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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최근연재일 :
2024.06.23 18:00
연재수 :
1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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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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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
글자수 :
892,307

작성
24.06.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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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일본으로(3)

DUMMY

간사이 국제 공항

수호에는 IDOL 길드, 도톤보리 주요 거리에는 쿠노이치 길드가

몬스터들을 막고 있었다.


그리고 오사카···.


그곳에는 일본인들조차 이름이 생소한 ‘요’ 길드가 거리를 수호하고 있는 중이었다.


“사에코. 이 주변으로 결계를 부탁해.”

“알겠습니다, 길드장님.”


순백의 헤어, 자칫 손이라도 닿으면 얼어버릴 것 같은 여성의 차가운 목소리에 몸을 움직인 사람은 제1급 헌터인 아오키 사에코였다.


하얀 상의에 붉은 치마, 일본 전통 무녀복을 입고 있는 그녀는 소매 안에서 부적 네 장을 꺼내 손에 쥐었다.


그리고 각각의 부적에 마력을 불어넣고는 앞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절대 금지 구역.”


그러더니, 그녀의 손에 놓여있던 부적들은 저절로 공중을 떠올라 앞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저 부적은 곧바로 오사카성 인근의 4방위로 나누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오사카성 주변엔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결계가 생길 터였다.


“끝났습니다. 오사카 성 주변으론 아무도 접근할 수 없을 겁니다.”


간단한 작업 같아 보여도, 시전자에겐 상당한 마력이 필요한 스킬이었다.


“잘했어요. 사에코.”


그녀의 길드장, 요시노 미야키가 화답했다.


그녀 역시 일본의 제1급 헌터 중 한 명으로, 일본인들에겐 ‘냉혈 마녀’ 혹은 ‘설녀’ 등의 별명으로 불리는 자였다.


“오사카성이 안전하다면, 이제 우리도 할 일을 하면 되겠군요.”

“싸우실 겁니까?”

“그래야죠. 제 주변으로 사람들 접근시키지 말아 주세요.”

“네. 길드장님.”


그녀가 냉혈 마녀로 불리는 이유는, 그녀의 표정이나 새하얀 피부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녀의 능력 역시··· 얼음을 다루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의 앞에 얼음으로 이루어진 길을 만들어 내더니, 사뿐히 그 위에 올라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얼마 나아가지 않았음에도, 어느새 수십 기나 되는 더미 로봇들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벌써 여기까지 왔군요···.”


그녀는 올라설 때와 마찬가지로, 얼음길에 사뿐하게 내려온 뒤, 주변을 한 번 둘러보았다.


주변에 생명 반응은 존재하지 않았다.


‘후우···.’


그녀는 금방이라도 주변을 얼어붙게 할 정도의 차가운 숨을 내뱉더니, 눈앞의 더미 로봇 하나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얼음 숨결.”


그러자, 그녀의 손에서 흐르던 마력이 순간적으로 손끝으로 흘러나와 더미 로봇을 그대로 얼어붙게 만들었다.


- 끼리익···!

- 끼이이익!


한 개체가 그대로 땅으로 쓰러지고, 다른 더미 로봇들이 서서히 그녀를 둘러쌌다.


- 끼이이익!

- 끼익, 끼이익!


요란한 기계음을 내며 공격을 준비하는 더미 로봇들도 몇몇 있었지만, 그녀는 대수롭지 않은 듯 가볍게 날아오는 공격을 피했다.


- 화르르륵. 화륵.


이윽고 한 더미 로봇이 가진 막대기 끝에 불꽃이 일더니 곧장 미야키 쪽으로 거대한 화염이 분출됐다.


“겨울의 꽃.”


순간이었다.


화염이 미야키의 앞머리를 간질일 정도로 가까워졌을 때, 미야키가 스킬을 사용했다.


주변의 모든 것을 순식간에 얼려버리는 기술이었다.


심지어는 방금 전, 자신의 눈앞까지 다가왔던 불꽃마저 얼었는지 흔적조차 사라져 있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은 새하얀 세상. 그 위에는 마치 하얀 꽃처럼, 미야키만이 서 있을 뿐이었다.



저쪽 세계는 결국 이곳까지 침략하려 드는 걸까···.”


요시노 미야키. 그녀는 더미 로봇을 안타까운 모습으로 바라보며 얼어붙어 기능이 정지한 그것들을 지나쳐 마을로 향했다.



* * *



[제일 길드의 개입으로 국내에는 친일에 대한 찬반이 서로 대립하고 있는데요···.]

[이게 문제라는 겁니다. 고생하는 헌터들을 응원하지는 못할망정, 국내는 정치 싸움을 하고 있잖습니까!]

[김원종 국회의원은 일본으로 향한 제일 길드의 헌터들에게 극진한 대우를 해 줘야 한다고 발언했으며···.]



일본이 전쟁으로 시끄러운 데에 비해, 한국은 다른 의미로 시끄러운 상황이었다.

두 국가 간의 일에 대해 정치인들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지루한 일 때문이었다.


“근데, 이 반지···. 원래 이렇게 붉었나?”


