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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의 서재입니다.

살인앱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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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남녘
작품등록일 :
2020.05.13 18:25
최근연재일 :
2021.01.28 20:00
연재수 :
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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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5,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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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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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99.

DUMMY

살인과 싸움은 전혀 다른 양상이다.

싸움에 필요한 건 기술, 힘, 상황 판단········· 등등의 복잡하고 다양한 능력들이 필요하다. 반면에 살인은 간단하다. 기술과 기세. 단 두 가지면 충분하다. 싸움에 비해 살인은 쉬우며, 간단하고 더 예측할 수 없다.

죽이려는 의지의 기술과 기세만 있다면, 거구의 청년을 아담한 아이가 죽이는 것도 가능한 게 살인이다.


싸움은 복잡하고 어려워서 죄책감이 들어설 공간이 별로 없다. ‘고생’이라는 것이 ‘성취감’으로 바뀔 뿐이다. 반면에 살인은 너무도 쉽고 간단하기 때문에 죄책감을 위한 공간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싸움보다 살인은 행하기 어렵다.


“하지만 싸움을 하다가 죽인다면 어떨 것 같아?”


멱살이 단단히 부여 잡힌 자윤의 입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성취감과 함께 죄책감은 적지 않을까?”


희서가 칼을 움켜쥐고 떨리는 손을 가까스로 뻗어 사내의 검은 양복바지를 부여잡았다.


“그래서 일부러 싸움을 걸고, 죽인다는 말이야?”


희서의 말에 조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그럼 정당방위니까. 너희도 나를, 나도 너희를 때린 시점에서. 그리고 이긴다면, 그게 바로 성취감이지. 죄책감 따위는 내 마음속에 없어.”

“내가 이런 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 넌 정말 미쳤구나?”


자윤이 어렵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칭찬을 해도 살려주진 않을 거야.”


그녀의 몸이 그 말과 함께 희서의 몸 위에 꽂혔다. 육중한 힘을 포함한 무게가 희서와 자윤, 두 사람 모두에게 전해졌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이 온몸에 퍼지자, 숨조차 쉴 수 없는 비명이 땅바닥을 기어갔다.


“으윽······.”

“벌써 끝이야? 그러고 보니 아까 어떤 식으로 눈이 돌아갔더라?”


조커가 희서의 얼굴을 훑어대듯 바라보았다.


“분명 그때, 그때 딱하고 느낌이 왔단 말이지? 나를 부르는 느낌. 극한의 성취감! 아아, 어떻게 하면 그 모습으로 변해주려나? 응? 응?”


그러나 무심코, 조커는 희서가 굳게 움켜쥐고 있는 칼에 발을 대고 말았다. 자윤은 순간 희서의 몸이 움찔 거리는 것을 느꼈고, 서둘러 그녀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땅을 치는 고통이 그 순간만큼은 안중에도 없었다.


‘안 돼, 안 돼! 희서 여기서 폭주하면 안 돼!’


하지만 이미 조커의 눈에도 희서의 감정 변화가 눈에 들어왔다. 유능한 살인마는 상대의 미세한 움직임에도 예민한 법이다.


“어라? 뭔가 반응이 오는 거 같은데?”


천천히 자신이 보였던 행동들을 생각해본다.


무엇이 그녀를 건드렸을까. 무엇이 그녀를 활시위처럼 잡아당기고 있는가.


“아아, 정말 최고네!”


그것이 알고 싶어 미치겠다는 듯, 그가 발을 굴렀다. 그러자 드디어 희서가 꽉 쥐고 있던 현의 칼이 짓밟히고야 말았다.


“이런········· 개·········!”


희서의 입에서 담을 수 없는 욕지거리가 나올 찰나에, 분노에 완전히 몸을 맡기려던 찰나에, 그들이 도착했다.


“침착하세요.”

“흥분할 필요 없습니다.”


일호와 이호.

잘 빗어진 머리카락을 흔들리며, 물방울처럼 맑은 두 눈을 깜빡이는 두 소녀가 희서와 조커를 서로 막아서며 서 있었다.


