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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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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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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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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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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533화 허황된 이야기

DUMMY

533화 허황된 이야기


‘성상께서 품으신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너무 과하다.’


승정원은 임금의 옆을 지키며 그 손과 발이 되어서 명을 전하고 행함을 논하는 이들이다.


하여 이들은 무언가 시행되기 전에 가장 먼저 아는 이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또한 도승지라고 하면 승정원 필두다.


이러한 이치에 따라 김육은 지금 임금이 임상백에게 하고자 하는 말을 얼추 짐작하고 있으며, 그 말이며 뜻이 어디서부터 무엇으로 인해 시작하였는지도 얼추 알고 있었다.


“외조 정랑 윤휴는 분명 훌륭한 자입니다. 그는 벼슬에 나서기도 전에 학문이 높음을 신풍 부원군의 일로 드러내었고 이후에는 외조에서 성심을 다하고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으니 수완 역시 뛰어납니다.”


이 자리에 없는 윤휴를 향하여 칭찬하는 말을 입에 담은 김육은 곧장 반대되는 말을 입에서 꺼냈다.


“하지만 그는 그 젊음과 뛰어남으로 인해 가리지 않고 살피기를 좋아하여 온갖 이야기를 접하고 받아들임으로 유명합니다. 그것을 그저 스스로 알고 살피는 일에서 끝내면 상관이 없겠으나, 이제는 상께 허황된 이야기를 올려서 국정에 영향을 미치니 부디 살피시어 영단을 내리시길 간곡히 청합니다.”

“그대가 말하는 그 ‘허황된 이야기’는 신독 김집이 함께 논하여 올린 것이다. 어찌 그렇게 치부하여 무시하겠는가?”


임금이 이르는 말에 김육은 남몰래 속으로 한숨을 지었다.


‘하아. 하필이면 신독 선생께서 그러한······아니, 아니지.’


윤휴와 함께 책을 역(譯)하여 올린 김집을 잠시 탓한 김육은 이내에 그 생각을 머리에서 몰아냈다.


사실 김집은 물론이고 윤휴 역시 이 일에 죄는 없었다.


그들이 한 것은 그저 흥미로운 책 몇을 멀리 가기 전에 상께 진상한 게 전부였으니 말이다.


그것을 본 성상께서 그 일부에 소위 ‘꽂혀’서 이리 행하시는 게 근본적으로 보면 더욱 문제였다.


하지만 그들이 차라리 그러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자꾸 머리에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 김육은 애써 머리에 은근슬쩍 자리 잡으려는 생각들을 쫓아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무시하시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저 역시 사대부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성상을 모시는 신하로서 어찌 그런 감언도 되지 못할 망언을 입에 담겠습니까.”

‘허어, 이거 일이 참 흥미롭구나.’


신독 김집이라는 명칭에 가만히 오가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던 영변부 대도호부사 임상백은 흥미가 한층 더 커지는 걸 느꼈다.


‘그 신독 선생께서 함께 이름을 내어 상께 올린 물건을 두고 어찌하여 도승지 영감은 이리도 좋지 않게 여기신다는 말인가?’


김집의 명성은 지금도, 아니 신풍 부원군의 일이 있던 때부터 하여 계속 오르기만 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제자를 과거에서 조목조목 이유 들어서 낙방하게 한 후에 한층 더 올랐으니, 그가 벼슬이 없다고 하여 무시하는 이는 조선 팔도 가운데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사대부라면 그를 존중하여 닮기를 소망하는 것이 보통이니 김집은 작금에 이르러 송시열이나 윤휴 그리고 윤선거와는 다른 의미로 선망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사정은 김육이라고 크게 다르진 않을 거라고 여겼는데 이렇게 급히 나서며 말할 정도라니 임상백은 윤휴와 김집이 함께 올린 그 내용이 무엇인지 사뭇 궁금해졌다.


하여 귀를 더욱 기울이며 숨을 죽이니 조금은 그 내용이 들리기 시작했다.


“성상께서 사대부를 존중하여 그 글을 살피며 중히 여기시는 것은 실로 아름답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단지 살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국정으로 옮기는 것은 분명히 말씀드리건대 상서롭지 못한 일입니다.”

“상서롭지 못하다?”

“그러합니다. 이 일은 소신이 보기에 옛 진시황의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오래되어도 한참은 오래된 일을 들먹이는 김육의 말에 임상백은 저도 모르게 진시황이 한 일들 가운데 허망하다 할 일들을 기억해 보았다.


