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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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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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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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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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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54화 경쟁은 예정을 뒤튼다

DUMMY

554화 경쟁은 예정을 뒤튼다


“결과론에 불과하다.”


정친왕 아이신기오로 지르가랑은 억측이라고 하듯이 대답했다,


허나 즐거움을 참지 못한 지르가랑은 이내에 빙그레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물론 이득을 보긴 했지.”


이에 예친왕 아이신기오로 도르곤은 못마땅함을 드러내며 말을 이었다.


“시마 요스케, 아니 이제는 황상께 새로이 성을 받아서 쵸소카베라고 불린다고 하였던가?”

“아직은 아니다.”

“감찰 같은 일, 그 결과가 어떠하건 성공은 기정사실이다.”


산둥 감찰은 그 결과가 좋아야 할 거 같으나 사실 감찰이라는 일만 놓고 보면 이 일은 당장은 실패가 있을 수 없었다.


감찰이라는 건 어떻게 되어가는지를 파악하는 것이지, 그 어떻게 된 것의 좋고 나쁨은 소관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이치를 떠올린 도르곤은 시덥잖은 말장난은 더 허용하지 않겠다는 시선으로 말을 이었다.


“그놈은 본디 서정군에 속했고, 네 밑에서 전공을 쌓은 놈이다. 그리고 이번에 정비가 된 일본의 공주와도 동향이라는 연이 있지.”

“그렇긴 하지.”


지르가랑은 바로 수긍하고 인정했다.


허나 그 말로는 한참 부족하여 만족스럽지가 못하니 도르곤은 열이 머리에 오르는 걸 느끼며 한쪽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후우. 그리고 네놈은 나와 달리 심양 깊숙한 곳에 연이 적은 편이지. 섭정친왕회는 사실상 우리 둘의 간섭을 거부하고 있고 말이다.”


양쪽 모두와 인연이 있는 이들로 채웠건만 섭정친왕회는 어느 순간부터 도르곤과 지르가랑으로 대표되는 두 파벌 말고 또 다른 파벌을 자처하고 있었다.


또한 도르곤이 보기에는 마음에 들지 않고 우습게도 청나라 돌아가는 사정 좀 안다고 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근황파로 분류되는 것은 섭정친왕회를 필두로 한 파벌이었다.


도르곤은 북경 파벌이자 내정 파벌, 지르가랑은 낙양 파벌이자 외정 파벌로 분류되고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래도 근황파에 가깝다고 할 것은 도르곤이었으니 이를 증명하듯 그는 심양 내부에 여러 연줄이 많았다.


“그러니 너도, 아니 너니까 더욱 필요하겠지. 섭정친왕회를 대신할 심양 사람들이 말이야.”

“그건 부정하지 않아. 솔직히 말하면 이번에 제대로 안쪽 연줄을 얻어서 즐겁기도 해.”


도르곤이 한 말을 부정하지 않고 긍정한 지르가랑은 이내에 진지한 눈으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그런 개인적인 이득이 있어서 좋다는 말이 아니다.”

“듣도록 하지.”

나름대로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말에 도르곤은 놀라움 반, 의구심 반을 담아서 지르가랑을 바라보았다.


이에 지르가랑은 자신만만하게 입을 열었다.


“우리가 세운 계획의 요는 명나라를 도발하는 거다. 안 그런가?”

“그랬지.”


도르곤을 지르가랑을 살펴 그가 품은 생각이 무엇인지 파악하고자 했다.


그런 도르곤에게 지르가랑은 수고를 덜어주겠다고 하듯 품은 생각을 가리지 않고 드러냈다.


“그럼 같은 방식으로 하면 된다.”

“이미 이성왕들을 내려보낸다는 수법은 먹히지 않는다.”

“아니, 먹힌다.”


단호하게 주장한 지르가랑은 그 근거를 입에 담았다.


“언제나 그렇듯, ‘일부’의 소행은 아주 유용하다. 아니 그런가?”

“호오.”


지르가랑이 하는 말에 도르곤은 감탄을 흘렸으니, 그 감탄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었다.


