이 새벽에 무슨 짓이야! 이 무식하고 교양 없는!"

또 무언가 떨어지며 조각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던져서 누가 맞냐! 제대로 좀 해보지? 이 꼬맹아!"

위층의 이시스와 저 밖의 외쳐대는 목소리가 티격태격 끊임이 없었다.


"비사님. 허튼 입이 뱉는 것은 들으실 가치가 없답니다. 그럼 잠시."

조용히 방문이 닫히더니 이스터의 걸음이 급히 멀어져갔다. 아무래도 성이 난 눈치였다. 상냥한 이들은 화도 웃으며 내는가 싶어졌다.

정신이 완전히 흐트러졌는지 주변이 전혀 읽혀 들어오지가 않았다. 초점도 제대로 잡히지 않은 눈으로 축 늘어져 앉아있으려니 바깥은 여전히 소란스러웠다. 허튼소리 들을 것 없다 한들 밤눈도 밝았지만, 귀도 밝으니 비록 말소리가 너무 빠르고 뜻이 다 이해가 되지는 않았으나 계속 흘러들어오고 흘러나갔다.

고함을 지르는 사람들과 웃음소리, 뭔가 부딪히는 소리가 뒤엉키더니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멀어진 것인지 소리가 멈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적막이 돌아오는구나 생각한 것도 잠시,


쿵쾅쿵쾅. 딸칵!

"비사!"

왜 이리 찾는 이도 많은지 그놈의 이름이 닳아 없어져 버릴 판국이었다.

"저 망할 꾸불!꾸불!꾸불이! 비사가 싸워줬으면 됐는데. 빨리 자기 위치를 내 밑으로 인식시켜 줘야 하는데. 비사 이쪽 좀 보라고! 무시하지 마!"

미동도 않는 비사의 옆 통수에다 대고 빠른 속도로 종알거리고 있던 이시스였다. 비사의 목이 아주 천천히 이시스를 향해서 돌아왔다. 녹슨 문이 벌어지는 소리가 목에서 날 것 같았다. 비사의 눈에 귀찮다와 피곤하다라고 적혀있었다. 이시스는 샐쭉한 표정을 짓더니 품의 유리병을 내밀었다.

"내가 좋아하니까 오라버니가 구해다 준 건데 이거 줄게. 뇌물. 비사는 못 먹어 봤을걸? 비이이싼 설당 가루에 재어 놓은 거니까. 부탁 한 번 들어 주라아아. 이 이시스님이 친히 부탁하잖아. 응?"

이시스는 비사의 눈앞으로 손에 든 것을 내밀었다. 새빨간 알들이 찐득한 당물 안에서 광택을 내고 있었다. 은세가 내밀던 앵두와는 다른 이름, 그리고 다른 맛이 날 것이었다.

병을 흔들어대던 이시스가 비사와 눈이 마주치더니 입을 길게 늘이며 웃었다. 소몽마(夢魔)가 미소 짓는 것을 보니 여전히 몽중 이려는가. 퀭한 눈이 몇 번 눈을 깜빡이더니 이불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익! 무시하지 마! 비이사아!"

몽마가 자신의 이름을 계속하여 부르는 것을 보니 아마 다시 눈을 뜨더라도 꿈이 끝나지는 않을 모양이었다.


작가의말

또 이리도 길어져 버렸습니다. 끊자니 흐름이 잘릴 것 같고.. 매번 생각하지만 어려운 부분입니다. 조금 걱정이 많이 되는 회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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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세가 들고 온 것은 앵두 입니다. 이시스가 들고 온 것은 비사가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니 본문상에서는 추측만을 하고 있으나 설정은 체리(단버찌)입니다. 앵두와 체리는 둘 다 장미과에 속한 것으로 따지자면 친척뻘인 셈입니다. 체리를 양앵두라고 표현하기도 하지요.

앵두의 경우 원산지는 중국과 한국이고 체리(단버찌)의 경우 터키와 유럽중남부 입니다. (한국 재래종인 흑앵, 말하자면 검은 버찌도 있긴 합니다.) 그냥 크게 나누어 동양과 서양의 기분 정도만 나타내려 사용되었습니다. 혹시 궁금하신 분들이 계실까하여 덧붙여 봅니다.

앵두와 체리는 사실 따지자면 종류가 좀 많은 편이지만 거기까지는 들어가지 않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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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2

  • 작성자
    Lv.10 사이다켄
    작성일
    12.12.21 17:34
    No. 1

    얍 일타 잘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형향馨香
    작성일
    12.12.21 17:47
    No. 2

    욥!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침묵의계절
    작성일
    12.12.21 17:49
    No. 3

    비사가 정말 마음에 들어요. 과거에 영향을 받으면서도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모습이 보기 좋은 것 같아요ㅎ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형향馨香
    작성일
    12.12.21 21:13
    No. 4

    어떤 방향으로 성장을 하게 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ㅎㅎ 마음에 들어해주셔서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12.21 18:25
    No. 5

