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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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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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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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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72화 칼이 없는 전장

DUMMY

172화 칼이 없는 전장


“본래라면 조선왕께서 조선 내에 일을 다스림이 마땅하며, 그에 간섭하는 것은 내 권한이 아니고 뜻도 아니오. 하지만 때때로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일이 생기는 법.”

“김준룡을 조정에서 물러나게 하라는 것이면 나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오.”


하고자 하는 말을 바로 짚어내고 거절 의사를 보이니 과연 조선왕은 만만치 않다 여긴 예친왕 도르곤은 준비한 조건을 내밀었다.


“감히 그런 것을 바라겠소이까. 다만 나는 한께 조선과 우리 청나라가 부딪칠 일이 아예 없어졌다고 고하여야 합니다.”

“......그래서 양보하여 달라?”

“그렇소.”


이것은 도르곤이 받은 임무이자 가져가 보일 공헌이기도 했다.


조선왕의 편을 들어서 그에게 가담하게 함은 좋으나 그러다가 너무 퍼주어 도르곤 자신의 친왕 자리가 위태해질 지경이 되면 본말전도였다.


물론 그의 자리는 고작 그런 일로 흔들릴 정도로 가볍지 않고 약하지 않다.


허나 이런 일이 하나고 둘이고 쌓이다 보면 정작 중요한 순간에 뜻대로 행하지 못하게 될 것이며, 그렇지 않다고 한들 다른 친왕들에게 견제를 받을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홍타이지는 이렇게 일방적으로 청이 손해 보는 걸 탐탁지 않게 여길 것이 너무나도 분명하게 보였다.


“어영군이라는 자들, 그대 조선왕의 친위대장 자리에서만 물러나게 하시오. 그것만 받아주면 좋소. 그가 직급이 오르던 아니면 이성왕(성이 다른 분봉왕)으로 삼든 개의치 않을 것이오.”

“그대가 그런 의미로 말한 것이 아님은 아나 조선에서 왕은 언제고 하나요.”

“이런, 실언하였소이다.”


실언하였다며 슬쩍 물러나긴 했으나 후회하거나 난처한 기색은 보이지 않으니 그 말이 반 정도는 의도적임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쉽긴 하지만 쉽게 할 일이 아니고 쉽게 내릴 것도 아니지.’


슬쩍 후일을 생각하여 정략적으로 찔러본 일이 가벼이 허사로 돌아감에 도르고은 아쉬움을 느꼈다.


그러나 처음부터 기대가 대단치 않은 수작이었기에 그는 금세 그 아쉬움을 버리며 말을 이었다.


“조선과 청 사이에 군사적 충돌이 없을 거라는 보장이 필요하오. 언제고 충돌할 긴장된 상황이 아니라 말이오.”

“이해하는 말이오. 허면 내가 몇 가지 일을 제안하고 싶소만.”

“제안?”

“그대가 황상께 보일 것이 필요하듯 나는 이곳 조선 사람들, 대신들과 백성들에게 보일 것이 필요하오. 기껏 정의가 이루어졌다고 여기는데 갑자기 김준룡이 자리를 옮기다니, 사람들이 그것을 어찌 보며 무슨 생각을 하겠소?”

“그것은 나도 이해합니다만......”


이러다가 대화가 평행선을 달리기만 하겠다는 우려가 드는 것도 잠시, 이어서 들인 조선왕의 말은 조금 더 일을 크게 한 제안이 담겨있었다.


“하여 나는 조금 더 크게 군사적인 충돌 여지를 없이 하고 싶소. 가령 우리 조선은 전시체제를 해제하며, 그대들은 팔기들을 온전히 조선 땅에서 물리는 것이지.”

“팔기를 물림이 가하고 불가하고는 일단 넘기고 묻겠소만, 그대들이 전시체제라고?”

“전일 정축년에 이른 것 가운데 그대들은 상국으로 아량을 베풀어 비변사 해체를 넘어가 주었지.”

“......그랬지.”


