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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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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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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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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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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57화 두 사람이 보는 시선

DUMMY

157화 두 사람이 보는 시선


“절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어서 와라.”


언제 보아도 반가운 얼굴, 아우 봉림대군을 보며 소현세자는 그에게 자리를 권했다.


“일단 앉아라.”

“이렇게 급히 절 찾으시니 아버님께서 또 어려운 일을 던져주신 모양입니다.”

“하하, 반은 정답이구나.”


봉림대군이 자리하며 물으니 소현세자는 쓰게 웃었다.


확실히 봉림대군을 찾은 이유는 어려운 일을 함께 논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조선의 임금이자 그들의 아버지로부터 기인했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니 분명히 말해 봉림대군의 말은 반절만 맞았다 하는 게 옳았다.


“네게는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너는 외조의 일을 맡은 것도 아니고 하는 일이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에이, 괜한 말씀 하지 마십쇼. 제가 뭐 타인도 아니고 그런 말은 좀 그렇습니다.”

“그래도 정도라는 게 있는 법이지. 저번 선물에 대한 일도 그렇게 무언가 있으면 이렇게 빈번히 불러 논하고 의지하니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소현세자가 진지하게 이리 말하니 봉림대군은 얼굴이 간질간질한 느낌에 헛기침하며 말을 돌렸다.


“크흠, 크흠. 그보다 반은 정답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조선에서 일이 벌어지긴 했으되 딱히 우리가 바라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런.”


바라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말에 적잖이 곤란하고 달갑지 않은 이야기가 될 것을 예상한 봉림대군은 난처함을 가득 드러냈다.


“세폐를 다시 늘리라는 이야기는 아니면 좋겠습니다.”

“그건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곤란할 수도 있지.”


이곳 심양에서 지내서 보고 들은 것을 통해 가장 곤란한 것은 저들이 세폐를 다시 늘리라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던 봉림대군은 긴장했다.


‘생각하니 그런 일은 아예 형님께 먼저 들어오겠군. 세폐보다 더 곤란하고 조선에서 이곳 심양으로 날아들 안 좋은 소식이라? 그런 게 대체.....아하.’


긴장하며 머리를 굴리던 봉림대군은 문득 다른 시점에 생각이 미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북방이나 철원에서 무언가 일이 생겼습니까?”

“그래, 철원에서 일이 생겼다.”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한 것이 맞음을 일러준 소현세자는 곧바로 서신으로 전해진 사정을 봉림대군에게 알려주었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봉림대군은 일이 생각 이상으로 중함에 부담감을 느끼고 슬쩍 주변을 살피었다.


이 방에 둘만 있음을 아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리한 봉림대군은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어떻게 알리실 겁니까?”

“어떻게라.”


봉림대군의 물음에 소현세자는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느끼며 턱을 쓰다듬었다.


알리는 것은 피할 수 없으며 피해서도 아니 되었다.


당장은 그들만 소식을 받았으나 언제 철원에서 직접 이곳으로 사람을 보내려고 들지 모르고, 조선은 그걸 막을 도리가 없었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먼저 전하는 것이고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어떻게 전할지였다.


“네가 오기 전에 나도 그 점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다 싶은 방식이 떠오르지 않아.”

“뭐, 설렁설렁 정할 일이 아니긴 합니다.”


소현세자가 고충을 토로하니 봉림대군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작게는 철원에 있는 사람들과 다툼이나 크게 보면 이는 조선과 청 사이에 알력이 생겼다고 할 수 있었다.


그것도 한번 덮고 넘어갈 일이 아니라 자칫하면 다시금 전쟁이 벌어질 큰 알력이 말이다.


“이런 말 하면 좀 그렇지만 어째서 이렇게 일을 크게 하신 걸까요? 당장은 양보하여 묻고 나중에 수를 쓴다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그렇게 생각하느냐?”

“어, 이 아우가 이상한 말을 하였습니까?”


소현세자가 정녕 모르겠냐는 얼굴로 물으니 봉림대군은 당황하여 되물었다.


이에 소현세자는 자신과 봉림대군 사이에 잘 모를 간극이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다가 소현세자는 무엇이 봉림대군과 자신 사이에 있는지 뒤늦게 깨달았다.


‘과연, 그런 것이구나.’


다른 것은 기저에 있는 생각이었다.


소현세자가 세자로서 상께, 아버지에게 이런저런 말을 들었고 그 생각을 공유하였다.


그러니 어찌하여 이런 식으로 일이 흘러가고 있는지 소현세자는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동시에 봉림대군의 말은 듣지 않았다면 소현세자도 충분히 입에 담았을 말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것이 편하다는 건 인정하마. 나도 한순간이나마 그리 생각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럴 경우 그 ‘나중’까지 얼마나 더 양보하고 내어주어야 할 거 같으냐?”

“그래봤자 얼마나 하겠습니까?”


무엇을 우려하고 있는지는 아나 그리 대수롭지 않다고 여기는 대답에 소현세자는 고개를 저었다.


“조정에는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너도 알고 있지 않느냐. 평산의 일을 말이다.”

“......그렇군요.”