볼만한 게 없나 하며 채널을 돌리던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영혼의 추적자’ 반지였다.


지난번, 해골 장식의 눈 부분에 붉은빛이 돌아 한번 시험 삼아 사용해 본 공간이동 아이템.


‘분명, 생명체를 죽여야 게이지가 찬다고 했었는데···.’


처음 사용하고 난 뒤에, 붉은빛을 잃은 채 어두운 반지로 돌아갔었는데, 반지는 어느샌가 붉은빛을 띠고 있었다.


< 그럼 그 반지 제작자에게 물어보면 되지 않느냐. >

‘응?’


고민하고 있던 찰나, 곰이 채팅을 보내왔다.


“맞아. 예전에 삥 뜯을 땐 적이었지만, 지금은 한 가족이잖아?”

< 가족···이 맞긴 한 게냐. >

“맞지, 가···족같은 사이···?”

< 어감이 다르지 않느냐! 아무튼···. 그 반지는 카르셀이 만들었을 터이니, 그자에게 물어보는 게 명확할 듯싶구나. >


곰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거실 한복판에 게이트를 만든 뒤, 게이트 안에서 육아를 담당하고 있을 카르셀을 불러냈다.


- 예, 부르셨습니까!?

“어, 어···. 음···.”


내 부름에 곧장 게이트 밖으로 나온 카르셀.


그는 첫 만남 당시 풍겼던 위엄은 어디 갔는지, 허리춤에는 앞치마를 두른 채로 게이트 밖에 모습을 드러냈다.


심지어, 품에는 곤히 잠을 자는 아신을 포대기에 싼 채로 말이다.


- 왜! 왜? 그런 표정입니까···.


내 당황한 표정을 눈치챈 것인지, 그는 대뜸 큰 소리를 내려다가, 아신을 한 번 흘깃거리며 목소리 크기를 줄였다.


“아니···. 그, 새삼 잘 어울리는 전업주부 같아서 말이야.”

- 그런! 거 아닙니다···.


나는 씩씩대고 있는 카르셀의 앞에 손을 펼쳐,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가리키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 반지 말이야. 도대체 영혼의 기준은 뭐야?”

- 예? 영혼의 추적자 말입니까? 제가 그 아이템을 제작할 때 설정했던 영혼은, 말 그대로 평범한 영혼입니다.

“응?”

- 그러니까, 아이엔트 한 마리를 죽이든지, 자이언트 오우거 한 마리를 죽이든지 똑같이 카운팅 된다는 거죠.

“아니, 그거 말고···. 내가 죽인 몬스터들만 해당하는 거야?”

- 에? 아뇨···?


카르셀은 내 질문에 머리를 한 번 긁적이고는 혼잣말로 나지막이 속삭였다.


- 그런 귀찮은 일을 하고 싶진 않았거든요.

“응?”

- 아니, 언제 100마리를 잡고 앉아있겠습니까. 공간이동, 그건 바로바로 써지면 좋잖습니까?

“그건 맞지.”

- 그래서 제가 반지를 제작할 때, 그런 마법을 만들었죠. 어차피, 전쟁이 끊임없이 벌어지는 땅에서 죽은 영혼 찾는 건 어렵지 않으니까요.


카르셀은 아신을 한쪽 소파에 눕혀둔 채, 내 쪽으로 다가와 조신하게 무릎을 꿇고는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늘어뜨렸다.


과거, 사령술의 대가였던 것부터, 자신이 영혼의 추적자를 만들게 된 이유.


이는 역사 공부를 하는 것만큼이나 지루한 시간이었다.


- 그때, 공간이동을 하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필요한 것을 깨달았죠!

“······그래서 그게 영혼 100개였다?”

- 맞습니다. 사실···. 영혼이라기보단, 그 자리에서 죽어간 ‘생명’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거지만요. 뭐, 그게 그거긴 한데요.


카르셀은 내 손을 부여잡고는 손가락에 끼워진 영혼의 추적자를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 지금 보니까, 영혼이 한···. 70개 정도는 들어간 것 같은데요.

“내가 그동안 그만큼을 죽였단 거야?”

- 아니, 말씀드렸잖습니까. 직접 죽이지 않아도 됩니다. 실제로 제가 사용할 당시엔, 작은 벌레 몬스터들을 채집하는 함정을 만들어서 에너지를 충당했거든요.


분명, 갑옷 고블린 게이트에서 사냥한 것도 있긴 했지만, 그 당시 70마리까진 사냥하질 않았었다.


그 말은··· 내가 걸어 다니면서 길거리에 널려진 에너지를 흡수했다는 말이었다.


<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인간 세계의 ‘벌레’도 생명으로 취급될 수 있겠구나. >

‘아···!’


벌레를 잡아서 100마리를 채우는 모습은··· 조금 멋없더라도 확실히 실용성은 있는 말이었다.


“도축장이나 해충 박멸업체에 가도 개꿀이겠네?”

- 맞습니다! 제가 말하는 게 그겁니다! 언제 100마리를 다 사냥하고 있습니까!

