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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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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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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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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8,712

작성
23.11.1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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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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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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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02화 가시는 삼킬 수 있다

DUMMY

402화 가시는 삼킬 수 있다


‘부럽다.’


청나라 황제 즉위식 혹은 황위 계승식이라고 불러야 할 것을 본 유구국 왕제 쇼시쓰의 마음에 피어난 것은 부러움이었다.


친왕 격이라고 하며 자리하긴 했으나 그가 앉은 자리는 여러 사람들이다.


황제가 오를 단에 가장 가까이 앉아 오른쪽과 왼쪽을 예친왕 아이신기오로 도르곤과 정친왕 아이신기오로 지르가랑이 서 있고 그들에 이어서 각각 순서대로 늘어선 가운데 중간 정도.


그게 쇼시쓰의 위치였다.


그러한 쇼시쓰의 눈에 멀리 새로이 황위에 오른 어린 후계자 아이신기오로 푸린과 그 모친인 영복궁 장비 보르지기트 붐부타이가 보였다.


이제는 각각 순치(順治)제며 태후라 불릴 두 사람의 가장 가까이에는 다섯 사람이 있었다.


조선왕을 대리한 소현세자 그리고 청나라 친왕 넷이 있으니 보국친왕 예부슈, 요여친왕 아바타이, 영친왕 아지거 그리고 다라겸양친왕 와극달이 그러했다.


그러한 가운데 가장 높고 대표하는 것은 친왕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조선왕을 대리한 소현세자이니 쇼시쓰는 그것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무엇에 근원한 부러움인지는 몰랐다.


제법 성장하였다고 하나 아직 어린아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쇼시쓰는 제 감정이 어디서 근원하였는지, 어찌하여 그렇게 생각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


다만 아주 모르는 것은 아니었으니, 그는 지금 한 가지 이유를 댈 수 있었다.


‘유구도 번국인데.’


조선도 유구도 번국인데 왜 자신은 여기에 있고 조선의 세자는 저기에 있을까.


이 자리에 있는 이들 다수는 이 질문에 대답하여 줄 수 있었다.


그러나 남의 속을 읽어내는 재주를 가진 이는 없고 이어진 즉위 선포에 다들 환성을 지르기 바쁘니 쇼시쓰의 부러움과 의문은 그저 조용히 묻혀버릴 뿐이었다.



***



“고생하셨습니다.”


거처로 돌아오니 동행하였던 기소가 슬며시 말을 건네왔다.


이에 쇼시쓰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 모습을 보며 기소는 저 하고 싶은 말을 입에 담았다.


“아쉬운 기회가 지나긴 했지만 오히려 나을 수도 있습니다.”

“낫다고?”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고 되물으니 기소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왕제 저하, 세상에서 가장 피곤하고 힘든 게 무엇인지 아십니까?”

“밤을 세우는 거? 아니면 오랫동안 서 있는 거?”

짧은 인생 경험을 대변하듯 쇼시쓰의 말은 어린아이의 특유의 느낌이 묻어났다.


이제 그럴 나이가 아님을 생각하면 고침이 마땅하나 기소는 오히려 쇼시쓰의 이런 면을 반겼다.


그가 마음대로 하고자 하면 이 정도가 딱 좋았으니 말이다.


“자신보다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을 이기는 겁니다.”

“응?”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어렵고 힘들며 피곤하지요. 그러한 것보다는 합하여 얻고 기회를 봄이 더 건설적입니다.”

“······.”


이건 좀 아닌 거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였으나 쇼시쓰는 애써 입을 다물고 기소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한 기색을 어렵지 않게 안 기소는 자신만만하게 웃으면서 말을 덧붙였다.


“유구국이 이 거대한 청나라며 그다음 간다고 하는 조선 그리고 그에 비견될 일본과 당장 싸우는 일은 힘듭니다. 그러니 당장은 그들에게 합하는 것이 좋으니, 왕제 저하께서는 부디 이 일을 제게 맡겨주십쇼.”

“무엇을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대단한 일은 아닙니다. 그저 우호를 다지며 저들이 강한 비밀 좀 캐어보는 것이지요.”