직접 보진 않았으나 듣는 것만으로 불쾌함을 주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것을 떠올리니 봉림대군은 확실히 자신이 말한 것이 좋지 않음은 알았으나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안타까운 일이나 결국 몇몇 고을에 그칠 일이라면 조선 전체를 위해서는 그것이 낫지 않을까.’


좋은 일은 아니나 저울에 올리자면 고을 몇과 조선 전체는 확실하게 말해서 후자가 더 중요하다 할 수 있었다.


적어도 봉림대군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런 생각과 별개로 소현세자는 아직 말이 끝나지 않았다고 하듯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하나 더. 그것은 정도가 아니다. 권도지.”

“권도라. 유학을 배운 사람으로서 말하면 좀 그렇지만 세상사 반절은 권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고 그 반절이 옳은 것은 아니지.”


현실과 이상을 서로 다른 시점에서 논하는 말을 한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은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다물었다.


언제나 그렇듯 이런 논의는 가깝다고 하여 의견이 같지 않고 멀다고 하여 다르지 않았다.


또한 쉬이 결론이 나며 받아들일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그렇게 침묵으로 서로를 응시하던 중 먼저 침묵을 깬 것은 소현세자였다.


“후, 흥미로운 주제긴 하지만 이건 단둘이 논하기보다는 시강원 사람들에 가능하면 외조 사람들까지 불러 진지하게 논할 일이다. 당장 시작하면 쉬이 끝나지 않을 일이니 다음에 하자구나.”

“그도 그렇습니다.”


소현세자가 낸 말에 봉림대군은 딱히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견해차가 있는 것이 분명한 데다가, 이런 차이는 단시간에 좁히거나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봉림대군 역시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다.


“참, 이참에 다 불러 모으심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다 불러 모아?”


순간 소현세자는 봉림대군이 둘이서 할 이야기가 아니니 다들 모아 진득하니 이야기를 나누어보자고 한 줄 알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이야기는 그것이 착각임을 일러주었다.


“하나보다 둘이고, 둘보다 넷인 법이 아니겠습니까. 들으니 이번 일이 외조에 맡겨진 셈이니 외조 사람들을 모아 행동할 방향을 논함이 가하며, 저를 부르셨듯 시강원의 학식 높은 이들을 모아 논함이 가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그 말에 이렇게 비밀스럽게 끙끙거릴 일도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달은 소현세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당장 하는 것이 좋겠구나.”

“저도 끼고 싶기는 한데, 죄송하지만 그러기 힘들 거 같습니다.”

“응? 어째서? 정랑이 있어서 그러느냐?”


자신은 논의에 참가하기 어렵겠다고 하며 빼는 봉림대군에게 소현세자가 의아하게 물었다.


이에 봉림대군은 가벼이 고개를 저었다.


“하하, 전에 스승으로 모셨던 이가 있음이 껄끄럽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그가 하는 말이나 행동을 보면 달갑고 할 말이 많습니다.”

“그래, 네게 듣던 것과 많이 다르긴 하더구나.”


소현세자의 머리에 전에 외조 정랑 송시열이 와서 인사를 올리고 이야기할 때에 봉림대군에게 들은 것과 다른 것을 알고 놀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사실 오늘은 형님이 부르시기 전에 예친왕을 한번 찾아가려 생각했습니다.”

“그자를? 무슨 일로?”


도르곤을 찾아가려고 했다는 말에 소현세자는 꺼림칙한 얼굴로 물었다.


그들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많이 보였다고 하나 그는 강도를 함락한 주역이다.


거기에 더해 심양에 온 이후에는 불온한 말을 몇 번이고 봉림대군에게 전했으니 영 마뜩잖았다.


봉림대군 역시 소현세자와 그리 다른 심정은 아니었으니 이유가 있었다.


“저도 가능하면 그자와는 자리를 빈번히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말하길, ‘호의’에 대해 알고 싶다면 알려줄 테니 찾아오라고 했습니다.”

“하, ‘호의’라.”

‘호의’라는 말에 소현세자는 불편함과 호기심을 같이 얼굴에 드러냈다.


조선에 보낸 물건들, 그러니까 청나라 황실이나 친왕들이 근래 보내는 선물을 보낼 때 그들은 하나 같이 호의라고 하며 건네었다.


건네는 것들이 가치 없는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엄청나게 대단치 않아 확실히 호의라고 하기에 적당했다.


문제는 아직 이 호의가 시작된 이유를 아직 소현세자를 비롯한 조선 사람들은 정확히 모른다는 점에 있었다.


“남의 나라 일에 이렇게 영문도 모르고 끌려가는 건 썩 달가운 일이 아닙니다.”

“동감이다.”


동생의 말에 동감한 소현세자는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따로 알아볼 수 있으니 그만두라고 하고 싶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구나.”

“대학사가 아무리 형님을 좋게 보아도 황실의 일을 그렇게 쉽게 이야기하겠습니까. 그리고 그는 무엇이든 대가를 받아낼 테니 가능하면 의지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대가라. 그것이 틀리다 말하진 않으마. 하지만 나는 예친왕이라고 크게 다를 거 같지 않구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소현세자의 말을 부정하지 않은 봉림대군은 이어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대학사보다는 예친왕이, 형님보다 제가 낫다고 생각합니다.”

