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Hwan타스틱 님의 서재입니다.

Another Korean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Hwan타스틱
작품등록일 :
2020.05.12 15:14
최근연재일 :
2021.11.04 10:38
연재수 :
316 회
조회수 :
89,199
추천수 :
2,654
글자수 :
1,801,981

작성
21.08.31 15:06
조회
145
추천
6
글자
11쪽

제265화 : 상륙

DUMMY

제 265화. 상륙


"배샤르시여......"


타빗 성국의 장로직을 역임하고 있는 라마.

그는 신성력을 이용하는 사제 중에서 유일하게 마스터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항구 도시의 고지대에서 해변을 바라보며 절망에 빠진 듯 배샤르를 부르짖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언제나 그의 입에서 나오는 배샤르는 희망을 품고 있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그의 눈에 비친 현 상황은 그로 하여금 배샤르에게 구원의 손길을 요구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처럼 보였다.


"더 빨리 움직여!!!"

"앞에 뭐 하는 거야!!!"

"귀중품만 챙겨!!!"

"오!! 배샤르시여!! 왜 저희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밀지 마세요!!!"

"제 아들! 제 아들이 없어졌어요!!"


해변의 평화로웠던 마을은 어느샌가 아비규환(阿鼻叫喚)이 되어 있었다.

멀리서 엄청난 속도로 뭍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거대한 존재, 마신의 육체 때문이었다.

언제부턴가 이동에 속도가 붙은 마신의 육체는 이제는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고, 저 거대한 발 아래에 마을이 짓밟히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소요될 것 같지 않았다.

타빗 성국에서는 마신의 접근을 일찌감치 알고 신속하게 대피단을 꾸려 해변 마을에 투입시켰지만, 상대는 마의 정점이자, 지존.

혹시나 모를 상황을 대비해 라마까지 함께 움직인 것이었다.


"가능하단 말인가......"


하지만 라마조차도 전의가 한 풀 꺾인 상태였다.

정확히 마의 대척점에 서 있는 신성력.

게다가 그 신성력을 극의로 사용하는 라마가 마를 보며 자신감을 잃은 것이다.

아무리 보아도 일개 인간이 대항하기에는 너무도 강대한, 위대한 존재였다.


딱 딱 딱 딱 딱 따다다다다다다닥


라마는 말 없이 목탁을 꺼내 염주를 쥔 손으로 천천히 두들겼다.

아무리 무력하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라마는 피난 하는 저 백성들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성국의 장로였기 때문이다.

비록 참새의 쪼기와 다를 바가 없겠지만, 티끌 같은 일이라도 백성들을 위해서는 해야만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성화(聖火)."


라마의 주위로 배샤르의 주체인 성스러운 하얀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 불꽃은 점점 몸집을 불려 라마가 자리한 고지대 전체를 불태우기에 이르렀다.

분명 불꽃이지만 뜨겁지 않고 포근한 하얀 불꽃.

그 불꽃은 어떠한 생명에게도 해를 가하지 않고 그저 그 자리에만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근처에 있는 마의 씨앗들은 찰나의 순간도 견디지 못하고, 한 줌 재가 되어버릴 것임에 분명했다.

말 그대로 성스러운 불꽃,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쿵 쿵 쿵 쿵 쿵


"다 왔다!!!"

"도망쳐라!!!!"

"라마님의 불꽃 뒤쪽으로 움직여!!! 그럼 살 수 있다!!!!"

"다들 뛰어!!!!"


뻔히 거대한 화산(火山)이 보였겠지만, 마신의 육체는 아랑곳않고 결국 육지로 발을 디뎠다.

주민들은 너나 할 것없이 고지대를 향해 내달렸다.

일단은 성스러운 불꽃 뒤에만 있으면 마신에 의해 해를 입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딱 딱 딱 딱 따다다다다다다닥


청명한 라마의 목탁 소리는 신뢰감이 있어, 주민들은 무조건 자신들을 지켜줄 것임에 믿어 의심치않았다.

까맣게 타들어가는 라마의 속은 모르고 말이다.


"장로님!"


사제 하나가 가장 선두에서 나타나 라마를 불렀다.

라마는 나즈막이 대답했다.


"사제들은 모두 백성들을 이끌고 이 곳을 벗어나세요. 저 역시 저 간악한 자를 막아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예? 그럴리가 없습니다. 이런 위대한 배샤르님의 불꽃이 마를 이겨내지 못하다니요?"

"이 불꽃은 배샤르님의 불꽃을 빌려온 것이지, 배샤르님이 아닙니다. 그러니 얼른 백성들을 이끌고 이 곳을 벗어나세요. 서두르셔야 합니다!"

"아..... 예! 알겠습니다. 장로님께 영원한 불꽃이 함께하길......!"


사제는 라마의 말을 알아들었다.

목숨을 다해서라도 이 곳에서 자신의 모든 신성력을 이끌어 낼 요량이었던 것이다.


"다들 움직이세요! 이 곳에서 멈춰선 안됩니다!"


