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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타스틱 님의 서재입니다.

Another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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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wan타스틱
작품등록일 :
2020.05.12 15:14
최근연재일 :
2021.11.0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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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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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 쿠빌린 vs 듀라한

DUMMY

제 254화. 쿠빌린 vs 듀라한


찐득하리만큼 짙게 깔린 마기.

숨쉬기도 어려운 그 곳을 루안 일행은 빠르게 질주하고 있었다.

아직 탑이 생선되진 않았지만, 피부로는 충분히 느껴졌다.

이제 곧 탑이 생성될 것임을 말이다.


"전하! 바닥을 보십시오."

"네. 잘 보입니다."


쿠빌린은 모래로 가득한 사막의 바닥을 가리켰다.

이제 슬슬 그들이 밟고 있는 곳도, 황빛의 모래가 아닌, 묵빛의 모래로 변해가고 있었다.

중심부에 다다랐단 반증일 것이다.


"정지!"


가장 선두에서 달려가던 희아가 별안간 손을 들고 자리에 멈춰섰다.

루안과 쿠빌린도 뒤이어 멈춰섰다.

굳이 묻지 않아도 그들은 희아가 왜 발을 멈추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검은 사막의 한 가운데 후드를 눌러쓴 누군가가 등을 보인 채, 무언가를 꼼지락 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행들은 천천히 그를 향해 다가갔다.


"끙..... 어후, 이제 거의 다 되가는데, 방해하지마라. 경고했다."


후드는 계속 무언가를 하면서 말했다.

일행들이 마스터급이라 모두 기척을 완전히 숨기고 있었지만, 이 후드는 정확히 그들의 접근을 알아채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뭐겠는가?

답은 하나 뿐이다.


"그루퍼냐?"

"아, 글쎄 좀 기다리라니까."

"지랄병하네, 미친새끼가."


욱하고 성질이 올라온 희아는 곧장 활시위를 당겼다.

활에는 아무것도 걸려있지 않았지만, 치우천왕이 되어야만 가능한 국궁의 경지, 신기전(神機箭)이라면 화살의 존재 유무따위는 문제 되는 내용이 아니었다.


슈웅.


허공을 가르고 나아가는 오러로 이뤄진 화살.

그 화살은 당장이라도 그루퍼의 뒤통수를 뚫고 그에게 후회를 선사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깡!


무언가가 모래속에서 튀어나오며 얇은 단도로 오러의 화살을 튕겨냈다.

아무것도 걸치지 못한 아주 사소한 단도로 말이다.

그것은 듀라한이었다.

귀족에 맞먹는다는 전설 속의 언데드 셋 중 하나라는 바로 그 듀라한 말이다.

(나머지 둘은 데스나이트와, 리치이다.)

그루퍼는 듀라한을 썩 믿는 편인지, 이후로는 일행들에게 일절 신경쓰지 않았다.

정작, 심기가 심히 불편해진 것은 루안 일행, 아니, 루안이었다.


"이.....!!!"

"루안..... 맞는거야?"


치가 떨릴만큼 분노하는 루안을 보며 희아가 조심스레 물었다.

희아는 익히 들은 바가 있기에, 그 듀라한의 재료가 된 시신의 정체를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쿠빌린 또한 그 내용을 알고 있어, 아무 말 없이 검을 뽑아 일행들의 앞을 나서는 것으로 물음을 대신했다.


"아무래도 전하의 반응을 보니 맞나보군요. 두 분은 물러서시죠."

"쿠빌린?"

"전하께서는 저 언데드를 영면에 처하게 하는 일을 하기 쉽지 않으실 겁니다. 그리고 신기가 없는 제가 그루퍼를 상대하기 가장 어려우니, 저 언데드는 제게 맡기시지요."

"아, 안나......!"


루안은 둘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언데드를 노려보았다.

아니, 그 뒤의 그루퍼를 노려보았다.

정말 분노로 눈이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자신에게는 어미나 다름없는 존재, 안나.

그 안나의 시신을 훼손한것도 모자라 언데드라니......

그 어떤 폭언과 욕설을 퍼부어도 이 마음이 충족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전하!!!"


그 때, 쿠빌린이 강하게 루안의 어깨를 잡아채며 소리쳤다.

