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Hwan타스틱 님의 서재입니다.

Another Korean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Hwan타스틱
작품등록일 :
2020.05.12 15:14
최근연재일 :
2021.11.04 10:38
연재수 :
316 회
조회수 :
89,387
추천수 :
2,654
글자수 :
1,801,981

작성
20.07.09 14:48
조회
342
추천
10
글자
12쪽

제32화 : 샅샅이

DUMMY

제 32화. 샅샅이


“결국 다시 돌아왔네.”


루안 일행은 이틀을 꼬박 걸어 다시금 바토르에 당도했다.

배신자가 있다고 예상되는 형국이었기에, 몇 있는 지인에게도 바토르에 온 것을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근데 전쟁 중이라 입성이 안 될 텐데, 바토르 성벽 안으로 어떻게 들어가지?”

“그러네. 풀리, 좋은 수가 있을까요?”


루안이 단단한 성벽을 두드리며 묻자, 희아가 수긍하며 다시 풀리에게 의견을 물었다.

풀리는 걱정 말라는 듯 방긋 웃었다.


“그럼요! 정령술사에게는 언제나 답이 있답니다.”

“좋네요. 자, 그럼 보여주세요.”

“하이랜더.”


풀리는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땅의 중급정령 하이랜더 1기를 소환했다.

땅에서 피어나듯 솟아오른 하이랜더의 모습은 또 보아도 신비로웠다.


“우리가 이 벽 너머로 넘어가려고 하는데, 땅굴을 좀 만들어줄래?”


풀리의 요청에 하이랜더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땅 속으로 스며들 듯 사라졌다.

그러더니, 금세 사람 하나가 들어갈 수 있을 만한 구멍이 생겼다.


“들어갑시다.”


풀리는 자신 있게 앞장섰고 일행들도 뒤따라 들어갔다.

모든 일행이 굴 안으로 들어가자 ‘꾸드득’ 소리와 함께 구멍이 저절로 메워졌다.

입구와 달리 내부는 모두가 나란히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넓었고, 새삼 정령의 힘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루안이었다.


“와, 이런 식으로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네?”

“보았죠? 정령술사는 늘 답이 있단 걸요. 호홋.”


풀리의 콧대는 넓은 굴을 가득 채울 만큼 높아졌다.


“와하하하하하, 이런 식으로 내부에 잠입하다니! 우리 프리카였다면 벌써 센서에 걸려 모두 체포되었을 거야! 와하하하하하, 모골린은 상당히 낙후되었군. 와하하하하하!”


파얀이 굴에서 커다란 소리로 웃어젖히자 온 굴이 울려댔다.


“아우! 시끄러워! 파얀! 우리 몰래 잠입한다고 광고하고 다녀요? 조용히 좀 해요, 조용히!”

“와하하하하, 그렇군. 하지만 걱정 마라, 루안. 나는 잠입을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근육 역시 강력하게 단련해 놓았지! 와하하하하하!”


모를 소리를 해대자 루안이 미심쩍은 듯이 파얀을 쳐다보았고, 파얀은 갑자기 힘을 주기 시작했다.


“흡!”


그러자 파얀의 목이 근육으로 부풀어 오르더니 마치 두꺼비와 같은 모습을 취했다.


“으악, 이게 뭐야? 아유 징그러. 이 쪽 보지 마요, 토 나오니까.”


루안이 진심을 다해 모욕했지만, 파얀은 아랑곳 하지 않고 엄지를 든 채 루안을 보며 찡긋 윙크를 날렸다.

도무지 적응이 안 되는 남자였다.


“조용하긴 하겠네.”


희아는 일말의 감정도 없이 내뱉었다.

목구멍을 저렇게 조여 놓았으니 말소리가 안 나오긴 할 것 같은 것이다.


“쉿! 다 왔어요. 잠시만 기다려요, 바깥의 동태를 살필게요.”


풀리는 일행들을 멈춰 세운 채 하이랜더에게 눈짓을 했다.

하이랜더는 다시 한 번 땅에 녹아들 듯 없어지더니, 금세 다시 솟아올랐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문을 열어주렴.”


그러자 일행들의 머리 위로 처음 들어왔던 것과 같은 구멍이 생겨났다.

