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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inLight 서재입니다.

신인 GODMAN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BrainLight
작품등록일 :
2019.09.20 09:55
최근연재일 :
2019.12.25 08:00
연재수 :
97 회
조회수 :
34,303
추천수 :
2,420
글자수 :
408,390

작성
19.10.04 08:00
조회
471
추천
34
글자
11쪽

가을 속 여름

DUMMY

자정이 넘어도 예나에게서 연락이 없자, 한정은 정보통신융합본부를 나와 차에 시동을 걸고 예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삼성대에서 기다린다. 마치면 연락해.'


한정이 24시간 자유로이 삼성대를 출입할 수 있는 것은 국가 행정시스템을 구축하는 그에게만 주어진 특권이었다. 한정은 삼성대 주차장에 도착해 차에서 내렸다.

가을 밤 하늘은 맑고도 차가웠다.

서늘한 바람이 그의 얼굴을 가볍게 스치고 지나갔다.


밤 공기가 신선하군.


한정은 예나가 탐모라에 온 뒤로 계절이 거꾸로 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모든 계절이 늘 겨울만 같았었는데...

올 가을은 여름처럼 느껴지는구나.


그는 가슴의 열기를 잠시라도 식혀 보려고 차가운 공기를 한껏 들이켰다. 들뜬 기분이 차분해지면서 브레이너 정심과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 대표님, 무슨 좋은 일이 있으신가요?"


이동 바디 스캔으로 한정의 상태를 체크한 정심이 웃으며 물었다. 한정은 무언가를 들킨 느낌이 들었지만 최대한 태연하게 보이려 하며 답했다.


"브레이너님 만나는 날은 늘 기분이 좋죠."

"맞습니다. 저와 만나시면서 꾸준히 좋아지시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정심은 한정의 데이터를 훑어보며 미소를 띤 채 분명하고도 자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그런데 오늘은 에너지 바디에서 유달리 4번 차크라의 색깔이 환하고 밝으시네요. 아직 수련은 시작도 하지 않으셨는데 말입니다."


정심은 한정에게 일어난 변화를 놓치지 않고 세밀하게 짚어 설명했다.


"그동안 브레이너님과 여러 번 얘기를 나누었던 제 내면의 불일치를 조화롭게 가져가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한정은 지난 2년 동안 동현과 예나 때문에 복잡하고 어지러웠던 마음을 스스로도 부인하지 않으며 말했다.


"아주 좋은 일이네요. 이 대표님의 변화는 그리 놀라운 것도 아니지요. 대부분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에 차이가 있지만, '디어 마이 브레인'의 프로그램을 하면 바로 그런 점이 자연스럽게 달라지니까요.


자신을 관찰하면서 스스로 원하는 상태를 만들어가는 힘이 점점 더 커지시는 것 같네요. 아주 좋습니다."


정심은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한정을 쳐다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어떤 상황 때문인지 묻지 않아서 다행이군.


한정은 더이상 구체적인 질문을 하지 않는 정심에게 안심하며 뜻밖의 칭찬에 쾌활해졌다.


"대표님도 데이터로 일을 하는 전문가이시니 잘 이해하시죠? 역시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죠."


정심은 한정을 보고 활짝 웃으며 가방에서 노트 패드를 꺼냈다. 익숙하게 융합센터에 설치된 빔 프로젝트와 노트 패드를 연결을 하고 어플리케이션 하나를 열었다.


"오늘은 아직 미공개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대표님과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영광인데요!"


한정이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화면을 쳐다 보았다.


"MR로 제작한 것입니다."

"역시 신시 쪽은 기술활용이 늘 한 발 앞서는군요. 증강현실 AR과 가상현실 VR을 결합한 MR 프로그램을 앱으로 가동하다니요."


한정은 국가 행정시스템에 접목하려고 검토했던 사례들을 떠올리며 말했다.


"관련한 저희 쪽 전문연구기관 덕분입니다. 국제정신과학연구원이라고요. 이곳 정보통신융합본부의 피트니스 센터가 탐모라에 있는 사내 시설 중에서는 가장 좋기로 정평이 나 있지만, 제가 볼 때는 매우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어떤 점이죠? 개선이 가능한 부분이면 제가 직접 요청해 보겠습니다."


