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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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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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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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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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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47화 알아서 골치 아픈 일

DUMMY

547화 알아서 골치 아픈 일


“들어오는 길에 정친왕과 마주했겠군?”

“그러합니다.”


인사를 올리자마자 들려온 질문에 통교견문사행감찰원 제조 김충방은 공손하게 대답했다.


이에 봉림대군은 답답하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자가, 아니 움직이는 인사를 생각하면 단독으로 꾸밀 리가 없으니 청나라가 바라는 것이라고 해야 맞겠군.”

“전에 정친왕이라고 하면 청나라에서 수위를 다투는 실세라고 들은 바가 있습니다. 그런 자라면 어느 정도는 제멋대로 일을 행하여도 이상한 일은 아니라 사료되옵니다.”


김충방이 한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일은 그렇게 치부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봉림대군은 확신했다.


“그에게 무언가 들은 바가 있소?”

“제게는 그저 나중에 살아온 이야기나 좀 들려달라고 하였을 따름입니다.”

“이야기?”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서 곰곰히 생각하던 봉림대군은 이내에 상황을 얼추 짐작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청나라 사람들은 그런 기질이 강하지. 잘 싸우는 사람을 좋아하는 기질 말이외다.”

“옛일에 그치며, 중요한 것은 칼을 잘 휘두름보다 어디에 뜻을 두고 휘두를지에 달려 있습니다.”


항왜들이 어찌하여 조선에 돌아섰는지 들은 바가 있던 봉림대군은 크게 공감하며 입을 열었다.


“참으로 옳은 말씀이오. 그대와 같은 이가 사방에 있었다면 전쟁이 조금은 줄었지 않을까 싶소이다.”

“과찬이십니다.”


겸양하는 말을 입에 담은 김충방은 잠시 눈치를 살피다가 말을 이었다.


“또한 대군자가께 감히 말씀드리자면 저와 같은 이가 많기보다는 반대되는 이가 없기를 기도하는 것이 더욱 낫다고 생각합니다.”

“어째서요? 내가 보기에 어느 쪽도 같은 거 같은데.”


봉림대군이 묻자 김충방은 바로 제 말에 대한 근거를 입에 담았다.


“왜란은 가장 높은 이가 크게 고집하였기에 벌어졌던 일입니다.”

“그래, 그렇다고 하더이다. 하지만 모두가 정말 싫어했다면 목숨을 걸고라도 막았겠지.”


말을 받아들이는 한편으로 제 생각도 굽히지 않은 봉림대군은 이 일에 이러쿵저러쿵할 때가 아니라 여기고 화제를 바꾸었다.


“아무튼 청나라에서 바라는 건 지극히 단순하고 간단한 일이요. 이성왕들을 산둥 감찰로 삼고 싶다는 말이었지.”

“이성왕? 한족 출신 왕작을 받은 이들을 이르심입니까?”

“그렇소이다.”


그가 생각한 것이 맞다는 말에 김충방은 크게 당황했다.


아는 것이 다소 들쭉날쭉하다고 하나 한동안 한 가지 일에는 크게 관심을 두고 살폈으니 그 일은 바로 대항해였다.


하여 대항해에 대한 것은 적어도 조선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김충방으로서는 도무지 봉림대군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제가 알기로 그들은 대항하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도 그랬지.”


자신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고 말한 봉림대군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오늘 들어보니 아닌 모양이외다.”

“설마하니 청나라에서 대항해는 모양만 내고 돌이키는 것입니까?”


만약 그렇게 되면 여러 문제가 있을 것이나 당장에 가장 큰 문제는 그들을 따라서 서방으로 향하기로 했던 조선 선단이었다.


그들을 걱정하고 있자니 봉림대군의 목소리가 들리며 그에게 일러주었다.


그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것은 아니오. 다만 이성왕들을 비롯한 일부 인원은 유구까지만 함께하고 돌아올 모양이더군.”

