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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GODMAN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BrainLight
작품등록일 :
2019.09.20 09:55
최근연재일 :
2019.12.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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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9.09.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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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진주의 찬가

DUMMY

프롤로그


이 글은 열려 있으나 보이지 않는 세계,

알지 못하고 알 수도 없는 세계를 묵묵히 가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바로 당신 곁에 있으며,

언제인가 어떤 인연으로

그 대열에 당신이 함께 할 수도 있다.


우리가 믿든 믿지 않든 그것과 관계없이

그 세계는 존재하며 언젠가는 드러나게 될 것이다.


보이지 않으나 존재하는 세계.

인연이 있고 준비가 된 사람은 느낄 수가 있고 알 수가 있다.


"그대, 지금 아주 가까이 우리가 있다. -마스터 Z"



***



1. 진주의 찬가


신예나는 책상서랍을 열어 여권을 찾아 가방에 넣으며 김의성에게 투덜거렸다.


"지금도 잘 믿기지가 않아요. 정말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어요. 제주도가 중립국으로 독립을 하다니. 독립 전에도 시끌벅적한 제주도를 취재하느라 몇 달을 고생했는데. 국장님, 이번 특집 취재 제가 또 꼭 가야 하나요?"


당장이라도 상황이 바뀌기를 바라는 눈빛으로 예나가 김의성을 쳐다보았다.


"신 PD가 그동안 잘 해 왔으니 당연히 이번 특집도 수고를 해야지. 제주도 아니 탐모라에 내려가서 그동안 변화한 이야기들을 잘 담아서 와. 또 누가 알아? 이번 건이 잘 되면 내가 올해 다큐상으로 추천을 할지."


김의성은 자신이 가진 권한으로 은근히 예나를 부추겼다.


국장은 늘 저런 식이야.

내가 언제 상을 보고 일한 적이 있다고.


"알겠습니다~"


김의성을 아는 예나는 더 이상 긴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 그래야 신 PD답지. 아무튼 탐모라가 1년 사이 어찌 변하고 있는지 다들 궁금해 하잖아. 무엇보다 사람들은 감추어진 이야기를 좋아하지. 그 방면으로는 우리 신 PD보다 나은 전문가가 또 어디 있나? 될수록 다양하게, 댓글이 아주 많이 달리는 호기심 거리들을 물어 와.”


"네"

예나는 역시 짧게 답했다.


"그래. 암. 이게 다 신 PD 입사 때부터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자네를 아끼는 내 배려라는 거 알지? 대통령 인터뷰도 맛깔 좀 나게 하고 말이야."


"신 PD 다녀 오면 다들 회식 한 번 하자고.

이번에는 내 특별히 출장 경비를 현금으로 준비했지. 자,"


김의성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예나에게 봉투를 내밀었다.


하여간 말도 안 되는 생색은...


"감사합니다 국장님"


예나는 봉투를 받아 얼른 가방에 넣고 김의성이 없는 듯이 고개를 돌려 책상 끝 줄에 앉아 있는 후배 고창호를 소리 높여 불렀다.


"고창호, 내가 아까 말한 자료들 직접 잘 챙겨서 보내.

또 지난번처럼 막내들에게 시켜서 어설프게 처리하면 안 돼."


"알겠습니다. 염려 마세요."


예나를 잘 아는 고창호는 싱긋거리며 예나 자리로 와서 레슬링 선수 같은 넓은 등판을 들이밀며 예나와 김의성 사이에 끼어들었다.


예나는 고개를 숙이고 가방 챙기는 시늉을 하며 눈치 빠른 고창호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신 PD, 그럼 잘 갔다 와. 수시로 보고해. 화상으로 자주 만나자구. 참, 영수증 잊지 말고 잘 챙겨."


김의성은 고창호의 태산 같은 등 뒤에서 예나를 보려고 이리저리 기웃거리다 결국 포기를 하고는 자신의 방 쪽으로 휙 돌아 나가며 던지듯이 말했다.


그러면 그렇지.


"네, 국장님"


예나는 김의성의 잔소리가 더이상 길어지지 않도록 짧게 답했다.


김의성이 사라지자 예나가 가방 두 개를 챙겨서 일어났다. 고창호가 엘리베이터까지 따라 나왔다.


"제가 정류장까지 짐 들어드릴까요?"

"괜찮아. 연락할 게."


예나는 삼성동 사무실을 나와 김포공항 행 리무진에 몸을 실었다.


탐모라 독립으로 두 나라가 되었지만, 서울에서 탐모라로 가는 교통편은 크게 변한 것이 없었다. 배편도 있으나 서울에서는 역시 항공편이 편했다.


유로 스타처럼 해저 터널이라도 뚫리면 좋으련만.


예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전송 받은 입국심사 승인 화면을 살펴보며 생각했다.


이런 남다른 입국심사야 말로 탐모라가 더 이상 한국의 특별자치도가 아님을 실감나게 하지. 그 사이 10일이 더 늘었네.


예나는 열흘 전 온라인 입국심사 절차를 밟으며, 현황판에 게시된 숫자를 떠올렸다.


입국 대기일: 182일


독립 후 탐모라 정부는 사전 입국심사 제도를 실시한다고 공표했다. 정부가 밝힌 취지는 그런 대로 명분이 있어 보였다.


세계 최고의 환경국가 탐모라.


국제보건기구가 밝힌 대로 탐모라 국민의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 건강을 정부가 책임지고, 탐모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차원 높은 관광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거였다.


