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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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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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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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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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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95,305

작성
23.03.25 21:00
조회
574
추천
27
글자
11쪽

171화 재판이 끝나고

DUMMY

171화 재판이 끝나고


호령에 따라서 사람들이 여럿 서니 그 얼굴들은 하나 같이 우중충하여 겁에 가득 질린 얼굴이었다.


보기만 해도 불쌍하여 동정심이 들고 기분이 착잡해지나 저들은 너무 나섰다.


나는 이 일을 말하며 옳고 그름을 논하였고 정의가 서기를 바랐다.


그런데 한순간의 동정으로 인해 나라를 사실상 팔아먹는 일에 가까운 짓거리를 벌인 이들을 풀어주고 가벼이 처벌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삼사에게 묻겠다. 이들의 죄와 받을 형벌을 논하라.”


내 말에 응하여 나선 것은 지금까지 이야기하던 대사헌 김수현을 대신하듯 나사서 입을 여는 이가 있으니, 그는 대제학 이식이었다.


“두 나라 간에 일이 잘 풀린 것은 다행이나 이 일은 자칫하면 불화로 다시금 전쟁이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이 일은 나라를 해하고자 역심을 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식의 말을 들으며 곁눈질로 백성들을 살피니 그들의 얼굴이 한층 더 두려움에 질린 것이 보였다.


그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나, 이식의 말은 그르지 않음에 더해서 아직 끝나지 않았다.


“또한 군사부일체라, 살피건대 저들은 그 도리를 저버리고 거짓으로 말하여 강상죄에 해당하는 일을 했으니 그 형이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역적 혐의에 강상죄.


이만하면 바로 교형(교수형)을 당하거나 정명수처럼 목이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다.


그리고 조선에서 대대로 벌한 모양새를 살피면 이는 저들에게서 그치지 않는다.


이를 저들도 알고 있음인가, 장동이라고 이름하였던 자를 시작으로 사람들이 일제히 바닥에 꿇어서 조아렸다.


“임금님께 감히 말씀드립니다! 저희가 죽는 일은 어쩔 수 없음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디, 부디 저희로 끝내주십쇼! 처자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 그렇습니다! 저희는 오늘 일거리를 얻어서 벌어오겠다고 가족에게 일렀을 뿐입니다!”

“부디, 부디 저희만으로 끝내주시기 바랍니다!”


그들이 아우성을 치나 표정이 변하여 동정하는 자는 없다.


오히려 그들을 보며 더 안색을 굳히는 이들이 더 많으니, 그들이 한 일은 그만큼 중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후우.


“허면 대제학은 어떠한 형벌이 옳다고 여기는가?”

“적어도 유형에 처하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여깁니다. 다만 소신은 그것도 유형을 언도함이 아니라 감하여 그리 처하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본래는 사형을 내림이 마땅하나 감하여 유형으로 하는 것을 권한다는 말이었다.


“삼사에서 달리 이르고 싶은 자는 없는가? 감형이든 가형이든 좋을 대로 말하라. 이 일은 향후 조선에 전례로서 남을 것이다.”

“허면 소신이 말하고자 합니다.”


판결을 내리기 전에 일단 들을 수 있는 건 다 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물으니 누군가 입을 열며 앞으로 나섰다.


눈을 돌려 보니 삼사 수장 가운데 한 사람, 대사간 김반이었다.


“이 일은 성상께서 돌보시고 두 친왕께서 참관하는 지극히 높은 친국이옵니다. 그러니 판결은 오로지 상께 달리신 일이나, 소신이 감히 의견을 내자면 저들에서 그치는 것은 불가합니다.”

“연좌인가?”

“저들은 이 일이 자신들에게만 책임이 있다고 하나 과연 그러하겠습니까? 사람이 아무리 감추는 것이 있다고 한들 그 부부나 이웃에게 한마디씩만 흘려도 알아듣는 법입니다.”