기소가 하는 말에 쇼시쓰는 크게 혹하였다.


허나 기소의 내심은 쇼시쓰가 바라는 방향, 온전히 유구국 위하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사츠마는 글렀어. 청이며 조선에 비하면 그들은 너무 작다. 또한 여기서 듣고 살피니 녀석들도 두 나라에 기대어 벌고 있지 않은가. 슬슬 배를 갈아탈 때야.’

“좋습니다. 대신 하루하루 무슨 일을 하였고 어떻게 되는지 보고하는 걸 잊지 마시오.”


쇼시쓰가 허락을 내려주니 기소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알리는 일이야 대수로운 일이 아니었다.


이제 그는 유구의 얼굴로서 움직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예, 물론입니다. 유구국을 위해 이 기소, 전심으로 일하겠습니다.”



***



“산해관에서 물러나게 해주겠다?”


병부시랑 진신갑이 보내온 서신을 살핀 남경 총독 양사창은 곤란한 얼굴로 눈살을 찌푸렸다.


‘나쁘진 않아. 나쁘진 않은데······.’


좋은가 나쁜가를 따지면 저울은 분명히 전자로 기운다.


하지만 당장이 아니라 미래를 생각하면 후자로 기울었다.


“후우.”


보통을 미래를 생각하여 물러나징 않음이 옳았다.


그리고 양사창은 조금만 여유가 있었다면 그러했을 것이다.


허나 안타깝게도 남경 조정에는 그런 여유가 없었다.


“빌어먹을. 하다못해 사천하고만 연락이 되었다면.”


당금 명나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전력은 남경에 도망한 북방군과 남경 수비대 그리고 사천 토벌군이었다.


이 가운데 남경 수비대는 사실 수비하여 지키는 일에 머릿수 보태는 일이라면 모를까 치고 나갈 병력은 아니다.


자연스레 공격은 도망한 북방군을 수습하여 진행하여야 하는데 이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본디 북방군을 맡았던 홍승주의 부관인 하승덕에게 맡겨서 붕괴하는 꼴은 면했지만 다시 전력이 되기에 족히 수년은 걸릴 터였다.


그러나 그걸 마냥 기다리고 있기에는 명나라 사정이 여러모로 좋지 않았다.


남경에서 사방에 미치는 영향력이며 지배력은 눈에 띄게 줄고 있었고, 이를 막기 위해서는 군사가 필요했다.


그것도 정예하고 규모 있는 군사가 말이다.


어디서든 보충을 해야 했다.


모으든, 나가 있는 이들을 돌이키든 말이다.


하지만 이제 남은 군사들, 그나마 의지할 법한 사천 토벌군과는 반란군으로 인해 연락이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제안은 아주 달콤하기 짝이 없었다.


산해관을 내어주는 대신 그곳에 있는 강병들을 데리고 올 수 있음은 물론이고 사실상 한시적이나마 청나라와 휴전을 맺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청나라 놈들은 강해.’


못마땅한 얼굴로 고심하던 중 양사창은 자신이 생각한 것에 놀라고 말았다.


“하. 청나라라. 이제는 변방 오랑캐라 부를 수가 없구나.”

“총독 대인, 황상께서 부르십니다.”


바깥에서 그를 찾는 말에 양사창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가겠다.”



***



양사창이 걸음 하여 새로이 즉위한 명나라 황제, 의흥(義興)제 주자랑이 있는 곳에 온 순간 알았다.


그가 이곳에 온 이유는 황제의 뜻이 아니라는 걸 말이다.


“만세, 만세, 만만세! 신 양사창, 황제 폐하의 부름에 따라 대령하였나이다!”


한껏 예의를 갖추어 목소리를 올리니 주자랑은 다소 부담스러운 얼굴로 손을 저었다.


“양 총독은 홍 상서 죽은 지금 내가 모실 수 있는 가장 높은 스승이오. 과한 예는 부담스럽습니다.”

