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BrainLight 서재입니다.

신인 GODMAN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BrainLight
작품등록일 :
2019.09.20 09:55
최근연재일 :
2019.12.25 08:00
연재수 :
97 회
조회수 :
34,293
추천수 :
2,420
글자수 :
408,390

작성
19.10.16 08:00
조회
332
추천
32
글자
11쪽

맥脈

DUMMY

"그래서 서복 신명님은 현묘진일을 스승으로 모시면서 더 이상 불로초를 찾지 않고 수행을 시작하게 된 것이군요."

"네, 그렇다고 합니다."


고태건이 물로 목을 축이고 샌드위치 두 조각을 연거푸 먹은 뒤 말했다.


"그럼, 다시 탐모라 역사 이야기로 돌아가보겠습니다."

"네, 그러시지요."


예나도 마지막 남은 과일 조각을 입에 넣으며 말했다.




나는 현묘진일 스승님의 가르침을 따라 꾸준히 수행을 했다. 스승님은 방사로서 익혔던 것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내게 일깨워 주셨다.


"먼저 맥脈을 연결하기 위해 수련을 해야 한다. 올림공부이다. 맥이 연결된 사람은 지성으로 기도를 하면 하늘에서 천서天書를 내려준다.

그래서 이 공부의 마지막은 내림공부가 되는 것이다. 내림공부는 올림공부로 바탕을 다져야 한다."

"글을 받는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그때부터 하늘에 속한 사람, 천손天孫이 되는 것이다. 글자를 통해서 근원에서 내려오는 기운을 받을 때 몸에 변화가 올 것이다.

그런 사람은 괴질도 몸에서 나오는 빛을 보고 피해간다. 기氣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은 그래서 신神 공부도 할 수 없는 것이다."

"네, 스승님"


"이 수련을 할 때는 '당신의 빛과 당신의 기운과 당신의 성품을 저에게 접붙여 주십시오.'라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원리를 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변화가 오지 않으면 안 된다. 체질이 바뀌어야 하고 성품이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바른 마음을 가져라. 바르게 살아라.'고 하는 것이다.

바르게 살기 위한 수련의 기준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정충精充 기장氣將 신명神明입니다."

"그래, 신명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내기內氣를 다스려 보았느냐?"


나는 쉬이 답을 할 수 없었다.


인체에 흐르는 기운을 이해하고 의약으로 양생은 해보았지만, 스스로 기운을 다스렸던 경험은 내세울 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스승님께서 다시 물으셨다.


"기氣는 터득하였느냐?"

"의약으로 기운을 다스리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그것으로는 안 된다! 기를 터득하고 100일간 축기를 해라!"

"기는 어찌 터득하는 것입니까?"

"심기혈정心氣血精이니라!"


스승님께서는 화두만 던진 채 어떤 다른 설명도 주지 않으셨다.


심기혈정?

마음과 기는 보이지 않는 것이고, 혈과 정은 보이는 것인데...


나는 알고 있는 지식을 총 동원해 화두를 풀어보려 했다.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것을 다스리라는 말씀이시구나.


그날부터 나무를 하고, 물을 긷고, 밥을 하는 때를 제외하고는 선인골 폭포 앞에 종일 앉아 있었다.

폭포 앞 큰 바위에 앉아 눈을 감아 보기도 하고, 폭포를 바라보기도 하고, 쏟아져 내리는 폭포 소리에 집중하기도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만 더욱 산란하고 초조해졌다.


도대체 기를 느낀다는 것이 무엇인가?

기가 무엇인지는 안다고 생각하였는데, 내 몸으로 터득하는 것이 이리도 어려울 줄이야...


백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풍덩!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폭포를 바라보다가 무심히 폭포 아래로 그대로 몸을 내던졌다.


수심이 매우 깊었다.


연못 깊이 몸이 계속 가라앉아 내려가고 있었다. 나는 숨이 점점 막혀오자 온 힘을 다해 허우적대기 시작했다.

그 덕에 겨우 몸이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때, 굉음과 함께 소용돌이치는 물보라가 덮쳐 다시 숨이 막혔다.

몸을 뜻대로 가눌 수가 없었다. 나는 정신을 차리려고 애쓰며 있는 힘을 다해 발버둥을 쳤다.


"살고 싶거든 힘을 빼라! 물에 맡겨라!"


어디에서 살을 에이는 차가운 연못보다 더 차가운 스승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바로 스승님의 말씀을 따라 힘을 빼고 물에 몸을 맡겼다.

힘을 빼니 물의 힘이 몸을 받쳐주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연못 가로 몸이 자연스럽게 떠밀려 나왔다. 나는 무겁고 지친 몸을 겨우 일으켜 스승님 앞에 섰다.


"생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생각과 감정을 멈추는 것이다. 호흡을 자연스럽게 하고 네 몸을 바라보아라. 간단하다. 집중하고 느끼는 것이다. 그 느낌을 놓치지 말아라."