사실은 아량이 아니라 요토가 벌였던 학살 때문에 필요 이상 간섭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일들만 제하면 놓아준 것이 많았다.


비변사 해체 약조 또한 이 놓아준 부분에 들어가는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걸 생각하여 보니 도르곤은 절로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요토, 요토. 정말 대단하구나.’


그때도 그렇고 이때도 그렇고 조선과 관한 일에 한정하면 요토는 진정 여러 의미에서 내부의 적이라고 칭하기 부족하지 않았다.


“전시체제 해제라. 허나 인사이동 없이는 그저 말에 불과하지 않소?”

“비변사 해체에 더해 김준룡은 다른 관청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오. 품계는 오르겠지만 그대가 바라는 것처럼 현장에서는 멀어질 것이오.”

“흐음.”


상당히 그럴싸하게 들리는 제안이지만 도르곤은 이 제안에 숨겨진 허점을 쉬이 꿰뚫어 보았다.


‘계속 그러진 않을 것이다.’


막말로 그들이 물러난 후에 김준룡이건 비변사건 다시 하고자 하는 대로 하면 청나라에서는 알 도리가 없었다.


그러니 이 제안은 쓸만한 제안이되 그 안에 독이 담긴 제안이라 할 수 있었다.


“다만 조선에서는 신료들이 여러 일을 맡도록 권장하여 주기적으로 직책을 옮기오. 그러니 아마 2년이나 3년 정도 되면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있을 것이오.”


이러한 속내를 안다고 하듯 숨김없이 이르니 도르곤은 슬며시 마음이 동하는 걸 느꼈다.


이어서 한 가지 더 조선왕이 이르기 그 마음은 더욱 커졌다.


“또한 나는 그대들이 팔기라는 군사들을 물리길 바라는 것이지 사람을 다 물리길 바라지 않소. 싸움을 목적으로 한 이들이 아니라면 청나라 사람들이 이곳 조선에 머물며 교류하고 황상의 뜻을 대리하는 것을 환영하는 바요.”


도르곤이 보기에 이처럼 훌륭한 제안이 있을 수 없었다.


겉으로 보면 상황은 유지하되 조선에서 중재를 감사히 여겨 군사적인 준동을 없이 하는 것으로 포장될 수 있었다.


팔기를 대신하여 사람을 보내도 된다고 하였는데, 싸움을 목적으로 한 이들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군사가 아닌 자들을 바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자들은 대부분 내각대학사 범문정이 손에 쥐고 있었으니 간접적으로 도르곤의 영향을 늘리는 일이 될 수도 있었다.


여기에 하나 더, 도르곤은 이로 인해 요토의 자리를 적당한 황족을 메우는 것도 가능하다고 여겼다.


‘조선과 교류하는 자는 그 특수함을 생각하여 친왕, 하지만 그 친왕이 꼭 전투에 능할 필요는 없지.’


차세대를 생각하면 얼치기 하나 친왕으로 올리고 쥐락펴락 할 수 있다는 소리니 마음이 여러모로 동했다.


겸사겸사 그러한 친왕이 이곳에 온다면 그 후에 벌어지는 일은 누가 되었든 그자의 책임이었다.


2년이나 3년이 아니라 친왕이 이곳에 온 후에 조선에서 마음대로 뜻을 바꾸어 김준룡에게 다시 군사를 맡겨도 그의 책임은 되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내게는 아주 좋다. 하지만 대청을 생각하면 어떠한가?’


이미 자신에게는 다방면으로 유익한 제안이자 교섭이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걸 생각하며 입을 열고자 하니 도르곤은 전에 그에게 당부하고 죽어간 호오거의 얼굴을 떠올렸다.


-당신은 청나라를 위해서 살 겁니까?

-물론이다. 대청은 영원불멸할 것이다.


이곳으로 오기 전에 떠올렸고 일을 하면서도 몇 번이고 떠올렸던 문답이 다시금 떠올라 그에게 물었다.


-이것은 대청을 위하여 하는 일인가?


‘후.’