하나는 아직 계획을 버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르가랑이 이런 면에 능숙해지기 시작하였음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때와 장소도 가리지 못하고 단순하게 생각하던 놈이 제법 발전했군그래.’


나름대로 칭찬이라고 하나 입 밖으로 내면 대번 지르가랑을 자극할 것이 뻔한 말을 속으로 중얼거린 도르곤은 이어서 계획을 다시 세웠다.


이윽고 처음에 비하면 조금 아쉽지만 여전히 쓸만한 점들이 남았다는 걸 안 그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버일러에게 시킬 건가?”

“그러는 게 최상이긴 한데, 아무래도 그건 어렵겠지.”


가장 먼저 댈 수 있는 이유는 이미 녀석이 노선을 달리하기 시작한 낌새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여도 요스케를 이런 일에 직접 쓰기에는 껄끄러운 점이 있었다.


“황상의 이름으로 일탈하는 놈이라니, 대청의 기강이 흔들린다.”

“옳은 말이다.”


힘으로 밀어버릴 수 있다면 이런 건 나중에 신경 쓰면 그만이다.


하지만 작금 천하 정세는 청나라가 우세하다고 한들 단박에 명나라를 대나무 쪼개듯 쪼갤 수 있는 형세가 아니었다.


그러니 그들은 언제고 정당할 필요가 있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말이다.


그것이 앞으로 남은 땅을 얻는 일에 힘이 되어 줄 것이니, 도르곤이 보기에 앞으로 중요한 것은 힘 다음으로 명분과 풍요였다.


“어디까지나 우리는 정당하게 보여야 한다. 남명이라는 잔당의 오만을 징벌하는 대청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전에도 정당했다.”

“우리 법도로 치면, 그리고 우리만 있을 때는 분명 그랬지. 그러나 이제 우리는 만주족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다스려야 한다.”

“흥, 그런 걸 따지는 건 모두 얻고 나서도 충분해.”


지르가랑은 이 말을 마지막으로 더 말할 것이 없다고 하듯 몸을 일으켰다.


그런 지르가랑을 물끄러미 보던 도르곤은 천천히 입을 열어서 물었다.


“조선에서 명나라에도 사람을 보낼 예정이라고 들었다.”

“그런 일은 내 알 바가 아니다.”


무심하게 떠나려고 하던 지르가랑은 돌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눈살을 찌푸리며 돌아섰다.


“잠깐만. 조선에서 이번에 유구국 사람을 내세울 것을 청했다고 들었는데, 설마하니 명나라도 같은 구성이 되는 건가?”


지르가랑이 묻는 말에 도르곤은 이제야 그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았다고 여기며 말을 덧붙였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그 번국에 내가 보기에 순나라는 없을 거 같군.”

“······흥미로운데. 한시라도 빨리 낙양으로 돌아가야겠어.”


이를 드러내며 웃은 지르가랑은 곧장 바깥으로 향하니 이내에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 도르곤은 싸늘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네가 뚫으면 좋은 일이겠지. 하지만 그렇지 못할 수도 있으니 나는 나대로 하도록 하마.”



***



“산둥 감찰?”

“예, 이제 햇수가 제법 지났으니 직접 살피는 사람을 보내어 알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여 계획한 일입니다.”

“맡은 물건을 보관하고 있노라 글로 남기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실제로 있는지는 직접 보기 전에는 모르는 법이 아니겠습니까.”


여전히 남경에 남은 금양군 박미, 그리고 이제 막 소식을 품고 도착한 우의정 김상헌이 이르는 말에 내각 대학사 겸 병부상서 양사창은 의심하는 눈초리로 두 사람을 살폈다.


‘말은 바르나 이들이 하는 제안에는 언제고 뒤가 있었다.’


그 크기가 어떠하건 조선의 제안은 언제나 속에 심계가 숨어 있으니 양사창은 선뜻 그대로 이 일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어진 말에 그는 이미 명나라가 취할 선택지가 없음을 알게 되었다.