“유구에?”

“그 나라에 대단한 볼일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교대를 위해 인원을 두고자 함이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봉림대군 본인도 이 말을 진짜로 믿고 있는 건 아니었다.


‘처음부터 그럴 속셈이었겠지. 하, 물자는 어느 정도 수준이 맞는다고 여겼는데 말이야. 그것도 눈속임이었나? 대단하다, 대단해.’


물자는 다시 보충하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사람은 보충하자면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니 청나라가 어떤 생각으로 이런 일을 벌였는지는 일목요연했다.


그리고 이제 그 속내를 드러내어 행동으로 보이니 봉림대군이 보기에 이 일이 딱 그러했다.


“감찰이라고 하나 그 진심은 그게 아니겠지. 이르길 그 시작을 심양이 아니라 개봉에서 할 거라고 하였으니 참으로 투명한 수작이라 하겠소이다.”


마음에 들지 않음을 팍팍 드러내니 이게 조선에 있어서 달갑지 않다는 것 정도는 김충방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김충방이 알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니 그는 정확히 이 일이 어디서 어떻게 좋지 못한지는 알지 못했다.


때문에 표정이 애매하게 변하니 봉림대군은 뒤늦게 제 실수를 알아차렸다.


“이런, 그러고 보니 대감께선 개봉이 어딘지 잘 모르시겠소이다.”

“송구합니다.”

“아니오. 이것은 내가 미리 신경을 쓰지 못했소. 가만있자, 위치는 작금 천하 정세에 비추어 말하자면 순나라와 산둥 중간이라고 여기면 됩니다.”

개봉의 위치를 일러준 봉림대군은 그가 우려스겁게 여기는 부분을 마저 입에서 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살짝 내려가면 순나라와 명나라 사이를 잇는 길목이고, 조금 올라오면 산둥이니 나는 감찰을 핑계로 안전한 퇴로를 확보하려고 하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소이다.”


봉림대군이 하는 말을 들은 김충방은 그제야 무엇이 문제인지 알았다.


알고 나니 머릿속에 저절로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으니, 김충방은 문득 봉림대군이 이른 것보다 청나라에게 더욱 이득이 되는 그림을 떠올렸다.


“······아니면 산둥이라는 불가침 지역을 명나라가 먼저 깨게 하려는 걸지도 모릅니다.”

“음?”


김충방이 건넨 말에 봉림대군은 저도 모르게 두 눈을 크게 떴다.


동시에 그것이 오히려 청나라에게 있어서는 더 나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봉림대군은 고개를 흔들었다.


“골치 아프게 되었군. 이래서야 설령 그것을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여도 무시하기 어렵군. 양쪽 다 염두에 두고 움직여야 하겠어.”


말은 이렇게 했지만 당장 뾰족한 수는 달리 떠오르지 않으니 봉림대군은 곤란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알아서 골치 아픈 일이란 실로 이런 일을 뜻함이로다.”


알아서 골치 아픈 일이라는 말에 김충방은 문득 아직 자신이 찾아온 용건을 꺼내지 않았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동시에 봉림대군과 비슷한 심정이 되니 김충방은 크게 고민했다.


‘그냥 내 선에서 자를까?’

“대감, 그러고 보니 아직 그대가 온 이유를 듣지 못했소이다. 무슨 일로 이리 오시었소? 혹여 다른 친왕이 그대를 찾았나?”


고민하는 기색을 알았음인가 봉림대군이 눈을 날카롭게 하며 묻는 말에 김충방은 잠시 주저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심양에 온 이후에 본 친왕은 정친왕 한 사람이 다입니다.”

“그러면 누가 찾아왔소? 대학사?”


혹여 대학사 범문정도 이 일에 걸쳐 있나 싶어서 경계하며 물은 봉림대군은 돌아오는 대답에 다른 의미로 당황했다.


“제게 찾아온 것은 전에 일본에서 이곳 청나라에 온 이들입니다.”

