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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inLight 서재입니다.

신인 GODMAN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BrainLight
작품등록일 :
2019.09.20 09:55
최근연재일 :
2019.12.25 08:00
연재수 :
97 회
조회수 :
34,298
추천수 :
2,420
글자수 :
408,390

작성
19.10.12 08:00
조회
364
추천
31
글자
10쪽

매우 사적인 인터뷰

DUMMY

"수고 많았습니다. 홍 감독님"


예나는 촬영을 마친 감독에게 먼저 출발하라고 말하고 나서 고태건에게 다가갔다.


"감사합니다. 고 대통령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신 PD님"


고태건이 웃으며 답했다.

인터뷰 내내 촉각을 곤두세우며 이것저것 바쁘게 지시하던 강우용도 긴장이 다소 누그러진 표정으로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다가와 말했다.


"대통령님께서 자연스럽게 하신 말씀이 저희가 준비한 원고보다 훨씬 감동적이었습니다."

"아, 그래요? 신 PD님과 함께 해서 그리 된 것 같습니다. 늘 우리 탐모라에 대해 애정을 갖고 이렇게 도움을 주시니 말입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기쁩니다. 제 생각에도 오늘 인터뷰는 기존과 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뭐라고 할까요... 고 대통령님의 남다르신 신념이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요?"


고태건이 예나의 말을 들으며 미소를 지었다.

강우용도 매우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잠시 쉬시는 시간을 가지셨다가 남은 이야기를 마저 나누시는 것이 어떠시겠습니까?"


고태건이 말했다.


"그러시죠. 신 PD님과 좀 조용히 이야기할 수 있게 다른 분들은 돌아가 업무를 보시면 되겠습니다."


강우용이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고태건에게 물었다.


"저... 저도 말씀입니까?"

"네, 강 실장님도 볼 일을 보시지요."

"대통령 각하, 그래도 저는..."


강우용이 난처한 표정으로 예나를 쳐다보았다.

예나가 웃으며 말했다.


"염려 마세요. 고 대통령님 뵙는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닌데요."

"아니, 그래도 이런 경우..."

"강 실장이 이렇게 어렵게 자리를 마련해 주었으니, 이번에 아주 제대로 사적인 대화를 한 번 가져보려고 합니다."


고태건이 확고한 표정으로 강우용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거 참, 사람 섭섭하게 만드네.

난 들으면 안 되나?

비밀 이야기를 비서인 나 말고 신 PD한테만 한다니...


강우용은 내키지 않았지만 더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강우용이 나가는 것을 보며 고태건이 말했다.


"신 PD님, 이제 편히 이야기를 나누어 보십시다. 강 실장에게 이야기는 충분히 들었습니다. 물론 제가 신 PD님 제안을 반드시 받아들여야 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이것도 기회인 것 같아서 말입니다."


예나는 진지하게 말하는 고태건의 어투에서 결의 같은 것이 느껴져 그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졌다.


"네, 어려운 결정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수행원이 다과를 들고 들어왔다. 강우용이 나가며 지시한 것 같았다.


"이후로 초긴급 사안이 아니면 방해하지 말라고 전하세요."


고태건이 수행원에게 지시를 했다.


"아니,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예나는 고태건의 말에 놀라 말했다.


"아닙니다.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을지 알 수 없으니까요. 사실 아마 신 PD님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아내도, 제 어머님도 모르는 이야기니까요."

"아, 네..."


마치 그간의 일에 대해 고백 성사라도 하겠다는 분위기인데?


예나는 예상치 못한 고태건의 솔직함에 약간 놀랐다.


"그러니까 제게 아주 가까운 대학 동창이 한 사람 있습니다. 학생운동 시절부터 동거동락을 해 오다시피 한 매우 친한 친구입니다. 지금은 장로교 목사로 저를 지지해주는 여러 힘들 중 하나이지요. 제주도가 한참 시끄러워 제가 매우 힘들 때, 한날 그 친구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런 분이 계셨군요."