야심은 타오르기 시작하였으나 그 야심은 어디까지나 대청을 오르게 하기 위한 것이라 정해두었다.


도르곤은 정치적 생각은 잠시 내려두고 고민하였다.


그렇게 고민한 도르곤은 이내에 결론을 내렸다.


“좋은 제안이오. 이 일을 넘기기에는 좋아. 하지만 안타깝게도 조선에서 보기에 좋은 거래이자 제안이야.”


일견 조선이 많은 것을 양보하는 듯이 보이나 이미 전쟁이 먼 이야기가 되었고 복구와 재흥에 매달릴 조선 사정을 생각하면 내밀어진 것들 따위, 냉정하게 말해서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것들이었다.


반면 청나라는 당장 요토와 그 휘하 팔기 수백보다 억제력이 약한 이들을 조선에 두는 셈이니 오히려 그 통제력이 약해질 것을 우려해야 했다.


개개인을 떠나서 국가 대 국가로서 보면 적으나마 청나라의 손해이니 도르곤은 이대로 넙죽 받아들일 수 없었다.


“우리 대청에는 아무런 득이 없소.”

“득이라. 허면 이것은 어떻소?”

“어떤 것 말이오?”

“그대도 조선으로 오면서 알았다고 생각하나, 조선에서는 향후 조선과 청나라 사이에 교역을 더 활발하게 할 생각을 하고 있소.”


교역이라는 말에 도르곤은 급히 오면서도 눈여겨보았던 곳, 영변부 일대를 떠올렸다.


오는 길에 보긴 하였으나 중재하는 일이 화급하여 그저 눈에만 새겨두었던 곳이나 그 잠깐의 지나침으로 도르곤은 그곳이 번화하리라는 걸 쉬이 알 수 있었다.


“황상께서 보장하신 것에 따라 조선은 사방팔방으로 교류하고 교역할 것이오. 다만 아직 말은 없으나 황상께서 다스리시는 나라와 여타 나라가 같은 취급을 받음은 있을 수 없는 법. 이번 일에 대한 감사를 겸하여 청나라 사람들이 중요한 교역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할 권리 그리고 여행과 체재를 조금 더 쉽게 할 생각이오.”

“그것은......”


청나라에게 한정하여 내밀어지는 혜택이라고 하니 듣기에는 좋아서 괜찮게 보였다.


하지만 이 또한 말장난으로 그칠 수 있으니 우려가 없지는 않았다.


‘우선권은 좋으나 그것이 그렇게까지 크게 의미가 있을까? 당장 구할 수 없다고 하면 의미가 없다. 그리고 오고 감이 쉽다고 한들 자체적인 득은 없다.’


당장 청나라가 신경을 기울이는 대상은 명나라로, 저들을 온전히 누르기 전에는 그 모든 것이 썩 좋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만하면 당장은 아니라고 해도 청나라에 득이 되는 일이며 장기적으로 보면 괜찮은 이득이라 할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그대들에게 제공하는 우선권으로 사는 물건 가운데 일부는 급하다면 값을 나중에 치러도 좋소이다. 단, 그대들 청나라가 나라에서 나서서 지급을 보증해야 하오.”

“무상 대여라는 말인가?”

“후에 대가를 받겠다는 말이지. 다만 이건 상인들이 논할 일이오.”


제시하는 것들이 약하지는 않으나 하나 같이 미래를 생각하고 내밀어지니 영 입맛이 쓴 기분에 도르곤은 고민이 한층 깊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런 그를 향해 조선왕은 그만 정하라고 하듯 말을 덧붙였다.


“나는 그대들을 상국으로 여겨 우선하겠다는 뜻을 보였소. 당장 실익이 없다고 하나 이만치 양보하였으니 이도 마땅치 않다면 나는 예친왕께 이만 포기하고 돌아가라 청할 수밖에 없소. 그저 앞서 약조한 것들만 지켜주시오.”


이 자리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이 누구인지 상기하는 말에 도르곤은 쓰게 웃었다.


