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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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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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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4.0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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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12쪽

543화 꾸며낸 형상

DUMMY

543화 꾸며낸 형상


사람에게 있어서 ‘미래가 어떻게 될까?’라는 물음은 그날이 가깝건 멀건 이야기하기 흥미를 돋우는 주제였다.


조금 마음이 맞으면 사람들은 여기에 더해 좋을 대로 이야기를 할 것이다.


누군가는 희망적으로, 또 누군가는 절망적으로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으니, 누구도 미래를 믿을지언정 그것이 정답이라고 보장하진 못한다는 거였다.


그리고 이는 미야모토 무사시의 제자 신타로 역시 벗어나지 못한 진실이기도 했다.


“어, 그러니까······.”

“어렵느냐? 그래, 어렵겠지.”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한 미야모토 무사시는 멀리 시선을 주며 입을 다물었다.


말 한마디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가 나기 시작하니 신타로는 우물쭈물하며 그나마 떠오른 것을 말해야 할지 말지 고민이 들었다.


그러다가 하지 않고 후회하기보다는 하고 후회하는 게 낫다고 여기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무적의 검호이자 훌륭한 장수로 기록될 거라 생각합니다.”

“하하.”


제자가 하는 말에 무사시는 기쁜 얼굴이 되었다.


그러나 이내에 그는 고개를 천천히 흔드니, 이는 무사시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네 말은 기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 말 반절은 거짓이다.”

“예?”


당황하여 되묻는 제자의 얼굴을 마주 본 무사시는 힐끗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남은 길을 머릿속에서 그렸다.


얼추 남은 여정을 셈한 그는 늦어도 사흘이면 심양에 들어가 지붕이 있는 곳에서 잠을 청할 수 있겠다고 여기며 입을 열었다.


“궁금하냐?”

“궁금합니다. 제가 보기에 거짓은 없었습니다.”


진심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얼굴로 대답하는 신타로의 말에 무사시는 웃었다.


“후후, 네가 그렇게 말하니 나도 제법 훌륭하게 처신을 한 모양이다.”

“스승님?”


대체 어떤 점에서 웃어야 하는지 모르겠던 신타로가 의문을 한층 더 강하게 얼굴에 드러냈다.


그에 무사시는 짖궃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알고 싶으냐? 그래, 너는 알아도 되고, 알아야 하지. 하지만 여기서는 아니다.”


여기서는 아니라고 한 무사시는 멀리서 자신을 부르러 오는 사람이 다가오는 걸 알고 말을 덧붙였다.


“주군께서 부르시는 모양이다. 궁금하다면 심양에 도착하고서 날 찾아오거라.”


무사시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더 말하지 않겠다고 하듯 말을 달려서 앞으로 가니 신타로는 그럴 때가 아님을 알고 일단은 의문이며 호기심은 모두 가슴 깊은 곳에 내리눌러 담아두고 스승의 뒤를 따랐다.



***



“주군, 부르셨습니까.”

“어서 오시오.”


무사시가 다가오자 시마가 가주이자 청나라 버일러 시마 요스케는 반색하는 얼굴로 그를 맞았다.


이윽고 무사시가 말머리를 같이 하여 나란히 옆에 서니 요스케는 슬쩍 기회를 살피다가 입을 열었다.


“이제 며칠 안 남았는데, 어떻게 날 소개하면 좋을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어서 말이외다.”

“염두에 두신 것이 있으십니까?”


묻는 동시에 무사시는 속으로 생각하였으니, 요스케가 자신을 일본인이라는 동질감을 내세워 다가갈 것인지 아니면 청나라에 자리 잡은 사람이라는 점을 내세워 다가갈지 고민한다고 여겼다.


그러나 이어서 들린 말은 양쪽 모두와 거리가 있는 말이었다.


“떠날 때는 별생각이 없었소. 하지만 문득 생각하니 아주 좋은 기회 같아서 말입니다.”

“······어떤 기회를 이르심인지 부족한 저로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옛 영광스러운 이름을 되찾을 기회 말이오.”


옛 영광스러운 이름이라는 말에 무사시는 요스케가 품은 생각이 무엇인지 깨닫고 당황했다.


그러나 이내에 다시 생각하니 분명 그의 말대로 이번이 기회일지도 몰랐다.


“이번에 오신 귀한 분께서는 멀리서 들으니 전대 천황으로 현 쇼군의 딸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하, 그건 몇 번을 들어도 기이하기 짝이 없는 수식어요. 천황과 쇼군이 한 가문이라니.”


전례가 없는 일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흔한 일은 분명하게 아니니 요스케는 영 이상한 일이라는 기분을 거둘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도 잠시, 요스케는 오히려 그렇기에 좋은 기회가 왔다고 주장했다.


“아마 그대도 슬슬 알았겠지만, 그분께 인정을 받음은 다시 말해 에도와 교토의 간접적인 인정이라고 보아도 무방하지. 어지간히 부딪치는 일이 있지 않으면 말이오.”

“그렇지요. 그리고 분명 이미 여기에 뿌리를 내린 주군이며 시마가 사람들은 적어도 백 년은 일본에 있는 자들과 부딪칠 일이 없을 것입니다.”