“이는 아국의 대군자가께서 상신한 것으로, 한양에서도 좋다고 여겨 이미 청나라에도 청하였습니다. 하여 좋다고 답하였으니, 부디 대인께서는 살펴 주십쇼.”

‘끄응.’


이미 청나라에서 보내기로 하였다는 말에 양사창은 물러날 수 없음을 절감하며 미간을 좁혔다.


산둥은 명나라와 청나라 양국이 소유권을 주장한 땅이다.


사실 양사창 마음 같아서는 천병들을 내어 그 주장을 관철하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당시에는, 아니 지금에 이르러서도 그들은 청나라 상대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하여 양사창은 산둥을 완충지 삼고자 하여 조선을 끌여들였고, 이 와중에 조선은 자신들은 그저 대리로 맡아두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하였다.


이는 글로도 남아 있는 것이니 산둥은 분쟁하되 분쟁하지 않는 땅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만약 사람을 보내지 않으면, 아니 청나라보다 조금이라도 늦게 사람이 도착하면 사실상 그 땅은 분쟁하지 않는 땅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럴 수야 없지. 암. 그렇고말고. 산둥은 대명의 강역이다.’


손에서 반쯤, 아니 거의 놓았다고 하지만 포기한 것은 아니다.


아니, 양사창은 물론이고 명나라 사람 어느 누구도 산둥을 손에서 놓았다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이 보기에 산둥은 잠시 힘을 들이지 않고 안전지대로 둔 땅이었다.


이러한 인식은 통행함이 여전히, 아니 어느 의미 전보다도 훨씬 수월함에 있었으니 명나라 사람들은 가고자 하면 산둥에 오가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물론 산둥 경계에서 표를 받아야 하고 그게 없는 상태로 걸리면 여러 혜택을 보기 어렵다.


관청의 도움 같은 거 말이다.


허나 산둥 사람들과 달리 산둥을 잠시 거쳐 가는 이들에게 관청이란 있으나 마나 한 장소였다.


“잘 들었소이다. 내일 바로 알현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니 그대들은 황상께 이 일을 고하여주시오.”


내일 알현하게 하겠다고 한 후에 양사창은 잠시 생각하다가 두 사람에게 물었다.


“청나라에서 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들을 수 있소이까?”


혹여 친왕들이 온다면 이쪽에서도 대표만은 그에 맞추어서 세워야 했다.


그럴 경우 이제 막 자리 잡기 시작한 번국 왕들을 오라 가라 하는 건 말이 되지 않았으니 남아있는 황족 가운데서 선정해야 한다.


헌데 지난 북경 함락 이래 그들은 모두 앞에 나서기를 꺼려하고 있었고, 그나마 활동적이던 황녀 주미착은 일전에 대항해를 떠났다.


사정이 이러니 누구 하나 세우기가 곤란한 상황이라 할 수 있으니 양사창은 돌아오는 대답이 우려한 대로가 아니기를 바랐다.


“청나라에서 보내는 사람들은 왕작을 받은 이들이 아니옵니다. 대신 충성스러운 이들을 보낼 것이라 하였습니다.”


박미가 나서서 이르는 말에 양사창은 안심하는 한편 의심이 피어올랐다.


‘그놈들이 그렇게 얌전하게 했다고?’


청나라가 지금도 호시탐탐 이쪽을 넘보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런데 이번 일에 아무런 수를 쓰지 않는다는 건 양사창이 보기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충성스러운 이들이라. 뭐가 기준이지?’


때때로 말에는 여러 사실과 답이 담겨 있는 법이니 양사창은 제가 들은 내용들을 떠올리며 조선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 있는 청나라의 속내를 알아내고자 했다.


그런 양사창에게 박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말을 건넸다.


“대인, 저는 청나라에서 오는 이들은 분명 왕작도 없고 충성스러운 이들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지요.”

“다만 그 면면은 분명 대인이며 남경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을 말해주어도 되는 거요?”


정보를 얻어서 좋기는 한데 이런 것은 보통 기밀로 분류되는 것이니 양사창은 복잡한 시선으로 박미를 바라보았다.