조커는 입을 다물었다. 보통이라면 낮은 키에 앳돼 보이는 얼굴을 보면 방심할 법도 한데, 그는 오히려 긴장감에 근육을 바짝 조이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두 소녀가 평범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이호, 그쪽을.”

“알겠어.”


일호의 소매에서 짧은 단도 하나와 붉은 손잡이의 식칼 하나가 나와 조커의 주먹을 받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손목을 비틀어 깔끔하게 칼자국을 남겼다. 휘갈겨진 상처는 뒤늦게 붉은 피를 토해내기 시작한다.


‘더 시간을 둔다면, 완전히 손을 절단 낼 거다······!’


주먹과 칼이 다시 한 번 맞부딪히고, 다친 팔을 대신해 발길질이 오갔다. 일호는 생각보다 빠른 그의 움직임에 채 반응하지 못하고 복부를 내주고 말았지만, 이내 자세를 고쳐 다시 달려들었다.


두 사람은 조금씩 원래 있던 곳에서부터 멀어져가고 있었다.


“일부러 거리를 두는 거냐?”

“둘에게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요.”

“건방지게 여유를 부리고 있다는 거지?”

“그건 어떨까요? 오히려 제가 이러고 있는 게 당신에게 좋은 소식이지 않나요? 빨리 끝내지 않으면 당신은 두 명. 아니 네 명을 상대하게 될지도 모른다고요?”


조커는 이를 꽉 물었다.


“하! 이럴 때 이기는 것이야말로, 진짜 성취감이지!”


사람이 싸우고 있는 거라곤 생각되지 않는 소리들이 멀어져갔다. 그 소리를 들으며 이호는 분노를 가까스로 조절하고 있는 희서와 마주하고 있었다.


“진정하세요. 저는 말리는 능력은 떨어지는 편입니다. 당신을 죽일 수도 있어요. 제가 받은 명령은 두 분을 도우라는 명령이었기 때문에 죽이면 곤란합니다.”


자윤은 알 수 없는 그녀의 말과 희서의 상태를 번갈아 확인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도저히 뾰족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우선 희서는 진정되고 있어. 아마 목표가 눈앞에서 사라져서겠지. 두 사람이 조금만 늦었어도 어떻게 될지 몰랐을 거야.’


자윤의 입장에서는 알 수 없는 두 사람의 도움이 없었다면, 더 적극적으로 희서를 말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어야만 적어도 저 사내와 비등비등하게 싸울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아이는 만신창이가 됐겠지······.’


자윤은 그렇게 생각하자, 가슴이 미워졌다.


“희서야 진정하자. 칼은 잘 닦으면 되니까.”

“언니········· 얘들은 뭐야?”

“저희는 재우님의 명령을 하달 받고 두 분을 돕기 위해 온, 일호와 이호입니다.”

“재우·········? 일호? 이호?”


자윤이 이해할 수 없어 되물었다. 그리고 그건 희서도 마찬가지였다.


“명령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자세한 내용은 현재 상황이 종료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은 두 분께서 치료와 더불어,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말하고 이호는 쏜살같이 일호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자윤과 희서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봤다. 그리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싸움에 합류하는 그녀를 바라봤다.


조커는 자신이 내뱉고 들이마시는 숨이 벅차기 시작했다. 이제까지의 싸움에서 스스로 숨 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들었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 작은 소녀와의 싸움에서 그는 처음으로 버거운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합류할게요.”


더군다나, 함께 달려드는 이호의 움직임은 조커에게 더욱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 마치 물속에 잠수를 하는 것과 같은 갑갑함이 가슴을 조인다.

아무리 조커가 싸움을 좋아한다고 해도 개죽음을 좋아하는 건 아녀서, 빠르게 방도를 찾아야 했다. 도망갈 방도를 말이다.


“상대가 방어 태세로 전환했어.”

“도망갈까 본데?”


