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Hwan타스틱 님의 서재입니다.

Another Korean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Hwan타스틱
작품등록일 :
2020.05.12 15:14
최근연재일 :
2021.11.04 10:38
연재수 :
316 회
조회수 :
88,838
추천수 :
2,654
글자수 :
1,801,981

작성
21.08.24 17:30
조회
154
추천
5
글자
12쪽

제262화 : 국모의 자세

DUMMY

제 262화. 국모의 자세


"재상님!"

"그래, 보고해."

"반도 남부 지방의 모든 인원을 북부로 이동시켰고, 게이츠 수도 성의 백성들도 팬야니로의 이동을 시작했습니다."

"알겠다. 시간 별로 상황 보고하고 돌발 상황은 우선 선조치 보고할 수 있도록 해."

"예!"


기사의 보고를 받은 유키스는 관자놀이를 짚었다.

대체가 이 놈에 땅덩이에는 무슨 저주가 내렸길래, 이제야 겨우 터전을 잡은 백성들이 또다시 고향 땅을 내치고 떠나야한단 말인가?


"하....."


유키스는 이틀 간 한숨도 자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일을 처리해야 할 국왕인 루안이 계속 직무를 유기하고 있는 꼴이나 마찬가지이니, 모든 정세에 대한 처리 및 결제가 유키스의 손에 달려있었기에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대체 사일라 국왕인지, 대륙의 국왕인지......"


물론 루안 밖에 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조금은 사일라를 더욱 생각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유키스에게는 늘 있었다.


"아휴, 이럴 때가 아니다."


유키스는 앞에 놓인 서류에 마저 사인을 해 넣고, 자리에서 일어나 집무실을 나섰다.

그녀는 곧장 어딘가로 발길을 옮겼는데, 그녀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루안과 타니아의 침실이었다.


"비께, 내가 왔다고 고해줘."

"예."


유키스의 명을 받은 나인은 고개를 조아리고는 천천히 몸을 돌려 타니아에게 아뢰었다.


"왕비님, 재상 유키스 경이 문안을 여쭙습니다. 들라 할까요?"

"부탁해요."


타니아의 허락이 떨어지자, 나인은 천천히 문을 열고 유키스를 들여보냈다.


"왕비님. 준비는 다 되셨습니까?"

"저야 준비할 게 있나요."


타니아는 쇼파에 조신히 앉아 유키스를 맞았다.

이미 사전에 이야기해 놓은 것이 있는지 유키스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고, 타니아도 당황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럼 마차를 대령하겠습니다."

"잠깐만요."


유키스는 곧장 나가려다 다시 몸을 돌려 세웠다.


"더 필요하신 준비가 있으십니까?"

"아뇨. 그게 아니라, 저는 가장 마지막에 게이츠를 나서겠어요."

"예? 아니, 왕비님. 그 무슨 말씀이십니까? 지금 이 나라에서 가장 높으신 분이 왕비님이신데, 어떻게 국모의 안전을 도모하지 않고 백성들이 움직일 수 있단 말입니까?"


아무래도 지금 이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앞서 기사가 유키스에게 보고 했던 피난에 대한 내용인 듯 싶었다.


"그 반대예요. 백성이 없는데 어떻게 국부가 있고, 국모가 있겠어요? 저는 최근의 사례들로 뼈저리게 느꼈어요. 나라에는 국부와 국모 둘 중 하나는 꼭 자리해야 합니다. 그래야 백성들을 돌볼 수 있어요."

"물론 그 말씀도 맞지만..... 제가 보고 드리지 않았습니까."

"네, 알고 있어요. 마신의 육체와 마물들이 생성되고 있다고요."


실제로 이미 대륙에서는 유나이트 자치주가 피난하면서 제공해준 정보를 통해 갑자기 나타난 괴물이 마신의 육체임을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마신의 탑이 생성되는 폭발이 있었던 지점.