나는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고 젖은 몸 그대로 다시 바위 위에 올라앉았다. 허리를 세우고, 양 손을 무릎 위에 올리고 편안히 호흡을 시작했다.


생각을 가라앉히고 호흡을 하는 내 몸을 바라보았다.

순간 손끝에서 희미하지만 저릿하게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손바닥에도 따뜻하게 감도는 열감이 있었다.

그 느낌에 깊이 집중하자 모든 사념이 끊어지면서 감정으로부터 분리되어 자유로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거였는가!


"알겠느냐? 그것이 지감止感이다. 기를 느끼지 못하는 자는 인연이 없다고 한다."

"어째서입니까?"


나는 눈을 뜨고 스승님께 물었다.


"기운을 모르면 이 세계를 이해할 수도, 들을 수도,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기를 터득한 자는 기운 자체가 되어야 한다. 그것은 천지의 원기元氣, 천기天氣와 통할 때만이 가능하다. 정진해라!"


그때 비로소 나는 한 고비를 넘겼음을 알았다.



다시 여러 달이 흘렀다.

그날 따라 스승님께서 평소와 다르게 땔감을 찾아 모흥혈(지금의 삼성혈)로 가라고 하셨다. 언제나처럼 나는 아무런 이유도 묻지 않고 모흥혈로 향했다.


오래된 곰솔과 키 큰 팽나무들이 무성한 모흥혈에서 땔감을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내가 지게에 하나 가득 나무를 지고 막 떠나려던 때였다.


멀리서 마을 사람들이 무리 지어 힘겹게 바윗덩이들을 나르며 소란스럽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나는 나뭇짐을 내려놓고 그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안녕들 하시오? 지금 무엇을 하시는 겝니까? 저는 땔감을 찾아 이곳에 왔습니다만."

"이곳 분이 아니신가 보네. 우리가 하는 일을 처음보는 분 같으니."


"네, 저는 선인골에서 왔습니다. 헌데 이런 인적이 드문 곳에서 이 바위들은 또 다 무엇인가요?"

"긴 이야기입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뜻'을 남기기 위해서입니다."


"뜻이라 하면..."

"확실히 외지 분이 맞는 것 같구려. 진짜 이렇게 아무 것도 모르시니. 우리 탐모라는 건국한 지 이미 천년이 넘는 나라요.

나라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천년 전에 이 땅으로 건너와 백성들에게 가르침을 주시고 신령스러운 덕을 베푸시며 나라를 세우신 분이 있었기 때문이요."


"그분이 누구신가요?"

"고을나高乙那 신인이시요. 지금 제후의 시조가 되는 분이시지요."

"그분은 그럼 어디서 탐모라로 건너오신 거요?"

"고조선이지요."


나는 삼신산으로 알려진 탐모라의 제후가 고조선의 왕족이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런데 탐모라 시조와 이 바위들이 무슨 연관이 있소?"

"선조의 뿌리였던 나라가 사라진 것을 애통해 하던 지금의 고흘물 제후가 고조선이 지켜오던 '뜻'을 기리기 위해 삼신三神의 형상을 닮은 벅수法首(지금의 하르방)을 온 나라 곳곳에 세우기 시작했다오.

고조선 고열가 단군께서 폐관을 하고 산으로 들어가신 후, 해모수가 오가五加들로부터 왕위를 이양받은 그때부터였소."


그 말을 듣고 고열가 단군의 폐관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났다.

진시황이 13살 나이로 즉위하고 나서 몇 해 뒤의 일이었다. 전쟁에 패하거나 왕위 쟁탈전으로 왕권이 바뀌는 것은 수도 없이 보아왔다. 하지만 왕이 스스로 폐관을 하고 왕위를 내놓는 경우는 당시에도 매우 기이하게 생각했던 기억이었다.


석조 장색匠色인 그들은 탐모라 곳곳에 이미 70기가 넘는 벅수가 세워졌으며, 벅수를 모신 마을들은 해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하늘에 제를 올리고 고조선이 기리는 삼신의 정신을 새긴다고 했다.


나는 그때 선인골에서 마을의 수장이 삼칠일을 삼가고 맥의 가장 높은 곳에서 하늘에 제를 지내는 것도 그와 같은 맥락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선인골로 돌아왔는데 여전히 모흥혈에서 들은 벅수의 이야기가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그런 내게 스승님께서 물으셨다.


"잘 다녀왔느냐?"

"네, 스승님. 헌데 모흥혈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 어찌 생각하느냐?"


마치 그 자리에 함께 계셨던 것처럼 내 이야기를 듣지도 않고 하신 물음이었다.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모흥혈에 다녀오라고 한 뜻을 알겠느냐?"


나는 그제서야 모흥혈에서 있었던 일이 우연이 아님을 알았다.