어두운 밤이었기에, 사람들의 통행이 잦지 않아 다행이었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바토르는 외관상으로는 예전에 왔을 때와 다를 바가 없었지만, 알게 모르게 어두운 긴장감이 도시 전체에 퍼져있었다.


“왠지 모르게 을씨년스럽네.”

“그러게, 변한 건 없어 보이는데 말이야.”


루안과 희아는 모드시에 도착했을 때처럼 또 감상에 젖었다.


“마음은 알겠지만 그렇게 아련하게 도시를 바라보고 있을 때는 아니에요.”


풀리는 둘에게 핀잔을 주고는 하늘을 보며 정신을 집중했다.


“실프.”


풀리의 속삭임이 끝나자 모드시에서 일행들을 이끌었던 서늘한 바람줄기가 하나 둘씩 모여들더니, 손바닥만한 요정의 모습을 한 바람의 하급정령 실프가 나타났다.


“우와······.”


풀리는 눈을 감고 온 신경을 집중했다.

소환된 개체수가 하나, 둘이 아니고 무려 10기였기 때문이다.

10기의 작은 요정들이 보여주는 위용은 제법 웅장해 일행들은 입을 벌리며 바라봤다.

마나의 소모나 위력 면에서는 중급 정령 3기를 소환하는 게 훨씬 강했지만, 따로따로 컨트롤해야 되는 개체수가 10기나 되기 때문에 정신력의 소모는 지금이 더했다.


“후······. 자, 다들 이 주위를 찾아보자, 읽을 수 있는 바람의 기억도 모두 읽어드려.”

“와, 정말 대단하네요. 풀리 없었으면 우리끼리 어떻게 일들을 해결했을지 깜깜해요, 정말.”

“호홋, 저야 미르웰 교장 선생님이 지시한대로 움직이는 것뿐이랍니다.”


일행들의 성원을 즐기는 듯 풀리는 나름대로 겸손한 말을 내뱉으며 얼굴 가득 미소를 뗬다.

참 알기 쉬운 사람이다.


“흠······. 근데 이번엔 시간이 조금 걸리네요?”


희아가 턱을 긁으며 물었다.

확실히 중급정령들을 통해 기억을 읽을 때는 1분이 채 걸리지 않았었는데, 이번에는 10분이 넘어서는데도 영 소식이 없었다.


“하급정령들이라 그래요. 그래서 보통 이런 경우에는 중급정령을 쓰긴 하는데,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고 이 도시를 다 뒤지려면 워낙 장기간 마나를 써야하니 어쩔 수가 없었어요.”

“하긴, 그렇긴 하겠네요.”


그 이후로도 시간은 하염없이 흘렀고 20분이 더 흐르고 나서야 모든 실프들의 보고가 들어왔다.


“이 근처에는 어떠한 수상한 움직임도 없었어요. 여기가 바토르의 남동쪽 방면이니까 북동쪽을 향해서 한 번 움직여보죠.”


바토르는 워낙 큰 도시라 방향을 정하고 움직이는 데만 한참이 걸렸다.

도시 상하좌우로 놓아진 바토르대로를 이용하면 그나마 빠르게 움직일 수 있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보니 도시의 외곽을 따라 움직여야했고, 그랬기에 시간은 더욱 걸렸다.

그렇게 총 7번의 조사 시도가 지났다.


“여기까지 나오는 게 없으면 바토르에 없다는 거 아니야?”

“바람의 기억 상으로는 분명 납치범들은 바토르 내로 진입을 했어요. 없을 수가 없어요.”

“그래요, 루안. 믿고 기다려 봐요. 좋은 소식 있을 거예요.”

“응, 알았어요.”


투덜대는 루안을 타니아가 달래주었다.

하지만 그런 타니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풀리는 또다시 고개를 저었다.


“틀렸어요. 이번에도 없어요.”


희아가 턱을 어루만졌다.

생각을 정리할 때 하는 희아의 습관 중 하나였다.


“지금 우리가 바토르 외곽을 빙 돌면서 총 여덟 군데를 조사했죠?”

“맞아요. 이렇게 오래 정령을 운용한 적도 처음이네요.”

“흠······. 그럼 우리가 범위 상으로 바토르내에서 조사하지 않은 곳은······?”


