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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inLight 서재입니다.

신인 GODMAN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BrainLight
작품등록일 :
2019.09.20 09:55
최근연재일 :
2019.12.25 08:00
연재수 :
97 회
조회수 :
34,305
추천수 :
2,420
글자수 :
408,390

작성
19.10.25 08:00
조회
302
추천
24
글자
8쪽

세 개의 거울 (1)

DUMMY

가족들이 잠든 시간, 강희승은 언제나처럼 연구 서적을 보려고 서재 문을 열었다. 책상 위에 카드 봉투가 놓여 있었다.


'사랑하는 아빠에게, 딸 아리 올림'


겉면에는 익숙한 글씨체로 씌어진 봉투 안에는 '창조주와의 만남' 초대장이 들어 있었다.


"우리 아리가 드디어 무대에 서는구나."


강희승은 아리의 이름이 찍혀 있는 초대장을 뿌듯한 표정으로 한참 들여다보고는 초대장을 넣으려고 책상 서랍을 열었다가 색이 바랜 또 하나의 초대장 봉투를 발견했다.


정현아 박사가 보낸 학술대회 초대장이군.

7년 전 초대장을 여태 보관하고 있었나?


강희승은 얼굴 가득히 미소를 지으며 두 초대장을 나란히 포개 놓아두고 서랍을 닫았다.




"정 박사, 오랜만이네요."


강희승은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국제정신과학연구원 학술발표장에 도착해 자신을 기다리는 정현아 얼굴을 단번에 알아보고 악수를 청했다.


"안녕하셨어요, 강 박사님. 그동안 건강히 잘 지내셨죠."

"한국에는 언제 들어왔나요."

"벌써 2주나 되었습니다. 시간이 정말 빨리 흐르는 것 같아요. 사모님도 안녕하시죠? 아리가 보고 싶네요. 많이 컸을 텐데."


강희승은 말없이 미소로 답했다.


"언제 다시 출국 하죠? 와이즈만 연구소라고 했죠?"

"네, 1주일 후가 될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준비할 게 많네요. 바쁘신 데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정 박사 부탁이라면 당연히 움직여야죠. 지난 번에도 동경에서 신세를 너무 많이 졌어요. 메일에도 썼지만 보내준 자료들이 아주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는 오히려 내가 해야지요."


강희승은 정현아를 따라 대회장 안으로 들어가 붉은 벨벳천으로 덮여 있는 초대석 테이블에서 자신의 이름을 찾아 앉았다. 정현아는 강희승 옆 자리에 앉은 후 말했다.


"오늘 발표가 시작되기 전에 꼭 소개해 드리고 싶은 분이 계세요. 시간이 되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 좋습니다."


잠시 후 강희승은 정현아를 따라 VIP 대기실로 갔다. 강희승은 그렇게 해서 마스터 Z를 서울에서 처음 만났다.


학술발표는 인지능력 개발과 시연에 관한 연구결과들이었다. 뇌의 매커니즘을 오랫동안 연구하고 세계 최고의 뇌전문가로 손꼽히는 그였지만, 그날 강희승이 직접 본 시연은 정말 믿기 어려운 놀라운 광경이었다.


한 두 명도 아닌 여러 명의 어린이들이 초감각적 지각인 ESP Extrasensory Perception과 염력인 PK Psycho Kinesis 능력을 보일 수 있다니.


더군다나 강희승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그들이 보여준 시연이 모두 타고난 초능력자라서 가능한 게 아니라 반복적인 연습으로 터득된 결과였다는 점이었다.


강희승은 초심리학에서나 다루는 기이한 현상으로 알고 있었던 일들이 개발 가능하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날 마스터 Z는 기조강연에서 강조하며 말했다.


"누구나 그러한 뇌의 기능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학술대회가 끝나고 강희승은 마스터 Z와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말 놀랍습니다. 이런 임상결과를 만드실 수 있다니요."

"지금의 과학으로는 아직 설명되어질 수 없는 부분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하지만 오늘 발표한 내용은 가장 먼저 내가 직접 체험한 현상이며, 이미 수십 년 간 여러 사례들로 충분히 검증해 온 결과들입니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저도 과학자이지만 인간이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르고 있고 알아야 할 것들이 무한히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 안에서 과학이란 범주와 내용도 계속 변화하고 있지요.

커넥톰으로 수십 조에 달하는 뇌세포의 지도가 밝혀지고 있지만, 아직도 그런 뇌의 90퍼센트 이상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 뇌를 개발한다는 것이 인류에게 어떤 미래를 가져올 지 상상하기조차 두려워질 때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것이 지금의 현실이지요. '신이 인간을 창조하셨다'는 의미를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아직도 너무 협소하게 이해하고 있어요. 그것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그로 인해 우리 스스로가 한계를 만들고 있는 것이니까요.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을 때만이 창조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는데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 의식은 결과적으로 발전하고 진화해 왔다고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분명 그렇지요. 하지만 지금은 낙관만 할 수는 없는 때입니다. 너무 늦기 전에 그동안 나누고 구분지어 놓았던 영역들을 융합하는 새로운 시도와 노력으로 어서 그 방향을 바로잡아야만 합니다."



그런 만남이 있고 나서 3개월 뒤, 강희승은 마스터 Z를 만나기 위해 제주도행 비행기를 탔다. 딸 아리 때문이었다.


