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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의 서재입니다.

살인앱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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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남녘
작품등록일 :
2020.05.13 18:25
최근연재일 :
2021.01.28 20:00
연재수 :
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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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05,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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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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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97.

DUMMY

경찰서의 분위기가 다소 산만했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이들도 많고, 어딘가 급하게 전화를 거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분위기와 다르게 따로 마련된 별실에서, 인표와 그 팀들은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그들은 커다란 테이블을 가운데 놓고 바퀴가 달린 조금 낡은 의자에 각자 등이 기댄 채, 괴로운 신음을 뱉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는 꽤 오래 지속되고 있었다. 수혁과 유영이 느닷없이 찾아온 미향과 대화를 나누고 돌아올 때까지 말이다.


미향은 정말 돌연 찾아왔다. 온몸에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그때 엘리베이터에서 놓쳤던 그녀가 갑작스레 나타난 것에 모두가 놀란 얼굴로 굳어 있었다. 그 누구도 선뜻 움직이지 못하고 있을 때, 오히려 그녀와 정면으로 마주했었던 유영이 침착하게 심문을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수혁이 옆에 붙었고 그렇게 두 사람에게 이 일을 맡겼다.


심문은 1시간이 넘게 계속됐다. 그렇다고 진행이 더딘 것은 아니었다. 심문실의 분위기는 좋았고, 수혁과 유영의 표정도 밝았다.


“거짓말은 없어.”


약 30분의 심문이 끝나고, 잠시 휴식을 갖기 위해 나온 유영과 수혁이 그렇게 말했다.


“모두 진실이야.”

“그리고 앞으로 30분은 더 걸릴 거다.”


너무도 긴 시간에 다른 이들이 궁금해하자, 유영은 딱 잘라 말했다.


“대화가 어렵게 흘러가는 건 아니야. 그저 그녀가 가지고 있는 정보가 터무니없이 많을 뿐이지.”


그렇게 40분이 더 흐르고 나서야 심문이 끝났다. 유영은 그녀의 안전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경찰서에 머물 것을 제안했으나, 그녀는 단호하게 거절하고 자리를 피했다.

느닷없이 찾아온 미향이 건넨 정보는 다음과 같았다.


첫 번째는 살인앱고의 목적이 참가자들을 포함한 현세대들의 몰살이라는 것.

두 번째는 그 배후에 대타가 있다는 것.

세 번째는 대타의 배후에는 터무니없는 고위직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은, 그 대타의 다음 움직임은 일주일 후에 있을 거라는 것.


유영과 수혁은 그녀의 말에 거짓은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다만, 그녀가 아닌 그 정보 자체에 대한 진위를 의심했다. 애초에 그녀에게 가짜 정보를 진짜로 속여 넘겼을 가능성이었다.

그리고 그게 함정이 됐을 때 받을 타격은 도저히 가늠되질 않았다.


“미향이 말하는 고위관리직이 정말 터무니없는 놈들이라면. 일자리 잃는 거로 안 끝나겠지.”


유영이 말했다. 그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수아가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일주일 후에 대타 업체에서 정말 이 방식대로 움직일까요?”

“알 수 없어.”


수혁이 팔짱을 끼고 불편한 숨을 토하며 말했다.


“알 수 없으니 더욱 가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말했던 대로 함정일지도 몰라요. 정보 자체가요.”


인표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우리 며칠째 이러고만 있는 거 알지? 진전이 없었던 거. 지금 정보도 놓치면 영영 신기루만 쫓아다닐 수도 있어.”


유영은 냉정했다. 그리고 현실적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앞으로 더 이 사건을 조사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너희 생각은 모르겠지만, 난 솔직히 조금 시간 낭비라는 생각도 들고 있거든.”

“무슨 말이죠?”


인표가 그 말에는 얼굴을 구겼다.


“너무 열 내지 마. 내 개인적인 생각이야. 내가 이 사건을 붙잡은 이후로 통 다른 사건은 손대지 않았거든? 다른 놈들이 열심히 해주고 있지만, 나 하나에 한 사건이라고 생각하면 이가 바득바득 갈릴 정도로 억울해.”

“유영씨·········.”


수아가 유영의 어깨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사건들을 계속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미해결 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이 당장 움직이지 않아서. 손이 부족해서. 내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서 다시 미해결 사건이 된다면?”