루안은 그제야 쿠빌린을 바라보았다.


"전하, 안나라고 했던가요? 안나 양의 영면이 평안해지도록 제가 돕겠습니다. 그러니 전하는 누이와 함께 저 귀족을 처단해주세요. 저 귀족 또한 소중한 분의 모습을 흉내내고 있지 않습니까?"

"매형......"

"루안. 마음은 충분히 알아. 하지만 흔들려선 안 돼. 우리 손에 달려있단 말이야. 그리고......"


희아는 말 끝을 흐리며 시선을 앞으로 던졌다.

역시 그루퍼가 있는 곳이었다.


"또다른 벽이 있잖아. 우리 손으로 장사님을 편하게 해드려야 돼."

"......응...... 부탁해요, 매형."

"저만 믿으시지요."


쿠빌린은 외팔로 이리저리 검을 휘두르며 몸을 풀고는 쏜살같이 정면으로 튀어나갔다.

그리고 그에 응하듯, 듀라한 역시 돌진을 시작했다.

지금 쿠빌린이 검을 들고 있는 자세는 검극을 지면으로 향하고 팔을 늘어뜨린 모양새였다.

천재 검사 쿠빌린이 기사생도 시절 고안한 자신의 검술, '힐포링샤(Hill For Linxa)'의 기수식이었다.

힐포링샤는 검결은 부드러우나, 검격은 패도적인 굉장히 이중적인 작태를 보이는 독특한 검술로써, 젊은 천재였던 쿠빌린만이 시전할 수 있는 고난도의 검술이었다.

그런 힐포링샤가 오랜만에 상대를 향해 펼쳐졌다.


"블루 히비스커스(Blue Hibiscus)!"

"크아아아아악!"


쿠빌린은 시작부터 강력한 초식을 사용했다.

링샤와 함께 올랐던 언덕에 피어난 작은 히비스커스 한 송이.

그 모습을 보며 만든 이 초식은 단순히 아래서 위로 검을 그어올리는 사소한 동작이었지만, 끝에서 피어나는 오러의 칼바람은 주위의 적들을 모두 짓이기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상대는 절정 흑마법의 정수인 듀라한이었다.

한 손에 들고 있는 머리통에서 끔찍한 비명을 쏘아대던 듀라한은 눈부신 움직임으로 쿠빌린의 공격을 피해냈다.

후폭풍이 엄청났기에, 루안과 희아, 그리고 그루퍼는 거기에 휘말려 거리가 더욱 벌어져버렸지만, 쿠빌린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아름다운 레이디. 그대의 영면을 방해하는 그 더러운 감옥에서 구해주도록 하지요."


비록 장난스런 투의 말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만큼은 진심이었다.

쿠빌린은 진실로 안나를 구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마음 따뜻한 여인이 죽어서도 눈 감지 못하고 이런 꼴로 꼭두각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 일이란 말인가?

게다가 자신의 목숨을 던지면서까지도 지키려 했던 루안의 앞에서 말이다.


슉슉슉슉슉슉.


하지만 듀라한은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더더욱 빠르게 단도를 휘둘렀다.

쿠빌린이 못 피할 정도의 움직임은 아니었으나, 길게 끌어서 좋을 것은 없었다.

단도에 조금씩 검은 마기가 베어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일반 단도의 형태에서도 희아의 오러를 막아냈던 듀라한이었다.

마기가 완벽히 덧씌워진다면,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상대하기 어려워 질 것이 자명했다.


"간을 볼 시간은 없을 것 같지만...... 대충 성향은 알아야 되겠군요. 미안해요, 레이디."


쿠빌린은 다시 검을 움직였다.

마치 한 마리의 연어가 물길을 거슬러 오르듯, 흐르듯이 듀라한의 단검을 피해간 쿠빌린의 검.

그 검은 듀라한의 목전에서 성난 상어로 돌변했다.

출유격강(出流激鋼).

그야말로 '힐포링샤'의 진수였다.


꽈드드드드드드득


쿠빌린의 검은 기어코 듀라한의 몸통을 덮쳤지만, 어쩐 일인지 들려온 소리는 검과 육신이 부딪쳐서 나는 것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 종류의 소리였다.


".....단단하군요."


깡!