‘분서인가, 갱유인가, 아니면 사치하여 건축에 몰두한 일인가? 그도 아니면······.’


말을 들으며 진시황이 한 일들을 생각하던 임상백은 문득 그가 한 일 가운데 어느 의미 가장 허망하며 가장 욕심대로 행한 일을 떠올렸다.


“소신이 어리석음을 드러내어 말씀드리자면 이것과 서복의 일이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불로초를 찾고자 진시황에게 여러 지원을 받았지만 결국에는 돌아오지 않고 종적을 감춘 이의 이름이 김육의 입에서 나오니 임상백은 짐작이 맞았다는 걸 알았다.


동시에 임상백은 당황했는데, 대항해가 그러한 허황된 목적으로 떠난다는 말은 지금까지 전혀 듣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부사는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 모양인데, 이 일은 그대와도 관련이 있으니 원하면 언제든 말하라.”


임금이 그가 당황한 것을 알았는지 자유로이 발언하라고 권하니 임상백은 김육을 한번 살피고 바로 입을 열었다.


“서복의 일은 모르는 이가 없으니 그는 바다에 불로초를 얻고자 몇 번이고 나갔습니다. 그러나 삼국에서 서방으로 가는 일은 그런 것이 아님을 들었건만 도승지 영감이 그리 말하니 저는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나는 오래도록 기근이 있던 나라에 대한 것을 읽었다. 그리고 감명을 받아 그와 비슷하게 대응하고자 하나, 도승지가 보기에 그것은 과한 일이라고 하는 것이다.”

“기근에 대비하는 것은 나라에서 마땅하게 행할 일이 아닙니까?”


임상백은 임금이 해준 말에 더욱 영문을 몰라서 되물으며 김육의 눈치를 살폈다.


이에 임금이 직접 말하라고 하듯 김육에게 눈짓하니 그는 어두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부사께서 말씀하신 대로 분명 그 일은 나라에서 마땅히 준비함이 좋습니다. 하지만 그 기간이 문제니, 나는 그것을 두고 과하다고 성상께 말씀을 올리는 중이요.”

“기간?”

“칠 년이오.”

“!?”


칠 년이라는 말에 임상백은 그제야 이 엇갈림이 어디서 나오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기근에 대비함은 마땅한 일이나 그 기간이 칠 년이라고 하면 아무리 생각하여도 허황됨이 너무나도 심했다.


“기근은 사방을 좀 먹는다. 이미 병인년과 정묘년의 일로 모두가 아는 사실이 아닌가.”

“그것은 소신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 역시 단지 두 해에 그칠 따름이었고, 그마저도 외침이 있었기에 피해가 더욱 커졌을 따름입니다. 헌데 어찌 일곱 해를 논하십니까. 유비무환이라고 하면 듣기에는 좋으나 때때로 과함은 부족함만 못한 법입니다.”


김육은 이리 말하더니 심각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천주집해(天主集解)니 신천주집해(新天主集解)니 하는 것들은 서방에서 있었던 삼황오제의 일과 같으니, 그 일들이 마냥 허황하진 않겠지만 결국은 과장된 면이 있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과장되었다라.”

“그러합니다. 이는 신라 시절에 지은 삼국사기, 아니 삼국유사와 같은 신화(神話)에 해당하는 이야기라 소신은 생각합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김육이 고하는 말에 임금이 뜻을 굽힐 듯이 말을 꺼냈다.


그러나 김육은 물론이고 이 논의를 처음 듣는 임상백도 그럴 거 같지 않음을 직감하니 과연 그들이 느낀 그대로 임금의 말이 이어졌다.


“허나 낭설이라고 한들 그 연원은 존재한다. 그러한 이야기가 도는 것은 본디 이유가 있는 법. 우리도 이미 두 해의 기근을 겪었거늘 어찌 그저 거짓이라 치부하겠소?”

“그것은 왜란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상황에서 폐주가 사치하였고, 이어서는 난신 이괄이 소란을 일으킨 것으로 더욱 회복이 늦은 상황에서 외침이 겹쳐서 그런 이유가 큽니다.”


김육은 그리 말한 후에 다시금 말을 올렸다.