“너무 동료를 못 믿는 거 아닌가요?”


인표의 말에 그녀가 얼굴을 사납게 구겼다.


“믿고 자시고의 문제가 아니야. 한 시라도 더. 하나라도 더. 사건을 붙잡아야 한다는 게 내 모토일 뿐이야. 사람은 정해져 있지만, 사건은 정해져있지 않아.”


두 사람의 시선이 따갑게 마찰했다.


“저는 유영씨 말에 조금 동의해요. 뭔가 알아내는가 싶었는데, 모두 헛물이었으니까요.”


수아의 말에 인표도 괴로운 얼굴이 됐다.


“하지만 또 반대로 저렇게 다들 움직여주고 계신데········· 그 리스크를 생각했을 때는·········.”


수아가 밖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이들을 흘겨보았다.


“고마울 뿐이죠. 그저. 다들 저희 조사랑 심문 내용이나, 의견만을 듣고 일어나 주셨으니까요.”

“그러게. 단 한 사람도 반대하지 않았어. 모두가 이 사건이 이상하다는 건 알고 있었을 테니까.”


수혁이 조금 기쁜 얼굴로 말했다.


“이런 걸 보면, 이 직업 선택했던 게 후회되질 않아.”

“저도 그렇습니다.”


배득도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반면에 인표는 걱정스러웠다.


“일단 비상을 걸기는 했지만, 아마 곧 취소될 거예요. 윗선에 얘기가 들어갔을 테니까요.”

“취소되기 전에 갑시다. 뭐 아니면 도 아니겠습니까?”


배득이 특유의 성질을 죽이지 못하고 발끈하며 외쳤다. 모두가 그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지만, 그러기에는 리스크도 너무 컸다.


“희생이 없으면, 성과도 없을 거예요. 움직여야 한다니까요? 여태까지. 저희보다 더 오래 조사해온 인표씨라면 아실 거 아니에요?”


배득의 말이 맞았다. 인표도 이제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가 수혁을 바라봤다. 도움을 청하는 눈빛이었다.


“이 결정은 네가 내려야 해. 나는 이 일로 끝이지만, 너는 아니잖아.”


그래도 망설이고 있는 인표의 어깨를 수혁이 단단히 붙잡아주었다.


“걱정 마라. 네 결정에 우리 모두 함께하니까.”


그건 전적인 믿음이었다. 인표에게 쏟아지는 눈빛도 모두 같았다. 그의 선택이 틀렸다고 해도, 원망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의 눈빛들이었다. 지금까지 그들이 쌓아온 신뢰였다.


“좋습니다. 움직이죠.”


인표가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


“대신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는 모두 제 독단으로 처리하겠습니다.”


그 말에 모두가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



구월동 변두리에 위치한 작은 단지가 있다. 예전부터 돈 많은 이들이 휴양하기 위해 별장을 지어 놓은 것들이 모여 만들었다고 한다. 강 하나를 끼고 늘어선 아름다운 주택과 정원들이 하나의 관광 단지처럼 늘어서 있는 게, 퍽 볼만했다.


“계획은 간단해.”


누군가 사치스럽게 만들어 놓은 전망대의 위에서 연우가 말했다. 그녀의 뒤로 철가면이 날카로운 눈으로 한 건물을 응시하고 있었다.


주택들이 늘어선 곳에 이질적으로 올라가 있는 5층짜리 상가. 대형 마트의 이름을 겉에 붙이고 있지만, 바로 저곳이 어르신들이 모여있는 아지트였다.


“단숨에 밀고 들어가서 모조리 죽이는 것. 그 외는 필요 없어.” “주민들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철가면의 말에 연우는 간단하게 답했다.


“여기 있는 놈들은 주민이 아니야. 모두 표적이다.”


연우는 휴대폰을 들었다. 밑에서 대기하고 있는 모두에게 연결된 전화였다.


“움직여. 내가 가기 전까지 길을 뚫어라.”

“알겠습니다.”


그녀의 말에 6명의 인물이 상가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가와 멀찍이 떨어진 별장 한 곳에서 이수는 그 모습을 묘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자신이 마련한 계획이 조금씩 들어맞고 있는 희열에 살짝 몸을 떨기도 했다.