"가르침을 주십시오, 스승님. 제가 알고 있는 것은 진나라의 통일이 있기 전에 고조선의 마지막 왕이 폐관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오늘 이곳 탐모라에 고조선의 맥이 내려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일들이 제 수행과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너에게 '맥'을 알려주기 위함이다. 앞으로 세상은 아주 오랫동안 어둡고 혼탁해질 것이다. 너는 이미 충분히 겪어 잘 알 것이다. 인간들이 무력으로 지배하려는 세상이 어떠했는지를.


고조선은 무력이 아니라 하늘의 법으로 세워진 나라다. 그래서 하늘의 덕과 사랑과 지혜를 가진 자가 왕이 되어 다스렸던 나라였다.


그런데 갈수록 하늘의 법이 아니라 인간의 힘이 우위가 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고열가 단군님은 스스로 자리를 물려 하늘의 법을 전하는 자리를 포기하신 것이다."


"그럼 고흘물 제후가 벅수로 전하고자 했던 것이 그러한 하늘의 법을 이어가겠다는 의미였습니까?"

"그렇다. 끊어진 천법天法을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모흥혈에서 일하는 장색이 그랬습니다. 해마다 벅수 앞에 모여 하늘에 제를 올린다고요. 그것은 천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까?"

"천자天子란 무엇이냐?"

"천자란 천하의 패권을 지닌 가장 강한 자입니다."


"그것은 천자의 의미가 타락된 것이다. 원래 천자란 하늘의 뜻을 보고 듣는 자를 말한다. 자신에게 있는 천문天門을 열어 하늘과 통하고, 하늘의 뜻을 받는 자다.

그런 하늘의 뜻으로 세상을 조화롭게 다스리는 자가 바로 천자이다. 그래서 천지인天地人이라고 한다. 천지인이 바로 천손이다."


"그렇다면 제가 스승님께 받는 가르침이..."

"그렇다. 그것이 바로 '맥'이다. 너의 법맥을 결코 잊지 말아라. 천손의 법맥을 알고 지키는 자가 앞으로 세상을 구할 것이다."




"그러면 탐모라에 내려오는 왕후지지설과 천손의 법맥과 연관이 있는 것입니까?"


예나가 고태건이 잠시 이야기를 멈춘 사이 물었다.


"왕후지지에 대해서도 알고 계시군요. 그렇습니다. 저도 강 실장을 통해 확인하게 된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후 어떻게 하셨습니까?"


"강 실장의 이야기와 제가 서복 신명님에게 들은 이야기가 일치한다는 것을 알고 결국 강 실장의 말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그렇다면..."


고태건은 잠시 숨을 돌린 뒤 말했다.


"네, 선인골의 천손 토굴에서 기도를 하며 계시를 받는 것이었습니다."




- 신인 GODMAN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인 GODMAN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1 돌이킬 수 없는 선택 +3 19.10.30 211 19 9쪽
40 거룩한 전쟁 +2 19.10.29 222 18 8쪽
39 해후邂逅 +3 19.10.28 216 19 8쪽
38 두 번째 생일 +3 19.10.27 239 22 11쪽
37 세 개의 거울 (2) +2 19.10.26 263 23 8쪽
36 세 개의 거울 (1) +2 19.10.25 302 24 8쪽
35 영안靈眼 (2) +3 19.10.24 274 23 8쪽
34 영안靈眼 (1) +3 19.10.23 293 28 9쪽
33 재회再會 +2 19.10.22 277 27 8쪽
32 천부신검天符神劍 +2 19.10.21 285 27 11쪽
31 호종단胡宗旦 +2 19.10.20 285 24 8쪽
30 사후를 위해 사는 자들 +2 19.10.19 298 25 9쪽
29 삼합비경三合秘景 +3 19.10.18 278 31 8쪽
28 비룡승천飛龍昇天 +1 19.10.17 275 26 7쪽
» 맥脈 +1 19.10.16 333 32 11쪽
26 고양이와 호랑이 +1 19.10.15 327 29 9쪽
25 선인仙人골 +1 19.10.14 346 26 9쪽
24 그것을 원합니다 +1 19.10.13 334 28 9쪽
23 매우 사적인 인터뷰 +1 19.10.12 364 31 10쪽
22 테라코타Terracotta +4 19.10.11 342 32 8쪽
21 우주목宇宙木 +5 19.10.10 377 29 11쪽
20 공명共鳴 +5 19.10.09 373 31 8쪽
19 천부관天符館 +4 19.10.08 402 33 12쪽
18 신인의 언어 (3) +2 19.10.07 393 34 10쪽
17 신인의 언어 (2) +2 19.10.06 402 39 8쪽
16 신인의 언어 (1) +3 19.10.05 451 36 9쪽
15 가을 속 여름 +2 19.10.04 471 34 11쪽
14 제왕의 터, 왕후지지王侯之地 +4 19.10.03 458 32 8쪽
13 불로초不老草 (3) +1 19.10.02 472 37 9쪽
12 불로초不老草 (2) +1 19.10.01 477 34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