“또한 작금 조선은 사방과 통하여 물산이 오고감이 어느 나라보다 쉽습니다. 아무리 그러하여도 천하 사방이 모두 굶주리는 일은 없을 것이니 과한 준비보다는 차라리 주변에서 들임을 생각하는 것이 더 적은 비용으로 기근을 대비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사이가 좋고 끈끈하다고 한들 타국에게 기댐은 어리석은 일이오.”


이것만은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고 하듯 임금의 말에 전에 없이 힘이 실리니, 이어지는 말은 이를 확고하게 했다.


“무릇 도움을 받았으면 응당 그만큼 돌려주어야 하는 법이거늘, 이러한 기근을 견디는 일에 남의 도움을 받으면 조선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중간을 자처하기 어려울 것이오. 종국에는 휘둘린 끝에 어느 한 나라의 말에 항상 따르고 함께하는 거수기가 될 것이니, 그대는 재고하시오.”

“세상에 공짜가 없음은 소신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말씀하신 기근은 사실상 수십 년에 한 번이면 많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니 평시처럼 준비하며 남은 것은 말씀드린 수단으로 대응함이 상리라 하겠습니다. 공으로 받지 않고 대가를 준비하면 어찌 빚이 남겠습니까?”

“그것은 아닙니다.”


김육이 하는 말에 가만히 듣고만 있던 임상백이 끼어들었다.


그러나 그도 잠시, 임상백은 자신이 마음이 앞서서 서둘렀다고 여기며 임금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성상께서 말씀하실 뜻이 있을 줄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일에 더는 듣고만 있기 어려우니 제게 부디 말하게 하소서.”

“이미 말했듯, 이 일은 그대도 무관하지 않다. 하여 이미 발언을 허락하였거늘 무례함을 따질 것이 무엇인가. 자유로이 말하라.”

“살피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예를 갖추어 말을 올린 임상백은 김육에게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도승지 영감, 그렇게 하여 타국에서 양곡을 구하여 기근을 나면 반드시 우리는 조금이라도 그 나라에 기울 것입니다.”

“공짜가 없음은 아나 이미 대가를 치른 것에 무슨 기움이 있겠소이까. 부사께서는 말하는 건 기우요.”


성상과 마찬가지라는 말을 간신히 삼킨 김육에게 임상백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약함을 드러내는 일이 어찌 변함이 없으며 필요한 것을 챙겨주는 이를 어찌 기억하지 않겠습니까? 사람의 마음은 설령 대가를 치렀다고 한들 맺고 끊음이 되지 않습니다.”

“맺고 끊음?”

“영변부에서 저는 그런 일을 겪었으니, 거기에는 본디 호국진사이나 이제는 거부로 영변부에서 가장 재산 쌓은 이가 있습니다. 저는 그에게 상언옥패를 빌렸고, 그리고 그에게 영변부 번창하는 일을 도와달라고 하였습니다.”

“그 이야기라면 나도 들은 바가 있소.”


임상백의 일은 사대부들 사이에 유명한 일이니 자연스레 그 조역 가운데 하나인 강무산에 대한 일도 알 사람은 다 알았다.


“그렇다면 제가 그에게 약속한 것이 있음을 아십니까?”

“그건 잘 모르오.”

“허면 이건 어떻습니까. 제가 그에게 도움을 받아 이 자리에 오른 것 말입니다.”


영변부 대도호부사라는 높은 자리에 오른 것을 상기한 임상백은 진중한 얼굴로 김육을 보았다.


“이 자리에 오른 것은 그에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허면 도승지 영감이 보시기에 제가 그것만으로 지금까지 여러 일을 하였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것은 질시며 어리석은 판단이요. 그대는 시작은 몰라도 그 후에 한 것은 실로 훌륭하였음을 조정에 있는 이라면 누구나 아오.”

“허면 제가 그에게 여전히 감사하며, 언제고 그가 청한다면 목이라도 내어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을 어떻게 보십니까?”

“그것은······.”


여기까지 들은 김육은 안색을 흐리며 입을 닫았다.


지금 예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라고 하나 나라와 나라 사이라고 한들 크게 다를 것이 없음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도움을 받고도 모르쇠로 굴거나 인정하지 않으면 남는 것은 후대의 비웃음과 자신의 작음을 절실하게 느끼는 비참함 뿐이다.”


그런 와중에 임금이 입을 열어서 이르니 김육은 민망함에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여전히 긴 기근에 대한 의구심이 있으니 그는 고개 숙인 상태로 말을 올렸다.


