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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inLight 서재입니다.

신인 GODMAN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BrainLight
작품등록일 :
2019.09.20 09:55
최근연재일 :
2019.12.25 08:00
연재수 :
97 회
조회수 :
34,307
추천수 :
2,420
글자수 :
408,390

작성
19.10.15 08:00
조회
327
추천
29
글자
9쪽

고양이와 호랑이

DUMMY

내가 방사가 된 것은 어렸을 때 겪은 피할 수 없었던 가족의 수난 때문이었다. 전국은 앞을 다투는 영웅들의 끊임없이 피바람을 일으키는 세력 다툼으로 백성들의 삶이 피폐할 대로 피폐해져 있었다.


자신의 힘으로 극도의 기아와 가난을 모면할 길이 없는 백성들은 굶주림 속에서 이미 염치와 자존심을 버린 지 오래였다. 먹고 살기 위해 폭력, 사기, 강도, 살인이 난무하는 인간의 세상이 아닌 그야말로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의 세상이었다.


더욱이 전쟁이 잠시 그치는 때면 어김없이 전염병이 마을을 한 번씩 휩쓸고 지나갔다. 나의 가족들도 괴질이 돌았을 때 달리 손쓸 틈도 없이 모두 병에 걸려 죽고 말았다.


당시 어린 나는 일을 하기 위해 부모와 일곱 형제 자매들과 떨어져서 살아야 했다. 가난한 부모를 원망했다. 사는 것이 고통스럽고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하지만 한 입이라도 덜고 살림에 보태려고 나를 외지로 보냈던 부모님 덕에 결과적으로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되었다. 부모님은 어린 나에게 늘 말했다.


"사는 게 고통이다. 죽지 못해 사는 게 인생이다."


부모님에 관해 내게 남은 기억은 그뿐이었다.

이상한 것은, 사는 것이 고통이라면서 그 누구도 쉽사리 죽음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아니, 오히려 모두가 어떻게든 죽음을 외면하고 피하고 싶어 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포이고 두려움이었다.


영원한 생명만 얻을 수 있다면 무엇이 되어도 좋다.


나는 그 길이 방사가 되는 데 있다고 굳게 믿었다.

그런데 이제 고향도 아닌 외지에서 영원한 생명은커녕 아무도 알 수 없는 곳에서 허망하게 죽게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도 서글펐다.


억울함과 서러움에 북받쳐 눈물이 났지만, 얼음처럼 몸이 굳어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흘러내린 눈물은 얼어서 바로 뺨에 달라붙었다.


옴짝달싹 못하는 몸에 갇힌 내 자신을 보며 나는 마지막 힘을 그러모아 얕고 가빠진 숨을 고르며 최대한 천천히 길게 내쉬었다.


생生은 고苦요, 무상無常.


그간 살아온 생을 정리하며 떠오른 화두를 마음에 떠올렸는데 갑자기 차고 어두운 새벽을 가르는 신령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무아無我니라!"




"선인골이라면 강 실장님이 다녀왔다는 그곳 아닙니까?"

"맞습니다. 서복 신명님이 스승을 만난 곳이 바로 그곳이라고 하더군요. 서난드르가 한라산이 화산 폭발을 하고 제일 마지막으로 생긴 지형인데, 그래서 그런지 당시에도 그곳이 신령한 곳으로 알려졌던 것 같습니다."


예나는 2천 년이 넘는 오랜 시간의 간격에도 선인골, 서복, 불로초 그리고 신인의 이야기들이 서로 연계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점점 더 휘말려 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뫼비우스의 띠.

시작과 끝이 없고 마치 과거와 현재가 맞물려 공존하고 있는 것 같은...


"그래서 어찌 되었습니까?"


예나는 고태건에게 이야기를 다시 재촉했다.




신선은 갑자기 내게 물었다.


"너의 주인이 누구냐?"

"저의 주인은 진시황입니다."


"진시황?"

"언제부터 진시황이 너의 주인이었나?"


"... 어려서부터였습니다."