듀라한의 단단한 육신에 사로잡힌 쿠빌린의 검을 듀라한은 단도로 쳐올리며 밀쳐냈고, 쿠빌린의 앞에 들고있던 자신의 머리통을 들이댔다.


끼야아아아아아악!

"크윽!"


안나의 얼굴은 끔찍한 비명을 질렀고, 그 소리가 어찌나 기괴한지, 쿠빌린은 자신의 속이 진탕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본능적으로 끌어올린 마나가 겨우 속을 진정시켰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쿠빌린은 한움큼의 사혈을 토해내고 앞으로 고꾸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의 틈을 듀라한은 놓치지 않았다.

시꺼먼 마기가 철철 넘쳐 흐르는 단도를 그대로 쿠빌린을 향해 찔러넣었다.

쿠빌린은 본능적으로 몸을 틀었다.


슈웅.


"헙!"


쿠빌린은 자신을 지나쳐 지나가는 단도를 보고 헛숨을 들이삼켰다.

쿠빌린의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단도가 들어온 것이 천운이었다.

만약, 쿠빌린에게 오른팔이 있었다면 그 곳을 꿰뚫리고 저 끔찍한 마기에 제대로 노출될 뻔 했던 것이다.

팔이 없는 것이 다행이라니......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었다.


"하압!"


쿠빌린은 다리에 마나를 둘러 있는 힘껏 듀라한을 걷어 차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매무새를 고쳐잡았다.

이번의 기수식은 이전에 취했던 힐포링샤와 달랐다.

지면과 수평으로 들어올린 검.

독특한 점이 있다면, 검극이 향하는 방향이 정면이 아닌 측면이라는 것이었다.

아마 이 기수식을 아는 기사들이라면 두 눈을 부릅뜨고 한 동작이라도 더 보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을지도 몰랐다.

대륙 역사상 가장 강했을 것이라 평해지는 인간이자 검사.

쿠빌린의 아버지인 챠키즈 디오 전 백작의 검술인 '모골리아'의 기수식이었다.

현재 쿠빌린의 '모골리아'는 챠키즈에게 정식으로 사사받은 것이 아닌, 챙샹과 함께 복원하다시피 하여 체득한 것이기에, 백에 달하는 모든 것을 익혔다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하고 있었다.

못해도 9할은 복원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런 자신감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금 쿠빌린에게서 퍼져나오는 기운은 이전과는 다른 무거움이 있었다.


"이 정도면 알겠군요, 레이디."

"끼야아아아악!"


한 번 차인 것이 여간 분했는지, 듀라한은 균형을 되찾자마자, 괴성을 지르며 재차 쿠빌린에게 달려들었다.

쿠빌린의 검에서는 황빛의 오러블레이드가 솟아올랐다.

그리고 사선으로 그어올렸다.


"사구."


황빛의 오러는 흩어지며 거대한 언덕을 만들어냈다.

앞서 힐포링샤를 한 단어로 출유격강이라 표현했었다.

하지만 모골리아는 달랐다.

모골리아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일격필살(一激必殺).

한 번의 휘두름에 상대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모골리아의 특징이었다.

그만큼 초식 하나, 하나가 가지고 있는 위력이 압권이라는 이야기였다.

듀라한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덮쳐오는 황색의 언덕이 위험하다는 것을 느끼는 듯 했다.

그전과는 다르게 온 몸에서 검은 마기가 뿜어내, 일종의 보호막을 만들어 낸 듀라한.

그리고 그 위를 '모골리아-사구'가 덮쳤다.


콰과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각


사구가 한바탕 주위를 휩쓸고 지나가자, 그 사이로 온 몸에 생채기가 난 듀라한의 모습이 드러났다.


"허."


쿠빌린은 기가 막히다는 듯, 헛웃음을 뱉었다.

아무리 마기의 보호막을 둘렀다고는 하나, 혼신의 모골리아에 적중당했다.

그런데 고작해야 생채기라니?

귀족에 맞먹는 언데드라더니.......

과연 허명이 아니었다.

하기야, 무방비의 상태에서 정면으로 검을 쑤셔넣었는데도, 흠집하나 나지 않았던 몸임을 생각하면 그리 나쁜 결과도 아닌 것 같긴 했지만 말이다.