“응? 그들이 무슨 일로?”


반사적으로 물은 봉림대군은 미약한 가능성 하나를 떠올리고는 슬쩍 물었다.


“혹여 예전 아는 사이였다던가 합니까?”

“그것은 아닙니다. 다만 조선을 지날 때에 선지 대감과 작은 연을 맺었으니, 오늘 그 연을 따라서 제게 왔습니다.”

“흐음.”


김충선과 연이 있다는 말에 봉림대군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연은 몰라도 이렇게 찾아왔으니 작은 일이 아니라는 건 잘 알겠군. 말해보시오.”


봉림대군의 말에 김충방은 들었던 말이며 생각한 것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말했다.


이윽고 모든 걸 들은 봉림대군은 가만히 생각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용할 수 있겠는데.”

“예?”

“아, 내 말이 조금 그렇다면 미안하외다. 유학을 배운 사람으로서 할 말은 아니었지.”


민망함을 가득 드러내어 하는 말이나 김충방은 그리 개의치 않았다.


그보다는 이 귀찮은 두 일을 섞어서 해결할 방책을 찾아낸 듯이 보이니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하였다.


“대군자가, 괜찮으시다면 어떤 심계를 품으신 건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간단하오. 저들이 아니라 우리가 요청하는 일로 만들 생각이외다.”


눈으로 호를 그리며 대답한 봉림대군은 제 생각이 적잖이 만족스러운 듯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안 그래도 산둥에 명나라 사람들이 오가는 일도 적지 않은데 기왕에 이렇게 된 거 명과 청을 모두 청하여 알리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 말이오. 그리고 그 역할을, 감찰하는 역할을 맡으려고 하면 두 나라에서 오는 이들은 공정한 이들이 좋지 않겠소이까?”


공정한 이들이라고 한 봉림대군은 의뭉스럽게 웃었다.


이에 김충방은 그가 무슨 생각인지 짐작하나 그것이 될까 싶어 조심스럽게 물었다.


“양국에서 받아들이겠습니까?”

“받든 아니 받는 내 알 바는 아니오. 그리고 중요하지도 않지.”


결과는 어찌 되든 상관없다고 한 봉림대군은 곧 그 이유 역시 일러주었다.


“이걸로 그러한 일이 있음을, 그리고 서로 같은 자격이 있는 이들이 명나라와 청나라에 각각 생기면 그 이상은 우리 책임이 아니지.”


말을 하면서 확실하게 결정을 내렸음인가, 봉림대군은 은근한 어조로 김충방에게 일렀다.


“이러한 일은 내 선에서도 선조치 후보고가 가능한 일이오. 그러니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다고, 그대에게 청이 있소.”

“소신에게 명을 내리셔도 됩니다.”

“그럴 수야 없지.”


자신이 아랫사람이니 명을 내려도 좋다고 하였으나 그 말에 봉림대군은 엄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조선의 신하는 임금의 신하이오. 세자나 대군이 아니라 말이외다. 그런 의미에서 방금 말한 소신이라는 표현도 삼가는 게 좋겠소이다.”

“하. 제가 실수를 범하였습니다.”


고개를 숙여 사죄하니 봉림대군은 그럴 거 없다는 얼굴로 손을 저었다.


“작은 실수로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정히 미안하거든 가서 그자들에게 전해주시오.”

“무어라고 전함이 좋겠습니까?”

“이름 찾는 일을 도와줄 생각이 있는데, 한번 보러 오라는 정도면 됩니다.”


상세한 것은 아무것도 이르지 않았으니 전언으로는 적당하다고 여긴 봉림대군은 즐거운 얼굴로 말을 덧붙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그럴 수 있다에 불과하지만 말이외다. 그들이 석년에 관백이라는 자의 뒤를 잇고자 하면 손을 빌려주는 일은 할 수 없는 일이니, 부디 욕심을 보이지 않는 이들이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리 전하고 날을 잡아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김충방은 그대로 인사를 올리고 바삐 물러가니 그 모습을 지켜보던 봉림대군은 손을 들었다가 도로 내렸다.