“어찌 소신이 그러하겠습니까? 지고한 황상을 대함에는 사사로운 자리라고 한들 조심하고 또 조심하여 언행함이 마땅하니 지금과 같이 공적인 일을 논하고자 부르셨을 때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부담스럽다고 말하긴 했지만 나라 기울고 힘든 시국에 더욱 공경하는 양사창이 보이는 태도는 실로 듣기 좋고 보기 좋으니 주자랑은 즐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총독 대인이 이리 공과 사를 분명히 하시어 황상을 보필하니 실로 대명의 홍복입니다. 이 오양, 참으로 감격스럽습니다.”


그러던 중에 북경 수비대 대장이나 이제는 그 자리가 무의미해진 오양이 칭찬하니 양사창은 곁눈질로 그를 살폈다.


이 자리에 다른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나 무언가 의견 내기에 적당한 사람은 오양 정도뿐이니, 그가 무언가 의견 내어서 양사창이 불린 것은 분명했다.


허나 그 무언가에 대해 짐작 가는 일이 전혀 없으니 양사창은 섣불리 나서지 않고 상황을 살폈다.


“양 총독을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니라 여기 북경 수비대 대장인 오양이 간언한 일이 타당한가 한번 들어보고자 함이오.”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에 한번, 그리고 황제가 이리도 자신을 의지한다는 점에 다시 한번 즐거워한 양사창은 그 기쁨을 자제하며 입을 열었다.


“오양 제독은 본디 군을 다루는 일에 일가견이 있으며 저 무도한 청나라 놈들과 가장 마지막까지 다툰 사람입니다. 당연히 귀를 귀울여 봄이 합당하다고 하겠습니다.”


귀를 기울임이 합당하다는 말의 이면에는 듣기는 들어도 반드시 행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말이 깔려있었다.


오양은 이러한 이면을 어렵지 않게 읽어내고 잠시 씁쓸함을 입가에 머금었으나 이내에 그것을 지우고 입을 열었다.


“이 오양, 책무를 제대로 다 하지 못한 불충하고 못난 놈에 불과합니다. 황상께서 이 작은 놈을 잘 보아주심은 실로 은혜가 넘쳐 한량없기 그지없으나 부디 양 총독께서는 저를 높이지 말아주십쇼.”


여러모로 한발 물러나고자 하는 오양의 말에 양사창은 슬쩍 경계심을 풀었다.


“내 어찌 그러하겠습니까? 백만 대군은 막아도 배신자 하나에 무너지는 게 전쟁입니다. 또한 그대는 그러한 와중에도 충심을 다하여 황자 전하들과 황녀 전하들을 구하여 왔습니다. 실로 훌륭합니다.”

“결과가 따르지 못하였을 뿐이다. 제독 오양은 개의치 말라.”


양사창에 이어서 주자랑이 정리하고 나섰다.


이에 한 번 말이 끊어지니 주자랑이 다시 입을 열어 본론을 꺼냈다.


“오늘 오양이 찾아와서 이르기를, 산해관에 자신을 보내달라고 청하였다.”


마침 산해관에 관한 연락을 진신갑에게 받았던 참이라 양사창은 저도 모르게 움찔하였는데,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자랑은 들은 말을 일러주었다.


“산해관 보급이 험하고 어려워지고 있다지? 오양이 이르길, 그에게 수송을 맡겨달라고 하였다. 양 총독, 근래에 어려워지는 보급에 무언가 대단한 대책이 없다면 오양 제독에게 맡김은 어떠한가?”


보급 부대를 책임지고 맡겠다는 말에 양사창은 혹시나 하던 생각이 역시나 아님을 알고 안도했다.


사실 가기도 어렵고 돌아오기도 쉽지 않으니 보급 부대를 이끌고 나가려는 이들도 나날이 줄던 참이었다.


그런 와중에 오양이 나서서 지원한 것은 좋았다.


하지만 한편으로 걱정이 드는 면도 있었다.


‘오양이 있는 게 산해관 통제하기 좋은데.’


산해관은 청나라 목에 걸린 가시와 다름이 없으나 이는 다시 말해 청나라 입안에 있다는 말과도 다르지 않았다.


전에 가도에 있던 놈들의 선례를 생각하면 상황에 따라 그들도 힘이 부친다고 하며 항복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다.