‘흐흐, 그것은 두고 보아야 알 일이지.’


보통은 무사시의 말이 옳았다.


하지만 요스케는 그렇게 오래도록 시코쿠와 연을 자르고 있을 생각이 없었다.


물론 백 년 내에 돌아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만한 시간 동안 아무런 교류가 없다면 요스케가 아무리 오래 살아도 후손들은 시코쿠를 귀히 여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돌아간다는 터무니없는 목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시코쿠를 자신들의 땅이라고 심어주는 작업이 필요했다.


이런 면을 고려하면 백 년 내에 부딪칠 일이 없다는 말은 분명히 말해 틀린 예상이었다.


그러한 사실은 언제고 흘러갈 수밖에 없고, 그걸 아는 순간 토사 번 번주 야마우치 타다요시 혹은 그 후손인 야마우치를 칭하는 자들은 반드시 그들에게 항의할 것이니 말이다.


아니면 적대하여 뜻을 달리 품을 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오히려 두렵지 않았다.


이미 이룬 것만으로도 청나라가 고작 토사 번을 위해서 자신을 버릴 리가 없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막부나 공가에서 나선다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지금 만나러 가는 사람은 요스케가 보기에 그의 숙원을 시마와 야마우치, 아니 쵸소카베와 야마우치만의 일로 한정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다만 그것을 인정한다고 하신들 과연 좋게 보겠습니까? 또한 이미 익숙해진 이름이 있으니 청나라에서도 이상하게 여길지 모릅니다.”


무사시가 주의할 일들을 여럿 입에 담으나 그 말들이 뜻하는 것은 반대가 아니었다.


할 거면 모든 것을 고려하고 난 후에 하라는 말이었으니 요스케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 생각했는데, 조금 고귀하게 굴어도 좋지 않을까 싶긴 한데.”

“······이명을 두실 생각입니까? 에도와 쿄토 어느 쪽도 달가워하지 않을 겁니다.”


쇼군을 칭하기 위해 다른 성씨를 칭하는 행위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이는 다시 말해 다른 성씨를 칭하는 건 그러한 행위를 본받고자 함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니 그 이름을 들은 이들은 누구나 조사할 것이 분명하니, 그것이 옛 대적의 이름이라고 하면 당연히 경계할 터였다.


얼마 후면 만날 청나라 황비, 도쿠가와 오키코가 그 사실을 모른다고 하여도 소식은 전해질 것이니 결국 막부에서 알고 의심하는 시선을 보내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막부는 권위에 도전하는 이들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잘 알다마다요. 하지만 기회가 오면 손을 뻗어 취하는 게 도리아니겠습니까.”

“취하고자 하는 것은 좋으나 그 취하는 중에 온갖 위험이 있다면 모두 대처한 후에 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러다가 상해 먹지 못할지도 모르지.”


이미 마음을 단단히 먹은 듯한 요스케의 대답에 무사시는 당황했다.


허나 이내에 현실로서 이를 받아들인 무사시는 기민하게 머리를 굴리며 그나마 나은 방식을 생각해 냈다.


“정히 원하신다면 도움을 구함이 좋겠습니다.”

“도움이라니, 어떤 도움?”

“이러한 일은 홀로 주장하면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함께하여 목소리를 내는 이가 있다면 부담이 줄어드니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입니다.”

“우리를 위해 목소리 내줄 이를 찾아라? 그런 이가 어디에 있다고?”


직접 도움을 청하자면 분명 도움을 얻을 방도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할 경우 얼마간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 분명하였으니 요스케로서는 썩 내키지 않았다.


오히려 황비가 된 오키코를 설득하는 게 가장 쉽고 좋은 방법이라고 여겼다.


이곳 청나라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것이니, 거래 상대로 더할 나위 없다고 여긴 것이다.


“있는지 없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찾아볼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은 어떨까 생각합니다.”


무사시는 이렇게 말한 후에 진심을 담아서 충언을 올렸다.


“검술이 부족하다면 좋은 검을 구한다. 이 정도 노력도 하지 않고 성취를, 전과를 바라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일입니다.”

“!”


이 말에 요스케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놀란 얼굴이 되었다.


이내에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 맞는 말이다. 고작 하루나 이틀의 빠름을 위해 여러 위험을 감수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야. 바뀌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바뀔지도 모르는데 속단하고 스스로 차버릴 필요는 없겠지.”

“영명하신 판단이십니다.”


무사시가 고개 숙이며 이르니 요스케는 각오를 다지며 말을 꺼냈다.


“그대의 말대로 일단 좋은 검을 구하기 위한 노력을 하겠소. 하지만 이미 속에 담은 열망은 커서 억누르기 어려우니 검을 구하지 못한다고 한들 전장에 달려가기를 멈추진 않을 것이오.”


달려가기를 멈추지 않는다는 말에 무사시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에 입을 열어 말했다.


“바라는 것이 거기에 있다면 가시밭길이 아니라 대해를 건너서라도 가야 하는 법이지요. 주군께서 하시는 일은 옳습니다.”

