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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남녘
작품등록일 :
2020.05.13 18:25
최근연재일 :
2021.01.28 20:00
연재수 :
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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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9
글자수 :
505,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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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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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86.

DUMMY

희서는 자윤의 등에 가만히 업혀 있다. 내딛는 걸음에 흔들리는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조금은 슬픈, 자신의 혈육이 죽었던 날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러자 양파를 눈에 비비기라도 한 것처럼 순식간에 그녀는 눈물을 흘린다.


“울어?”

“······응.”


희서는 그녀의 등에 더욱 얼굴을 파묻었다.


“그때 생각?”

“······응.”


아까보다는 조금 더 힘을 준 목소리. 다만 그게 힘이 나서가 아닌 조금이라도 울음소리를 참아내기 위함이라는 것을 아는 자윤은, 이를 꽉 깨물었다.


“오빠를 그냥 보내주는 게 맞았을까, 언니?”

“글쎄······.”

“왜 오빠가 자살한 건지 아직도 모르겠어. 하나도······ 하나도 모르겠어. 같이 지낼 때부터 그렇게 떠나버릴 때까지도.”


자윤이 미끄러져 내려가는 희서의 몸을 한 번 들어 올려 고치고 말한다.


“적어도 현이가 널 원망하지 않은 건 확실히 알아. 네가 살인 게임을 시작하고 사람을 죽이는 계획을 꾸몄을지라도. 현이는 널 원망하지 않았어.”

“정말?”

“응.”


자윤은 고개를 들었다.


“적어도 내가 생각했을 때. 그리고 나랑 같이 있을 때는 그랬으니까. 그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도 너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건, 네가 제일 잘 알잖아.”


자윤의 어깨를 붙잡은 희서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다시 그날로 돌아갔다면 이런 식으로 끝내지 않으리라는 후회를 붙잡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언제든 중간에 그만둘 수 있어. 알고 있지? 계약에 서명된 이름은 네가 아니라 나니까.”

“응. 고마워.”


희서의 손에 힘이 풀린다. 그리고 그대로 자윤의 목을 휘감아 꽉 안는다.


“그래도 그만두진 않을 거야. 우리 오빠가 범죄자가 아니었다는 걸········· 반드시 증명해 낼 거야.”

“그래. 꼭 그러자.”


두 사람의 왜곡된 신념과 기억이 달빛을 받아 그림자처럼 길어져간다. 그 그림자는 골목 어귀에 들어섰을 때, 그곳에 있는 무수히 많은 그림자 속으로 모습을 숨긴다.


* * * *


인표와 수혁은 사무실이 아닌, 상당히 분위기 좋은 카페였다. 은은한 원두 향이 잔뜩 묻어있는 곳은 그 원두의 색깔과 유사한 가구들과 조명으로 장식돼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가장 으슥한 자리에 택진이 이를 보이며 웃고 있다.


“여기에요, 여기!”

“이런 곳은 어떻게 알았냐?”


수혁이 주변을 구경하면서 묻자, 택진은 뿌듯하다는 얼굴로 답한다.


“제가 발견한 곳이에요. 일이 일찍 끝나거나 출근할 때라던가 자주 들르거든요.”

“뭔가 너랑 안 어울리다, 야.”


인표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에이~ 제가 여러분 앞에서만 이렇지, 서에서는 얼마나 지적이고 조용한데요.”


수혁과 인표가 자리에 앉자, 택진은 말을 하던 중간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뒤쪽에 있는 문을 살핀다.


“왜?”

“다른 분들은요?”

“아아.”


그제야 인표와 수혁이 그가 바라보고 있는 문 쪽을 한 번 돌아본다.


“수아는 자료실. 유영이는 미향씨를 다시 보러 간다고 했고, 배득은 어디더라?”

“배득 씨는 아까 바로 지나쳤던 차량 좀 조사하겠다고 교통부 쪽으로 갔죠. 그리고 지금 저희는.”


인표가 때마침 앞에 놓이는 커피를 친절히 받아 한 모금 마신다.


“얘한테 지금까지의 조사 결과를 들으러 왔고요.”

“자료는 다 가져왔냐?”


택진은 수혁의 말에 서둘러 자신의 서류 가방을 열어 두툼한 크기의 자료집 두 개를 넘겼다. 수혁과 인표가 각자 볼 수 있도록 택진이 배려한 것이었다. 두 사람은 자료집을 각각 살피기 시작했다.


“너는 계속 말해.”

“아, 네.”


택진은 자신의 수첩을 꺼낸다.