하지만 두 소녀의 눈은 그런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두 소녀는 잠시 고민했다. 명령의 내용은 자윤과 희서, 두 사람을 구하는 것. 그렇다면 여기서 조커가 도망간다고 해서 임무에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이 사람을 여기서 놓아준다면, 갈 곳은 정해져 있을 거야.”

“화근은 미리 제거하는 게 좋지.”


두 소녀의 표정이 다시 날카로워졌다.

이호가 날 듯 뛰어 조커에게 달려들었다. 그 동작에 맞춰 일호는 자세를 낮추고 안으로 파고든다.


“이런 젠장할···!”


조커가 팔을 들어 일단 얼굴로 날아오는 무릎을 막아냈으나, 그저 그 하나의 공격을 저지했을 뿐이었다. 일호의 치고 들어오는 칼과 조커의 팔을 디딤돌로 삼고 다시 달려드는 이호의 움직임. 어지러운 두 사람의 움직임에 조커는 가까스로 남아있던 기세를 전부 꺾여버린다.


“괜찮습니까?”


자윤과 희서의 앞에 서서 일호가 물었다. 그녀의 손에는 조커의 피가 진득하게 묻어 있었다. 이호가 조커를 마무리 짓는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왔다.


“괘, 괜찮아.”


자윤이 덤덤한 두 사람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답했다.


“너희는 누구지?”

“저희는 재우님의 서포트를 맡은 일호와 이호입니다.”


일호가 차렷 자세를 취하고 답했다. 몸에 꼭 맞는 제복이 움직임에 맞춰 경쾌한 소리를 냈다.


“끝났어. 돌아가자.”


이호가 뒤에 붙어 말했다. 그녀가 가만히 일호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아아, 또 얼굴에 뭘 묻히고.”


그렇게 말하며 일호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주는 이호였다.


“칼에도 묻었어.”

“그건 직접 닦아. 재우님이 이 모습을 보시면 실망하실 거야.”


그 말에 일호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


“두 분을 도와드리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재우님께 감사하시길 바랍니다.”


이호는 그런 일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자윤과 희서는 어정쩡한 자세로 일어나 두 사람의 인사를 받았다.


“그럼 이만.”


인사를 받은 두 소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달려갔다. 그들이 향한 곳은 당연히 상가 쪽이었다.


“우리도 가죠.”

“당연하지. 재우 씨가 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저런 괴물을 둘이나 데리고.”

“고민할 시간이 없어요. 이러고 있는 와중에도, 한심하게 도움을 받고 있던 와중에도, 그들은 상가 위쪽으로 향하고 있을 거니까요.”


희서가 말한 ‘그들’은 당연히 연우가 이끌고 간 무리였다. 촉박한 상황에서 그들이 기다려줄 리 만무하다. 그저 아직 도착하지 않았길 바라면서 한 시라도 서둘러야 했다.



* * * *



경찰차의 사이렌이 어지럽게 울린다. 경찰이 들이닥치고 사람들이 혼비백산하여 도망치고 있다. 누군가는 연장을 빼 들어 대응하기도 했으나, 완전 무장을 갖춘 경찰의 진압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이었다.


“A구역 진압 완료했습니다.”

“B구역도 마찬가지입니다.”


보고를 받은 인표가 긴장된 얼굴로 보고를 받았다.


“나머지 C, D구역은?”

“현재 C구역은 관련 없어 보이는 모녀를 발견하여 시간이 지체돼, 90% 진압을 완료했고 상가 쪽 D구역은 대기 중입니다.”

“대기?”


인표가 뜻밖의 말에 인상을 썼다.


“왜 대기지? 난 대기 명령을 내린 기억이 없는데?”

“·········그게 현장 지휘권으로 하달됐다고 합니다.”


D구역을 맡은 사람은 수혁과 유영이었다. 두 사람은 인표가 가장 신뢰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현장에 무슨 일이 생겼나 보군.’


인표는 인상을 펴고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A구역 B구역에 나가 있는 두 사람을 불러와 줘. C구역은 그대로 밀고 이곳을 지키라고 말라 하고.”