너무 바삐 움직일 필요는 없다고 여겼으나 그렇다고 저렇게 의욕에 찬 이를 막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거 참, 갑자기 분주하여졌구나.”


대신 당분간 할 일이 생각 이상으로 늘어날 거라고 여긴 봉림대군은 잠시 생각하다가 붓과 종이를 찾았다.


기다리는 동안 한양에 보낼 서신을 미리 준비하고자 함이었으니 여러 일이 얽힌지라 일단 기록하여 두고 그 후에 다시 살피며 내용을 합하여 보냄이 좋겠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가만있자, 무엇부터 써둘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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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64 ageha19
    작성일
    24.04.08 23:02
    No. 1

    산둥에 피바람 불 수 있는 일을, 사안을 공론화함과 동시에 일본을 끌어들여서 더 복잡하게 꼬아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게 하려는 건가... 이번에도 "조선, 또 너야?" 소리가 나올 듯.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2 g9******..
    작성일
    24.04.09 07:22
    No. 2

    산둥에 영지만들어주나??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K.S
    작성일
    24.04.09 09:03
    No. 3

    흥복이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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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 585화 도박장에서 버는 사람은 도박장 주인이다 +2 24.05.20 91 14 12쪽
585 584화 칼을 뽑았다면 +6 24.05.19 82 14 13쪽
584 583화 말의 무게 +1 24.05.18 85 15 12쪽
583 582화 의무는 누구의 것인가 +1 24.05.17 83 12 12쪽
582 581화 본으로 삼을 나라 +4 24.05.16 82 13 12쪽
581 580화 너무나 큰 승리 +3 24.05.15 86 15 12쪽
580 579화 수적질 +2 24.05.14 79 12 13쪽
579 578화 모두가 거래한다 +2 24.05.13 92 12 12쪽
578 577화 감춰진 칼 +2 24.05.12 83 13 12쪽
577 576화 순서가 바뀌면 이야기가 바뀐다 +3 24.05.11 88 14 12쪽
576 575화 필요에 의한 존재 +2 24.05.10 83 9 14쪽
575 574화 아직 돌아갈 수 없는 사람 +2 24.05.09 81 15 13쪽
574 573화 사람은 언제고 떠나야 한다 +2 24.05.08 90 12 13쪽
573 572화 움직이기 위한 조건 +2 24.05.07 97 13 12쪽
572 571화 부르지 않는 호칭 +1 24.05.06 96 12 12쪽
571 570화 화를 부르는 선의 +3 24.05.05 92 13 13쪽
570 569화 사소함에 숨겨진 진실 +1 24.05.04 97 13 13쪽
569 568화 가운데 나라 +4 24.05.03 97 13 15쪽
568 567화 성공은 열기를 지핀다 +3 24.05.02 102 14 13쪽
567 566화 잡을 수 없는 기회 +3 24.04.28 112 14 13쪽
566 565화 갖다 붙이기 +2 24.04.27 108 14 11쪽
565 564화 배움의 완성 +3 24.04.26 111 14 12쪽
564 563화 누구나 가진 것은 +1 24.04.25 110 15 12쪽
563 562화 외지 +3 24.04.24 99 10 12쪽
562 561화 말이 품은 가치 +2 24.04.23 112 12 12쪽
561 560화 달콤한 독 +3 24.04.21 108 10 12쪽
560 559화 한번 엮인 인연은 끊기 어렵다 +1 24.04.20 109 12 12쪽
559 558화 누구나 자신이 옳다고 말한다 +4 24.04.19 108 13 11쪽
558 557화 번왕의 조건 +3 24.04.18 127 13 12쪽
557 556화 죽은 말 +2 24.04.17 124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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