뭐, 어쨌든 통한다는 것을 알았으니 되었다.

모골리아는 앞으로도 몇 번이고 더 휘두를 수 있었다.


"거의 다 왔군요, 레이디."


쿠빌린은 다시 모골리아의 기수식을 취했다.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듀라한을 끝낼 생각이었다.


"응?"


그 때, 듀라한이 지금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안나의 얼굴이 눈물을 줄줄 흘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음..... 좋진 않은걸?"


듀라한은 서서히 머리를 들어 올리더니, 자신의 목에 얹었다.

목덜미와 머리통은 마기가 부글거리며 끓어오르더니, 절단면을 붙이기에 이르렀다.

비어버린 나머지 손에는 마기로 이뤄진 단도 하나가 더 나타났고 말이다.


"사구!"


무언가 심상치않음을 느낀 쿠빌린은 다시 한 번 사구를 쏘아냈다.

이번에도 황빛의 오러는 거대한 언덕을 만들어내고, 그대로 듀라한을 덮쳐갔다.

하지만.


촤아아아아아아아악


온전한 듀라한은 단도 두 자루를 위로 쳐올렸고, 거기서 피어난 마기는 오러블레이드처럼 솟아나며 사구를 찢어버렸다.

이제는 정말 소드 마스터로써의 기사나 다름없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봐도 무방했다.


"하아....."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실마리에 쿠빌린은 답답했지만, 별다른 수는 없었다.

자신의 오러와, 우는 얼굴의 저 듀라한의 마기.

둘 중 무엇이 더 강한지, 체력이 동날 때까지 붙어보는 수밖에.


작가의말

참 하루하루는 더딘 것 같은데

돌아보면 멀리도 와 있더란 말입니다.

이러다 30대 금방 다 가버리겄네.

끙.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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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 제263화 : 지켜라 +2 21.08.25 148 6 11쪽
291 제262화 : 국모의 자세 +2 21.08.24 155 5 12쪽
290 제261화 : 막으려는 자와 뚫으려는 자 +2 21.08.23 157 6 13쪽
289 제260화 : 알현 +2 21.08.17 142 6 12쪽
288 제259화 : 어둠이란 +2 21.08.12 146 6 12쪽
287 제258화 : 쿤토카로 vs 암티라스 +2 21.08.11 144 6 11쪽
286 제257화 : 융화 +2 21.08.10 145 6 12쪽
285 제256화 : 미증유의 존재 +2 21.08.09 154 6 13쪽
284 제255화 : 영면 +2 21.08.05 154 6 13쪽
» 제254화 : 쿠빌린 vs 듀라한 +2 21.08.04 164 6 12쪽
282 제253화 : 정령왕 유프테라스 +2 21.08.03 152 6 11쪽
281 제252화 : 상급정령들 21.08.02 142 6 13쪽
280 제251화 : 정령들을 만나다 +2 21.07.29 147 6 12쪽
279 제250화 : 사막의 중심으로 +2 21.07.28 154 6 12쪽
278 제249화 : 승천 +2 21.07.22 172 6 12쪽
277 제248화 : 조금씩 밝혀지는 +2 21.07.21 157 6 12쪽
276 제247화 : 학자의 의무 +2 21.07.20 153 5 12쪽
275 제246화 : 계속 생겨나는 탑 +2 21.07.19 162 6 13쪽
274 제245화 : 늘어나는 +2 21.07.15 157 6 12쪽
273 제244화 : 구조 +2 21.07.14 166 6 13쪽
272 제243화 : 발견 +2 21.07.13 160 6 12쪽
271 제242화 : 광맥 +2 21.07.08 161 6 12쪽
270 제241화 : 탑 +2 21.07.07 157 6 12쪽
269 제240화 : 항해 +2 21.07.06 168 6 12쪽
268 제239화 : 원인불명 +2 21.07.05 166 6 13쪽
267 제238화 : 부활 +2 21.06.23 180 4 12쪽
266 제237화 : 도주 +2 21.06.22 161 6 10쪽
265 제236화 : 벽화 +2 21.06.21 169 6 12쪽
264 제235화 : 상상의 힘 +2 21.06.17 157 6 12쪽
263 제234화 : 영원한 패자는 없다 +2 21.06.16 157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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