희아가 말끝을 흐리며 시선을 옮겼다.

그 곳은 바토르의 정중앙이면서 화려하고 찬란한 건물이 위엄 있게 서 있었다.


“에? 누이, 진심이야? 말도 안 돼.”

“맙소사.”


하지만 희아의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녀의 눈길 끝에는 모골린의 왕궁이 당당하게 서 있었다.


##


루안 일행들은 어느덧 왕궁의 성벽이 내려다보이는 큰 나무 위에 올라서 아래를 주시했다.

아래는 경비를 맡은 기사가 주위를 배회하는 중이었다.


“지금껏 지켜본 결과, 경비들은 5분 간격으로 이곳을 지나가요. 그 정도 시간이면 처음 바토르에 들어올 때처럼 지하를 통해 왕궁 내로 진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풀리의 말에 일행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준비했는지 모두 풀리처럼 후드를 눌러쓴 상태였다.


“지금이에요, 풀리!”

“하이랜더.”


희아가 외치자 풀리는 빠르게 하이랜더 1기를 소환했고 하이랜더는 나오자마자 그대로 굴을 만들었다.


슉슉슉슉


다들 바로 나무를 박차고 뛰었고 자로 잰 듯 반듯하게 구멍 안으로 쏙 들어갔다.


“와우, 다들 대단하시네.”


풀리는 혼자 낑낑 대며 나무를 내려와 후다닥 뛰어 굴속으로 들어갔다.


“우선 들어오긴 했는데, 어디쯤에서 나가죠?”

“여긴 왕궁이에요. 기사들과 병들이 바글바글댄다구요. 그러니 상황을 보고 나서는 게 좋을 거예요. 우선 땅의 하급정령인 노움을 통해서 똑같이 조사를 먼저 진행할게요.”

“왕궁 구조를 알고 계시나요?”


타니아의 질문에 풀리는 예의 그 밝은 미소를 지었다.


“술사의 탑이 가진 정보는 생각보다 방대하답니다. 간단히 설명을 드리죠, 모골린의 왕궁은 본채 하나와, 별채 세 개, 총 네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어요. 본채에는 국왕인 기즈 카간이 거주하는 왕의 침실과 대전이 설치되어 있고 친위부대들이 거주하고 있죠.”

“쿠빌린이 정말 이 곳에 있다면 본채에는 없을 확률이 높겠네요.”


의외로 루안이 똑부러지게 대답하자 풀리는 엄지손가락을 올려보였다.


“정확해요. 국왕이 가진 디오 백작가에 대한 애정은 남달라요. 그렇기에 국왕의 눈이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는 본채 안에서는 쿠빌린 백작을 구속하기 어려울 거예요.”


일리가 있는 말이었기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머지 별채들 중 하나겠네요.”

“네. 별채는 군부, 행정부, 외부 세 가지로 나뉘어져요. 외부는 손님을 받거나, 행사를 하거나 하는 등 정사와 관련되지 않은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에요.”

“그럼 많은 낯선 사람들이 들락거릴 수 있단 말이군요.”

“그렇죠. 확률이 가장 높은 것이죠. 그러니, 외부부터 바로 확인해볼게요. 노움.”


이번엔 실프때와는 다르게 5기만 소환되었다.

바토르 시내보다는 왕궁의 크기가 훨씬 협소하기 때문이다.

작은 숄을 걸친 듯한 모양새에 조그마한 소녀들이 풀리의 지시에 따라 땅에 녹아들 듯 사라졌다.


“이번에도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네요.”

“그래도 시내를 뒤지는 것보다는 훨씬 빠를 거예요.”


루안은 노움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울퉁불퉁한 토굴이었지만 온종일 움직였더니 몸이 너무 고됐던 것이다.


“아휴, 되다.”

“다리 아프죠, 루안? 다리를 만져줄게요.”

“와, 고마워요. 타니아는 안 힘들어요?”

“저희는 근력 훈련을 늘 하니까 이 정도는 괜찮아요.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둘의 꽁냥거림 사이로 파얀이 불쑥 손을 내밀었다.


“뭡니까?”

“....받아라.....마셔라....”


파얀은 목근육을 비집고 나오는 새는 소리로 겨우 말하며 찰랑거리는 액체가 담긴 병을 건넸다.


