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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inLight 서재입니다.

신인 GODMAN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BrainLight
작품등록일 :
2019.09.20 09:55
최근연재일 :
2019.12.25 08:00
연재수 :
97 회
조회수 :
34,292
추천수 :
2,420
글자수 :
408,390

작성
19.10.23 08:00
조회
292
추천
28
글자
9쪽

영안靈眼 (1)

DUMMY

"아이, 피곤해~"


예전에는 신시에서 이런 일이 없었는데

벌써 이틀씩이나 잠을 설치다니...


미미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해도 꿈인지 상상인지 분간도 할 수 없는 장면들이 자꾸 보여서 도무지 깊은 잠을 잘 수 없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곁에 있는 브레이니마다 희미한 형체들이 붙어 있는 것이 보이고 느껴져 집중이 잘 되지 않더니···


치유의 사원에 가 볼까?


하지만 미미는 사원 계단을 오르기도 전에 어디선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자꾸 들리는 것 같아 무서워서 금방 되돌아서야만 했다.


내가 왜 이럴까...

정말 이상해진 것 같아.

사람들 몸을 감싼 색깔이 보이질 않나, 친구들 몸 상태가 그대로 내 몸으로 느껴지고, 더군다나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이 보이고 들리는 소리들은 다 뭐지...?



오성은 정심과 천부관에서 자료를 찾고 있었다.

정심은 오성의 뒤를 따라 걸으며 그가 말한 자료들을 눈으로 확인하고 태블릿으로 열심히 체크해 나갔다.


"사형, 뭐 한 가지 물어도 될까요?"

"응, 그래."

"공심과 사심은 어떻게 구분하죠?"


오성은 다른 서고로 가려던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뒤따라오던 정심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 봐."

"저... 저기... 그러니까요. 제가 지도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쓸 때요, 그것이 공심인지 사심인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느냐가 궁금해서요."

"무슨 말이지? 지금 정심 브레이너가 사심으로 교육을 하고 있다는 말로 들리는데?"


정심은 오성의 말에 얼굴이 빨개졌다.


"그건 절대 아닙니다. 사형도 잘 아시잖아요. 제가 그동안 브레이너로 어떻게 수련해 왔으며 어떻게 성장해 왔는지를요."

"그래, 아주 잘 알지. 정심은 보기 드문 훌륭한 브레이너야. 정지正知 단계까지 누구보다 빠르게 오른 뛰어난 수행자이고. 그런데 새삼스럽게 지금 한 질문은 종전과 무언가 다른 상황을 말하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닌가?"


정심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태블릿만 뚫어지게 들여다보았다.


"가자. 오늘은 이 정도로 하고. 치유의 사원 쪽으로 바람이나 쐬러 가자."

"네, 사형."


오성과 정심은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신시의 오후는 조용하고 한가로웠다.


부드러운 은빛 머리를 길게 나부끼는 억새 밭 근처로 새들이 날아들고, 천강지天降池 연못으로 떨어지는 폭포 소리와 새들이 날갯짓으로 첨벙대는 소리들이 어우러져 평화로운 자연의 소리들이 음악처럼 고요한 신시를 가득히 울렸다.



허공에서는 가을 바람을 타고 거대한 오색 신시 깃발들이 하늘을 덮을 듯 이리저리로 펄럭였다.


"이번에 교육받는 예비신인들은 어때? 별다른 문제는 없나?"


오성이 물었다.


"네, 이번에 유럽과 미주에서 참가한 브레이니들이 좀 많은데요, 그래서인지 예전 차수 브레이니들과 질문도 다르고, 바디 스캔 결과도 다르게 나타나고 있어요."

"그래? 이번에 열리는 브레이니 올림피아드는 더욱 흥미롭겠군. '창조주와의 만남'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는 거지?"


"네, 축제에 임박해서 참가를 희망하는 외빈들이 간혹 있어서 이번에도 JKS관과 행사장 좌석을 몇 개 예비로 준비해 놓았어요."

"그래, 좋아. 공연자들은? 이번에는 누가 설 예정이지?"


"한율과 강아리가 메인으로 설 예정이에요."