나중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여러모로 조선이 정당하고 그들과 다툼으로 곤란한 것은 청나라였다.


물론 조선이라고 무사하진 않을 것이나 도르곤이 보기에 잃은 것이 달랐다.


조선은 조선을 잃으면 그만이나, 청나라는 청과 장차 얻을 땅을 모두 허공으로 날리게 되는 셈이니 말이다.


“약조는 지킬 것이며, 조선왕의 제안에 따라 서로 양보하여 긴장을 해소하게 될 것이오. 다만 두 가지 전제가 있소.”

“말씀해보시오.”

“먼저 이 일은 완전히 정하기 앞서 심양에 소식을 보내어 그 뜻을 물을 것이오.”

“그러시오.”


당연하다면 당연한 조건에 조선왕이 시원스레 대답하니 도르곤은 어쩌면 처음 것보다 얻기 어려울 수도 있는 말을 꺼냈다.


“두 번째는 조금 사적으로 부탁하는 일이오. 요토가, 성친왕이 할 사과를 조금 바꾸어주시오.”

“바꾼다고 함은 무슨 말이오?”


눈살을 찌푸리며 묻는 말에 도르곤은 아직 남아있는 일들, 그리고 이 교섭을 원만하게 풀어가기 위해 생각했던 일을 입에 담았다.


“직접 조선 백성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돌려서 하는 것을 청하고 싶소.”


작가의말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kkatnip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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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180화 굶지 않는 세상 +2 23.04.03 536 29 15쪽
180 179화 희망이 크면 실망도 크다 +2 23.04.02 562 24 12쪽
179 178화 말은 후에 붙는다 +3 23.04.01 544 25 15쪽
178 177화 보고 느낌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1 23.03.31 549 27 12쪽
177 176화 답은 정해져 있다 +1 23.03.30 572 30 12쪽
176 175화 이웃을 보면 자신을 알 수 있다 +1 23.03.29 571 27 12쪽
175 174화 소문에서 진실은 찾기 어렵다 +2 23.03.28 584 22 13쪽
174 173화 밑 빠진 독 +2 23.03.27 582 30 12쪽
» 172화 칼이 없는 전장 +3 23.03.26 583 29 11쪽
172 171화 재판이 끝나고 +2 23.03.25 574 27 11쪽
171 170화 그는 청나라 사람이다 +9 23.03.24 620 30 12쪽
170 169화 보은은 선악을 가리지 않는다 +4 23.03.23 571 35 14쪽
169 168화 도둑맞을 수 없는 사람들 +5 23.03.22 569 35 14쪽
168 167화 철원 재판 +2 23.03.21 552 27 12쪽
167 166화 토끼의 꿈 +1 23.03.20 560 27 13쪽
166 165화 욕심은 눈을 가린다 +4 23.03.19 580 27 13쪽
165 164화 그 끝에는 편함이 있다 +2 23.03.18 560 32 14쪽
164 163화 나는 친왕이 아니다 +1 23.03.17 575 28 12쪽
163 162화 때로는 무모한 전진이 낫다 +4 23.03.16 591 30 12쪽
162 161화 호랑이를 만드는 방법 +2 23.03.15 594 28 14쪽
161 160화 야합 +5 23.03.14 592 30 12쪽
160 159화 저울질하는 사람들 +1 23.03.13 582 29 14쪽
159 158화 앎은 때때로 사람을 힘들게 한다 +1 23.03.12 585 37 12쪽
158 157화 두 사람이 보는 시선 23.03.11 606 30 12쪽
157 156화 사람은 성공만 본다 +1 23.03.10 598 30 12쪽
156 155화 사지에서는 당당해야 한다 +3 23.03.09 616 32 15쪽
155 154화 복이 되기 전 화는 그저 화다 +3 23.03.08 612 28 11쪽
154 153화 어긋남은 두고 보는 것이 아니다 +3 23.03.07 581 36 12쪽
153 152화 불은 사방을 향한다 +1 23.03.06 578 31 12쪽
152 151화 마음 가득한 심증 +2 23.03.05 579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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