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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inLight 서재입니다.

신인 GOD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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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BrainLight
작품등록일 :
2019.09.20 09:55
최근연재일 :
2019.12.25 08:00
연재수 :
97 회
조회수 :
34,295
추천수 :
2,420
글자수 :
408,390

작성
19.10.18 08:00
조회
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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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글자
8쪽

삼합비경三合秘景

DUMMY

일행이 삼합비경에 올라갔을 때는 흐릿하지만 멀리 수평선이 보였다.

고태건은 삼합비경에 도착하자 땅이 움직이는 울렁거림을 느꼈다.


거센 파도로 심하게 흔들리는 배에 타고 있는 것처럼 어지러운데.


금지화가 고태건의 상태를 알아채고 말했다.


"이곳은 에너지의 소용돌이라고 하는 볼텍스 기운이 매우 강한 곳입니다. 공중에 붕 떠 있는 느낌이 들거나 어지러우실 수도 있습니다. 곧 익숙해져 나아지실 것입니다."


고태건은 금지화의 말에 안심하며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진한 붉은 빛이 도는 황토 흙으로 된 높은 언덕 주변으로 커다란 바위들과 보리수 나무들이 어울려 있었다.

어둠 때문인지 바위들은 마치 사람의 형상처럼 보이면서 이상하게도 자꾸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그대는 이곳에 왜 왔는가?

무엇을 위해 왔는가?


나는 왜? 여기에?


강우용은 고태건이 가는 곳을 따라가며 가방에서 휴대용 깔개를 꺼내 들었다. 역시 박영철이 일러준 준비물이었다. 고태건은 깔개를 건네 받아 서있는 자리에서 바로 펴고 앉아 잠시 눈을 감았다.

그러자 갑자기 공중으로 붕 뜨는 느낌이 들면서 시계반대 방향으로 몸이 도는 것 같았다. 고태건은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뜨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신인들은 이곳에서 무아를 체험합니다.”


박영철이 그런 고태건을 지켜보며 말했다.


무아?


“에너지를 타고 자연과 하나가 되고 자연자체가 되는 것입니다.”


박영철이 설명했다.


개체로 존재하는 사람이 어떻게 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건가?


고태건은 박영철이 말한 ‘하나’란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또한 신인은 이곳에서 오욕과 집착을 갖고는 볼 수 없는 미지의 세계, 영적인 세계를 볼 수 있습니다. 세상에 대한 집착을 놓고 무아가 되었을 때 열리는 문입니다. 하늘의 눈 천목혈天目穴이 열린다고 합니다.”

“그럼 아까 금지화님이 비룡승천을 보았다고 하는 현상이...”

“그렇습니다. 그런 현상들은 모두 이곳의 기운으로 인해 일어나는 것입니다. 마스터 Z께서는 천기를 크게 끌어당기려면 음기陰氣가 서려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박영철이 바다를 바라보는 고태건 곁에 서서 말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천기를 크게 받으려면 바다를 보든지 호수를 볼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경치가 좋은 곳이라도 호수나 바다가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는 천기를 크게 받을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천기를 받는다? 천기가 대체 무엇이며 어떻게 받는 것입니까?"

"천기는 우주의 가장 순도 높은 에너지를 말합니다. 마스터 Z께서는 천기를 통해 하늘의 지혜를 받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천기를 따라 하늘의 지혜가 내려오기 때문이라고 하셨죠. 천기는 우리 머리의 정수리인 백회혈, 천문을 열어 받는 것입니다."


박영철이 답했다.

고태건은 놀란 표정으로 박영철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런 일이 실제로 가능합니까?"

"가능합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수련 경지가 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마음의 준비라...


고태건은 약간 당황스러웠다.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눈빛으로 박영철을 돌아다보았다.

금지화는 고태건의 모습을 보고 조용히 말을 건넸다.


"너무 염려마세요. 도지사님께서 오늘 이곳에 어렵게 오셨으니 체험을 하실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고태건은 잠시 생각하다가 마음을 굳힌 어조로 말했다.


"그럼, 그러시죠.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말입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 것입니까?"


금지화는 고태건에게 내키는 곳에 편히 앉으라고 했다.

강우용은 손에 들고 있던 깔개 방석을 펴서 다시 고태건에게 내주었다. 고태건이 바다 쪽을 향해 자리를 잡고 앉았다.


"도지사님의 감각을 깨워 드리기 위해 지금부터 제가 막힌 혈 몇 곳을 풀어 열어드리겠습니다. 눈을 감으시고 호흡을 편안히 하시면 됩니다."


고태건은 금지화의 말을 따라 눈을 감고 자연스럽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그러는 동안 금지화는 손에 한 뼘 정도 길이의 황금빛이 도는 봉을 꺼내 고태건의 머리 곳곳을 눌러주었다.


봉끝은 모나지 않고 약간 둥그스럼하고 뭉툭한 듯 느껴졌으나, 금지화가 봉 끝으로 이곳저곳을 짚을 때마다 눈물이 날 만큼 아픈 곳도 있었고, 어떤 부위는 답답한 곳이 뚫리는 느낌으로 아주 시원했다.


하지만 고태건은 겉으로 어떤 내색도 하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가만히 있었다.


"아주 잘 받고 계십니다. 머리가 가벼워지시고 어깨와 가슴도 매우 편안해지셨을 것입니다."


아니, 어떻게 알았지?


고태건은 신기하게 생각했지만 여전히 눈을 감고 말없이 잠자코 있었다.


"이제 혈이 많이 열렸으니 두 번째 명상에 들어가겠습니다. 천문 명상입니다. 제가 도지사님 머리 위에 귀한 보석과 같은 돌을 얹어 놓겠습니다.