"한율과 강아리? 걔들이 벌써 그렇게 되었나...?"


오성은 한율과 강아리를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라 혼자 웃었다.


"저기 누구지? 지금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시간인데... 혼자 있는 사람이 누군지 확인해 봐."


오성은 사원 앞 계단에 앉아 있는 브레이니를 발견하고 정심에게 말했다. 정심은 브레이니가 찬 팔찌를 통해 바로 신원을 확인했다.


"미미라고 합니다. 이번 참가가 3번째이고, 초지 단계 신인이에요."

"미미? 미미 브레이니를 데리고 바로 내 연구실로 오도록 해요."


오성은 정심을 뒤에 남겨두고 연구실이 있는 천부관으로 향했다. 정심과 미미를 기다리며 그는 햇살이 들어오는 연구실 창 쪽으로 의자를 돌려 놓은 채 오래전 일을 회상했다.




고은주는 어렸을 때부터 감각이 특별나게 예민했다. 가끔 부모에게 이상한 것이 보이고 들린다고 호소를 했지만, 그럴 때마다 부모는 그녀가 괴기영화를 많이 보거나 친구들에게서 들은 황당한 공포이야기들 때문일 것이라고 가볍게 들어 넘겼다.


그런데 고은주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그런 일이 더욱 잦아지고 무엇보다 몸이 점점 쇠약해지자 부모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유명한 정신과 의사들을 수 차례 찾아가 상담을 했지만 증세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부모는 약물치료를 하자는 의사의 권유를 뒤로 하고, 동네에서 용하다는 무당을 찾아가 부적을 쓰고 굿을 했다.


그러고 나서 고은주는 한동안 잠도 잘 자고 잘 먹으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건강하게 지냈다. 완치가 된 것 같아 보인 지 겨우 한 달 남짓이었다.


어느 날 한 밤 중에 고은주는 혼자 집 밖을 나서다 어머니에게 발각되었다.


"은주야, 이 밤중에 너 어디 가니?"

"할아버지께서 불러 산으로 기도를 하러 가요."


고은주 어머니는 그런 딸의 모습에 충격을 받고 그날 이후 몸져 자리에 누워 버렸다.


오성이 고은주를 만난 건 그 무렵이었다.

집에 감금되다시피 지내던 고은주가 창밖 너머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보다 그 길을 지나던 오성과 눈이 마주쳤다.


눈빛이 이상하구나.


오성은 창밖을 내다보는 고은주에게서 정상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지.


오성은 그렇게 그 길을 지나쳤다. 그런데 돌아와서 며칠이 지나도 그녀의 멍한 눈빛이 계속 떠올랐다. 결국 오성은 그녀의 집을 찾아갔다.


"누구신지...?"

"저... 이 댁에 혹시 아픈 따님이 있지 않으신가요?"


고은주의 부모는 처음에 그런 오성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오성이 이것저것 묻는 물음에서 이런 일을 어느 만큼 아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자, 그 간의 정황들을 모두 털어놓았다.


오성은 고은주의 부모를 만나고 돌아와서 마스터 Z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자신도 모르게 영안靈眼이 열려서 생기는 일들이다. 어떤 한 가지에 골몰하고 집중을 하다 보면 뇌에 있는 혈이 열리기도 한다.

그 혈을 타고 우주에 떠도는 파장 중에서 저급한 파장이 치고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저급한 영이 보이는 것이다."

"영안이 열린 것을 자신은 모르면서 일어나는 일들입니까?"

"그렇다. 뇌의 혈이 열리면 그 아이처럼 보이기도 하고 들리기도 한다. 그런데 일반인들은 그런 원리를 잘 모르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열린 사람들 대부분이 저급영에 휘둘려서 굿을 한다, 산에 가서 제사를 지낸다 하는 것이다."


"뇌의 혈이란 백회, 인당, 전정, 옥침혈 자리들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렇지. 과학이 발달하면서 지금은 샤머니즘이라고 하여 그 의미를 변질시키고 미신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진짜 무당은 옥침혈로 신기神氣가 작용해서 영안이 열린 사람이다.