"그래? 그럼 앞으로는 어찌할 것이냐? 앞으로도 계속 진시황이 너의 주인인가?"

"네."


나는 그렇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런 질문을 던지는 신선의 의중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나의 말 없는 물음에 신선은 답을 주듯이 말했다.


"네 과거의 주인도 진시황이고, 현재의 주인도 진시황이고, 미래의 주인도 진시황이라면, 너는 영원히 가망이 없겠구나! 그만 돌아가라!"


나는 할 말을 잃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진시황이 네 주인이라면, 너는 진시황의 일개 종복從僕에 불과한 존재라는 것이냐?”


종복에 불과한 존재...


“너란 도대체 무엇이냐는 거다!"

"저란... 그러니까... 저란..."


하지만 나는 그 어떤 답도 할 수 없었다.


"그동안 너를 통제하고 지배해 온 수많은 사건과 관계들, 그리고 그로부터 나오는 여러 가지 감정과 욕구들, 그것이 네가 알고 있었던 너였다. 그런데 그것이 진정한 네가 아니다! 진실로 너 자신을 찾기를 원한다면 네가 바뀌어야 한다.

그간의 삶이 고통스럽고 무상하다고 생각하느냐? 정말로 삶의 의미를 찾고 싶으냐? 그렇다면 네 주인을 바꿔라!"


나의 주인을 바꿔야 한다고?

누구로 바꾼다는 말인가?


나는 앞이 캄캄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너는 그동안 너 자신을 속여 온 것이다. 네가 좇아온 불로불사라고 알고 말하고 행동해 온 것들은 전부 허상이었다. 진정한 너를 찾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공허한 말장난이었다는 것이다."


나는 신선의 말을 들으며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내 주인이 누구냐고?

신선은 그렇게 나보다 더 나를 잘 안단 말인가?

황제의 인정을 받기 위해, 동료 방사들보다 앞서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해 왔다.

그런데 이런 단순한 물음에 입조차 뗄 수 없다니...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너무나 무력한 나를 느꼈다.


그동안 나는 무엇을 하였는가?


"너는 호랑이 색칠을 한 고양이였던 것이다. 그러고는 스스로 호랑이라고 생각을 한 게지. 호랑이 색칠을 한다고 고양이가 호랑이가 되겠느냐? 될 수 없는 거다. 그러면서 혼자서는 계속 고민했을 것이다. '나는 왜 진짜 호랑이가 되지 않는가' 하고 말이다."


내가 고양이라고?


"고양이 주제에 가끔은 호랑이의 포효 시늉도 내어봤겠지. 그러고 나서는 아마 너 스스로도 놀라버려 조금 해보다 포기하고 말았을 것이다. 결국 예전 모습대로 돌아가고 만 것이다.

그럴 때마다 얼마나 자기 정당화에 힘들었겠느냐?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호랑이가 될 수 없는 자신을 혐오하며 자학했겠지."


나는 신선의 말을 들으며 가슴이 갈래 갈래 찢기는 것 같은 고통으로 눈물을 흘렸다.


"네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이냐? 불로초냐? 왜 불로초를 원하느냐? 황제를 위해서? 너 자신을 위해서? 네가 여기까지 와서 구하고자 하는 게 진정 무엇인지를 분명히 찾아라!"

"가르침을 주십시오!"


나는 신선에게 매달렸다.


"그리고 진정한 너를 찾아라!"

"제게 기회를 주십시요. 저를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그때 내 마음은 이미 신선을 스승으로 모셔야 한다고 간절히 말하고 있었다.


기회는 이번 단 한 번뿐이다!


"너의 껍질만으로는 안 된다. 네 마음, 네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이것을 '고욤나무가 감나무가 되는 공부'라고 한다. 고욤나무가 감나무가 되려면 잘라내고 접을 붙여야 되지, 감나무 옆에 있다고 절대 고욤나무에서 감이 열리지 않아.


그동안의 네 삶은 권력과 명예를 쫓아 진리의 변두리에서 서성이고만 있었던 것이다. 공부도 좀 했고 들은 것도 많고 본 것도 많으니 진리를 안다고 생각하며 그런 척 행세만 해 온 것이다.