예나는 기독교가 고태건을 지지하는 한 축임을 알았지만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반응했다.


"한규영 그 친구가 교회를 다니게 된 것은 전적으로 저의 각별한 권유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교회를 다니기는 했지만 그리 열심이지는 않았습니다. 어찌 보면 그런 그가 지금처럼 기독교계의 대부로 불리우는 것이 참으로 새삼스럽기는 합니다."

"고 대통령께서도 독실한 신앙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저는 모태 신앙인입니다. 제 아버님께서 젊은 시절 불치의 병에 걸렸을 때 성령의 은사로 기적같이 죽을 고비를 넘기고 목숨을 건지셨지요. 잃어버릴 뻔했던 삶을 신앙의 힘으로 되찾게 되신 아버님의 믿음을 가족들이 따르게 된 것입니다.


제가 도지사로 있으면서 가장 곤혹스러웠던 일은 수많은 전통의례들이었습니다. 1만 8천이나 되는 신들에 얽힌 신화와 전설, 마을마다 내려오는 제주도만의 독특한 풍습을 도지사로서 마땅히 소중히 하고 이해해야 했지만, 제가 여기까지 오는데 큰 버팀목이었던 신앙을 결코 저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도민의 안녕과 도의 발전을 위한 산신제와 건시대제 주관조차 일체 거부했었습니다. 미신을 섬기지 말라는 기독교 교의를 지키라고 하신 선친의 유지를 받들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네, 그에 관한 당시 언론과 여론의 반응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 국립대학을 수석으로 합격해서 섬을 떠날 때, 저는 제주도가 낳은 자랑스러운 수재로 환송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제주도지사로 금의환향을 했을 때에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지역 인물들이 빚어 놓은 해묵은 낡은 관행을 말끔히 청산하고, 제주도를 제2의 수도 서울로 생활환경을 혁신할 수 있다고 자신했었죠."


"당시 도민들의 기대가 아주 컸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네, 다행히 재직 초기에는 그런 계획이 모두 다 잘 되어 가는 듯했습니다. 한국 최고의 건설경기 붐이 제주도에서 일어났고, 개발사업 규모를 매월 갱신했습니다. 땅값이 하루가 멀게 치솟고, 너도 나도 돈을 들고 제주도로 이주해 왔으니까요.


그런데 사드THAAD 문제로 중국이 제재조치를 발표하면서 관광객이 줄어들고 투자 열기가 수그러들자 제주도 경제가 급작스럽게 곤두박질쳤습니다.


저는 한때는 잘 살게 되었다고 좋아하던 사람들이 경제상황이 나빠지면서 일시에 그렇게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사실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더욱이 도민들 간의 불화가 극에 달했죠."


"저도 그 때문에 많이 바빴던 것이 사실입니다. 몇 달 동안 이곳을 오가며 거의 살다시피 할 정도였으니까요."

"저는 당시 아무리 돌아보아도 문제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도무지 가닥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항의하는 도민들의 기세는 수그러들기는 커녕 갈수록 더 거세어져만 갔지요.


한 목사가 저를 찾아온 것이 바로 그때였습니다. 그의 눈으로 제가 처한 어려움을 직접 목격한 것이지요. 그가 잠시 있다 가면서 제게 말하더군요.


'자네와 우리의 제주도를 위해 철야기도를 하겠네.' 라고요. 그 말 한 마디가 저에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방법을 찾게 해준 것입니다."


"한 목사님의 기도가 크게 효과가 있으셨나 보죠?"

"글쎄요, 그의 기도 덕분이랄까요? 그 한참 뒤에 일어난 일들이..."

"아, 네."


예나는 강우용의 이야기를 들으며 느꼈던 공백이 조금씩 메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태건은 금테를 두른 유리 잔에 든 생수를 마시고 잠시 숨을 돌린 뒤 곧 이어서 말했다.


