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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inLight 서재입니다.

신인 GODMAN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BrainLight
작품등록일 :
2019.09.20 09:55
최근연재일 :
2019.12.25 08:00
연재수 :
97 회
조회수 :
34,289
추천수 :
2,420
글자수 :
408,390

작성
19.10.30 08:15
조회
210
추천
19
글자
9쪽

돌이킬 수 없는 선택

DUMMY

김석훈은 CKYC의 서동수가 알려준 장소로 가기 위해 시간을 확인했다.


버스로 가면 두 정거장 정도 되는 거리이니, 걸어가도 그리 멀지 않을 것 같군.


김석훈은 집에서 일찍 나와 천천히 걸으며, 문득 오래전 마스터 Z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를 기억해 냈다.




"죽었다 살았다 하는 것이 마음이다. 원래 마음은 생사가 없지만 우리의 마음, 우리의 의식은 꺼졌다 켜졌다 하는 거야.

사람이 한 번 흔들렸다고 해서 그 사람을 아예 버려서는 안 된다. 흔들렸던 사람이 언제든지 다시 마음을 잡을 수 있는 거다.

어떤 계기로 한 번 타락했다고 영원히 그런 건 아니다. 언제든지 중생이 되었다 부처가 되었다 하는 거야. 타락하면 중생이고 깨달으면 부처가 되는 거다."


제자들이 마스터 Z 앞에 모두 모이는 일은 흔치 않았지만, 일주일 전에 일어난 한 사건으로 인해 모든 제자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었다.

마스터 Z의 측근이었던 제자가 편지 한 장만 남긴 채 돌연 종적을 감춘 것이었다.


'스승님, 정말 죄송합니다.'


그가 남긴 편지 글의 전부였다.

갑자기 사라진 도반의 이야기는 처음에 그를 알고 지내던 몇몇 사형과 동료들 사이에서만 전해지다가 차츰 퍼져 어느덧 모두가 아는 비밀이 되었다. 마스터 Z가 제자들을 부른 건 그 때문이었다.


"너희들이 내 제자로 있는 한 언제든지 구제되고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거다. 수행자로서 조금 실망스러운 생활을 했다 해서 자신이 완전히 몹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야.

그런데 정직해야 된다. 자신을 속이는 사람은 발전할 수가 없어. 참회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발전이 안 된다.

어떤 계기로 '나는 무엇이 문제구나.' 하고 자신이 보이기 시작할 때 성장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 자신을 정화시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야."




김석훈은 그런 영적인 삶이 그리웠다.


하지만 돌이키기에 이미 너무 멀리 왔다.



제자로 입문했을 때 김석훈의 나이는 27살이었다.

군대를 다녀와 수련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감각이 예민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에 반듯한 외모로 오성의 눈에 띄었다.

시범단으로 무대에 자주 서게 되면서 그럴 때마다 입문 동기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신인으로 입문할 때부터 김석훈의 바램은 마스터 Z의 곁에서 스승을 완전히 보고 느끼고 알고 이해하고 싶은 것이었다. 그래서 사형인 오성을 따라 다니며 열심히 배웠다.

마스터 Z의 책을 늘 들고 다니며 틈이 날 때마다 탐독했으며, 마스터 Z가 제자들에게 내려주는 수련법을 빠짐없이 익히고 연마하면서 그의 가르침을 완벽히 체득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나를 오성 사형은 매우 아껴주었었지.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물거품이 돼 버렸어.

나는 나의 감정이 저지른 실수를 결코 용납할 수 없었고, 그 결과로 지금은 책임져야 할 가족이 네 명이나 있으니...



김석훈은 약속한 일식집에 도착해 서동수의 이름을 대고 예약된 방으로 들어갔다. 10여 분이 지난 후 그 방에 들어온 서동수는 혼자가 아니었다. 서동수는 같이 온 사람을 CKYC 대표 한규영이라고 소개했다.


"어려운 걸음을 하셨네요. 반갑습니다. 한규영입니다. 동수에게 이야기 들었습니다. 중요한 분이시라 직접 만나고 싶어서 함께 왔습니다. 마스터 Z의 측근으로 계셨다고요."

"측근이라 하기엔 그렇습니다만. 정확히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 건가요. 제가 그곳을 떠난 지 이미 너무 오래 되어서요."


"이 자리까지 나오시려면 생각이 많으셨을 줄 압니다만, 기왕 어려운 걸음을 하셨으니 무엇이든 숨김없이 말씀을 해주시지요."

