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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타스틱 님의 서재입니다.

Another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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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wan타스틱
작품등록일 :
2020.05.12 15:14
최근연재일 :
2021.11.04 10:38
연재수 :
3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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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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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01,981

작성
21.09.0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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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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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1쪽

제266화 : 아버지

DUMMY

제 266화. 아버지


쿵 쿵 쿵 쿵 쿵


뜨거운 사막.

작열하는 태양아래 보이는 것은 오직 모래 뿐.

그리고 그 사이로 마신의 육체라 정의되는 거대한 존재가 빠른 속도로 사막을 횡단하고 있었다.

드래곤과 인간.

두 종족은 힘을 합쳐 어떻게든 마신의 이동을 막아내려 했지만, 최강의 드래곤이라는 에이션트 드래곤도, 최강의 인간이라는 마스터도, 그 질주를 멈출 수는 없었다.

이미 전 세계의 귀추가 마신의 육체에 집중되고 있었기 때문에, 타빗 성국의 마스터 라마가 목숨을 잃은 직후, 최종 목적지로 여겨지는 모골린 왕국의 대다수는 이미 고향땅을 등지고 타지로 피난을 완료한 상태였다.


"햐...... 이게 정말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네. 아, 젠장...... 그냥 계속 닥치고 붙어 있을 걸 괜히 건드렸나?"


그루퍼는 멀리서 마신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보니, 애초에 반란 따위 생각도 하지 않을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었다.

애써 발아 시킨 형제들만 회귀시켜버린 꼴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나라도 살아남았으니 다행이긴 한대...... 마신이 부활하면 형제들도 다시 발아하게 되는 건가? 쩝, 에이 뭐든 어때. 내가 제일 중요하지."


그루퍼는 이런 저런 잡념들을 하다가, 이내 머리를 흔들었다.

그래, 지금에와서 이런 생각 하는 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자신이라도 살아 남았다는게 중요한 것이지.


"그나저나 달빛에 비친 마신님의 모습이 참 아름답구만."


그루퍼는 답지 않게 감상을 떨며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지금이라도 이 광경을 충분히 눈에 담아두려 하는 그루퍼.

마신이 탑에 닿고 세상에 현신 하게 된다면, 이런 아름다운 하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을 지도 몰랐다.

온 세상이 약육강식의 끔찍한 혈흔으로 물들것이니 말이다.


"그래, 예쁘긴 하네."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

그루퍼는 깜짝 놀라 고개를 홱 돌렸다.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이다.


"이야.....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기척을 못 읽을 정도라니...... 뭐야? 신령의 힘이야?"


목소리의 주인공은 루안이었다.

루안을 알아본 그루퍼가 넌지시 물어보았다.

아닌게 아니라, 지금 루안은 말 그대로 그루퍼의 바로 옆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바로 옆에 나란히 서 있는데도, 귀족인 그루퍼가 알아채지 못했다?

신령의 힘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했다.

게다가 지금 시각은 밤이 아닌가?

신령의 힘이 가장 강력할 때란 말이지.


"신령의 힘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지. 어둠이란 그런 것이니까."

"...... 너...... 뭐야?"


그루퍼는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을 던졌다.

전혀 이해 못할 질문.

하지만 여기 다른 누가 있었어도, 아마 그루퍼와 똑같은 질문을 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익히 보아왔던 루안이었지만, 익히 보아왔던 루안이 아니었다.

대체 뭐지?

아주 묘하게 달랐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기회를 줄게."

"뭐?"

"그 몸을 포기해. 그리도 어디 산구석에 박혀서 나오지 말고 조용히 살아. 그러면 니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줄게."

"하, 참나."


그루퍼는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란 말인가?


"니가 여태까지 지은 죄에 비하면 이 정도 자비는 실로 엄청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잘 생각해. 정말 마지막 기회니까."

"니가 무언가 달라졌다는 건 알겠다. 그런데 너무 자신감이 가득 차 있네? 잊고 있나 본데, 나 그루퍼야. 이 몸뚱이의 영감도 권후라는 이름이었던 니 형도 다 내 손에 죽었다 이 말이야."

"그러니 자비라는 거다."

"푸하하하하하. 진짜 미쳤나보네. 안 되겠다. 그냥 죽어라."


그루퍼는 루안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엄청난 마기가 응집되더니 폭사하듯 쏘아졌고, 루안은 단숨에 그 파동 안에 휩쓸려버렸다.

파동이 줄어들고, 마기가 사라지자 다시 드러난 그루퍼의 옆자리.

루안은 가루가 되어버렸는지, 씻은듯이 사라져 버렸다.


"......."


그러나 그루퍼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분명 자신의 혼신을 받았고, 흔적도 없으며 주위의 기척도 없다.

그렇다면 소멸당했다고 보는게 맞았다.

그런데 기분이 그렇지가 않았다.

이 찝찝함......

자세히 생각해보면 이렇게 기척이 없는 것이 굳이 루안이 사라졌기에 그러한 것은 아니었다.