이에 박미는 곁에 있는 김상헌과 한번 눈을 맞추어 무언으로 의견을 교환한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


“이미 조정에서 이에 관해 숨길 필요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하여 괜한 오해를 피하고자 저는 가리지 않고 모두 전하기로 마음 먹었으니, 이번에 청나라에서 산둥 감찰의 머리로 삼고자 하는 것은 일본국 출신 장수와 유구국 왕제입니다.”

“······그렇단 말이지.”


여러모로 생각이 들게 하는 인선에 양사창은 지그시 이맛살을 찌푸렸다.


잠시 생각하던 양사창은 박미를 바라보며 물었다.


“조선에서 그리 하신 것인가?”

“그러합니다.”


박미가 순순히 그렇다고 대답하자 양사창은 한층 더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러길 얼마나 있었을까, 양사창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늘 일은 감사하오. 내일 다시들 뵙지요.”


이에 박미와 김상헌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니 이윽고 홀로 남은 양사창은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걸 느끼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 제독을 내세우는 건 보류함이 낫겠군.”


그나마 믿을 만한 인사로 제독 오양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양사창은 이어서 몸을 일으켰다.


오양을 대신할 인사는 바로 떠올랐으나 그 인사는 남경 사람들이 아니니 먼저 말씀을 올리고 허락을 청하여야 했다.


“하아, 천하가 어찌 되려는가.”


현 사세를 한탄한 양사창은 바로 걸음을 옮겼다.


갈 곳은 한 곳, 의흥제 주자랑이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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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2 561화 말이 품은 가치 +2 24.04.23 97 11 12쪽
561 560화 달콤한 독 +3 24.04.21 95 10 12쪽
560 559화 한번 엮인 인연은 끊기 어렵다 +1 24.04.20 94 11 12쪽
559 558화 누구나 자신이 옳다고 말한다 +4 24.04.19 96 12 11쪽
558 557화 번왕의 조건 +3 24.04.18 103 12 12쪽
557 556화 죽은 말 +2 24.04.17 105 12 13쪽
556 555화 없으면 만든다 +1 24.04.16 104 12 13쪽
» 554화 경쟁은 예정을 뒤튼다 +1 24.04.15 111 12 12쪽
554 553화 선택할 자유 +2 24.04.14 99 12 12쪽
553 552화 진위는 때때로 필요에 따라 정해진다 +2 24.04.13 101 11 13쪽
552 551화 사성 +2 24.04.12 100 13 13쪽
551 550화 무엇을 잇고자 하는가 +1 24.04.11 99 11 12쪽
550 549화 그들은 가지고 있다 +2 24.04.10 107 13 14쪽
549 548화 사람을 보는 순서 +1 24.04.09 115 14 13쪽
548 547화 알아서 골치 아픈 일 +3 24.04.08 110 13 11쪽
547 546화 부탁하는 방식은 가지가지다 +2 24.04.07 112 11 12쪽
546 545화 끝없는 궁리 +1 24.04.06 123 12 13쪽
545 544화 족적을 남기는 것은 대의만이 아니다 +2 24.04.05 124 12 14쪽
544 543화 꾸며낸 형상 +2 24.04.04 115 12 12쪽
543 542화 후일을 준비하는 사람들 +3 24.04.03 115 13 11쪽
542 541화 원로 +1 24.04.02 123 13 12쪽
541 540화 세 경쟁자 +2 24.04.01 123 12 14쪽
540 539화 목패 협약 +4 24.03.31 117 12 16쪽
539 538화 감추는 재미 +2 24.03.30 119 13 12쪽
538 537화 모두가 아는 비밀 +2 24.03.29 111 12 13쪽
537 536화 승부에서 이기는 방법 +4 24.03.28 109 12 12쪽
536 535화 알고도 모른 척하긴 어렵다 +2 24.03.27 115 12 12쪽
535 534화 미룸은 미정이 아니다 +2 24.03.26 128 12 12쪽
534 533화 허황된 이야기 +1 24.03.25 120 12 16쪽
533 532화 덕은 풍성함이 전부가 아니다 +2 24.03.24 127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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