“상께서 걱정하심과 뜻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겠나이다. 그러나 이미 한 번 있었던 기근을 다시 대비하고자 국용을 크게 들임은 좋지 않다고 여전히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 자꾸 엇갈림이 있다고 생각하였는데 그래서 그런 것이군.”

“예?”

“나는 당장 준비하자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러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하던 방식으로 부족함이 있는데 어찌 아무런 연유도 없이 그리하겠는가.”


당장은 아니라고 이른 임금은 임상백에게 시선을 주며 말을 이었다.


“다만 전처럼 기근이 한번 있으면 그치는 것을 고려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여기니, 기근은 때때로 하늘이 아니라 사람으로 인해 일기도 한다.”

“그것은······.”


전쟁이 끝난 후면 어김없이 기근이나 다름이 없는 상황들이 이어졌다는 건 김육도 모르는 바가 아니니 차마 이것도 아니라고 할 수는 없었다.


이에 임금은 그를 달래듯 말을 이었다.


“그러나 대비함은 언제나 있어야 한다. 또한 그 기준은 분명히 가장 심하였던 것을 기준으로, 혹은 그보다 더하다고 여기고 함이 마땅하다. 하여 이 일은 첫 번째 대항해가 끝난 후에 논하고자 하니, 우리가 겪은 것보다 더한 기근이 정녕 없었다면 나도 물러나겠다.”


물러서는 듯하나 속뜻은 반대로 지금 이르는 것처럼 칠 년을 굶주릴 정도로 기근이 있던 것이 사실이라면 더 강경하게 나설 것이라는 게 김육에게는 훤히 보였다.


생각 같아서는 더욱 말을 내고 싶으나 이미 임금이 여기까지 양보한 일에 말을 더함은 자칫 도전하는 것으로 비치기 십상이니 김육은 일단 다음으로 미루자는 말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성상의 지극한 뜻을 제가 어찌 헤아리겠습니까. 다만 영단을 바랄 뿐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김육과 대화를 마무리 지은 임금은 곧 임상백에게 물었다.


“영변부 부사 임상백에게 묻고자 한다. 그대는 동래로 가겠는가, 아니면 대항해에 합류하겠는가?”

“소신의 뜻을 물으신다면 감히 말씀드리니, 대항해를 희망합니다.”

“허면 그대는 그리로 갈 것이니, 청나라 선단과 함께 할 것이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임상백이 머리를 깊게 숙이며 은혜를 논하니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하듯 임금은 고개를 저었다.


“도승지의 뜻을 멀리하는 것은 아니나 나는 분명 저 멀리에도 그러한 일이, 기근이 있었을 거라 여긴다. 천주집해에 실린 내용이 허황되다고 한들 큰 나라가 굶주리고 사방에서 찾아오는 일이 있었다고 하니 비슷한 일, 혹은 그보다 작다고 한들 참혹한 일이 있었음이 분명하다. 하여 그대에게 명하니, 대항해 중에 그러한 사례를 조사하라.”


사례를 조사하라고 명한 임금은 눈에 힘을 주었는데, 그 눈가에는 안타까움과 절박함이 언뜻 스쳤다.


그러나 김육이며 임상백은 각각 머리를 숙이느라 그것을 알지 못하였으니, 임금은 그 기색을 금세 지우고 말을 이었다.


“다른 곳은 어떻게 하였는지, 무슨 일로 기근이 쉽고 어렵게 되었는지 알고 난 뒤에 조선이 대비하기 적당한 방도를 찾을 것이다. 도승지, 그대 역시 기억하라.”

“말씀하소서.”

“영단을 말하나 나는 이것이 영단이라 의심치 않으니, 그것을 바꾸려면 그대도 그만한 근거를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


뜻이 강경하나 돌릴 여지가 아주 없는 것이 아님을 이르니 김육은 이번 일에 조금 더 깊숙이 개입할 필요를 느꼈다.


“그저 아집으로 주장함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는 소신 역시 잘 아니, 성상께서 말씀하심이 옳다면 따를 것입니다. 하지만 그저 따르는 것은 충성이 아니니 말씀하신대로 준비하고자 합니다. 부디 허락하소서.”

“허락하겠소.”


평이한 어조로 허락한 임금은 잠시 고민하더니 말을 이었다.


“도승지는 물론이고 부사 그리고 여타 신료가 말하여 논하는 것이 정당하고 근거가 있다면 분명 조선이 더욱 나아질 것을 나는 의심하지 않소.”