사제는 라마의 곁에 도착하여 숨을 고르려는 주민들을 다시 닦달했다.

주민들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심상찮은 사제와 라마의 표정에 다시 부지런히 발걸음을 움직여야만 했다.


"후...... 그래 오너라. 내 배샤르의 곁으로 떠나는 한이 있어도, 네놈을 막아내겠다."


쿵 쿵 쿵 쿵 쿵


단 몇 걸음으로 단숨에 고지대를 오르는 마신의 육체.

라마는 자신이 뿜어낼 수 있는 최대한의 신성력을 뿜어냈다.

하얀 불꽃은 눈이 부시도록 타올랐고, 마신의 육체는 불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


루안은 여전히 심연 속에 갇혀 있었다.

갇혀 있다?

아니, 역시 심연과 하나가 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런 그에 모습을 그슨대는 아무런 표정 없이 턱을 괸 채 관찰하고 있었다.

신령이 만들어 낸 아공간 속 심연에는 시간도, 공간도 초월한 새로운 차원의 세계였기에, 루안이 이 곳에서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지금 루안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어둠 그 자체인 그슨대,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훗, 대별이와 너 말고는 나의 성에 차는 아이는 없다고 생각했거늘...... 역시 환인께서 뜻하시는 바는 참으로 깊고도 신비하구나."

"차원과 공간을 넘어 자리하게 된 완전히 새로운 곳에서 저런 아이를 만났으니...... 그슨대님이 쌓으신 덕이 이루어낸 결과지 않을까 합니다."

"무어라? 하하하하, 네놈도 천 년을 살더니 아주 비암이 다 되었구나."

"그래도 그 덕에 이 곳에서 홀로 외롭지 않으시잖습니까?"

"끌끌끌, 오냐. 적적진 않다."


그슨대는 루안을 앞에 두고 누군가와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다.

이야기 상대는 육체가 보이진 않았지만, 루안이 익히 아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바로 한웅이었다.

한웅은 고려의 시조 중 하나이자, 최초의 신령의 권속인 고(高)의 태조 대별이도 해내지 못한, 천 년 간의 권속을 이루어냈고, 삼족오는 그 업적을 기려 그의 혼을 저승이 아닌 그슨대를 따라 신령의 수호신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래서 꼭 루안에게 필요하다 싶을 때마다 신령을 통해 모습을 보이곤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침 또 재미난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르겠네요."

"그러게 말이다."


그슨대의 시선은 루안에게 꽂혀 있었다.

외관상으로 루안의 모습은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슨대와 한웅은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자신들이 보유한 신령의 기운이 부지불식간에 루안의 몸 안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역사였고 혁명이었다.

그 동안 수많은 삼신기의 권속들이 있었다.

그리고 개중에서도 특출난 능력을 발휘하는 권속들 또한 있었다.

고려의 시조인 고(高), 백(百), 신(新)의 태조, 대별이, 중별이, 소별이가 그러했고, 한웅와 헬리윤이 그러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다들 신기에 속한 신들의 힘을 자유자재로 끌어냈을 뿐이지, 지금의 루안처럼 신기 자체가 되는 권속은 없었던 것이다.

물론 그슨대가 그러한 방향으로 루안을 지도하긴 했지만, 수천년간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던 일이 눈앞에 펼쳐지니, 보통 흥미가 동하는 것이 아니었다.


"어떠하더냐?"


신령의 울림이 멈추고, 그슨대는 루안을 향해 물었다.

루안은 살며시 눈을 떴다.

루안의 눈은 심안(心眼)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만큼 짙고 깊었다.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무언가 제 안에 변화가 있다는 것은 알겠습니다만......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

"왕검."

"왕검님?"


루안은 한웅의 목소리에 반응했다.

서로를 왕검이라 부르는 이 상황이 어색하긴 했지만, 도저히 루안은 한웅을 이름으로 부른다는 것이 용납되지 않았다.


"그래요. 이제 왕검은 신령의 권속을 넘어 신령의 분신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태초의 존재 대별이 대왕 조차 밟지 못했던 신기원의 경지이지요. 축하합니다. 어둠이 왕검이자, 왕검이 곧 어둠. 나는 신령의 하인으로써 앞으로 왕검을 받들고 왕검의 뒤를 든든히 받쳐주는 존재로 함께 자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왕검님. 그럼 이제 세상으로 나가도 되는 건가요?"

"그건 그슨대님께서 답을 주실 수 있을 것 같군요."


루안은 그슨대를 바라보았다.

그슨대는 묘한 웃음을 띤 채, 답을 주었다.


"나가라. 한웅이, 그리고 나 그슨대가 너를 도울 것이다."

"감사합니다, 그슨대님."


루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슨대를 향해 큰 절을 올렸다.

그슨대는 말 없이 인사를 받았다.

루안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언제 그 곳에 있었냐는 듯,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이어 한웅의 인기척도 사라졌다.


"형제들아. 신령의 아이가 먼저 세상으로 나가게 되었다."

- 정말 성공했단 말인가?