“우선 가장 먼저 보셨던 사건입니다. 핀치 히터의 대표인 오현우는 그날 발견했던 시체 외에도, 스카우트했던 모델 대부분을 살해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시체는 강원도에 있는 별장 부근에서 발견됐습니다. 지금 보시는 페이지가 피해자들의 유골 사진과 위치입니다.”


막 페이지를 넘기려던 두 사람이 손을 멈추고 사진을 바라본다.


“다른 관계자들은 모르고 있었지만, 담당 스카우터였던 최 태훈만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거로 확인됩니다.”

“정확하진 않나 보네?”

“네. 워낙 최 태훈 주변에 사람이 없었고, 회사에서조차 그의 존재를 알고 있는 자가 없었습니다.”

“유령이냐?”


택진은 턱을 살짝 붙잡고 그 의견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거의 그런 존재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조사해보니, 오현우의 집에 있는 물품들은 대부분 최 태훈이 구매한 것이라고 합니다. 아마 전속 비서와 같은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비밀 비서 같은 건가?”

“애초에 오현우에게는 최 태훈 같은 존재가 필요했을 거로 생각합니다.”

“하긴.”


인표가 커피를 홀짝이며 맞장구친다.


“죽일 대상을 직접 찾는 건 싫다는 생각이겠지.”

“그럼 미향 씨가 말했던, 최 태훈이 죽을 거라는 말은 최 태훈 때문인 건가? 어플이 아니라.”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겠네요. 약점이 잡혀 억지로 일에 가담했을 수 있을 거니까요.”

“저는 그 의견은 반대하겠습니다.”


택진이 단호하게 말했다.

두 사람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본다.


“왜지?” “면접을 봤던 기록이 있어서요.”

“기록?”

“네. 영상까지는 아니고, 그가 면접을 보기 위해 제출했던 이력서와 합격 통지서 발부에 관한 기록이 그의 컴퓨터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다음 페이지입니다.”


택진의 말을 듣고 두 사람은 서둘러 페이지를 넘겼다. 곧바로 이력서가 나왔다. 우수한 수준의 이력서에는 응시 분야가 스카우터겸 비서로 돼 있었다.


“그러니까, 네 말은 오현우가 최 태훈을 노려서 뽑았고. 최 태훈은 다 알고서 면접을 응시했다는 말이야?”


택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뒷받침할 증거가 더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의심해 볼 부분인 건 틀림없습니다.”


그의 말에 두 사람도 동의했다.


“다음은?”

“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사체인 김 재우는 과거에 마네킹 공장에서 특수한 마네킹을 만들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두 분이 더 자세히 알고 있다고 생각됩니다만, 특이한 것은 그가 머물고 있었던 옛 공장이 지금의 오현우의 집이라는 점입니다.”


그 말에 인표와 수혁은 인상을 구겼다.


“그때도 그 말 했지?”


인표가 택진에게 쏘아붙이듯 물었다.


“네. 그때는 단순히 그런 사실만 알고 있었는데, 조사해 보니 그가 일하던 공장과 연결돼 있었습니다.”

“김 재우가 죽기 전에 자신이 핀치 히터에서 일하다가 대타와 손잡았다고 했는데, 그럼 얼추 공장이 팔린 시점이 되겠군.”


수혁이 팔짱을 끼며 숨을 한껏 들이마신다.


“이때 공장을 팔면서 김 재우의 존재를 알게 되고 협업을 시작했다······.”

“실제로 김 재우는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핀치 히터 산하에 있는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이름이 등록돼 있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핀치 히터 쪽으로 초점을 맞추는 게 맞겠네요.”


인표가 어느새 비어버린 잔을 엄지로 조심스럽게 문지르며 말했다.


“근데 뭔가 탐탁지 않은 표정이다?”

“네. 솔직히 말하면 이상한 기분이에요.”

“이상해?”


인표는 수혁의 물음에 굳이 답하지 않고, 택진에게 물었다.


“혹시 김 재우의 시체에서 나온 건 없어?”

“시체요? 잠시만요.”


택진은 한참 후에야 얘기하려고 했는지, 수첩을 여러 장 넘기고 나서야 입을 뗀다.


“그 페이지에서, 40장 정도 넘기시다 보면 부검 사진이 있습니다.”


두 사람은 그의 말을 따라 페이지를 넘긴다.


“일단 이렇다 할 외상은 하나도 없었는데, 특이한 점이 발견됐습니다.”

“특이········· 하긴 하네.”


인표와 수혁은 그가 말한 페이지에 도착하자마자 동시에 말했다. 그들이 보고 있는 사진에는 귀 뒤에 어딘가 꿰맨 자국이 보이는 아주 미세한 흉터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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