하지만 네 깊은 곳에서는 이미 알고 있다. 너의 겉과 속이 다르다는 것을. 먼저 그것을 철저히 알고 인정해야 한다. 이 길을 정말로 원하느냐?"


"네, 원합니다!"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 순간 목숨이라도 내 놓아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제 어차피 살아도 죽은 목숨이다.

더 이상 다른 길은 없다!


"이 길은 어둠과 밝음의 관계다.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지 않으면 영원히 알 수 없다. 어둠을 밝히려면 어둠을 떠나야 한다. 자기가 어두운데 무슨 재주로 밝히겠느냐?


떠나서 밝음으로 오고, 자신이 밝아졌을 때 다시 어둠을 밝히기 위해 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갔다 오는 관계'라고 하는 거다. 내가 너에게 이렇게 말하는 이유를 알겠느냐?”


"모르겠습니다."


나는 사실 모르는 것 같기도, 알 것 같기도 했다.


"그동안 너를 지배해 온 강력한 통제와 관계를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 순수하고 단순하면 가능하다. 진짜 순수하고 단순하면 이런 원리를 잘 몰라도 그 사람에게서는 힘이 나온다.


왜 그런지 아느냐? 스승에게서 그냥 받아버리기 때문이다. 절대 순종이나 충성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서부터 우러날 때만 되어지는 것이다."


나는 신선의 말을 들으며 진시황과의 관계를 떠올렸다.

황제에게 바친 절대 순종과 절대 충성은 복종만이 살 길이었기 때문이었다. 황제 외에 나란 존재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나는 그제서야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순간 번개가 머리를 내리친 것 같은 충격을 느꼈다.


나는 피를 토해내 듯 온 힘을 다해 신선에게 간청했다.


"제발, 저를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 신인 GOD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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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거룩한 전쟁 +2 19.10.29 223 18 8쪽
39 해후邂逅 +3 19.10.28 217 19 8쪽
38 두 번째 생일 +3 19.10.27 240 22 11쪽
37 세 개의 거울 (2) +2 19.10.26 263 23 8쪽
36 세 개의 거울 (1) +2 19.10.25 303 24 8쪽
35 영안靈眼 (2) +3 19.10.24 274 23 8쪽
34 영안靈眼 (1) +3 19.10.23 293 28 9쪽
33 재회再會 +2 19.10.22 278 27 8쪽
32 천부신검天符神劍 +2 19.10.21 285 27 11쪽
31 호종단胡宗旦 +2 19.10.20 286 24 8쪽
30 사후를 위해 사는 자들 +2 19.10.19 298 25 9쪽
29 삼합비경三合秘景 +3 19.10.18 279 31 8쪽
28 비룡승천飛龍昇天 +1 19.10.17 275 26 7쪽
27 맥脈 +1 19.10.16 333 32 11쪽
» 고양이와 호랑이 +1 19.10.15 328 29 9쪽
25 선인仙人골 +1 19.10.14 347 26 9쪽
24 그것을 원합니다 +1 19.10.13 334 28 9쪽
23 매우 사적인 인터뷰 +1 19.10.12 365 31 10쪽
22 테라코타Terracotta +4 19.10.11 342 32 8쪽
21 우주목宇宙木 +5 19.10.10 378 29 11쪽
20 공명共鳴 +5 19.10.09 373 31 8쪽
19 천부관天符館 +4 19.10.08 402 33 12쪽
18 신인의 언어 (3) +2 19.10.07 393 34 10쪽
17 신인의 언어 (2) +2 19.10.06 403 39 8쪽
16 신인의 언어 (1) +3 19.10.05 451 36 9쪽
15 가을 속 여름 +2 19.10.04 472 34 11쪽
14 제왕의 터, 왕후지지王侯之地 +4 19.10.03 459 32 8쪽
13 불로초不老草 (3) +1 19.10.02 472 37 9쪽
12 불로초不老草 (2) +1 19.10.01 477 3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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