"글쎄요. 사안에 따라서 제가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친하게 지내던 측근들과 서로 소식은 주고 받을 거 아닙니까. 꽤 촉망받는 제자이셨다고요."


대체 이 자는 그런 이야기들을 다 어디서 들은 거지?


한규영은 김석훈의 어두워진 표정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제가 정보를 좀 여러 곳에서 받는 편입니다. 아주 골고루요."


나를 아주 대놓고 비웃고 있구나.


김석훈은 한규영의 노골적인 말투에 자존심이 상했다.

만남에 응한 것이 후회되었다.


"아닙니다. 그만 두고 나서는 연락이 완전히 끊어졌습니다."

"일단 식사부터 하시죠. 이야기는 천천히 식사를 하시며 나누기로 하구요."


한규영과의 식사는 길지 않았다.


"제가 원하는 정보는 마스터 Z의 조직입니다. 국내이든 해외이든 어느 제자를 통해, 어느 곳에서, 어떤 규모와 목적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소상히 알고 싶습니다."


이미 12년이나 지난 상황들이야.

지금은 대부분이 바뀌었을 테니 크게 염려할 일은 없을 거야.


김석훈은 생각나는 대로 당시 서울과 제주도, 미국과 일본, 영국에서 진행됐던 모임과 핵심이 되는 이들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저희가 약속 하나는 매우 철저히 지킵니다. 사례입니다."


이야기 끝에 한규영은 서동수가 가방에서 꺼낸 돈 봉투를 받아 직접 김석훈에게 건넸다.


"그럼."


김석훈은 받은 봉투를 웃옷 안쪽 주머니에 찔러 넣고, 가벼운 목례만 하고서 음식점을 먼저 빠져나왔다.


한규영은 김석훈의 정보가 기대한 것과 달리 너무 오래된 것임을 알고 적잖이 실망을 했다. 그는 돌아오는 길 내내 서동수를 나무랐다.


"동수야, 네가 나를 실망시키는구나. 더 자세히 알아보고 만날 걸 그랬다. 들인 돈과 시간이 너무 아깝다."


한규영 일행과 헤어진 김석훈은 곧장 집으로 향했다.

대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자 슬찬, 슬우, 슬아가 한꺼번에 뛰어나와 그의 품에 안겼다.


"얘들아, 많이 기다렸지. 우리 오늘은 오랜만에 짜장면 먹으러갈까? 엄마는?"


김석훈은 아내의 얼굴이 보이지 않자 바로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또 시작인 건가?


"엄마는 약을 먹고 잠자고 있어요."


슬아가 말했다.


"그래? 그러면 엄마는 더 쉬시라 하고 우리끼리 가자. 괜찮지?"

"탕수육도 먹는 거야?"


고기를 좋아하는 슬우가 슬쩍 눈치를 보며 물었다.


"그래, 오늘은 탕수육도 먹자."

"야~! 신난다!"


아이들은 탕수육과 짜장면을 먹는다는 말에 엄마가 같이 가지 못하는 서운함도 금세 잊고 김석훈을 쫄랑거리며 따라 나섰다.


슬찬은 12살, 슬우는 11살, 슬아는 9살이다.


"슬찬아, 오늘도 동생들 데리고 수련 잘 갔다 와라."

"네, 아빠. 그런데요... 조금 가기가 미안해요."


슬찬이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교육비 때문에 그러는구나? 아빠가 밀린 석 달치와 다음 한 달치를 다 준비했다. 걱정 말고 많이 먹고, 동생들 데리고 다녀 오렴. 엄마 걱정은 하지 말고."

"네!"


김석훈의 말에 슬찬이는 신이 나서 중국집이 떠나가도록 대답을 하고 그릇에 남은 짜장면을 게눈 감추듯 먹어 치웠다.

벌써 짜장면을 다 먹은 슬우와 슬아는 아쉬운 듯 빈 탕수육 접시에 남은 달달한 소스를 연신 젓가락으로 찍어 먹고 있었다.


그때의 삶이 그립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아니 후회할 새가 없다.

나와 아내가 끝내지 못한 그 길을 아이들에게 열어주는 것만으로도 이번 삶은 충분해.


김석훈은 장난치고 까불며 걸어가는 세 아이들의 뒷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고는 돌아서서 집을 향해 서둘러 걸었다.