“그러니까, 굳이 100마리를 손수 사냥 안 해도 되고···. 그냥 죽어있는 벌레의 영혼만 채집해도 된단 거잖아?”


카르셀은 내 말에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너······. 생전에 엄청난 대마법사였다는 것도 뻥이지?”

- 아뇨! 그건 진짜입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영혼의 추적자 같은 반지도 만들었겠습니까!

“그런 사람이 말이야···. 직접 얻을 줄도 알아야지.”

- 에헤이, 주인님. 원래 마법의 발전은 ‘귀차니즘’에서 시작된다는 걸 모르십니까?


말이라도 못 하면···.


나는 주먹을 쥐었다 피며 이상하게 납득되는 그의 발언을 인정할 뿐이었다.


- 참고로, 지난번에 충전되었던 그 100마리도 아이엔트 100마리가 그리폰에게 떼죽음 당한 장소에서 얻은 겁니다.


카르셀은 윙크하며 마치 대단한 팁이라도 알려주는 것처럼 한쪽 눈을 윙크하듯 찡그렸다.


그 모습이 너무 얄미워 주먹을 높게 들자, 카르셀은 가만히 잘 자고 있는 아신을 다시 끌어안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 비열한 자로다. >

‘아이를 인질로 삼았어···.’


곰 역시, 그의 태도에 한숨을 내뱉으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 그래서 오랜만에 저를 부른 이유는 그게 다입니까?

“응. 그냥··· 이게 언제 이만큼 찼는지 궁금해서.”

- 아···. 싱겁습니다···. 허나, 언제든 제 도움이 필요하면 불러주세요!

“그 이상한 윙크만 안 한다고 하면. 해골 주제에 윙크도 안 되면서, 왜 윙크 같은 걸 시도하는 거야.”

- 힝···. 너무합니다!


카르셀은 텅 빈 눈에서 눈물이라도 흐르는지, 한 손으로 눈물을 훔치는 시늉을 한 뒤, 내가 다시 열어준 게이트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잘 가고. 나중에 봐.”


물론, 나는 그의 발언에 아무런 충격도 없었다.



* * *



“여기가 도톤보리···.”

“맞아요. 비암 군! 여기부턴 쿠노이치 길드 담당 구역이지만, 어제 제가 연락했으니, 별다른 마찰은 없을 거예요!”


제일 길드의 길드원들은 두 팀으로 찢어졌다.


한쪽은 도톤보리강이 흐르는 메인 거리로 비암과 카나 마리야가 맡았으며, 혼마치 거리 쪽으로는 최강산과 히카미 유코가 맡았다.


길드원들도 각자, 전투 스타일에 맞춰 두 팀으로 찢어졌으며, 비암 팀은 이제 막 도톤보리의 거리에 들어선 참이었다.


“여기가··· 원래 이렇게 더러웠던가요?”

“더미 로봇에서 나온 기름? 같은 게 강을 뒤덮고 있으니까···. 우욱! 속이 안 좋아···.”


저마다 길드원들은 주변을 둘러보며 변해버린 관광지에 한숨을 내뱉었다.


그때였다.


“숙여요!”


마리야의 외침과 동시에, 제일 길드원이 있는 방향으로 쿠나이 하나가 거칠게 날아와 땅에 박혔다.


작가의말

드디어 1부의 최종장에 돌입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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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유도진 vs 가짜 유도진(2) 24.06.20 1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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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공략! 무한의 군단!(4) 24.06.18 11 1 12쪽
149 공략! 무한의 군단!(3) 24.06.17 10 1 13쪽
148 공략! 무한의 군단!(2) 24.06.16 18 1 12쪽
147 공략! 무한의 군단!(1) 24.06.15 20 3 12쪽
146 한일, 동맹을 맺다(3) 24.06.14 17 3 11쪽
145 한일, 동맹을 맺다(2) 24.06.13 20 3 12쪽
144 한일, 동맹을 맺다(1) 24.06.12 14 2 12쪽
143 몬스터를 사냥하는 몬스터(2) 24.06.11 16 3 12쪽
142 몬스터를 사냥하는 몬스터(1) 24.06.10 18 2 12쪽
141 호타루의 트롤링(3) 24.06.09 18 2 12쪽
140 호타루의 트롤링(2) 24.06.08 19 2 12쪽
139 호타루의 트롤링(1) 24.06.07 20 3 12쪽
138 유도진은 일본으로(2) 24.06.06 17 3 11쪽
137 유도진은 일본으로(1) 24.06.05 17 3 12쪽
136 제일 길드와 쿠노이치(3) 24.06.04 19 3 13쪽
135 제일 길드와 쿠노이치(2) 24.06.03 22 3 11쪽
134 제일 길드와 쿠노이치(1) 24.06.02 19 2 12쪽
» 일본으로(3) 24.06.01 20 2 12쪽
132 일본으로(2) 24.05.31 20 2 13쪽
131 일본으로(1) 24.05.30 2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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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보이드 타입: 불명이(2) +1 24.05.28 22 2 12쪽
128 보이드 타입: 불명이(1) 24.05.27 2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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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사라진 하성우(3) 24.05.25 3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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