“움직였어, 움직였어······!”


그 모습은 내려다보던 재우가 가죽 장갑을 손에 끼며 나갈 준비를 했다. 일호와 이호도 옷과 단도를 다듬으며 싸울 준비를 했다.


“그건 그렇고 왜 하필 이런 방식인 겁니까?”


재우가 물었다.


“뭐가?”

“저들과 차라리 동맹을 맺는 게 더 효율적이라 보는데요.”

“그건 무리.”


그리고 덧붙인다.


“불가능할 거야.”

“왜죠?”

“뭐 이유야 많지. 난 이미 죽었던 사람이라는 것도 있고. 그녀가 배신자를 극도로 싫어하는 것도 있고············.”


이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도 무엇보다, 내가 누군가를 이용해 먹는 걸 가장 좋아하니까.”


이수가 재우를 지나쳐 먼저 현관 밖으로 나갔다. 재우는 뒤늦게 일호와 이호를 데리고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때랑 다르지 않을 거야. 난 이번에도 그렇게 할 거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을 뱉는 그녀. 재우는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너무 머리 굴릴 필요는 없어. 너는 네 역할만을 다 하면 돼.”


그들의 걸음이 상가를 향해 천천히 움직이고 있을 때, 이미 그곳은 아수라장으로 변해 있었다. 처음에는 살려달라고 애원했던 이들이 이제는 그 본색을 드러내, 주변의 흉기와 품에 숨겨 놓았던 무기들을 꺼내 덤벼들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그 모습에 가장 당황했던 건 희서였다. 도망치고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이들을 최대한 죽이지 않기 위해 애쓰던 그녀였다. 하지만 그런 그녀는 그들의 눈에 가장 제압하기 쉬운 표적이 됐다. 그러나 그녀는 단순히 ‘불쌍히’여겼을 뿐이다. 애초에 박 현을 찔러 죽였을 때 이후로, 살인에 망설임은 더욱 없어진 지 오래였다.


분노를 표출하고, 온갖 감정에 휘둘려 살인을 저지르는 이들과 다르다. 토론장에서 손을 들고 의견을 피력하는 것과 같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희서는 자신에게 드러낸 발톱을 꺾어버렸다.


“계속 불쌍했다면 살았을 거야.”


희서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은 이곳에 있는 이들에게 적잖은 공포를 심었고,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불쌍함에 구걸하여 목숨을 부지하거나 최대한 저항하거나.

보통이라면 전자를 선택하는 게 최선이겠지만, 이들도 한때 혹은 현역으로 날뛰고 있는 이들이다. 전자를 선택할 겁쟁이는 없었다.


“건방진 새끼가!”


덩치 큰 남성이 망치를 들고 그녀에게 달려드는 걸 시작으로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숨고 도망쳤던 이들이 드디어 전면전으로 돌아선 것이었다.


“적당히 도망쳐라. 그들이 밀고 들어올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곳의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을 선에서 적당히 도망치거나, 적당히 상대해라.”


어르신들의 명령이었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명령이었다.


“적당히 도망치라고?”


무책임한 명령을 생각하면서 모두가 얼굴을 찡그렸다. 그리고 손에 쥐고 있는 무기를 단단히 부여잡았다. 그들의 눈앞에 희서에게 달려들었던 덩치 큰 사내가 도리어 망치를 빼앗기고 머리통이 날아가고 있었다.


식은땀 초자 차갑게 얼어붙을 정도로 간담의 서늘함이 느껴졌다.


“살인은 기세. 그리고 힘이 아닌 기술.”


희서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앞을 막아서는 이의 머리통을 다시 한 번 날려버렸다. 망치와 함께 그대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다.


“언니, 서포트.”

“오케이.”


희서의 말에 자윤이 옆으로 붙었다. 공포의 채찍질을 당한 이들이 그 둘을 향해 맹렬히 돌진해 온다.

희서의 품에서 현이 즐겨 쓰던, 죽기 전에 꼭 쥐고 있던 칼이 모습을 드러냈다. 날카롭고 서슬 퍼런 칼의 날이 반짝이는 것과 동시에 붉게 물든다. 막힘없이 깔끔하게 상대의 숨통을 끊어낸다. 그런 그녀가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오빠의 유품에 더러운 피를 씻어내는 동안, 자윤이 위치를 바꿔 밀려오는 이들을 상대한다.