마침 지나가는 골목길의 과일가게 주인이 나와 있다가 김석훈을 알아보고 말을 걸었다.


"아유, 슬찬이 아빠 오랜만이네요. 요새 슬찬이 엄마도 통 안 보이고."


김석훈은 하는 수 없이 인사를 받으며 가게로 들어섰다. 아내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과 몇 알을 골라 주인이 집어 든 봉투에 담았다.

과일가게 주인은 단골 손님에게 덤으로 딱딱한 감 세 알을 넣어주며 애들 엄마에게 안부를 꼭 전해 달라고 했다.


"은주야~!"


김석훈은 사과봉지를 들고 집에 들어서며 아내 이름을 불렀다. 고은주는 여전히 약에 취해서 자고 있었다.


김석훈은 고은주 곁에 놓인 우울증 약봉투를 치우고 과일봉지를 집어 부엌으로 갔다. 아이들이 어지럽혀 놓은 싱크대를 정리하고 봉지에서 사과를 꺼내 수도꼭지를 세게 틀었다.

그는 입을 꽉다문 채 세차게 나오는 물줄기로 힘을 주어 사과를 박박 문질러 씻었다.


김석훈은 윤이 나게 씻긴 사과 두 알을 접시에 담아 고은주 머리 맡에 놓으며, 잠든 아내의 얼굴을 물끄러미 들여다보았다.


아이를 갖고, 결혼을 하고, 마스터 Z의 곁을 떠나고...

어려운 살림을 근근이 꾸려 가야만 하는 일들이 너에겐 정말 많이 힘들었을 거야.

미안하다. 은주야...


김석훈은 여태껏 솔직히 털어놓아보지 못한 마음을 또다시 그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말았다.




- 신인 GOD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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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5 manu3571
    작성일
    19.10.30 10:56
    No. 1

    스승을 떠나는 제자의 마음이 너무 아프게 느껴져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1 97rhdaud
    작성일
    19.10.30 14:24
    No. 2

    잘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1 hh***
    작성일
    19.11.04 16:55
    No. 3

    고은주와 결혼한 신인이 김석훈이고 마스터Z 곁에서 갑자기 사라진 제자도 김석훈이군요. 사람들이 서로 얼키고 설키는 거 같아요~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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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이킬 수 없는 선택 +3 19.10.30 211 19 9쪽
40 거룩한 전쟁 +2 19.10.29 222 18 8쪽
39 해후邂逅 +3 19.10.28 216 19 8쪽
38 두 번째 생일 +3 19.10.27 239 22 11쪽
37 세 개의 거울 (2) +2 19.10.26 263 23 8쪽
36 세 개의 거울 (1) +2 19.10.25 302 24 8쪽
35 영안靈眼 (2) +3 19.10.24 274 23 8쪽
34 영안靈眼 (1) +3 19.10.23 292 28 9쪽
33 재회再會 +2 19.10.22 277 27 8쪽
32 천부신검天符神劍 +2 19.10.21 285 27 11쪽
31 호종단胡宗旦 +2 19.10.20 285 24 8쪽
30 사후를 위해 사는 자들 +2 19.10.19 298 25 9쪽
29 삼합비경三合秘景 +3 19.10.18 278 31 8쪽
28 비룡승천飛龍昇天 +1 19.10.17 275 26 7쪽
27 맥脈 +1 19.10.16 332 32 11쪽
26 고양이와 호랑이 +1 19.10.15 327 29 9쪽
25 선인仙人골 +1 19.10.14 346 26 9쪽
24 그것을 원합니다 +1 19.10.13 333 28 9쪽
23 매우 사적인 인터뷰 +1 19.10.12 364 31 10쪽
22 테라코타Terracotta +4 19.10.11 342 32 8쪽
21 우주목宇宙木 +5 19.10.10 377 29 11쪽
20 공명共鳴 +5 19.10.09 373 31 8쪽
19 천부관天符館 +4 19.10.08 401 33 12쪽
18 신인의 언어 (3) +2 19.10.07 393 34 10쪽
17 신인의 언어 (2) +2 19.10.06 402 39 8쪽
16 신인의 언어 (1) +3 19.10.05 451 36 9쪽
15 가을 속 여름 +2 19.10.04 471 34 11쪽
14 제왕의 터, 왕후지지王侯之地 +4 19.10.03 458 32 8쪽
13 불로초不老草 (3) +1 19.10.02 472 37 9쪽
12 불로초不老草 (2) +1 19.10.01 477 3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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