만년설 빙하 밑에서 발견해 낸 그린 스톤입니다. 이 푸른 돌에 아주 순도 높은 에너지가 담겨 있습니다. 먼저 허리를 펴서 머리 중앙과 일직선이 되도록 척추를 바르고 곧게 펴 세우십시오."


척추를 반듯하게 세우자 머리 중앙에 금지화가 얹은 돌의 무게가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미묘한 무언가가 정수리에서부터 몸 안으로 흘러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느낌에 계속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어느 순간 금지화는 머리에 있는 돌을 치웠다.

고태건은 머리 위가 가벼워졌지만 돌이 놓인 자리에 구멍이 뚫려서 무언가가 여전히 흘러들어와 몸 중앙을 타고 흘러내려가는 느낌에 빨려 들었다.


"지금 도지사님이 느끼고 계시는 것이 바로 천기입니다. 이제 의식으로 그 기운의 흐름을 계속 쫓아가시기 바랍니다."


금지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고태건은 머리 위로 내려오고, 발바닥으로도 꿈틀거리며 올라오는 무언가를 느꼈다. 그리고 위에서 내려온 것과 아래에서 올라온 것이 아랫배 중앙에서 모여 공처럼 돌며 자리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주 한참이 지난 것 같은데...


고태건은 금지화의 말에 따라 호흡을 가다듬고 눈을 떴다.


"어떠셨나요?"


여섯 개의 눈이 일제히 고태건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 뭐 그저..."


머쓱해진 고태건은 자신을 지켜보는 이들에 신경을 쓰며 체험한 것을 말하기가 거북스러워 머뭇거렸다.


"천문에서 몸 안으로 흘러 들어온 것은 천기이며, 용천에서 흘러들어온 것은 지기地氣입니다. 아랫 배 중앙은 단전丹田이라고 합니다. 도지사님은 오늘 단전에 삼태극이 공처럼 휘돌고 있으셨습니다. 처음 하셨는데 그 정도면 인연이 참으로 깊으십니다."


금지화가 한 말이었다.


"삼합비경의 삼합이 바로 오늘 도지사님이 체험하신 천기와 지기, 그리고 두 기운을 조화롭게 섞어주는 수기水氣의 세 기운이 만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박영철이 곁에서 금지화의 말을 거들어 설명했다.

고태건은 금지화와 박영철을 신기한듯 번갈아 쳐다보다 금지화를 향해 말했다.


"저보다 더 제 상태를 잘 알고 자세하게 묘사를 하시는군요."


금지화가 미소를 띠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제가 황금봉으로 해드린 것은 감각을 열어주는 가장 빠르고 손쉬운 방법이지요. 모든 신경이 뇌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신경을 자극해서 뇌의 감각을 깨워주는 것입니다. 명상은 결국 뇌의 감각을 깨우면서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두 번째는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천문 명상입니다. 우리 몸에 있는 하늘과 연결된 문을 여는 것입니다."


비는 어느 덧 그치고 새벽별이 다시 빛나기 시작했다.


고태건은 금지화의 설명을 듣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어둑한 저편 삼합비경 왼편으로 아까 자리를 잡았을 때는 몰랐던 사람 얼굴 형상의 큰 바위가 고태건의 눈에 들어왔다. 큰 바위 얼굴은 대평 포구를 바라보는 것처럼 보였다.


"저 바위는 마치 사람 얼굴 같군요."


고태건이 바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서복 바위라고 합니다. 이제 자리를 이동하실까요?"


박영철이 말했다.


서복 바위?


고태건은 한동안 잊고 있었던 서복 신명을 떠올리며 박영철의 뒤를 따랐다.




- 신인 GOD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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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두 번째 생일 +3 19.10.27 239 22 11쪽
37 세 개의 거울 (2) +2 19.10.26 263 23 8쪽
36 세 개의 거울 (1) +2 19.10.25 302 24 8쪽
35 영안靈眼 (2) +3 19.10.24 274 23 8쪽
34 영안靈眼 (1) +3 19.10.23 293 28 9쪽
33 재회再會 +2 19.10.22 278 27 8쪽
32 천부신검天符神劍 +2 19.10.21 285 27 11쪽
31 호종단胡宗旦 +2 19.10.20 285 24 8쪽
30 사후를 위해 사는 자들 +2 19.10.19 298 25 9쪽
» 삼합비경三合秘景 +3 19.10.18 279 31 8쪽
28 비룡승천飛龍昇天 +1 19.10.17 275 26 7쪽
27 맥脈 +1 19.10.16 333 32 11쪽
26 고양이와 호랑이 +1 19.10.15 327 29 9쪽
25 선인仙人골 +1 19.10.14 346 26 9쪽
24 그것을 원합니다 +1 19.10.13 334 28 9쪽
23 매우 사적인 인터뷰 +1 19.10.12 364 31 10쪽
22 테라코타Terracotta +4 19.10.11 342 32 8쪽
21 우주목宇宙木 +5 19.10.10 377 29 11쪽
20 공명共鳴 +5 19.10.09 373 31 8쪽
19 천부관天符館 +4 19.10.08 402 33 12쪽
18 신인의 언어 (3) +2 19.10.07 393 34 10쪽
17 신인의 언어 (2) +2 19.10.06 402 39 8쪽
16 신인의 언어 (1) +3 19.10.05 451 36 9쪽
15 가을 속 여름 +2 19.10.04 471 34 11쪽
14 제왕의 터, 왕후지지王侯之地 +4 19.10.03 458 32 8쪽
13 불로초不老草 (3) +1 19.10.02 472 37 9쪽
12 불로초不老草 (2) +1 19.10.01 477 3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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