루안이 그루퍼의 옆에서 항복을 종용했을때도, 기척이 있진 않았었기 때문이다.

마치 원래 이 자리에 없었던 사람처럼 말이지.


"그렇단 말이지......"


그루퍼는 방심하지 않고 다시 마기를 모았다.

괜한 노파심일 수도 있지만, 대업이 눈앞에 와 있는 지금, 어떠한 방해요소라도 확실히 제거하는 편이 좋았다.


"데스 디멘션(Death Dimension)!"


고위의 흑마법이 이렇다 할, 영창도 없이 곧바로 펼쳐졌다.

술자의 주위 일정 공간을 죽음의 차원으로 옮겨버리는 끔찍한 마법.

이 마법의 범위 안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평생을 죽음의 공간에서 시공의 경계도 없이 떠돌게 된다.

탈출도, 생활도 불가능한 그런 공간에서 말이다.


"크윽......!"


하지만 이번에도 그루퍼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분명 데스 디멘션은 아무 문제 없이 그루퍼의 주위를 집어삼켰고, 지금도 마법은 유지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왜?

너무나 묘한 기운이 데스 디멘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끔 방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예로 데스 디멘션이 펼쳐지면 범위 내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가 디멘션 내로 빨려들어가야만 했다.

하지만 그루퍼가 밟고 서 있는 곳의, 잔디를 비롯한 작은 동식물들이 평소나 다름없이 푸르름을 뽐내고 있었던 것이다.

즉, 이 얘기는 데스 디멘션이 발동은 하였지만,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같았다.


"에잇!"


신경질적으로 손을 흔들며 데스 디멘션을 해제한 그루퍼.

그는 주위를 샅샅이 훑어보았다.


"어디냐! 대체 어디서 무슨 수작을 버리는 거야!"

"정말 마지막으로 말할게. 그 몸을 버리고 어디든 가서 숨어 살아."


그루퍼는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거기엔 아름드리 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루안이 그 나무에 등을 기댄 채,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분명 눈에 보이는데......

없는 것 같았다.

마치 공기의 대척점에 서 있는 것처럼 말이다.

보이진 않지만 우리는 숨을 쉼으로써 공기가 존재함을 느낀다.

바람으로도 마찬가지이고 말이다.

그런데 루안은 그렇지 않았다.

분명히 보이는데,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


그루퍼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루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줄 알았다는 것처럼 말이다.


"주, 죽어라!"


그루퍼는 다시 양손을 앞으로 뻗었다.

죽여야 한다.

오직 머릿 속에는 그 생각 뿐이었다.


콰과과과과과과


그루퍼의 손에서 방출된 마기의 파동은 그대로 루안에게 적중했다.

하지만 루안의 몸에는 자그마한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결국 기회를 걷어 차는구나."


루안은 태껸의 가장 기본 동작인 원품을 취했다.

기마자세와 흡사하나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려 있는 원품.

조금은 엉성해 보일 수도 있는 동작임에도, 풍기는 기운이 워낙 압도적이라 그루퍼는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덜덜덜덜덜


그루퍼는 자신도 모르게 팔다리가 떨리는 것을 느꼈다.


"떠, 떤다고.....? 이 내가?! 나는 흑마법의 귀족, 그루퍼다!!!! 그 누구도 날 해할 수 없어!!!!!!!"


그루퍼는 소리를 빽 지르며 두려움을 떨쳐내려 노력했다.

그러나 루안의 표정은 여전히 변화가 없었다.


흔들 흔들 흔들 흔들


그리고 이어지는 좌우품.

흐느적 거리며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은 그 움직임은 당장에라도 발길질이 날아와 상대의 목을 부러뜨려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였다.


"이크, 에크, 이크, 에크."


루안은 부지런히 품을 밟으며 이크 에크를 중얼거렸다.

그루퍼는 떨리는 팔다리를 부여잡고 마기를 뿜어냈다.


"이렇게 당할 순 없다! 심포지움 온 더 어비스(Symposium On The Abyss)!"


결국 그루퍼는 자신이 알고 있는 흑마법 중 오의라고 불러도 무방한 최강의 흑마법을 소환했다.

솟아나는 심연과 함께 범위 내의 모든 것을 삭제해버리는 마법.

이 마법에 당한 존재는 그들을 기억하는 자들의 기억에서도 사라진다.

그야말로 존재 자체가 소멸한다고 보는 것이 정확했다.


"이크, 코침주기."


태껸의 손기술을 나타내는 '이크'.

루안이 선택한 것은 그저 평범한 이크의 한 초식이었다.

가공할 위력이 담긴 옛법도, 치우천왕이 되어야만 이룰 수 있는 쌈수의 경지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품을 밟다, 타이밍에 맞춰 손바닥과 손목의 경계로 상대의 안면을 밀어치는 기술인 코침주기를 슬며시 밀어넣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코침주기가 보인 결과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흑마법의 최고위 마법과, 태껸의 기초 동작.