    시비거는 애들 귀엽긴 한데 뭔가 되게 밉상이네여 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형향馨香
    작성일
    12.12.21 21:19
    No. 6

    ㅎㅎㅎ 어찌보면 밉상이니까 비사를 귀찮게 할 수 있는 파워가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7 너의여름
    작성일
    12.12.23 04:31
    No. 7

    이시스가 비사에게는 소몽마군요 ㅋㅋㅋㅋㅋ 이시스도 초반엔 좀 민폐끼치는 캐릭터인데.. 지금은 그냥 철없는 어린애라 그래도 귀엽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형향馨香
    작성일
    12.12.23 17:42
    No. 8

    으하하하. 여전히 제멋대로이긴 하지만 초반엔 좀 이미 상황자체가 민폐였기 때문에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12.23 10:30
    No. 9

    뭐가 이리도 귀여운지... 멍하니 살랑거리기만 하는 비사도 그렇고 온갖 꾀를 다 짜내는 아이들도 그렇고 이젠 소몽마도 귀엽네요. 비사는 조금 귀찮아질 필요가 있어요 ㅋㅋ 잘 읽고 갑니다. 그리고, 쾌차하시길 바라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형향馨香
    작성일
    12.12.23 17:49
    No. 10

    으하하하 귀찮아질 필요가!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DragonLo..
    작성일
    12.12.24 02:06
    No. 11

    흐하하...이젠 이시스가 귀엽게 느껴지는군요ㅋㅋ 귀찮게 굴어도 호의에서 나오는 것이니 미워보이지 않는거겠지요?ㅎ 애들이 안전한데서 쉬고있으니 다 귀욤귀욤하군요ㅎㅎ
    그나저나 테미같은 타입은....참....뭐라 평하기 힘든 타입인데...열등감때문에 저렇게 되었느니 하는주제에 훈련은 안하고 빨빨거리기만 해서 더 짜증나는 부류에요ㅠ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형향馨香
    작성일
    12.12.24 11:01
    No. 12

    ㅎㅎ 후 이시스.. 드디어 사람이 되어가고 있군요;; ㅎㅎ 테미는 드러난 부분이 좀 적지요. 일단은 좀 단순한 타입입니다. ㅎㅎ 무대포이기도 하고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2 아스라인
    작성일
    12.12.24 17:09
    No. 13

    잘 봤습니다.ㅎ

    전 화에서 도전했던 소년들에게 이름을 지어줌이 더 좋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역이라도 소년이라는 대명사로만 이야기하니 살짝 혼동이 될 듯도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형향馨香
    작성일
    12.12.24 17:53
    No. 14

    앗 제가 고민하고 있던 부분을 짚어주셨군요! ㅎㅎ
    행동 지칭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어놓은 이름들을 일부러 빼버린 컷들이긴 한데 참... 이생각 저생각이 듭니다. 이대로 둘지 아니면 수정을 하거나 살짝 추가내용을 더 생각해봐야 겠어요. 언제나 읽어주시고 관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8 네라엘
    작성일
    12.12.25 00:55
    No. 15

    이스터가 테미 혼내는 것도 한 번 보고 싶네요 ㅎㅎ

    길어졌다고 고민하시는데....
    음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저렇듯 악몽을 꾸는 것도 비사가 아직 과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걸 드러내주니 괜찮을 것 같네요.
    흔한 양판소들처럼 이런상황에서 싸우자!한다고 쉽게 쉽게 싸우면 비사의 캐릭터가 아닌 기분이 들것같아서 이렇게 대응하고 하는 쪽이 좀 더 비사에게 맞는거 같아요.
    그리고 내용전개가 지지부진하면 모를까 글이 많으면 독자들은 대부분 좋아한다는건 안비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형향馨香
    작성일
    12.12.27 04:51
    No. 16

    앗, ㅎㅎㅎ 이 첫줄에 대한 대답은 다음 회에!? ㅎㅎ
    아무래도 비사의 성격상 붙자고 덤비는 애들을 다 패서 그 위에 군림하게 되면 분위기가 많이 다른 방향으로... 그저 이런 인물도 있다고 봐주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ㅎㅎ
    ㅠㅠ 용기를 주시는군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파이팅!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sfartar
    작성일
    12.12.27 01:33
    No. 17

    개구쟁이네요 ㅎㅎ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형향馨香
    작성일
    12.12.27 04:52
    No. 18

    아직 철이 없어서 ㅎ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8 kazema
    작성일
    12.12.27 19:21
    No. 19

    이게 얼마만안지....ㅠ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형향馨香
    작성일
    12.12.27 19:23
    No. 20

    ㅠㅠ 흑흑 내다버리시지 않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크엉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4 佳人홍구
    작성일
    14.11.14 01:00
    No. 21

    아픈과거를 저렇게 끊임없이 떠올리다니..정신건강에 좋지않아요~!이야기가 재미있긴한데 너무 슬프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형향馨香
    작성일
    14.11.14 02:07
    No. 22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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