"강 실장에게서 서울 사무소 상황을... 참, 신 PD님도 서울 사무소 이야기는 들어 보셨겠죠?"

"그럼요.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릅니다."


예나는 고태건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예의 바른 어조로 웃으며 답했다.


"제가 대권을 위해 서울에 마련한 싱크탱크였습니다. 당시 저를 지지하는 재계, 정계 인사들이 대거 관계되어 있었죠. 한데 제주도가 상황이 쉽지 않아지자 서울 사무소에서도 재빠르게 다른 쪽으로 돌아서며 정보를 빼돌리는 친구들이 생겨났습니다.


이런 세계에서는 늘상 있는 일이긴 하지만 저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몹시 불쾌하기는 했죠.


아무튼 강 실장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들이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일들이라 무언가 좀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러다 한 목사가 해주겠다던 철야기도가 생각이 났지요. 그런데 신 PD님은 종교가 있으십니까?"


"글쎄요. 저는 그때 그때마다 좀 달랐습니다. 중고등학교는 불교재단 학교를 다녀서 일주일에 한 번 불교 수업을 받았는데, 주말에는 어머니를 따라 천주교 성당을 나갔고, 대학교는 또 미션 스쿨이어서 일주일에 한 번 기독교 예배에 의무적으로 참석을 했었습니다. 지금은 종교 생활을 하지 않습니다만..."


"아주 다양한 종교 경험을 해 오셨군요. 그런 소양이시니 종교체험에 대한 제 이야기를 편히 해도 되겠네요."

"네, 전 종교에 대한 편견이 전혀 없으니 편히 말씀하셔도 좋습니다."

"사전에 안 것은 아니었는데, 어쩌면 그런 인연으로 신 PD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고태건은 자신이 한 말이 만족스러워 입가에 웃음을 띠고는 다시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이어 말했다.


"한 목사의 철야기도를 생각하는데, 갑자기 십자가에 못박히시기 전날 겟세마네 Gethsemane 동산에서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한 마디로 계시였지요.

저는 그 즉시 지금이 제 정치인생을 걸고 결단을 내려야 할 중대한 시기라는 것을 직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에게 직접 응답을 받기 위해 한라산에 오르기로 했습니다. 3일간 단식기도를 하고 말입니다."




- 신인 GOD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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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거룩한 전쟁 +2 19.10.29 222 18 8쪽
39 해후邂逅 +3 19.10.28 216 19 8쪽
38 두 번째 생일 +3 19.10.27 240 22 11쪽
37 세 개의 거울 (2) +2 19.10.26 263 23 8쪽
36 세 개의 거울 (1) +2 19.10.25 302 24 8쪽
35 영안靈眼 (2) +3 19.10.24 274 23 8쪽
34 영안靈眼 (1) +3 19.10.23 293 28 9쪽
33 재회再會 +2 19.10.22 278 27 8쪽
32 천부신검天符神劍 +2 19.10.21 285 27 11쪽
31 호종단胡宗旦 +2 19.10.20 286 24 8쪽
30 사후를 위해 사는 자들 +2 19.10.19 298 25 9쪽
29 삼합비경三合秘景 +3 19.10.18 279 31 8쪽
28 비룡승천飛龍昇天 +1 19.10.17 275 26 7쪽
27 맥脈 +1 19.10.16 333 32 11쪽
26 고양이와 호랑이 +1 19.10.15 327 29 9쪽
25 선인仙人골 +1 19.10.14 346 26 9쪽
24 그것을 원합니다 +1 19.10.13 334 28 9쪽
» 매우 사적인 인터뷰 +1 19.10.12 365 31 10쪽
22 테라코타Terracotta +4 19.10.11 342 3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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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신인의 언어 (2) +2 19.10.06 402 39 8쪽
16 신인의 언어 (1) +3 19.10.05 451 36 9쪽
15 가을 속 여름 +2 19.10.04 471 3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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