“킁킁, 단내가 나네? 이게 뭐죠?”


파얀은 대꾸 없이 어서 마시라는 듯 손짓 했다.


“걱정마세요, 루안. 아마 단백질 밀크일거에요. 강철 전사들은 언제나 마시는 음료죠, 힘이 날거에요.”

“타니아가 그렇다면야.”


쭉 들이키자 초콜릿 향이 나는 달콤하고 찐득한 액체가 입 안으로 흘러들었다.


“크으, 이거 제법 괜찮네. 고마워요, 파얀. 이거 뭐로 만든 거예요?”

“....굼벵이.....”

“뭐? 우웩, 아오, 니미. 내가 저 새끼를 믿는 게 아니었는데, 우웩.”


루안이 구역질 하는 듯한 모션을 취하자 파얀은 소리도 못 내면서 낄낄 거리는 모션을 취했다.


“자, 장난은 그만. 노움이 결과들을 가지고 왔어요.”

“쟤네는 신경 쓰지 마시고 말씀해 주세요. 무언가 찾았나요?”

“쿠빌린이 납치된 날부터 이틀 후. 지금과 비슷한 새벽 시각에 일련의 무리들이 검은 후드를 눌러 쓰고 외부에 출입한 흔적이 있어요. 쿠빌린 백작이 이 곳에 있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빙고.”

“그럼, 이제 쿠빌린 백작을 되찾을 준비를 하죠.”


희아는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의말

공지했던대로 내일은 본업 때문에 휴재입니다 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 선작 부탁드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9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Another Korean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2 제33화 : 신검을 쫓는 자들 +7 20.07.13 349 7 11쪽
51 부록 : 설정집 - 무력 단체 +5 20.07.09 347 6 7쪽
50 부록 : 설정집 - 정령 +3 20.07.09 336 5 5쪽
» 제32화 : 샅샅이 +9 20.07.09 343 10 12쪽
48 제31화 : 각자의 목표 +7 20.07.08 349 8 13쪽
47 제30화 : 추적의 시작 +8 20.07.07 366 8 11쪽
46 제29화 : 추적자 +7 20.07.06 364 8 13쪽
45 제28화 : 인질 +8 20.07.03 374 11 14쪽
44 부록 : 설정집 - 무술 +8 20.07.02 409 7 9쪽
43 제27화 : 챙샹 vs 다델 +7 20.07.02 375 11 10쪽
42 부록 : 설정집 - 국가 +7 20.07.01 408 7 5쪽
41 제26화 : 전쟁의 서막 +7 20.07.01 385 10 14쪽
40 부록 : 설정집 - Fifteen Masters +5 20.06.30 424 8 5쪽
39 제25화 : 전란 +7 20.06.30 393 10 16쪽
38 제24화 : 롬밸라카 +5 20.06.29 406 10 12쪽
37 제23화 : 유카로 가던 중...... +5 20.06.26 394 11 13쪽
36 제22화 : 강철 부족을 벗어나다. - 2 +3 20.06.25 386 10 12쪽
35 제22화 : 강철 부족을 벗어나다. - 1 +7 20.06.24 395 10 13쪽
34 제21화 : 철인이 되어라! - 3 +7 20.06.23 393 11 11쪽
33 제21화 : 철인이 되어라! - 2 +5 20.06.22 394 10 12쪽
32 제21화 : 철인이 되어라! - 1 +7 20.06.18 396 10 11쪽
31 제20화 : 미르웰 - 2 +13 20.06.17 390 10 12쪽
30 제20화 : 미르웰 - 1 +7 20.06.16 403 11 10쪽
29 제19회 : 루안 탈출 작전 - 2 +10 20.06.15 425 14 15쪽
28 제19회 : 루안 탈출 작전 - 1 +9 20.06.13 424 11 10쪽
27 제18화 : 강철 부족 - 2 +7 20.06.11 433 12 14쪽
26 제18화 : 강철 부족 - 1 +9 20.06.10 452 12 10쪽
25 제17화 : 고결한 길 - 2 +11 20.06.09 430 17 12쪽
24 제17화 : 고결한 길 - 1 +13 20.06.08 478 17 9쪽
23 제16화 : 전조 - 2 +15 20.06.05 471 16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