“알겠습니다.”


보고자가 나간 지 10분도 되지 않아 배득과 수영이 들어왔다.


“불렀습니까?”

“무슨 일이에요?”

“곧장 D구역, 상가로 갈 겁니다. 준비해주세요.”

“여기는 어쩌고요?”

“여기는 C구역으로 나가 있던 반장님께 맡길 생각입니다.”


두 사람은 상가 쪽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생각을 하고, 곧바로 지휘에 따랐다.


“붙잡아 온 살인앱고 소지자들을 옮겨 놓는 데 10분 정도 소요될 겁니다.”

“끝나는 대로 와주세요.”


두 사람은 빠르게 자리에서 벗어났다.


인표가 D구역, 어르신들이 모여 있는 상가 건물의 지원을 계획하고 있을 때. D구역의 제압을 맡고 있던 수혁과 유영은 가장 가까운 건물에 몸을 숨긴 채 대기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독단적인 명령에 반항하는 병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두 사람이 현장 지휘권을 이용하여 대기 명령을 내린 지, 약 1시간가량이 지나는 시점이었다. 그럼에도 병사들은 지금이라도 제압 명령이 떨어질까 두려워하는 눈빛이었다.


“완전히 글렀군.”


수혁이 그런 병사들을 살피며 말했다. 유영도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상태로 들어갔다가는 전멸이에요.”

“괴물들이야. 이런 상태가 아니었어도 졌을 거야.”


그 말에 유영도 할 말이 없었다.


“어플 하나로 인간이 이 정도 차이를 낼 수 있다니 놀랍네요.”


단순히 싸움을 보았을 뿐이었다. 두 여성이 몰려오는 무리를 아무렇지 않게 죽이는 싸움. 그리고 뒤이어서 사내 한 명이 그런 둘을 일방적으로 찍어 누르는 싸움. 그리고 마지막으로 갑자기 달려온 두 소녀가 사내를 죽이는 싸움까지.


상식적이지 못해도 이해는 가고, 따라가지는 못해도 움직일 수는 있는 그런 싸움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히 ‘목격자’에 한에서였다.


“그걸 보고도 저 안으로 뛰어들 수 있는 놈이 있다면, 그놈도 이상한 거지.”


수혁이 떨리고 있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나마 아직 정신이 온전한 유영이 혼자서라도 가볼까 했지만, 수혁이 말렸다.


“아서라. 분명 인표 귀에도 들어갔을 거야. 우리가 대기하고 있다는 게. 그들의 지원을 기다리는 게 나아.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들어가야 해.”

“하지만 이대로면 상황이 종료될지도 몰라요.”

“오히려 지금 상태라면 그게 나아. 혼자 들어갔다가는 개죽음이다. 저기 있는 놈들은 총에 맞아도 죽이려 달려들 테니까.”


유영이 수혁의 눈빛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포기했다. 깊은 한숨을 토하며 주저앉았다.


“그렇다고 여기서 죽치고 앉아 있는 건 너무 한심하잖아요.”

“죽으면 그런 것도 못 느낀다. 지금은 목숨을 온전히 보전해. 우린 경찰이야. 목숨을 버리는 직업이 아니라, 지키는 직업이야. 다행히 우리 모습은 들키지 않았으니, 승산은 있어. 지원과 함께 단숨에 밀고 들어간다면, 제아무리 괴물이라도 잡힐 거야.”

“알겠어요.”


그렇게 답을 했지만, 유영의 시선은 여전히 상가의 입구 쪽에서 떠나질 못했다. 지금 저 안에서 사람들이 피를 튀기며 죽어가고 있다는 걸,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이 득실거리고 있다는 걸 생각만 하면 용솟음치는 감정을 주체할 겨를이 없었다.


그러한 밖의 사정을 알 리 없는 상가 안의 인물들은 유영의 생각대로 상당히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고 있었다.


퀸은 생각보다 근성이 있었으나, 호야의 적수가 되진 못했다.