그슨대가 허공에 대고 중얼거리자, 공간 전체가 울리며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고, 뒤이어 우직한 목소리도 들려왔다.


- 신경의 아이도 머지 않았다. 신검의 아이는 어떠한가?

- 흥, 너희의 아이들이 성공과 가까울진대 신검의 아이라고 다를쏘냐?

"다행이군. 우리에게도 새로운 경험이니 조심스럽긴 했다만...... 모든 것은 환인께서 이끄시는대로 이루어지겠지. 나는 관찰자의 자리에서 권속을 지켜보도록 하겠다."

- 알겠다. 곧 뒤따르도록 하지.

- 두 번째 성공은 바로 신검의 아이일 것이다.


대화의 내용으로 미루어볼지언대, 아무래도 이들은 삼신기의 신들인 구미호와 불가살인 것 같았다.

그슨대는 모처럼 나눈 이 대화가 즐거운 듯, 좋은 표정을 감추질 못했다.

물론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말이다.


##


"쿤토카로여!"

"...... 로드."


골티모는 서둘러 쿤토카로를 향해 날아왔다.

쿤토카로는 마침 마지막 마물의 머리통을 부숴버린 직후였다.

마산마해(魔山魔海)라고 해야 맞을까?

바다는 물 한 방울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마물들의 시신이 가득했다.

정말 끔찍한 장면이 아닐 수가 없었다.


"암티라스는 제거했나?"


쿤토카로의 물음에 골티모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쉽게 제압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럼 놓친건가?"

"소정의 목적을 달성했는지, 갑자기 사라지더군. 행방을 쫓지 못했다. 그런데 보아하니......"


골티모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물들의 시체들을 제외하고 보여야 할 것이 보이지 않았다.


"소정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알 것 같군."

"미안하다, 로드. 명을 이행하지 못했다."


쿤토카로는 무한히 달려드는 마물들의 육탄 공세로 인해 결국 마신의 육체를 놓쳐버리고 만 것이었다.

에이션트 급의 드래곤이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

그것도 하등한 마물들 때문에 말이다.

참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골티모는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면 우리의 역할은 다 했다고 보여지네. 이만 레어로 복귀하지. 뒤는 그들에게 맡기도록 하자고."

"가능하겠나?"

"글쎄...... 답은 그들만 알고 있겠지."


골티모는 아무런 감정없이 대답했다.

그저 믿는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작가의말

8월의 마지막 날이네요!

9월! 가을의 시작!

하지만 날씨는......ㅡ.ㅡ

.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추천 선작 댓글 부탁드릴게요 ^_^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Another Korean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92 제263화 : 지켜라 +2 21.08.25 148 6 11쪽
291 제262화 : 국모의 자세 +2 21.08.24 158 5 12쪽
290 제261화 : 막으려는 자와 뚫으려는 자 +2 21.08.23 157 6 13쪽
289 제260화 : 알현 +2 21.08.17 144 6 12쪽
288 제259화 : 어둠이란 +2 21.08.12 147 6 12쪽
287 제258화 : 쿤토카로 vs 암티라스 +2 21.08.11 144 6 11쪽
286 제257화 : 융화 +2 21.08.10 145 6 12쪽
285 제256화 : 미증유의 존재 +2 21.08.09 155 6 13쪽
284 제255화 : 영면 +2 21.08.05 155 6 13쪽
283 제254화 : 쿠빌린 vs 듀라한 +2 21.08.04 165 6 12쪽
282 제253화 : 정령왕 유프테라스 +2 21.08.03 154 6 11쪽
281 제252화 : 상급정령들 21.08.02 142 6 13쪽
280 제251화 : 정령들을 만나다 +2 21.07.29 147 6 12쪽
279 제250화 : 사막의 중심으로 +2 21.07.28 154 6 12쪽
278 제249화 : 승천 +2 21.07.22 173 6 12쪽
277 제248화 : 조금씩 밝혀지는 +2 21.07.21 157 6 12쪽
276 제247화 : 학자의 의무 +2 21.07.20 153 5 12쪽
275 제246화 : 계속 생겨나는 탑 +2 21.07.19 162 6 13쪽
274 제245화 : 늘어나는 +2 21.07.15 157 6 12쪽
273 제244화 : 구조 +2 21.07.14 168 6 13쪽
272 제243화 : 발견 +2 21.07.13 160 6 12쪽
271 제242화 : 광맥 +2 21.07.08 162 6 12쪽
270 제241화 : 탑 +2 21.07.07 158 6 12쪽
269 제240화 : 항해 +2 21.07.06 168 6 12쪽
268 제239화 : 원인불명 +2 21.07.05 167 6 13쪽
267 제238화 : 부활 +2 21.06.23 181 4 12쪽
266 제237화 : 도주 +2 21.06.22 162 6 10쪽
265 제236화 : 벽화 +2 21.06.21 169 6 12쪽
264 제235화 : 상상의 힘 +2 21.06.17 158 6 12쪽
263 제234화 : 영원한 패자는 없다 +2 21.06.16 157 6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