정심은 한정의 적극적인 반응을 보고 크게 웃었다.


"아마, 쉽지는 않으실 것 같아요. 바로 천장 부분입니다. MR영상을 다루는데 있어 낮은 평면 천장은 효과를 반감시키니까요.


기존에는 사무실 용도로 건축한 건물 내의 피트니스 센터 천장을 음악당이나 교회 건축물처럼 높일 이유가 전혀 없었었죠.


하지만 영상기술 발달이 계속 진화하고 있으니 곧 머지 않아 이러한 공간 설계도 달라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정심이 포인터를 누르자 한정 눈 바로 앞에 피트니스 센터 천장 높이의 커다란 종 모양 붉은 바위가 입체 형상으로 솟아 올랐다.


"이것은 미국 아리조나 주 세도나에 있는 벨락Bell Rock, 말 그대로 종 바위입니다. 강력하게 소용돌이치는 볼텍스vortex 에너지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죠. 그 볼텍스 에너지를 우리 몸에 연결하는 것입니다."

"원격으로 말입니까?"


"그렇죠. 무선으로 뇌파를 보내는 일이 뇌과학에서는 이미 상식이 되었습니다. 에너지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선으로 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받을 수도 있구요."

"훌륭하네요. 하지만 그런 에너지의 송수신 장치는 어떻게 작동 되나요? 일반적이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기술적인 문제가 있죠. 뇌과학자들은 뇌파를 무선으로 보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뇌의 특정 영역이 반응해서 그것이 조작되게 하는 것이 문제라고 하죠.


그러려면 뇌에 칩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구요. 그것이 ‘뉴로 칩’ 개발 연구가 활발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접근법이 좀 다릅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저희는 뇌에 칩을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뇌에 있는 퇴화된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방법을 쓰고 있지요."

"뇌의 퇴화된 기능을 살린다... 흥미로운데요. 그건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정심이 웃으며 말했다.

"이미 하고 계시잖아요."




한정은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40분이나 지났군.


한정은 예나에게 다시 문자를 보냈다.

'예나, 많이 늦는구나. 주차장에 있다. 연락해.'




"제가요?"


한정이 의아해 하며 물었다.


"네, 오래전에 인간의 뇌에서 퇴화된 기능이었지만, 송과체가 회복되면 기를 느끼게 됩니다. 머리 한 가운데에 있고 솔방울 모양이어서 솔방울 샘Pineal Gland이라고도 하죠.


송과체는 기를 변화시켜서 인지되는 부분입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에요.


기 에너지를 느끼는 순간부터 이미 송과체는 활성화되기 시작합니다. 퇴화된 기능이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정심은 포인터를 다시 눌러 입체 인체 영상으로 바꾸었다.


"기 에너지가 흐르는 길은 경락, 기 에너지가 드나드는 곳이 혈인 것은 알고 계시죠. 이 부분 보이시죠? 여기가 송과체를 여는 제일 중요한 곳인 백회혈입니다. 그리고 여기가 송과체입니다. 정말 작은 솔방울 같아 보이지요?"


정심이 인체의 뇌 부분을 크게 확대하자, 한정은 순간 뇌를 열고 그 안에 들어가 살펴보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 백회혈은 천문天門이라고도 합니다."

"천문? 하늘 문이란 말입니까?"

"맞습니다. 하늘과 맞닿은 자리, 바로 근원의 우주 에너지가 드나들 수 있는 곳이기에 그렇게 이름한 것이지요. 이론 설명은 어느 정도 되었으니 지금부터 체험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한정은 정심이 말하는 대로 따랐다.


"발바닥에 의식을 집중하세요."


벨락의 붉은 바위에서 올라온 에너지가 강력하게 소용돌이치며 한정의 몸 안과 밖을 감싸고 돌았다.


발바닥이 바닥에 달라붙은 것 같다.


그리고 발바닥에서 올라온 에너지가 척추를 지나 정수리를 뚫고 지나갔다.


몸이 이렇게 편안해지다니.


"이제 천천히 자리에 앉으세요. 허리를 펴고 정수리 천문에 집중합니다."


한정은 자리에 앉아 천문으로 의식을 가져갔다.