마신의 육체가 나타남과 동시에 그 지점에서 폭발적으로 마물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반도의 남부 지방의 백성들을 모두 북쪽으로 피난 시킨 것 또한 이 때문이었으며, 상대적으로 남쪽에 자리한 게이츠 역시 위험하긴 마찬가지였다.

물론 게이츠 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난공불락의 철옹성이었지만, 그마저도 고립되면 얼마나 오랜 기간 버틸 수 있을 지 알 수 없으니, 마물들이 공격하기 전에 북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좋은 수나 다름 없었다.

그 목적지가 바로 팬야니가 된 것이고 말이다.

유키스는 해당 정보를 입수하자마자, 가장 먼저 타니아에게 피난 준비를 하라 일렀었다.

그런데 지금 타니아는 이렇게 가지 않겠다고 버티고 선 것이다.


"왕비님. 왕비님의 말씀 백번 옳습니다. 옳아요.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왕비님이 피난을 하시는 게 천부당만부당 한 것이 아닙니다. 왕비님을 이 위험할 지도 모르는 사지에 계속 남겨두었다고 하면 전하께서 저를 어떻게 생각하시겠습니까?"

"사지가 아니라, 대 사일라 왕국의 게이츠 수도성이에요."

"아니, 제 말은 그게 아니라....."

"그래요, 잘 알아요, 재상. 하지만 걱정마세요. 게이츠 내의 모든 백성들과 왕성 내의 인력들이 빠져나가고 나면 저도 안심하고 백성들의 뒤를 따를 테니까요."

"마물들입니다. 위험하다고요!"


유키스는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팡팡 두드리며 말했다.

그러자 타니아는 빙긋 웃으며 유키스를 바라보았다.


"지금 왕국에서 저 보다 강한 자가 있나요?"

"......"


유키스는 말문이 턱 막혔다.

하기야, 티한을 제외하고 왕국만 말한다면 '블랙 맘바'라는 이명을 가진 마스터 타니아보다 강한 자는 존재치 않았다.

어떻게 보면 지금은 타니아 옆에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한 거나 다름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 그래도......"

"왕비님! 재상님!"

"아! 뭐야!"


유키스는 타니아를 설득하려는 것을 방해한, 침실로 다급히 들어온 기사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고작해야 평기사가 어디 건방지게, 소리치며 왕의 처소로 뛰어든단 말인가?

유키스가 눈을 부라리기에 너무도 충분한 이유였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그만큼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역시 이번 경우는 후자의 경우였다.


"크, 큰일 났습니다! 마, 마물들이.....!"

"뭐?"

"침착하시고 자세히 얘기해 보세요."


타니아는 얼굴을 굳히고 정확한 내용을 물었다.

확실히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그 여리던 타니아가 맞나 싶은듯한 모습이었다.


"후..... 탑. 탑에서 대량 생성된 마물들이 일제히 이동을 시작했습니다."

"방향은?"

"두 갈래입니다."

"북쪽이 포함되어 있나?"

"예."

"젠장."


유키스는 타니아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욕지기를 내뱉었다.

게이츠는 이제 막 피난을 시작했으니,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마물들의 이동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 분명했다.

그저 일반인에 불과한 민간인들이 피난을 하는 속도는 마물들에 비해 터무니없이 느릴 테니 일이 보통 잘못 된 것이 아니었다.


"두 갈래라고 하셨는데, 나머지는 그럼 어디로 향한다는 거죠?"


타니아는 이해가 가지 않는 내용을 물었다.

어차피 반도라 이동할 곳이라면 북쪽 뿐인데 두 갈래라고 하니, 무언가 이상했던 것이다.


"이상하게도 바다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 재상."

"예, 왕비님. 아무래도 마신에게로 향하는 모양이군요."

"그럼 그 건은 전하께 맡기기로 하고 우리는 백성들의 피난에 우선도를 두겠습니다. 재상은 지금 바로 게이츠 전역에 비상사태선포를 하고 모든 병력을 피난에 투입하세요."