“고맙소.”


요스케가 즐거운 얼굴로 대답하니 무사시 역시 비슷한 얼굴로 대답을 갈음했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신타로는 돌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스승님께서 한 말, 정말로 주군께 한 게 맞나?’



***



각오와 의문을 품은 행렬이 사흘째 되는 날 심양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 도착이 늦어서 이들은 먼저 숙소에 몸을 누이기로 했으니 신타로는 최저한의 채비만 갖추고 스승 무사시가 거하는 방을 찾았다.


“스승님, 제자 신타로입니다.”

“들어와라.”


마치 올 것을 알았다고 하듯 이유도 묻지 않고 떨어진 허락에 신타로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제자를 참 잘 골랐어.”

“대충 고른 것치고는 말이죠?”

“잘 아는구나.”


두 사람은 서로 농이자 진담인 말을 나눈 후에 마주 앉았다.


이에 말없이 보고 있기를 잠시, 먼저 입을 연 것은 제자였다.


“이제 알 수 있습니까?”

“이제 말해줄 수 있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무사시는 제가 전에 말해주지 못한 이유를 입에 담았다.


“말하는 것 자체는 사실 어디든 상관이 없다. 하지만 나는 이 말이 남에게 들리지 않기를 원하니, 이것은 내 치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치부요?”


세상 부끄러움 하나 없이 당당하게 살아가는 무사시에게 그런 것이 있다니 신타로는 상당히 놀라운 기분을 느꼈다.


그런 제자에게 무사시는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


“치부라고는 하지만 나는 부끄럽지 않게 여기는 일이다. 다만 듣는 사람들은 언제나 그렇듯 멋대로 판단하겠지. 꾸민 형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사람이니 말이다.”


꾸민 형상이라는 말에 신타로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승님께서 다른 사람이나 지위를 자칭하신 적은 없지 않습니까?”

“네겐 그렇게 보이는 모양이구나. 허면 이건 어떠냐?”


의미심장하게 대꾸한 무사시는 그대로 말을 이었다.


“나는 사실 검호가 아니다.”


작가의말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비르지니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여 주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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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64 ageha19
    작성일
    24.04.04 21:10
    No. 1

    무사시의 행적에 대한 논란을 얘기하는가...

    정말로 쵸소카베가 자신들의 옛 성을 되찾을 생각을 앞당기는군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2 g9******..
    작성일
    24.04.05 07:14
    No. 2

    그저 성씨만 찾는다면 안정적으로..되겠으나..연고까지 주장한다고하면..허어..또다른 분란을 만든다고 생각할터..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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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 585화 도박장에서 버는 사람은 도박장 주인이다 +2 24.05.20 91 14 12쪽
585 584화 칼을 뽑았다면 +6 24.05.19 82 14 13쪽
584 583화 말의 무게 +1 24.05.18 85 15 12쪽
583 582화 의무는 누구의 것인가 +1 24.05.17 83 12 12쪽
582 581화 본으로 삼을 나라 +4 24.05.16 82 13 12쪽
581 580화 너무나 큰 승리 +3 24.05.15 86 15 12쪽
580 579화 수적질 +2 24.05.14 79 12 13쪽
579 578화 모두가 거래한다 +2 24.05.13 92 12 12쪽
578 577화 감춰진 칼 +2 24.05.12 83 13 12쪽
577 576화 순서가 바뀌면 이야기가 바뀐다 +3 24.05.11 88 14 12쪽
576 575화 필요에 의한 존재 +2 24.05.10 83 9 14쪽
575 574화 아직 돌아갈 수 없는 사람 +2 24.05.09 81 15 13쪽
574 573화 사람은 언제고 떠나야 한다 +2 24.05.08 90 12 13쪽
573 572화 움직이기 위한 조건 +2 24.05.07 97 13 12쪽
572 571화 부르지 않는 호칭 +1 24.05.06 96 12 12쪽
571 570화 화를 부르는 선의 +3 24.05.05 92 13 13쪽
570 569화 사소함에 숨겨진 진실 +1 24.05.04 97 13 13쪽
569 568화 가운데 나라 +4 24.05.03 97 13 15쪽
568 567화 성공은 열기를 지핀다 +3 24.05.02 102 14 13쪽
567 566화 잡을 수 없는 기회 +3 24.04.28 112 14 13쪽
566 565화 갖다 붙이기 +2 24.04.27 108 14 11쪽
565 564화 배움의 완성 +3 24.04.26 111 14 12쪽
564 563화 누구나 가진 것은 +1 24.04.25 110 15 12쪽
563 562화 외지 +3 24.04.24 99 10 12쪽
562 561화 말이 품은 가치 +2 24.04.23 112 12 12쪽
561 560화 달콤한 독 +3 24.04.21 108 10 12쪽
560 559화 한번 엮인 인연은 끊기 어렵다 +1 24.04.20 109 12 12쪽
559 558화 누구나 자신이 옳다고 말한다 +4 24.04.19 108 13 11쪽
558 557화 번왕의 조건 +3 24.04.18 127 13 12쪽
557 556화 죽은 말 +2 24.04.17 124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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