작가의말

[첨언 - 대기근]

조선에서 대기근이라고 하면 현종 시절 있었던 경신대기근이 유명합니다.

 

그러나 임진왜란 시절부터 조선에는 사실상 상시라고 할 정도로 기근에 대한 기록이 잦습니다.

 

물론 이러한 기근은 일정 지역이나 수확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절에 그치긴 하나 몇몇은 대기근 소리를 들을 정도로 심했는데, 작중 시기와 가장 가까운 기근은 병정대기근(1626~1627)이 있습니다.

 

이 병정대기근은 정묘호란과 겹쳐서 일어나 조선이 더욱 힘을 쓰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또한 조선에 한정하지 않고 세계로 시선을 돌리면 대기근이 곳곳에서 발발했는데, 인도에서는 데칸 대기근(1630~1632)이 일어나 최소 3백만, 많게는 7백만에 이르는 사람이 죽었다고 합니다.

 

또한 중국 남부에서는 농사가 잘되지 않는 일이 종종 있었고 일본 역시 칸에이 대기근(1640~1643)이 일어났습니다.

 

다만 중국은 이 당시 기근이 아니어도 혼란스러워서 민란의 원인 정도로만 치부되며, 일본의 경우 많이 죽었다고 하지만 그 숫자는 추정 5만에서 10만이라 다른 대기근과 달리 피해가 적었던 편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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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64 ageha19
    작성일
    24.03.25 21:34
    No. 1

    조선 후기에 삼정 문란과 함께 나라의 역량을 거진 갉아먹었던, 앞으로 닥쳐올 기근들을 미리 대비하고자 하네요. 주인공이 이 부분만큼은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듯.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22 정다비라네
    작성일
    24.06.07 17:37
    No. 2

    현종, 숙종 때의 경신대기근과 을병대기근은 알았는데 그 전에도 만만찮았군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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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5 584화 칼을 뽑았다면 +6 24.05.19 82 14 13쪽
584 583화 말의 무게 +1 24.05.18 85 15 12쪽
583 582화 의무는 누구의 것인가 +1 24.05.17 83 12 12쪽
582 581화 본으로 삼을 나라 +4 24.05.16 82 13 12쪽
581 580화 너무나 큰 승리 +3 24.05.15 86 15 12쪽
580 579화 수적질 +2 24.05.14 79 12 13쪽
579 578화 모두가 거래한다 +2 24.05.13 92 12 12쪽
578 577화 감춰진 칼 +2 24.05.12 83 13 12쪽
577 576화 순서가 바뀌면 이야기가 바뀐다 +3 24.05.11 88 14 12쪽
576 575화 필요에 의한 존재 +2 24.05.10 83 9 14쪽
575 574화 아직 돌아갈 수 없는 사람 +2 24.05.09 81 15 13쪽
574 573화 사람은 언제고 떠나야 한다 +2 24.05.08 90 12 13쪽
573 572화 움직이기 위한 조건 +2 24.05.07 97 13 12쪽
572 571화 부르지 않는 호칭 +1 24.05.06 96 12 12쪽
571 570화 화를 부르는 선의 +3 24.05.05 92 13 13쪽
570 569화 사소함에 숨겨진 진실 +1 24.05.04 97 13 13쪽
569 568화 가운데 나라 +4 24.05.03 97 13 15쪽
568 567화 성공은 열기를 지핀다 +3 24.05.02 102 14 13쪽
567 566화 잡을 수 없는 기회 +3 24.04.28 112 14 13쪽
566 565화 갖다 붙이기 +2 24.04.27 108 14 11쪽
565 564화 배움의 완성 +3 24.04.26 111 14 12쪽
564 563화 누구나 가진 것은 +1 24.04.25 110 15 12쪽
563 562화 외지 +3 24.04.24 99 10 12쪽
562 561화 말이 품은 가치 +2 24.04.23 112 12 12쪽
561 560화 달콤한 독 +3 24.04.21 107 10 12쪽
560 559화 한번 엮인 인연은 끊기 어렵다 +1 24.04.20 109 12 12쪽
559 558화 누구나 자신이 옳다고 말한다 +4 24.04.19 108 13 11쪽
558 557화 번왕의 조건 +3 24.04.18 127 13 12쪽
557 556화 죽은 말 +2 24.04.17 123 13 13쪽
556 555화 없으면 만든다 +1 24.04.16 116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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