“알았을지는 모른다. 허나 나는 전에 벌하며 연좌를 없이 하였고, 죄는 당사자들에게만 물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상께서 그리 생각하시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우며 성현과 같은 마음씨라고 하겠습니다.”


칭송하는 말을 들으나 그 말로 끝이 아님을 알기에 온전히 즐길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김반은 말을 계속해서 꺼냈다.


“그러나 그 씀씀이는 지금 오히려 독이 되실 거라 여깁니다.”

“독이라고?”

“예. 이만큼 큰일이 되었습니다. 과연 근방 백성들이 저들이 누구며 어떤 이들의 저들의 가족인지 모르겠습니까? 또 그들이 왜 이렇게 판결을 받고 있는지 모르겠습니까?”

“으음.”


법적으로 무죄가 되었다고 끝이 아니다.


어느 의미 여기서 죄를 받는 것이 더 편할지 모르는 끔찍함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대사간의 말이 맞소. 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하면 연좌하지 않음이 옳으나 그 죄를 보고 묵인하였으며 그 혜택을 보았음에도 그저 관련되지 않았음을 변명 삼아 죄를 받지 않음은 부당한 일이오. 그러나 직접 저지른 이와 그저 사정으로 인해 모른 척한 이들을 같이 취급할 수도 없는 법.”


어차피 이곳에서 살지 못하게 될 이들이라면 다른 방향으로 끌어들이고 씀이 마땅하다.


징치하는 것도 징치하지 않는 것도 불변의 진리가 아니나 지금은 이것이 옳기를 바란다.


“장동이를 비롯한 이곳에 있는 이들에게 고한다. 그대들은 거짓 증거로 인해 이 모든 일을 벌였으니 마땅히 죽을죄를 지었다.”


죽을죄를 지었다는 말에 저들이 절망하여 두 눈을 감는 것이 보였다.


“그러니 사형을 내림이 마땅하나 조선의 유학의 나라이며, 유학의 기본은 사람을 가르치고 교화하는 것이다.”


이어서 던져진 작은 희망에 그들이 간절한 시선으로 날 본다.


그렇게 봐도 곤란하기만 할 뿐이다.


죽지만 않을 뿐, 나는 저들에게 가벼운 형벌을 내릴 생각이 전혀 없으니 말이다.


“허니 다음이 있음을 믿고 그대들을 유형으로 감하되, 그 신분을 향후 오십 년간 일대에 한해 노비로 하겠다. 또한 그대들의 가족은 사민할 것이다.”


일단 죽지 않게 되었다는 생각에 안도하였는가, 저들의 얼굴히 한층 밝아졌다.


그러나 이어진 사민이라는 말에 그들의 얼굴에는 더욱 크게 두려움이 서렸다.


당연한 일이다.


전근대 시대 사민이라고 함은 사람이 살지 않는 변방으로 보내지는 것이며 말이 좋아 사민이지 사실상 평생 개고생이나 하다 죽으라는 소리에 가깝다.


그리고 이 시기 변방이라고 하면 북방이니, 자칫하면 이곳에 있는 청나라인들에게 원한이랍시고 살해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처지가 된다.


가족들은 노비로 삼지 않으나 죄를 지어 사민하였으니 사실상 그들도 유배를 당한 셈이다.


말 그대로 목숨은 붙여준 셈이고 그 목숨도 언제 날아갈지 불투명한 신세라 할 수 있었다.


“차리리 우리 모두를 죽이고 아이들을 살려주십쇼! 어찌 그렇게 저희를 미워하는 일을 하십니까!”


이러한 일을 금세 파악하였는지 장동이가 울분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제 딴에는 억울한 모양이나 솔직히 말해 억울하다고 할 정도인가 하면 그건 또 아니다.


“그러면 내가 반대로 묻겠다. 그대들이 생각하기에 어떤 죄를 받음이 가하다고 여기는가? 정녕 제대로 대답하여 그 말을 이곳에 있는 모두에게 주장할 수 있으면 형을 바꾸어주겠다.”

“그, 그것은......”