“......대상을 너로 한정하고 싶은 게로구나.”


소현세자는 세자고 봉림대군은 대군이다.


양자에게 빚을 지워둔다는 것은 그 행동 자체는 같으나 나중을 생각하면 차이가 너무 컸다.


지금은 비슷하나 혹여 이 빚을 소현세자가 왕위에 오른 후 바란다면 그때는 일국의 왕과 일개 왕족이라는 차이가 생기니 말이다.


“이런 것도 생각해서 사는 것이 형님과 제가 사는 세상이 아니겠습니까.”

“차마 부정할 수 없으니 안타깝기 짝이 없구나.”

“안타까울 것이야 있겠습니까. 그저 하는 일인데요. 이것이 언제까지 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당장은 낫겠지요.”

“언제까지?”

간과하기 어려운 말을 소현세자가 짚고 물으니 봉림대군은 근래 들어서 홀로 생각하던 것을 조심스럽게 입에 담았다.


“그저 생각이지만, 아무래도 예친왕이 형님께 관심이 있는 거 같습니다.”

“관심이라.”

“전에 넌지시 이르기를, 같은 시기에 태어난 자로서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하더군요. 시간을 보아서 친밀함을 다질 자리를 갖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시기라는 말에 소현세자는 도르곤이 어떤 점에서 자신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인지 알았다.


소현세자와 예친왕은 서로 태어난 해가 같았다.


태어난 개월까지 따지자면 소현세자가 약 8개월 정도 빠르긴 하나 분명 해는 같았다.


“달가운 관심은 아니구나.”

“형님도 아시겠지만, 피한다고 능사도 아닙니다.”

“잘 알고 있다.”


이런 관심이 어떠한지 잘 알고 있는 소현세자는 작게 한숨을 쉬더니 이마를 짚었다.


“이곳 심양에 온 후로 도무지 근심이 끊어질 날이 없구나.”

“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형님,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이쪽 일은 내 시강원과 외조를 모아 논할 테니 너는 걱정하지 말고 그놈의 호의가 대체 왜 생긴 것인지 알아 와라.”

“맡겨주십쇼.”


자신감을 드러내며 호기롭게 말하는 그 모습은 실로 믿음직스러웠기에 소현세자는 즐겁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맡기마.”


작가의말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kkatnip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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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180화 굶지 않는 세상 +2 23.04.03 537 29 15쪽
180 179화 희망이 크면 실망도 크다 +2 23.04.02 563 24 12쪽
179 178화 말은 후에 붙는다 +3 23.04.01 545 25 15쪽
178 177화 보고 느낌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1 23.03.31 549 27 12쪽
177 176화 답은 정해져 있다 +1 23.03.30 572 30 12쪽
176 175화 이웃을 보면 자신을 알 수 있다 +1 23.03.29 571 27 12쪽
175 174화 소문에서 진실은 찾기 어렵다 +2 23.03.28 584 22 13쪽
174 173화 밑 빠진 독 +2 23.03.27 582 30 12쪽
173 172화 칼이 없는 전장 +3 23.03.26 583 29 11쪽
172 171화 재판이 끝나고 +2 23.03.25 575 27 11쪽
171 170화 그는 청나라 사람이다 +9 23.03.24 620 30 12쪽
170 169화 보은은 선악을 가리지 않는다 +4 23.03.23 571 35 14쪽
169 168화 도둑맞을 수 없는 사람들 +5 23.03.22 569 35 14쪽
168 167화 철원 재판 +2 23.03.21 552 27 12쪽
167 166화 토끼의 꿈 +1 23.03.20 561 27 13쪽
166 165화 욕심은 눈을 가린다 +4 23.03.19 581 27 13쪽
165 164화 그 끝에는 편함이 있다 +2 23.03.18 560 32 14쪽
164 163화 나는 친왕이 아니다 +1 23.03.17 575 28 12쪽
163 162화 때로는 무모한 전진이 낫다 +4 23.03.16 591 30 12쪽
162 161화 호랑이를 만드는 방법 +2 23.03.15 594 28 14쪽
161 160화 야합 +5 23.03.14 592 30 12쪽
160 159화 저울질하는 사람들 +1 23.03.13 582 29 14쪽
159 158화 앎은 때때로 사람을 힘들게 한다 +1 23.03.12 586 37 12쪽
» 157화 두 사람이 보는 시선 23.03.11 607 30 12쪽
157 156화 사람은 성공만 본다 +1 23.03.10 599 30 12쪽
156 155화 사지에서는 당당해야 한다 +3 23.03.09 616 32 15쪽
155 154화 복이 되기 전 화는 그저 화다 +3 23.03.08 612 28 11쪽
154 153화 어긋남은 두고 보는 것이 아니다 +3 23.03.07 581 36 12쪽
153 152화 불은 사방을 향한다 +1 23.03.06 579 31 12쪽
152 151화 마음 가득한 심증 +2 23.03.05 580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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