신라시대 초 무렵까지만 해도 왕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하늘의 뜻을 받아 하늘의 이치로 세상을 다스리는 제사장이었다.

그런 역할을 하는 자를 무당이라고 했다. 무당의 무巫란 글자는 바로 하늘과 땅을 연결하고 하늘과 통한 사람을 뜻한다."


"고대에는 무당이 영적 지도자 역할을 했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참 무당을 보기가 어렵다. 원리를 모르는 채 잡령이 들락날락 해서 끌려다니며 보이다가 안 보이다 하니,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리 산 속에 들어가서 통곡을 하고 기도를 하고, 잡령에게 매달려 봐도 영적인 현상이 일어나는 원리와 근원은 알 수 없다. 원리와 근원을 알 수 없으니 답이 없는 것이다."


오성은 영적인 세계가 신비롭지만 알면 알수록 심오하고 어려웠다.


"자신도 모르게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는 사람들 중에 그런 경우가 많다. 송과체가 열리면 신경선을 타고 자신의 파장과 동조되는 우주에 있는 사기邪氣들이 들어올 수가 있다.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분노, 외로움, 괴로움, 슬픔 같은 것을 타고 저급한 영들이 들어와서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백회혈을 아무에게나 열어주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 거다. 우주의 대원리를 알고 신경神經을 열어야 한다.

'왜 연다'는 목적이 분명히 있어야 하는 거야. 그 목적이 무엇인지 기억하느냐?"


"네, 스승님. '신神'이 되기 위해서 입니다."

"그렇다. 그 목적이 분명하면 영안이 열렸을 때 설혹 잡령들로부터 '내가 너를 잘 살게 해준다.' '내가 너를 대통령을 시켜주겠다.'는 유혹을 받더라도 빠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혈을 열 때에는 천부경天符經으로 열어야 한다고 한 것이다. 스승으로부터 지도를 받지 않은 일반 사람들은 오히려 닫혀 있는 게 나아."


"그렇다면 고은주는..."




- 신인 GOD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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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거룩한 전쟁 +2 19.10.29 222 18 8쪽
39 해후邂逅 +3 19.10.28 216 19 8쪽
38 두 번째 생일 +3 19.10.27 239 22 11쪽
37 세 개의 거울 (2) +2 19.10.26 263 23 8쪽
36 세 개의 거울 (1) +2 19.10.25 302 24 8쪽
35 영안靈眼 (2) +3 19.10.24 274 23 8쪽
» 영안靈眼 (1) +3 19.10.23 293 28 9쪽
33 재회再會 +2 19.10.22 277 27 8쪽
32 천부신검天符神劍 +2 19.10.21 285 27 11쪽
31 호종단胡宗旦 +2 19.10.20 285 24 8쪽
30 사후를 위해 사는 자들 +2 19.10.19 298 25 9쪽
29 삼합비경三合秘景 +3 19.10.18 278 31 8쪽
28 비룡승천飛龍昇天 +1 19.10.17 275 26 7쪽
27 맥脈 +1 19.10.16 332 32 11쪽
26 고양이와 호랑이 +1 19.10.15 327 29 9쪽
25 선인仙人골 +1 19.10.14 346 26 9쪽
24 그것을 원합니다 +1 19.10.13 334 28 9쪽
23 매우 사적인 인터뷰 +1 19.10.12 364 31 10쪽
22 테라코타Terracotta +4 19.10.11 342 32 8쪽
21 우주목宇宙木 +5 19.10.10 377 29 11쪽
20 공명共鳴 +5 19.10.09 373 31 8쪽
19 천부관天符館 +4 19.10.08 402 33 12쪽
18 신인의 언어 (3) +2 19.10.07 393 34 10쪽
17 신인의 언어 (2) +2 19.10.06 402 39 8쪽
16 신인의 언어 (1) +3 19.10.05 451 36 9쪽
15 가을 속 여름 +2 19.10.04 471 34 11쪽
14 제왕의 터, 왕후지지王侯之地 +4 19.10.03 458 32 8쪽
13 불로초不老草 (3) +1 19.10.02 472 37 9쪽
12 불로초不老草 (2) +1 19.10.01 477 3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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