억울하다고 하는 얼굴로 말했으나 정작 물으니 말이 나오지 않는 듯 장동이는 한참 동안 입을 오물거렸다.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사람이라서 양심은 있는 모양이구나. 치워버린 짐승과는 다르게 말이다. 대신들에게 묻겠소.”


이 자리에서 대신들에게 묻는다고 함은 대사헌 김수현, 대제학 이식, 대사간 김반을 부르는 말이었다.


어렵지 않게 내 말을 알아들은 세 사람이 나서서 고개를 숙이니 나는 그들을 보고 장동이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을 보며 말을 덧붙였다.


“주동자라 할 저 열 명은 오십 년간 노비로 하고 유형, 그 가족 역시 사민할 것이며 그 장소는......부산 너머로 할 것이다.”


직접 말하려고 하던 중 나는 곁에 있는 두 친왕, 예친왕 도르곤과 성친왕 요토의 시선을 생각하여 일부러 말을 애매하게 하였다.


다행히 세 사람은 내 말을 잘 알아들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하십니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벌이라 여깁니다.”

“굳이 분란을 일으킨 이들을 다시 위로 보내 다시금 일을 꾸미지 않게 하심을 생각하면 좋다고 여기옵니다.”

“필요한 일이 있음을 들으나 사람을 보내기 어려웠던 곳입니다. 저들을 보내기에 합당하다 생각합니다.”


김수현, 이식, 김반이 차례로 말하니 나는 다시 시선을 돌려서 양옆에 있는 두 사람에게 물었다.


“두 친왕께서는 이 일을 어찌 생각하시오?”

“나는 적당하다 여깁니다. 결국 저들은 노비가 될 것이며, 멀리 유배를 가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소.”

“뭐, 대단한 연줄이 있는 것도 아닌 것들이니 적당하지요. 그리고 올려보내서 나중에 분란 일으킬 여지가 있음을 생각하면 좋습니다.”


도르곤이 괜찮다고 여겨 대답하니 요토 역시 못마땅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받아들이겠소. 그만하면 편의를 보아주었다고 하기는 어려우니까.”


말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내가 적당히 봐주려고 했으면 바로 들이받으려고 했던 거 같은데.


“어영대장 김준룡은 명을 받들라.”

“신 김준룡, 어명을 받듭니다.”


부름에 응해 김준룡이 곧장 앞으로 나와서 서니 나는 그를 보며 명령을 내렸다.


“이곳에서 가장 믿을 것은 어영군이니 그대는 사람을 뽑아 속히 저들을 포박하라. 그리고 저들의 마을로 가 사람들을 잡아서 바로 한양으로 끌어가라.”

“예, 전하!”

“크흠.”


김준룡이 기세 좋게 대답하며 당장에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달려가니 그가 조금 멀어지나 불편함이 담긴 헛기침이 들렸다.


그런 소리야 나올 수 있으나 나온 방향이 요토가 아니란 도르곤 쪽이라 별일이라 여겨 그를 보니 그는 내 시선에 반응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조선왕께 차후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소.”

“차후라. 이번 일과 관련이 없는 이야기요?”

“거의 없는 이야기요.”


거의 없다는 말에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주 없다는 건 아니라는 말에 더해 방금 그가 불편한 기색을 보인 시기를 생각하면 얼추 그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짐작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당장에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으나 남은 일이 있으니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이제 남은 일은 하나뿐이구나. 박귀동은 들으라.”


어느 순간 자리에서 반쯤 배제되어 배경처럼 되어버린 박귀동은 부름에 응해 깜짝 놀란 얼굴로 재빨리 엎드렸다.


“박귀동은 죄가 없음이 드러났다. 그러니 그대가 무죄임을 이 자리에서 고한다. 상한 몸과 마음은 당분간 내수사에서 얼마간 재물을 내어 보하게 하겠다. 그 후에 그대는 원하는 곳이 어디든 좋을 데로 가라.”

“가, 감사, 감사가 정말로 하늘에 닿습니다!”