"그러겠습니다. 하지만 왕비님 일정 병력은 마물의 접근을 막아야 합니다."


유키스의 말에 타니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다부진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건 제가 합니다."

"예?"

"챠우스 철혈단의 최고 정예 열 명만 추려서 제게 편제해 주세요.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합니다."

"절대 안 됩니다! 왕비님은 이 나라의 국모십니다!"

"맞아요. 내가 국모예요. 그러니 내가 지키겠습니다."

"왕비님!"

"재상! 지금 전하께서 계시지 않다고 비인 나의 말은 무시하는 건가요?!"


타니아는 당최 물러설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타니아의 굳은 결심이 서린 그 눈빛을 보며 유키스는 결국 고개를 떨구었다.


"하..... 알겠습니다. 명하신 대로 진행하겠습니다."

"...... 고마워요."

"대신. 절대! 절대 옥체가 상하시면 되지 않습니다. 필히 약속해 주십시오."

"그럴게요."

"알겠습니다. 철혈단의 정예들을 왕성 입구에 5분 내로 집결시키겠습니다. 왕비님께서도 준비가 되시는대로 나와 주십시오."

"알겠어요."


유키스는 예를 표하고는 서둘러 침소를 나섰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최대한 빠르게 피난을 서둘러 타니아를 후퇴시키는 것.

이것이 가장 바람직한 상황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


"너희가 모시는 분은 왕비님이라는 걸 절대 잊지 말고, 왕비님의 안전에 만전을 기해라."

"예!"

"예!"

"그럴 필요 없어요."


유키스는 집결된 철혈단의 10명의 정예에게 타니아의 안전을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뒤이어 준비를 마치고 나온 타니아의 제지에 더 이상 원하는 바를 이룰 수는 없었다.


"왕비님, 나오셨습니까?"

"네. 브리핑 부탁해요."

"여길 봐주십시오."


유키스는 왕궁의 정문 한복판이었지만 아랑곳 않고 지도를 펼쳐 땅바닥에 내려 놓았다.

품위와 위엄이라고는 전혀 없는 행동이었지만, 지금은 사사로이 그런 것을 따질 시기가 아니었다.


"이 곳 게이츠에서 말을 달려 남으로 20분 가량 움직이면 '얼음골'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여름에도 이 곳에 얼음이 맺혔다고 하더군요. 뭐, 이건 중요한 얘긴 아니고, 어쨌든 이 곳은 좁고 가파른 상승 계곡이기 때문에, 이 위에서 통로를 막고 버틴다면 능히 적은 수로 많은 마물을 상대할 수 있으실 겁니다."

"알겠어요. 고마워요."


유키스는 주섬주섬 지도를 챙기고는 타니아에게 고개를 숙였다.


"부디 건투를 빕니다, 왕비님. 아무쪼록 몸조심 하십시오."

"백성들을 잘 부탁해요, 재상."

"예. 그럼."


유키스는 바지런히 왕성 내로 들어갔다.


"왕비님, 말을 준비했습니다."


철혈단의 기사 하나가 타니아가 탈 하얀 백마를 이끌고 타니아의 앞에 세웠다.


"고마워요."


타니아는 빙긋 미소를 지은 후, 말 위에 올랐다.


"지금부터 철혈단은 나 블랙 맘바의 지휘 하에 놓입니다. 이동합시다."


타니아는 자신을 왕비가 아닌 블랙 맘바라 표현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지고지순하고 청순한 왕비가 아닌, 적을 도륙하고 섬멸하는 강철부족의 강철전사로써 자리하겠음을 표현한 것이었다.

먼저 말을 이끌고 왕성을 벗어난 타니아.

그 뒤를 열 두의 말들이 따라붙었다.


##


"왕비님. 척후가 귀환하고 있습니다."

"알겠어요."


타니아는 가부좌를 틀고 마나를 갈무리하다, 기사의 말에 눈을 떴다.

그리고 뒤이어 척후로 나가있던 철혈단원 둘이 타니아에게 보고를 시작했다.


