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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타스틱 님의 서재입니다.

Another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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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wan타스틱
작품등록일 :
2020.05.12 15:14
최근연재일 :
2021.11.0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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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0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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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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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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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2쪽

제20화 : 미르웰 - 2

DUMMY

몸이 풀린 미르웰은 겨우 목을 어루만졌다.

여전히 희아에게 얻어맞은 부위가 욱신댔기 때문이다.


“아이고, 힘이 좋네. 일단 앉지. 내가 차라도 내올 테니.”

“먼저 내 꼴부터 원래대로 돌려줘요! 더 이상 이따위 모습으로 있을 수 없다구요!”

“상처주네. 이 모습이 어때서······.”

“아, 빨리요!”

“알았어, 알았어. 화내지마. 모자 안쪽에 손 넣어보면 단추 하나가 만져질 거야. 그걸 눌러봐.”


희아는 모자를 벗어들고 안쪽을 문질러댔다.

그러자, 미르웰 말처럼 작은 돌기 같은 단추가 손에 잡혔다.


딸깍, 위윙


꾹 누르자 소리와 함께 희아의 몸에 빛이 뿜어져 나왔다.

처음 미르웰의 모습으로 변할 때 나왔던 그 빛이었다.

빛이 사그라지자, 다시 어여쁜 희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오! 돌아왔어!”

“그래, 이제 좀 앉겠니? 좋은 차가 있어.”


미르웰은 한 번 더 희아에게 자리를 권하고 진열장을 뒤적였다.

그러더니 이내, 찻주전자와 찻잔을 세팅했다.

금방 주전자는 뜨거운 김을 뿜어냈고 그윽한 향이 교장실을 뒤덮었다.

그 향을 음미하며 미르웰이 입을 뗐다.


“그래, 고려인아. 여긴 어쩐 일로 왔니?”

“음······. 좋아요, 어차피 제가 고려에서 온 걸 아시니까 솔직하게 얘기할게요.”


희아는 있는 그대로 얘기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였으나, 길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고려에서 임무를 받고 키이만 산맥으로 향하고 있었어요.”

“드워프들을 만나기 위함이니?”

“네, 맞아요. 드워프들에게 제이프의 동태를 알려주기 위해서 이동 중이었죠.”

“그랬구나. 근데, 우리라니? 동행이 있니?”


미르웰이 ‘우리’에 대해 집어내자, 희아의 얼굴에 느낌표가 떴다.


“아! 맞아! 사실 제가 키이만으로 향하지 않고 여기로 온 건 제 동생 때문이에요!”

“동생?”

“네! 키이만으로 가려고 하는 도중에 동생이 사라졌어요. 그래서 찾으려고 돌아다녀보니 땅 밑에 묘한 통로가 있더라고요.”

“그럼, 거기서부터 나를 따라온 거구나.”

“처음부터 따라가려고 했던 건 아니었어요. 갑자기 엄청나게 빠른 큰 마차 같은 게 지나가니까 그냥 그 위로 몸을 날렸던 거죠, 편하게 가려고.”


미르웰은 말을 다 듣고는 차분하게 차를 마시며 말을 이었다.


“그렇구나. 좋다, 그럼 옛 이야기를 조금 해주마.”

“네? 갑자기 무슨 얘기에요? 전 어서 동생을 찾아서 키이만으로 가야 해요.”

“떠나는 게 결국 드워프들을 만나기 위함이잖니?”

“그렇죠.”

“그럼 듣는 게 좋아.”


미르웰의 얼굴은 다소 진지해보였기에, 희아는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희아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미르웰은 말을 이어갔다.


“우선 너희의 임무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죠, 곧 키이만이니까.”


희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자, 이번엔 미르웰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 때문이 아니야. 내가 말하는 이유는 이미 네가 드워프를 만났기 때문이야.”

“네? 드워프를요?”


희아는 미르웰의 말에 머릿속을 뒤져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만난 사람들 중에는 드워프가 없다.

그러다 문득, 미르웰을 뒤쫓기 전 철로에서 보았던 자그마한 사람이 생각났다.

그 사람은 어떤 장치를 통해 현재 미르웰의 모습으로 변했었다.

즉,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이란 얘기였다.


“아, 설마! 미르웰이 드워프에요?”

“그래, 반갑다. 내 진짜 이름은 미르웰이 아닌 토밸리우스다. 긍지 높은 드워프족의 대전사이지.”

“아니, 근데 왜 그러고 있어요?”

“이제 그 얘기를 해주지.”


미르웰, 아니 토밸리우스는 앞으로 할 얘기가 긴지 깊게 차를 들이마셨다.


“먼 옛날, 바위의 세계에서 이 세계로 넘어오게 될 때, 넘어온 우리 종족은 그 수가 많지 않았다. 그리고 유전적인 결함 때문에 인간들처럼 잦은 잉태가 어려웠지.”