“너무 끈질기시네요.”


호야의 말에 퀸은 밝게 웃었다.


“칭찬으로 들을 게.”

“당신의 커터칼. 전부 부러졌는데, 괜찮겠어요? 몸도 만신창이라고요? 다리는 부러져서 걸을 수 없고, 두 팔도 마찬가지예요.”

“괜찮아, 괜찮아. 사람 죽일 줄 모르는 너한테 지지 않으니까.”


퀸의 말에 호야는 불편한 기색을 지울 수 없었다.


“관찰력은 좋아도, 소용없어요.”


호야는 뒤를 돌아 철가면 쪽을 지원하기 위해 움직였다.


“애초에 어르신들. 아니지, 당신들 전력은 형편없었잖아요? 이수 씨가 진행한 프로젝트에서 배양한 인재들이 힘을 빼놓으면 그 잔당을 처리하는 게 당신들 임무, 아니었나요?”

“그 시스템이 바뀐 지가 언젠데·········.”

“거짓말하지 마세요. 어디 있습니까, 그 두 사람. 이수 씨가 배양한 괴물들.” “몰라, 몰라. 어르신들 생각을 내가 어떻게 알아!”


그녀가 움직이지 않는 몸을 들썩이며 외쳤다.

그때 철가면이 호야의 뒤에 뻐근한 몸을 풀며 다가와 물었다.


“아직 멀었나?”


가면에 묻은 몇 방울의 핏자국을 닦아내는 모습은 여유로웠다.


“끝났습니다. 궁금한 사항을 캐내고 있었어요.”

“아마 모를 거야. 잭을 잡아야 해. 그놈 말고 머리 쓰는 놈들은 여기 아무도 없어.”

“혹시나 해서요.”


호야가 어깨를 으쓱였다.


“서둘러 연우님께 간다. 화근은 제거하고.”


그렇게 말하자마자 철가면이 호야의 손에 들린 장도리를 빼앗아 퀸의 두개골을 부서트렸다.


“아아, 어차피 움직이지 못했을 텐데·········.”

“뒤통수에 총을 남겨두는 멍청이는 없어.”

“너무 과격하시네요.”

“죽이든 안 죽이든, 우리의 어떤 것도 변하지 않는다. 그 소년이 말했던 것처럼 용서받을 수 없어. 괜히 착한 척하지 마라, 호야.”


호야는 답하지 않았다. 아니, 답을 할 수 없었다.


“결국, 빨리 끝내는 수밖에 없겠네요.”


철가면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서둘러 연우를 쫓아 다리를 건너 계단을 올랐다.


잭은 곳곳에 설치된 CCTV를 이용해 여러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었다. 자신의 동료가 죽어가는 모습도 묵묵히 살폈다. 약점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알아낸 건 몇 가지. 하지만 움직일 수 있는 말은·········.’


잭은 뒤를 돌아봤다. 남아 있는 인원은 아무도 없었다.


‘계획을 세워야겠군. 다소 과격할지 몰라도.’


잭은 몸을 일으켜 방문을 열고 나선다. 차분한 걸음으로 4층을 향해 올라오고 있는 연우와는 반대로 5층으로 올라갔다.


어르신들이 있는 방문의 조용히 잭은 노크를 했다.


“누구냐?”


긴장감이 감도는 목소리였다.


“잭입니다.”

“재, 잭이구나!”


그 한 마디에 목소리는 안심으로 바뀌었다.

문이 자연스럽게 열리고 잭은 방 안으로 들어선다.


“무슨 일이지? 잘 해결됐다는 보고를 하러 온 건가?”


잭은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요. 오히려 반대입니다.”

“반대·········?”


어르신들의 얼굴이 무엇인가를 짐작하고 일그러졌다.


“적의 전력이 너무 많습니다.”

“그럴 리가?! 그 두 아이가 있잖아! 이수랑, 재우라는 놈도!”

“그놈들이 아무래도 배신을 한 거 같아서요.”