"왕비님, 이동 속도가 어마어마합니다. 약 15분 정도면 마물들이 이 곳에 당도할 것 같습니다."

"비행형 마물도 있었나요?"

"다행히 모두 육지형 마물이었습니다. 간혹, 물갈퀴가 달려 있는 놈들도 있는 걸로 보아 수서형도 동반된 것 같았습니다."

"알겠습니다. 다들 전투준비하세요."

"예!"


철혈단원들은 일사분란하게 계곡의 끝을 틀어막았다.

열명이 2열 횡대로 거리를 띄운 채, 자리하자 마치 철벽이 가로막고 있는 듯한 착각까지 들었다.


"보입니다!"


저 멀리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마물들의 모습.

타니아는 눈을 빛냈다.


"지금부터 철혈단은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혹여나 새는 것들만 처리하세요. 아시겠나요?"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철혈단원 중 하나가 타니아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아 되물었다.

하지만 타니아는 미소만 띨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왕비님!"

"안 됩니다!"


철혈단은 한마디씩 던지며 타니아의 전진을 말렸지만, 지엄한 왕비의 명이 있었기에 한 사람도 그 자리를 벗어나진 않았다.

그리고 이내.

그들은 타니아가 했던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작가의말

한 차례의 태풍이 훑고 지나갔지만,

아직 이 곳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네요.

여러분들이 계신 곳은 어떤가요?

.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추천 선작 댓글 부탁드릴게요 ^_^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Another Korean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92 제263화 : 지켜라 +2 21.08.25 146 6 11쪽
» 제262화 : 국모의 자세 +2 21.08.24 155 5 12쪽
290 제261화 : 막으려는 자와 뚫으려는 자 +2 21.08.23 156 6 13쪽
289 제260화 : 알현 +2 21.08.17 142 6 12쪽
288 제259화 : 어둠이란 +2 21.08.12 146 6 12쪽
287 제258화 : 쿤토카로 vs 암티라스 +2 21.08.11 143 6 11쪽
286 제257화 : 융화 +2 21.08.10 145 6 12쪽
285 제256화 : 미증유의 존재 +2 21.08.09 154 6 13쪽
284 제255화 : 영면 +2 21.08.05 153 6 13쪽
283 제254화 : 쿠빌린 vs 듀라한 +2 21.08.04 164 6 12쪽
282 제253화 : 정령왕 유프테라스 +2 21.08.03 151 6 11쪽
281 제252화 : 상급정령들 21.08.02 142 6 13쪽
280 제251화 : 정령들을 만나다 +2 21.07.29 146 6 12쪽
279 제250화 : 사막의 중심으로 +2 21.07.28 153 6 12쪽
278 제249화 : 승천 +2 21.07.22 171 6 12쪽
277 제248화 : 조금씩 밝혀지는 +2 21.07.21 156 6 12쪽
276 제247화 : 학자의 의무 +2 21.07.20 153 5 12쪽
275 제246화 : 계속 생겨나는 탑 +2 21.07.19 162 6 13쪽
274 제245화 : 늘어나는 +2 21.07.15 157 6 12쪽
273 제244화 : 구조 +2 21.07.14 165 6 13쪽
272 제243화 : 발견 +2 21.07.13 159 6 12쪽
271 제242화 : 광맥 +2 21.07.08 161 6 12쪽
270 제241화 : 탑 +2 21.07.07 156 6 12쪽
269 제240화 : 항해 +2 21.07.06 168 6 12쪽
268 제239화 : 원인불명 +2 21.07.05 166 6 13쪽
267 제238화 : 부활 +2 21.06.23 180 4 12쪽
266 제237화 : 도주 +2 21.06.22 161 6 10쪽
265 제236화 : 벽화 +2 21.06.21 168 6 12쪽
264 제235화 : 상상의 힘 +2 21.06.17 157 6 12쪽
263 제234화 : 영원한 패자는 없다 +2 21.06.16 156 6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