그 둘이 격돌했고, 결과는 보란듯이 코침주기가 심연을 찢어놓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마, 말도 안 돼......"


그루퍼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다리에 힘이 빠져 이제는 떨리지도 않았다.


"이크, 도끼질."


루안은 풀쩍 뛰어올라 손날을 세우고는 쓰러져 있는 그루퍼에게로 떨어뜨렸다.

이번에는 아까와 달리 치우가 가득 일렁이고 있었다.

그슨대의 기운을 가득 담고 말이다.

어쨌든 그슨대 역시 신.

신의 기운이라면 결국 신성력과 상통했고, 그 힘을 이용해 노영학 장사의 몸에서 그루퍼를 밀어내려는 의도였다.

그리고 그 의도는 정확히 먹혀들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가격당한 그루퍼는 끔찍한 비명을 내질렀고, 점점 육체의 소유권을 잃기 시작했다.

마치 혼이 몸에서 멀어지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그루퍼는 육체에서 빠져나왔고, 혼백이 되어서도 그슨대의 기운은 그루퍼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만! 그만! 그마아아아아안!!!!"


일렁이는 치우는 불꽃처럼 그루퍼의 혼을 잡아먹었고, 그루퍼는 그렇게 사라져갔다.

씨앗을 남기지 못하고 말이다.

루안은 천천히 노영학 장사의 시신을 들어 올렸다.

너무도 평온한 얼굴.

그는 죽는 와중에도 아이들이 죄책감을 가질까 걱정 되어, 끝까지 웃으면서 죽어갔다.

그리고 그 감정을 긴 시간이 지난 지금 이 순간.

루안은 오롯이 느끼고 있었다.


"장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제야말로 위대한 삼두일족응(三頭一足鷹)의 곁에서 천수를 누리시길 바랄게요. 사랑합니다....... 아버지."


챠우스가 루안을 낳아준 아버지라면, 노영학 장사는 루안에게 있어 키워준 아버지나 다름없었다.

시신을 그루퍼에게 빼앗기고 약 5년의 시간.

루안은 드디어 자신의 아버지들을 모두 고향땅에 모실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가요. 집으로."


루안은 장사의 귀에 나즈막이 속삭이고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아마도 그의 목적지는 바이두 숲이 되겠지.


작가의말

노영학 장사는 오늘에야 겨우 영면에 들게 되었네요.

나도......

나도 좀 재워줘......

.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추천 선작 댓글 부탁드릴게요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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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 제263화 : 지켜라 +2 21.08.25 148 6 11쪽
291 제262화 : 국모의 자세 +2 21.08.24 158 5 12쪽
290 제261화 : 막으려는 자와 뚫으려는 자 +2 21.08.23 157 6 13쪽
289 제260화 : 알현 +2 21.08.17 144 6 12쪽
288 제259화 : 어둠이란 +2 21.08.12 147 6 12쪽
287 제258화 : 쿤토카로 vs 암티라스 +2 21.08.11 144 6 11쪽
286 제257화 : 융화 +2 21.08.10 145 6 12쪽
285 제256화 : 미증유의 존재 +2 21.08.09 155 6 13쪽
284 제255화 : 영면 +2 21.08.05 155 6 13쪽
283 제254화 : 쿠빌린 vs 듀라한 +2 21.08.04 165 6 12쪽
282 제253화 : 정령왕 유프테라스 +2 21.08.03 154 6 11쪽
281 제252화 : 상급정령들 21.08.02 142 6 13쪽
280 제251화 : 정령들을 만나다 +2 21.07.29 147 6 12쪽
279 제250화 : 사막의 중심으로 +2 21.07.28 154 6 12쪽
278 제249화 : 승천 +2 21.07.22 173 6 12쪽
277 제248화 : 조금씩 밝혀지는 +2 21.07.21 157 6 12쪽
276 제247화 : 학자의 의무 +2 21.07.20 153 5 12쪽
275 제246화 : 계속 생겨나는 탑 +2 21.07.19 162 6 13쪽
274 제245화 : 늘어나는 +2 21.07.15 157 6 12쪽
273 제244화 : 구조 +2 21.07.14 168 6 13쪽
272 제243화 : 발견 +2 21.07.13 160 6 12쪽
271 제242화 : 광맥 +2 21.07.08 162 6 12쪽
270 제241화 : 탑 +2 21.07.07 158 6 12쪽
269 제240화 : 항해 +2 21.07.06 168 6 12쪽
268 제239화 : 원인불명 +2 21.07.05 167 6 13쪽
267 제238화 : 부활 +2 21.06.23 181 4 12쪽
266 제237화 : 도주 +2 21.06.22 163 6 10쪽
265 제236화 : 벽화 +2 21.06.21 170 6 12쪽
264 제235화 : 상상의 힘 +2 21.06.17 159 6 12쪽
263 제234화 : 영원한 패자는 없다 +2 21.06.16 159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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