작은 위로를 겸해 그에게 잠시 보살펴 줄 것을 고하니 그는 머리를 몇 번이고 조아리며 감사를 표했다.


“이걸로 자리를 폐하겠다.”


이 말을 끝으로 철원 재판은 끝났다.


하지만 끝난 것은 재판뿐이니 아직 남은 뒷처리가, 정치적인 교섭이 남아있었다.


이를 증명하듯 한양으로 돌아간 직후 도르곤이 내게 접견을 요청하였고, 그의 청하는 말은 예사롭지 않았다.


“이번 일이 진행되며 여러 가지 일이 있었으며 그것들이 어쩔 수 없음은 잘 알고 있소. 하지만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미안하지만 조선왕께 양보를 청하고 싶소.”

“양보?”

“조선왕께서 어영대장이라 칭한 자에 대한 일이오.”


작가의말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kkatnip, 도메이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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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88 니아르르
    작성일
    23.03.25 21:15
    No. 1

    교화라... 스스로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을 아는데도 죄를 행하면 교화는 닿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현대가 아니라 전근대라 노예50년이면 근평생 노역형이니 잘못하지 말걸 후회하긴 하겠군요

    찬성: 4 | 반대: 0

  • 작성자
    Lv.99 천년고목
    작성일
    23.03.26 05:38
    No. 2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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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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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180화 굶지 않는 세상 +2 23.04.03 536 29 15쪽
180 179화 희망이 크면 실망도 크다 +2 23.04.02 563 24 12쪽
179 178화 말은 후에 붙는다 +3 23.04.01 545 25 15쪽
178 177화 보고 느낌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1 23.03.31 549 27 12쪽
177 176화 답은 정해져 있다 +1 23.03.30 572 30 12쪽
176 175화 이웃을 보면 자신을 알 수 있다 +1 23.03.29 571 27 12쪽
175 174화 소문에서 진실은 찾기 어렵다 +2 23.03.28 584 22 13쪽
174 173화 밑 빠진 독 +2 23.03.27 582 30 12쪽
173 172화 칼이 없는 전장 +3 23.03.26 583 29 11쪽
» 171화 재판이 끝나고 +2 23.03.25 575 27 11쪽
171 170화 그는 청나라 사람이다 +9 23.03.24 620 30 12쪽
170 169화 보은은 선악을 가리지 않는다 +4 23.03.23 571 35 14쪽
169 168화 도둑맞을 수 없는 사람들 +5 23.03.22 569 35 14쪽
168 167화 철원 재판 +2 23.03.21 552 27 12쪽
167 166화 토끼의 꿈 +1 23.03.20 561 27 13쪽
166 165화 욕심은 눈을 가린다 +4 23.03.19 581 27 13쪽
165 164화 그 끝에는 편함이 있다 +2 23.03.18 560 32 14쪽
164 163화 나는 친왕이 아니다 +1 23.03.17 575 28 12쪽
163 162화 때로는 무모한 전진이 낫다 +4 23.03.16 591 30 12쪽
162 161화 호랑이를 만드는 방법 +2 23.03.15 594 28 14쪽
161 160화 야합 +5 23.03.14 592 30 12쪽
160 159화 저울질하는 사람들 +1 23.03.13 582 29 14쪽
159 158화 앎은 때때로 사람을 힘들게 한다 +1 23.03.12 586 37 12쪽
158 157화 두 사람이 보는 시선 23.03.11 606 30 12쪽
157 156화 사람은 성공만 본다 +1 23.03.10 599 30 12쪽
156 155화 사지에서는 당당해야 한다 +3 23.03.09 616 32 15쪽
155 154화 복이 되기 전 화는 그저 화다 +3 23.03.08 612 28 11쪽
154 153화 어긋남은 두고 보는 것이 아니다 +3 23.03.07 581 36 12쪽
153 152화 불은 사방을 향한다 +1 23.03.06 579 31 12쪽
152 151화 마음 가득한 심증 +2 23.03.05 580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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