옛날도 너무 옛날로 가자 희아는 순간 피곤했지만, 잠자코 들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 종족이 선택한 방법은, 공생이었다. 현재 이 대륙을 지배하고 있는 종족인 인간과의 공생.”

“제일 설득력 있는 방법이네요.”

“그렇지. 하지만 인간들은 너무 간악하고 영악했어. 하나같이 우리 종족의 우수한 기술력만을 흡수하려 하고 조금의 양보나 손해도 보지 않으려 했다더군.”


보라매를 통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온 희아는 얼추 무슨 일이 있었을지 예상이 갔다.


“그래서 우리의 선조들은 순박하고 때 묻지 않은 인간들을 찾아다녔지. 그러다 정착한 곳이 바로 이 프리카 왕국이라고 하더군. 물론 그 당시에는 프리카 왕국이 아닌 그저 부족들의 집합체였고 말이야.”

“그래요, 알았어요. 근데 저한테 왜 이런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성미가 급하구나. 고려인들이 성질이 급하고 빨리빨리를 좋아한다더니 그 말이 딱 맞네.”

“끙”


토밸리우스의 정곡을 찌르는 말에 희아는 그저 입 닫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어갈게. 그렇게 우리 선조들은 프리카에 당도하고 이 곳의 원주민들에게 우리의 기술력으로 삶을 윤택하게 사는 것을 도와주자, 우리를 신성시하면서 잘 따르더라 이거야. 그래서 지금의 유카 뒤에 성지를 두고 우리의 거처를 마련해 준 것이지.”


희아는 더 보채고 싶었지만 또 핀잔을 들을까 찻잔만 어루만졌다.

그것을 본 토밸리우스는 씩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거처가 마련되었지만 우리의 선조들은 불안함을 떨쳐낼 수 없었어. 우리의 기술력을 도둑질 할 프리카 바깥의 인간들도 위험했고, 마족 놈들도 다시 돌아올까 두려웠지.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정보의 중요성과 맞서 싸울 수 있는 병력이었어.”

“정보?”

“그래, 정보를 중요시 생각하는 것이 고려뿐만이 아니다, 이 말씀이야.”


희아는 얼굴이 확 구겨졌다.

고려 입장에서는 새로운 정보를 얻고 그것을 드워프들에게 전달해주려고 보라매를 시작한 것인데, 이들도 그 정도 정보는 이미 알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그간의 행보가 다 헛고생일 수도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


“그럼, 지금 제이프가 하려는 짓들을 이미 알고 있단 말이에요? 이종족들을 모두 수복시키려고 하는 걸?”

“물론이지.”

“아오, 니미럴!”


희아는 시원스레 고려의 순수 욕지기를 내뱉었다.

물론 토밸리우스는 무슨 소린지 못 알아들었다.


“뭐, 어찌되었든 그 마음은 고마워. 물론 우리도 고려가 맞서 싸운다면 힘을 합칠 거야. 아까 말했듯이, 우리는 정보와 병력 모두를 가지고 있거든.”

“그래요, 이왕 말한 김에 다 토해 내봐요. 정보는 어떻게 얻고, 병력은 어디에 있다는 거예요?”

“우리는 두 가지 정책을 펼쳤지. 첫 번째는 바로 이 술사의 탑이야.”

“술사의 탑?”


토밸리우스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자신들의 업적을 떠벌리는 순간이 썩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그래. 엄청난 전투원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인 이 곳에서 학습한 모두는 우리의 정신교육을 통해 깊은 애교심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술사의 탑 이름으로 생기는 전투는 졸업생의 절반이 넘는 참전율을 보여주지.”

“거기다 그 졸업생들이 보내주는 정보들도 무시 못 하겠군요.”

“그렇지!”

“근데, 그 절반이 넘는 참전율은 어떻게 아는 거예요? 실제로 전투를 벌인 적이 있어요?”

“약 200년 전쯤 있었다고 하더군. 덤폴 기사 학교와 전투가 벌어졌다고 하는 모양이야. 그때 덤폴이 술사의 탑을 함락시키지 못해서 술사의 탑의 명성이 이 정도까지 올라갔다는 것 같아.”


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대륙 술사들의 절반가량이 술사의 탑 출신이라는 말이 있으니 실제로 큰 힘이 될 수 있을 듯 했다.


“드워프들은 술법들에 밝은가 보군요?”

“뭐? 푸하하하하.”


희아가 아무 생각 없이 인사치레 건넨 말에 토밸리우스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희아의 얼굴이 팍 찌그러졌다.


“왜 웃어요? 기분 나쁘게.”

“하하하, 우리 드워프들은 몸 안에 마나를 축적시킬 수가 없어. 그 누구도 술법을 못 쓴단 말이야.”

“뭐요? 그럼 어떻게 술사의 탑을 만든 거죠? 아니, 거기다 당신은 미르웰이잖아요. 그럼 진짜 미르웰은 따로 있단 건가요?”

“아냐, 내가 미르웰의 탈을 쓰고 있는 진짜가 맞아.”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이름 하나만으로 세상을 진동시킬 수 있는 대마법사 미르웰이 마법을 못 쓴다니?