오양은 그러한 면에서 일종의 보험이라고 할 수 있었으니 지금 산해관 총병 오삼계는 그의 아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끄응.’


그렇다고 보내지 않기도 애매하니 산해관 유지하는 일을 생각하면 늦어도 내달에는 보급이 출발해야 했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고 한들 모험은 할 수 없다. 대명은 더 물러날 수 없어.’


속에서 치솟는 불안감에 양사창은 결국 견디지 못하고 결국 진신갑이 보낸 말을 올리기로 마음먹었다.


과한 걱정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간 내내 불안하게 여겨왔던 것이 오양이 산해관 행을 자청하며 이제 더는 내리누르고 부정하기 어려워졌다.


“오양 제독의 의기는 실로 훌륭합니다. 다만 폐하, 그 전에 진신갑이 보내온 이야기를 살피심이 어떨까 합니다.”

“병부시랑이 말인가?”


진신갑의 이름에 주자랑은 물론이고 오양 역시 무슨 말을 보내었나 궁금하다는 얼굴을 하니 양사창은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하듯 말을 이었다.


“진신갑이 전하여 이르길, 산해관을 내어주고 산해관 군사들을 몸 성히 보내는 일을 논하였다고 합니다.”


작가의말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kkatnip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여 주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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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64 ageha19
    작성일
    23.11.11 21:10
    No. 1

    산해관을 완전히 넘겨주면 다시는 화북을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있을테죠. 기소와 쇼시쓰의 동상이몽은 과연 어떻게 튈지 모르겠군요.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63 g9******..
    작성일
    23.11.12 00:19
    No. 2

    강남왕조로 존속하기위해 노력하는것도..그럭저럭..괜찮을듯하네요..되느냐..까지는 모르겠지만..

    찬성: 2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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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8 417화 멈추는 것은 언제인가 +4 23.11.26 249 19 13쪽
417 416화 승전 아닌 승전 +2 23.11.25 262 21 13쪽
416 415화 찻잔은 넘길 수 없다 +4 23.11.24 239 18 18쪽
415 414화 선택할 수 없는 일 +3 23.11.23 229 16 13쪽
414 413화 시작은 끝이 아니다 +3 23.11.22 254 19 13쪽
413 412화 소문에도 진실은 있다 +3 23.11.21 263 19 12쪽
412 411화 새로운 하늘 +5 23.11.20 282 22 13쪽
411 410화 사천 평정 +2 23.11.19 253 19 13쪽
410 409화 천수가 있는 성 +4 23.11.18 258 19 12쪽
409 408화 이역만리의 만남 +5 23.11.17 296 22 12쪽
408 407화 부자가 가는 길 +6 23.11.16 289 21 14쪽
407 406화 체면 경쟁 +10 23.11.15 282 22 13쪽
406 405화 꿈보다 해몽 +2 23.11.14 274 19 12쪽
405 404화 할 수 있는 최선 +2 23.11.13 249 18 12쪽
404 403화 천명의 사자 +5 23.11.12 248 20 13쪽
» 402화 가시는 삼킬 수 있다 +2 23.11.11 258 19 12쪽
402 401화 시간은 때때로 불공평하다 +5 23.11.10 260 19 13쪽
401 400화 서쪽으로 +8 23.11.09 263 19 14쪽
400 399화 작은 천하 +3 23.11.08 262 19 14쪽
399 398화 아직은 반쪽 +3 23.11.07 257 21 14쪽
398 397화 흔들리는 판 +1 23.11.06 253 21 14쪽
397 396화 균형 +1 23.11.05 254 22 12쪽
396 395화 논공행상 +3 23.11.04 267 22 12쪽
395 394화 동경 +3 23.11.03 266 20 12쪽
394 393화 다섯인가 하나인가 +5 23.11.02 254 22 14쪽
393 392화 노리는 것은 +1 23.11.01 249 20 12쪽
392 391화 두 번째 황제의 죽음 +1 23.10.31 263 20 16쪽
391 390화 떠나는 계절 +3 23.10.30 248 22 13쪽
390 389화 사대부로서 부끄러운 일 +3 23.10.29 262 20 12쪽
389 388화 필요하면 만든다 +5 23.10.28 290 2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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