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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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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남녘
작품등록일 :
2020.05.13 18:25
최근연재일 :
2021.01.28 20:00
연재수 :
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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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9
글자수 :
505,603

작성
20.10.08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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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87.

DUMMY

타투의 흔적도 아닌 묘한 흉터는 도저히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물끄러미 보고 있는 수혁과 인표에게 택진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타투···. 라고 일단 추정은 하고 있습니다.”

“타투면 또 대타랑 엮이는군.”

“일단은 그쪽에서 일했다고는 하니까.”


수혁의 말에 인표는 턱을 붙잡았다. 의문투성이지만 뭐 하나 잡히질 않는다.


“일단 핀치 히터 관련자들을 수색하는 게 좋겠네요.”

“근데 그건 아마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수혁이 자료들을 팔랑팔랑 넘기며 불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일단 못해볼 건 없지.”


수혁이 자료를 책상 위에 탕, 하고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의 눈빛이 택진과 인표에 든든하게 스친다.


* * * *


“거기, 거기서 멈춰주세요!”


배득이 바둑판처럼 걸려있는 커다란 CCTV 화면 앞에서 검지를 치켜들며 외친다. 그의 말을 듣고 사령탑으로 보이는 남성이 “3번 카메라~”하고 외쳤다.


“여깁니까?”


배득이 가리킨 3번 카메라의 화면이 휘리릭 돌아간다. 그 화면에는 배득이 범인을 놓쳤던 순간에 멀어지던 차량과 비슷한 차종이 멈춰 있었다.


“번호판, 22가 3164. 맞아요?”

“맞아?”


카메라가 화면을 몇 번 확대하더니, “맞습니다~”하는 늘어진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기 어디에요?”

“여기 구월동 나들목이요~”

“구···월동이요?”


배득의 촉이 반짝인다.


“느낌이 온다, 느낌이 와! 범인의 냄새가 풀풀 난단 말이야!”


그리고 서둘러 옷가지를 추스르고 우렁차게 감사의 인사를 건넨다.

밖으로 나와 차에 탄 배득은 곧바로 인표에게 구월동에 다녀온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차를 몰았다.

유영은 미향의 집 현관문에 서서 자세를 낮추고 문 쪽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안쪽에서 미세하게 들리는 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한 채였다.


“도대체 무슨······.”


그때, 쿵. 쿵. 소리를 내며 현관 쪽으로 발걸음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유영이 깜짝 놀라 몸을 벽 쪽으로 붙이는 것과 동시에 문이 열리며 미향이 나온다.

그녀는 어딘가 불안한 표정으로 문이 닫히는 것도 확인하지 않은 채, 서둘러 걸어간다. 한 손에 든 케리어가 드르륵, 드르륵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그녀를 뒤따른다.


‘이 밤에 케리어를 들고 어디를 가는 거지?’


아무래도 미향의 행동이 의심스러운 유영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뒤를 밟았다.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오기를 기다리는 그녀에게 불쑥, 나타나 묻는다.


“어디 가시나 봐요?”


미향은 눈에 띄게 깜짝 놀란다. 서둘러 그 표정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돌렸으나 이미 유영의 눈에 포착된 후였다.

유영은 살짝 뒤로 물러나 비상계단 문 쪽을 막아선다.


“어디 가시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 아닌가요?”

“아, 아아~ 형사님이시구나.”


미향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표정과 맞물리며 말했다.


“요즘 너무 흉흉해서 저는 해코지 하는 사람인가 했네. 놀라라.”

“놀라셨다면 죄송해요. 마침 요 앞을 지나다가 미향 씨한테 여쭤볼 게 있어서 잠시 들렀던 참이었거든요.”


유영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혀를 삐쭉 내밀었다. 그리고 웃으며 미향이 들고 있는 케리어를 신기하다는 투로 바라본다.


“그건 그렇고 어디 가세요?”

“지금 저요···?”

“네. 지금 어디 가시는 건가요?”


유영의 눈이 날카롭게 찢어진다.


“제가 지금 세 번 물어본 거 아시죠?”


순간,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얼어붙는다. 미향이 뒤에 붙잡고 있건 케리어를 앞으로 끌어와 웃으며 말했다.


“아아아, 이거. 이거요? 제가 너무 놀라서. 죄송해요. 이거 제 것은 아니고요. 지인 거라서 돌려 드릴라고요.”

“이 시간에요?”

“네, 네. 하하하······. 오늘 짐 싸야 한다고 달라고 했거든요. 근데 형사님들이 오시는 바람에 깜빡했지 뭐에요?”

“그거 큰일이셨겠네요.”


띵, 소리를 내며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린다. 밝은 빛이 두 사람의 반쪽 면을 비추었다.


“그것보다 형사님은 저한테 묻고 싶으신 게 있다고······.”

“아! 맞아요. 저도 정신이 없네요.”


미향이 엘리베이터 쪽으로 살짝, 걸음을 옮긴다. 그 발에는 도망치느라 묻었던 흙과 짓이겨진 나뭇잎들이 들러붙어 있다.