계속 수수께끼 같은 말을 하는 통에 희아는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아, 그럼 뭐에요!”

“우리 선조들이 이 세계로 넘어와 보니, 이 곳은 일반 적인 바위에도 마나라는 것을 가득 담고 있더란 말이지. 그래서 우리의 기술력을 마석이나 아티팩트 등과 조합하는 방법을 고안해냈어. 그것을 우리는 과학이라고 해.”

“과학?”

“그래. 우리는 과학을 통해 수많은 마법들을 행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만들었고 나는 그 장치를 통해 미르웰이라는 대마법사가 될 수 있었지. 우리는 이러한 사람들을 ‘과학자’라고 칭해. 드워프의 대전사들은 대부분 뛰어난 과학자들이지.”


그렇다면 8서클 마스터의 대마법사, 글로리아 매직 마스터 미르웰이란 이름값이 마법은 전혀 쓸 줄 모르면서 장비를 통해 마법을 훔쳐다 쓰고 이룩한 경지라는 것인가?


“아니, 그럼, 대체 모습은 왜 그렇게 바꾼 거죠? 그것도 과학인가요?”

“그래 맞아. 환영 마법을 구현할 수 있는 아티팩트에 전력 신호를 맞물려서 유지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고, 그 장치 내에서 환영을 몸에 덧씌우는 거지.”


무슨 소린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는 희아였다.


“그리고 이렇게 모습을 바꾼 이유는 당연히 보안 때문이야. 우리 드워프들이 이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단 걸 세상이 알면 어떻게 되겠니? 루시아며 프란칠라며 세계의 강자들은 전부 우리를 보쌈 하러 올걸?”


역시 세상 천지에 이유 없는 행동은 없었다.


“그래요, 알았어요. 그럼 그게 첫 번째고, 두 번째는 뭐예요?”

“두 번째는 바로 프리카의 무장이야.”

“프리카의 무장?”

“그래. 프리카의 원주민들에게 더욱 높은 기술력을 제공하여 첨단기기들로 무장하게 하고 그 대신에 우리가 필요할 때를 제외한 나머지 시각에는 세상에 과학의 존재를 알리지 않는다. 라는 조건을 붙였지.”

“그 긴 시간 동안 원주민들이 그 약속을 지켜요?”


토밸리우스는 희아의 질문에 슬쩍 눈을 흘겼다.


“세상에는 악독한 인간들만 있는 것이 아니야. 프리카의 부족민들은 절대 거짓을 말하지 않고 순수하며, 신의를 지킬 줄 아는 인물이지. 뭐, 이건 잡설이고, 어쨌든 그 덕에 프리카 전체는 우리의 무기가 된 거나 마찬가지야.”


토밸리우스의 말투에는 나름대로 자랑스러움이 느껴졌다.

아마 파이에게 뒤통수 맞은 루안이 들었다면 바로 욕지기를 들어먹었을 거란 것을 알지나 모르겠다.


“하, 일단 알겠어요. 골이 너무 아프네요. 드워프들의 힘이 이리 고강하니 다행이긴 한 대, 씁쓸하기도 해요. 어찌되었든 전 드워프들의 수장을 만나야 돼요. 그게 제 임무니까요.”

“그래, 내일 함께 움직이자.”

“내일이요? 좋아요. 어차피 내일 오후에 철로에서 일행을 만나기로 했으니까 맞춰서 나가면 될 것 같아요. 그나저나, 그럼 내 동생은 대체 어디 있는 거죠?”

“그걸 왜 나한테 묻니? 다만 여기가 아니라면 강철 부족의 마을에 있겠다.”

“부디 루카가 루안을 찾았으면 하네요.”


강철 부족에 있을 수 있겠다는 토밸리우스의 말에 희아는 낮게 중얼거렸다.


작가의말

아직도 여기저기서 질병이 끊이질 않네요.

모두 건강관리 잘하시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 선작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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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제21화 : 철인이 되어라! - 2 +5 20.06.22 394 10 12쪽
32 제21화 : 철인이 되어라! - 1 +7 20.06.18 396 10 11쪽
» 제20화 : 미르웰 - 2 +13 20.06.17 391 10 12쪽
30 제20화 : 미르웰 - 1 +7 20.06.16 403 11 10쪽
29 제19회 : 루안 탈출 작전 - 2 +10 20.06.15 425 14 15쪽
28 제19회 : 루안 탈출 작전 - 1 +9 20.06.13 424 11 10쪽
27 제18화 : 강철 부족 - 2 +7 20.06.11 433 12 14쪽
26 제18화 : 강철 부족 - 1 +9 20.06.10 452 12 10쪽
25 제17화 : 고결한 길 - 2 +11 20.06.09 430 17 12쪽
24 제17화 : 고결한 길 - 1 +13 20.06.08 478 17 9쪽
23 제16화 : 전조 - 2 +15 20.06.05 471 1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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