양 손바닥이나 발바닥처럼 천문의 느낌은 강하지는 않군.


한정의 그런 상태를 알아챘는지 정심이 이어 말했다.


"좋습니다. 제가 대표님 머리 위에 탐모라의 가벼운 화산석을 올려놓겠습니다. 무게를 느껴보세요. 그리고 집중합니다."


한정은 바로 머리 위로 돌의 묵직함이 느껴졌다.


"무게가 느껴지시죠? 무게는 바로 에너지를 말합니다. 좋습니다. 집중하세요. 천문에 집중합니다."


한정은 머리 끝 중앙에 의식을 집중했다.


"아주 잘 하고 있습니다. 허리를 펴세요. 그래야 무게가 1번 차크라까지 내려옵니다. 에너지가 내려오는 것이 느껴집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아랫배 단전이 따뜻하다!


"단전에서 황금 태양이 떠오릅니다. 황금 태양이 점차 가슴으로 떠오르면서 충만한 느낌이 듭니다."


황금 에너지가 몸을 감싸고 있구나.


한정의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몸의 중심이 잡힌 것이 느껴집니다. 그 느낌이 중요합니다. 그 감각을 찾을 때 몸은 가장 편안한 상태가 됩니다. 그 감각을 찾게 되면 몸이 사라집니다. 바로 송과체에서 나오는 힘입니다.


자, 천천히 숨들여 마시고 내쉬고, 다시 숨들여 마시고 내쉽니다. 네, 좋습니다. 어떠셨나요?"

"뇌가 환해지고 몸이 가벼워졌습니다."


한정은 밝아진 얼굴로 답했다.


"대표님 집중력이 남다르셔서 늘 체험이 깊으신 것 같아요. 오늘 하신 벨락 에너지와 천문 명상을 평소에도 쉽게 하실 수 있도록 제가 앱을 설치해 드리겠습니다."


한정은 정심에게 자신의 스마트 폰을 내밀었다.


"브레이너들이 사용하는 전문가 테스트 버전입니다. MR은 아니지만 도움이 되실 겁니다. 쓰시면서 궁금한 점은 언제든 연락주시구요."




한정은 차 안에서 정심이 설치해 준 브레인 충전 앱을 열어 에너지 명상을 마치고 시간을 확인했다.


1시 53분.


한정은 예나에게 세 번째 문자를 보냈다.


'예나, 올 때까지 있을 테니, 걱정 말고 잘 끝내고 와라.'


한정이 차에서 다시 나와 서성이고 있는데, 삼성대 건물입구에서 예나의 모습이 보였다. 문자를 확인했는지 예나의 걸음이 급하고 빨랐다.


한정이 예나를 향해 손을 흔들자 그녀가 활짝 웃었다.


아이처럼 뛰듯이 걸어오는 걸 보니 분명 이야기가 잘 된 것 같군.


달빛 속의 예나는 약간 지쳐 보였지만 예뻤다.


"선배, 이렇게 오래 기다리다니..."


예나가 몹시 당황하고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냐, 아냐. 덕분에 오랜만에 달 밝은 밤에 명상을 하며 좋았다. 시간이 길어진 걸 보니 소기의 목적은 잘 달성된 거지?"


예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차에 올라 각자의 안전 벨트를 맸다. 문득 한정이 예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무언가를 말하려는 것 같은데...


예나도 그의 얼굴을 쳐다보며 잠시 기다렸다. 하지만 한정은 결국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차를 출발시켰다. 두 사람은 호텔에 도착할 때까지 그렇게 내내 말이 없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예나의 방으로 향하며 한정이 드디어 말을 꺼냈다.


"고 대통령 인터뷰는 모레라고 했지?"

"네, 선배."


"그럼, 내일은 뭐할 건데?"

"누구를 좀 만나려구요."


"누구? 다른 취재원?"

"아니요, 취재와 관계 없는 사람이에요. 만나고 연락할 게요."


"그래, 오후는 언제든 좋아."

"네,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어서 가서 쉬세요."


예나는 객실 문 앞까지 바래다 준 한정을 서둘러 보내고는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가방에서 명함을 찾았다.

심장이 심하게 고동쳤다.




- 신인 GOD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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