하지만 온라인 입국심사가 시작되고 한동안, 탐모라 공항에는 입국신청 없이 비행기표와 여권만 갖고 온 관광객들이 입국을 거부를 당해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가 허다했다.


한국 언론들은 탐모라 정부가 독립 후 세계에서 가장 배타적인 관광국이 되어 간다고 한결같이 그런 사태를 비아냥거렸다.


그 결과 불과 1년 사이에 탐모라에 거주하는 인구와 방문하는 관광객 수는 자연스럽게 조정이 되어갔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건 무비자로 오가던 때보다 분명 번거로워졌는 데도, 예전 특별자치 제주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탐모라로 몰려든다는 사실이지.


그나마 나야 방문목적이 언론보도라 빠르게 처리되었다지만, 최소 여섯 달 전에 입국신청을 해야 하는 터무니 없는 불편을 감수하면서 사람들이 자꾸 탐모라를 찾는 이유가 뭘까?


예나는 사실 탐모라 독립기념일 취재보다 그것이 더 궁금했다.


김포공항은 평일이지만 늘 그렇듯 몹시 붐볐다.


탐모라행 항공편들은 오늘도 전석이 매진이었다. 예나는 출국 수속을 일찍 마치고 지정 받은 13번 게이트로 갔다.


"16시 TM 항공 8994편 탐모라로 가시는 승객께서는 항공기 탑승이 곧 시작 되오니, 13번 게이트 앞에서 탑승을 기다려 주시기바랍니다."


예나는 안내 방송을 들으며 근처 대기 의자에 앉아 게이트 앞에 길게 늘어선 승객들을 살폈다.


거의가 관광객이네.

수학여행단은 사라지고 그룹으로 가는 팀들이 늘어난 느낌인데?

외국 청년들도 많아진 것 같고. 그런데 주황색 장삼을 걸친 외국 승려들 무리와 파란 눈의 수녀들 무리?


"16시 TM 항공 8994편, 탐모라 행 탑승이 곧 마감 되오니, 승객 여러분께서는 속히 13번 게이트, 13번 게이트에서 탑승하시기 바랍니다."


예나는 마지막 안내 방송을 듣고 제일 마지막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자리를 찾아 좌석 벨트를 매고 습관적으로 가방에서 책을 꺼내 펼쳐 들었다.



*



<진주의 찬가>


한 왕자가 진주를 찾아 오리엔트에서 이집트로 왔다.


진주는

이집트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신비한 작은 섬에

긴 혀를 날름 대며 쉭쉭 소리를 내는

큰머리 뱀이

똬리를 틀어 둘러싸 지키고 있었다.


왕자는 진주를 찾으러 가다가

이집트 마을 사람들에게 붙잡혔다.

그들은 왕자에게

자기들이 먹는 음식을 먹였다.

음식을 먹은 왕자는 깊은 잠에 빠졌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잊어버렸다.


자기가 왕의 아들이었다는 사실도 잊고,

아버지가 찾아오라고 한 진주도 잊어버렸다.

왕자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기억을 잃어버린 왕자는 이집트의 왕을 섬겼다.


왕과 왕비는 왕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았다.

그리고 왕자에게 한 통의 편지를 썼다.


"사랑하는 나의 아들 왕자여!

잠에서 깨어나라!

우리가 편지로 전하는 이 말을 들어라!

너는 왕의 아들이다!

네가 지금 어떤 굴레에 빠져 있는지를 깨어서 보아라!

네가 이집트로 간 이유인 진주를 기억하라!"


편지는 독수리가 되어 날아갔다.

독수리는 왕자 곁에 내려앉아 날갯짓으로 파드득 소리를 냈다.

왕자는 귀에 익은 날갯짓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독수리에게 입을 맞춘 뒤 편지의 봉인을 뜯고 읽었다.


왕자는 자신이 왕의 아들이라는 것을

다시 기억해 냈다.

그리고 진주를 찾아 이집트에 왔다는 사실도 기억했다.


기억이 돌아온 왕자는

큰머리 뱀에게 아버지 왕의 이름을 외치고

휘파람을 불어 뱀을 춤추게 하여 잠에 빠뜨렸다.


큰머리 뱀이 잠들자

왕자는 뱀이 둘러싸고 있던

진주를 집어 들고

왕과 왕비가 있는 자신의 나라로 돌아갔다.



*



예나는 책을 덮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에메랄드 빛 바다에 둘러싸인 탐모라의 윤곽이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섬 한 가운데 솟아 있는 한라산 중턱에는 흰 구름이 걸려 전설 속 설문대 할망의 머리 띠처럼 보였다.


"승객 여러분 비행기가 곧 착륙하겠습니다. 좌석테이블과 등받이를 제자리로 해주시고 좌석벨트를 매주시기 바랍니다."


탐모라를 향해 항공기의 고도가 점점 낮아지면서 예나는 오랜만에 신비한 자연의 품으로 안기는 편안한 느낌에 숨을 천천히 들이 마시고 내쉬었다.


잠, 꿈, 기억상실.

사로잡힘, 환상.


깨어남.

진주.


왕자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야.

영원히 잠들어 있을 뻔했는데.

만약 이 현실이 잠에 빠진 것이라면,

꿈과 같은 환상의 눈가리개를

벗겨줄 수 있는

왕과 왕비란 과연 누굴까?


예나는 우화 속 왕자가 된 것처럼 은은하고 영롱하게 빛이 나는 커다란 진주가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상상을 했다.


아무리 이해하려 애써도 알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에는 너무도 많아. 때론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분간이 어렵고.


방금 도착한 탐모라도 예나에게는 여전히 그런 느낌이었다.




- 신인 GOD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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