대덕 연구단지에서 청주공항으로, 제주공항에 도착해 다시 서귀포로 향하며, 강희승은 차창을 통해 끊임없이 들어오는 사람과 정경들을 바라보았다.


하늘을 날아오를 때나 땅으로 내려와 지평선을 내달릴 때나 그대로인 것은 아무 것도 없구나. 살아 존재한다는 것은 결국 미완성 속에서 무언가를 향해 부단히 움직여 가는 것인가?


그는 아리가 아프고, 아내와 갈등이 심해지고 그런 집안의 어두운 내막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써 왔던 수많은 시간들을 마스터 Z에게 들려주기 위해 나름으로 정리를 했다.


그런데 막상 제주도에서 마스터 Z의 얼굴을 마주 대하자 머리 속을 가득 채웠던 복잡한 생각들이 일순간 사라졌다. 오로지 딸 아리의 원인을 알 수 없는 아픔에 대한 염려하는 마음뿐이었다.


강희승은 마스터 Z에게 담담하게 그러면서도 소상히 아리의 증세를 이야기했다.


"저는 무엇보다 아리가 아픈 원인이 궁금합니다. 아내 때문인지, 저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친구들 때문에 생긴 증상인지 정말 답답하기만 합니다."


마스터 Z는 강희승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다가 그의 이야기가 끝나자 드디어 말을 꺼냈다.


"함께 산책을 하실까요?"


산책길은 구멍이 숭숭한 현무암이 빼곡히 깔려 초록 잔디에 검은 카펫을 깔아 놓은 것 같았다.


탁 트인 푸른 하늘, 푸른 바닷 바람에 마스터 Z의 뒤를 조용히 따르던 강희승의 무거웠던 머리와 가슴이 어느새 씻겨져 나간 듯 가벼워졌다. 한참을 걸어 도독한 밭담 경계에 이르자 마스터 Z는 긴 침묵을 깼다.


"강 박사님은 꿈을 많이 꾸시나요?"

"거의 꿈을 꾸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마 꾸어도 기억을 잘 못하는 것 같기는 합니다."


"강 박사님의 뇌는 아주 깨끗한 것 같군요. 꿈을 많이 꾸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악몽을 많이 꾸는 사람이 있지요. 그것은 후천경後天鏡에 가스가 찼기 때문인 것입니다."

"후천경이 무엇입니까?"


강희승은 생소한 용어에 관심이 생겨 물었다.


"우리 뇌에는 세 개의 거울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조화경造化鏡, 천시경天視鏡, 후천경이라고 합니다.

위치로 보자면 조화경은 정수리 부근에, 천시경은 이마 중앙에, 후천경은 후두엽 부근에 있습니다. 혈자리로 말하자면 조화경은 백회혈, 천시경은 인당혈, 후천경은 옥침혈 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리적인 실체가 없는데 거울이라고 붙이신 이유가 뭡니까?"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실체를 비추어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 세 개 거울은 모두 송과체와 관련해서 작동합니다. 지금까지 송과체의 핵심 기능은 퇴화되어 있었습니다. 지난 번 우리가 처음 만났던 학술대회 시연을 기억하시나요?"




- 신인 GOD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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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거룩한 전쟁 +2 19.10.29 222 18 8쪽
39 해후邂逅 +3 19.10.28 217 19 8쪽
38 두 번째 생일 +3 19.10.27 240 22 11쪽
37 세 개의 거울 (2) +2 19.10.26 263 23 8쪽
» 세 개의 거울 (1) +2 19.10.25 303 24 8쪽
35 영안靈眼 (2) +3 19.10.24 274 23 8쪽
34 영안靈眼 (1) +3 19.10.23 293 28 9쪽
33 재회再會 +2 19.10.22 278 27 8쪽
32 천부신검天符神劍 +2 19.10.21 285 27 11쪽
31 호종단胡宗旦 +2 19.10.20 286 24 8쪽
30 사후를 위해 사는 자들 +2 19.10.19 298 25 9쪽
29 삼합비경三合秘景 +3 19.10.18 279 31 8쪽
28 비룡승천飛龍昇天 +1 19.10.17 275 26 7쪽
27 맥脈 +1 19.10.16 333 32 11쪽
26 고양이와 호랑이 +1 19.10.15 327 29 9쪽
25 선인仙人골 +1 19.10.14 347 26 9쪽
24 그것을 원합니다 +1 19.10.13 334 28 9쪽
23 매우 사적인 인터뷰 +1 19.10.12 365 31 10쪽
22 테라코타Terracotta +4 19.10.11 342 32 8쪽
21 우주목宇宙木 +5 19.10.10 378 29 11쪽
20 공명共鳴 +5 19.10.09 373 31 8쪽
19 천부관天符館 +4 19.10.08 402 33 12쪽
18 신인의 언어 (3) +2 19.10.07 393 34 10쪽
17 신인의 언어 (2) +2 19.10.06 403 39 8쪽
16 신인의 언어 (1) +3 19.10.05 451 36 9쪽
15 가을 속 여름 +2 19.10.04 472 34 11쪽
14 제왕의 터, 왕후지지王侯之地 +4 19.10.03 459 32 8쪽
13 불로초不老草 (3) +1 19.10.02 472 37 9쪽
12 불로초不老草 (2) +1 19.10.01 477 3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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