동시에 유영의 발도 한 걸음 앞으로 나선다.


“제가 묻고 싶었던 건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다. 미향은 유영이 모르게 침을 삼킨다. 그 사이를 유영의 손이 파고들어 닫히던 엘리베이터 문을 붙잡았다. 덜커덩 소리에 미향은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지만, 내색할 수 없었다.


“일단 들어가서 얘기할까요?”

“예? 아······.”


밀폐된 공간이 미향의 눈에 들어온다. 무척이나 밝지만, 그 밝음이 오히려 그녀에겐 두렵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거절할 수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타야만 했다.


‘생각해. 생각해. 생각해.’


자신의 머리를 꾸짖으며 1층을 누른다. 유영은 여유롭게 콧노래를 부르며 뒤이어 들어온다. 그리고 닫힘 버튼을 연타했다.


“미향 씨.”


육중한 소리를 내며 문이 닫힌다. 밖으로 새어나가는 빛이 칼처럼 가느다래진다.


“저한테 맞은 데는 괜찮아요?”


눈 부신 빛 아래, 유영은 그보다 환하게 웃고 있었다.


“찾았다!”


수아의 손에 최인범의 사망 기록이 들려있다. 아까까지 있던 엘리베이터의 환한 빛이 그 종이 뒤에서 자료실 천장의 전등 빛으로 변해있다.

수아의 손에 고동만의 사망 기록과 함께 포개진다. 그녀는 두 자료를 들고 몸을 일으켜 곧장 인표에게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수아 씨?”

“네, 저예요. 찾았어요. 그쪽으로 갈게요.”


수아가 인표와 수혁이 있는 세미나실로 들어선다. 택진을 포함한 세 사람의 시선이 그녀에게 꽂힌다. 그녀는 그 시선에 담긴 서둘러 말하라는 의미를 읽어내고는 자신이 가져온 자료를 책상 위에 펼쳤다.


“이건 최인범 자료잖아요?”


인표가 자료를 집어 들며 물었다.


“맞아요. 이 사건 처음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사람이었어요. 계속 들던 이질감이.”

“무슨 말이에요?”

“무슨 말이냐?”

“조사한 자료들에서 볼 때, 박 현군이 최초로 저지른 살인은 최인범일 거예요. 두 분의 조사에서는 자살로 판명이 났지만요.”

“살인으로 의심돼 박 현 학생을 찾아가긴 했어도, 정황상은.”

“정황으로도 충분하잖아요. 아무리 자료를 훑어도 자살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워요. 두 분도 그게 의심됐던 거 아니에요?”


수혁과 인표는 반박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뭐가 이상하다는 거지? 박 현 학생이 최인범을 살해했다고 쳐도 아무런 영향이 없잖아.”

“그렇지 않아요. 만약 최인범을 죽인 게 시작이었다면, 휴대폰을 그에게서 받았을 가능성이 있죠. 그게 아니라면, 누군가에게 받았다거나.”

“받았다고······?”

“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수아가 최인범 자료 밑에 겹쳐져 있던 박 현, 박 희서, 그리고 세란의 자료를 펼쳐 보인다.


“박 현에게 있었던 여자친구, 로 여겨지고 있는 여성이 있었어요. 희서 양의 담임선생님인 이 세란 씨의 진술에서도 명확히 적혀 있었고요. 하지만 정작 이 사람에 대한 기록은 어디에도 없더라고요?”

“조사 당시에 찾을 수 없었어.”

“희서 양의 말로는 사망 소식을 듣고 멀리 떠났다고 들었어요.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었고, 자신은 직장 동료로만 알고 있었다, 가 전부였어요.”

“저는 이 사람이 박 현군에게 휴대폰을 넘겨줬다고 생각해요.”


인표의 눈이 커진다. 다만 자신도 생각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아쉽지만 그 생각은 틀렸다고 볼 수 있어요.”

“왜죠?”

“그녀 어머니를 만났었거든요.”

“어······머니요?”


수아의 눈이 깜빡인다. 자신의 생각을 산산이 부숴놓는 진술이 두 사람의 입에서 쏟아진다.


“내 딸도 그 아이가 살인자라는 걸 모르고 있었어요. 그 아이가 사망해서야 소식으로 듣게 됐죠. 제 아이가 사라진 이유를 알고 싶으시다고요? 왜냐면 이제는 여기에 없거든요. 쓸쓸하게도, 가엾게도·········. 충격과 외로움을 견뎌내지 못했어요. 불 속에서도 참, 아름다운 얼굴이었는데···············.”


수혁이 조금 안타까운 얼굴로 말한다.


“그 봉안당에도 갔었어. 딱하더라고. 믿지 않을 수가 없었지. 그러니까 수아 네 추리는 틀린 거야.”

“그럴 리가········· 그러면 맞질 않는데? 계산이.”


수아는 그때까지도 눈을 껌뻑이고 있었다. 도저히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게 믿기질 않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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