담담한 목소리가 오히려 어르신들의 심장을 꽉 움켜쥐듯 조였다.


“무, 무, 무슨·········?”

“이해하십시오. 배신당했다는 말을. 그렇지 않으면 전부 죽습니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다, 는 말입니다.”


잭은 안경을 한 번 고쳐 썼다.


“애초에 무리한 작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재우라는 인물에게 그 두 사람을 맡긴 걸 다시 한 번 고려해 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그러나·········. 박사의 추천이었네.”

“그 박사도 의심스럽다고 말씀을 드렸을 텐데요.”


잭은 한숨을 뱉었다.


“뭐, 아무래도 좋습니다. 지금부터 이 상황을 타개할 계획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사색이 됐던 어르신들의 표정이 그 한 마디에 활짝 피었다.


“어, 어서 말하게!”

“우선 이 계획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에 민감한 어르신들이 망설이자, 잭은 날카롭게 그들을 바라봤다.


“아, 알겠네.”

“우선 제 말을 의심하지 않고 전부 수용하셔야 합니다. 수용하지 않는다면, 여기서 제가 직접 어르신들을 처리하겠습니다.”


어르신들의 얼굴이 충격에 휩싸였다.


“······재, 잭! 무슨 말이지?!”

“우리를 처리하겠다니!”

“적들의 손에 넘어가 이런, 저런, 좋지 않은 정보를 술술 뱉으며 죽을 바에는 제가 깔끔하게 고통 없이 보내드리겠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말을 듣지 않으셨을 경우입니다.”


잭은 어르신들에게 충분한 선택의 기회를 주었다. 그들이 좋아하는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선택의 기회를 말이다.


“재, 재우의 가족들을 이용하는 방법은 어때! 그거라면 다시 마음을 돌리게 할 수 있을지 모르잖나!”

“불가합니다. 김 재우의 가족들은 이미 이용가치를 다했습니다. 경찰들이 김 재우의 가족들의 신변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선택하십시오.”


잭의 말에 어르신들은 식은땀을 닦아야 했다. 도박이나 할 때가 아니었다. 테이블에 올려진 카드와 칩들이 단숨에 숨통을 조여올 것 같았다.


“자네 말을 듣겠네············.”


어쩔 수 없는 선택.


“정말 방도가 이것밖에 없는 거겠지?”

“물론입니다.”

“승산은?”

“100%. 어쩌면 이 상황을 완전히 뒤집을 수도 있을 겁니다.”


믿음직스러운 답변에 모두의 얼굴이 다시 밝아졌다.


“어르신들은 다시 도박에 빠져 계시면 상황은 종료될 겁니다.” “정말인가! 정말이지?!”


잭은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만장일치로 알고, 제 계획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모두가 기대한 얼굴로 그의 말을 기다렸다.


“지금부터 어르신 중 한 명을 4층으로 내려보내겠습니다.”


기대감을 담은 눈들이 빠르게 깜빡인다.


“거기서 하실 일은 간단합니다. 현재 4층에 도착한 연우와 2층에 있는 배신자 이수를 맞닥트리게 하면 되겠습니다.”

“······자, 자네 지금 그게 무슨 말인지 알고는 있는 건가?”

“제가 짠 계획을 제가 모를 리 없지 않습니까?”

“이봐, 잭!!!”


어르신 하나가 드디어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얇은 금속 하나가 허공을 가로지르더니, 언성을 높였던 늙은이의 머리에 정확히 꽂혔다. 방금까지 온갖 약으로 정정했을 몸이 자연스럽게 바닥에 고꾸라진다.


“말씀드렸습니다. 이행하지 않으면 죽습니다. 제 손에, 아니면 저들 손에. 빠르게 선발하십시오. 저와 함께 밑으로 내려갈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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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1. 20.09.14 67 0 9쪽
80 #80. 20.09.10 47 0 12쪽
79 #79. 20.09.09 58 0 12쪽
78 #78. 20.09.08 55 0 12쪽
77 #77. 20.09.07 29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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