자윤의 칼은 사람의 몸에 박히지 않는다. 예전보다 더 발전된 기술로 상대의 힘줄만을 끊어내는 법을 터득해냈다. 손목과 팔목을 노린 그녀의 공격은 동작이 크지만, 그만큼 치명적이며 정확했다. 큰 동작은 한 사람이 아니라 다수를 상대할 때, 한 번에 힘줄을 끊어내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었다.


“다 닦았지?”

“예. 반짝반짝해요.”


희서가 피로 붉어진 하얀 손수건을 주머니에 넣으면서 답했다. 만족스러운 그녀의 얼굴이 잘 닦인 칼에 온전히 비쳤다.


“다시 갈게요.”

“왼쪽 두 번째.”

“네.”


자윤의 왼쪽 두 번째에 얼굴이 독사를 닮은 남성을 노린다. 움직임이 유연하고 상대의 수를 잘 읽을 법한 관상이었다.


“이야, 제법이야!”


상대가 희서의 칼을 받아내며 외쳤다.


“매번 이런 식으로 싸우는 거냐, 너네는?”


희서는 답하지 않고 그대로 사내의 다리를 걸어버린다. 사내의 몸이 바닥에 처박히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칼이 날카롭게 목을 노렸다. 그러나 그것을 이미 알고 있는 그는 목을 꺾어 칼을 피했다.


희서의 칼은 땅에 꽂히기 직전에 멈춰 섰다. 동시에 사내는 입으로 휘파람을 분다.


“칼, 정말 소중한가 봐?”


그렇게 물으며, 혓바닥을 내밀어 희서의 칼을 핥았다.

보통이라면 그러면 안 됐다. 하지만 반대로 머리를 쓰는 살인자에게, 자윤이 유심히 살펴보았을 만큼 머리를 잘 굴리는 이들에게는 희서를 무너트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희서의 장점은 냉정함이다. 숨 쉬듯 자연스러운 살인과 그 이후에 겪는 후유증이 없다. 자신의 팔 하나가 날아가도 그녀는 아무런 변화 없이 상대를 죽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 사람을 흔히 괴물이라 부른다.


때문에 희서와 같은 자들과 싸우기 위해서는 일단, 괴물에서 인간으로 끌어내릴 필요가 있다.


“인간으로 돌아오렴.”

“이 씨발놈이!”


희서의 눈이 단번에 돌아가 광기로 가득 찬다. 침착함과 냉정함은 사라지고 분노가 팽창했다. 괴성을 지르며 희서는 칼에 묻은 더러운 침을 닦아내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팔뚝을 긁어냈다.


“희서야!”


그걸 발견한 자윤이 깜짝 놀라 그녀의 옆으로 달려왔지만, 이미 깊게 베인 왼쪽 팔에는 심각해 보일 정도로 피가 흐르고 있었다.


“하하하, 오빠 걱정 마. 지금 바로 깨끗한 내 피로 씻어줄 테니까.”


왼팔이 잘 움직이지 않자, 칼 손잡이를 입으로 물고 오른손으로 손수건을 꺼내 정성스레 칼을 닦아냈다. 소중한 것을 어루만지는 그녀의 눈은 성스럽게 보일 정도로 반짝였다. 조심스러운 손동작은 보는 이들의 공포도 살의도 누그러뜨릴 만큼 다정했다.


그러나 칼을 닦는 마무리 단계에서 희서의 변화하는 분위기와 눈빛은 이전까지 보였던 분위기들을 짓뭉갤 정도로 섬뜩했다.


“그리고 저 새끼를 반드시 오빠의 이빨로, 내 손으로 죽여 버릴 거니까·········.”

희서의 광기 어린 활약과 자윤의 철저한 자기 통제가 드디어 상가 건물로 들어갈 활로를 여는 데 성공했다. 정확히 연우와 철가면이 대열에 합류한 순간이었다.


“상가 안쪽부터는 제아가 움직이도록 해.” “그래. 아무래도 안에 그놈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누우, 구?”


제아가 두 손을 번쩍 들며 물었다.

왕철은 그런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네 친구들. 이제 두 명 남았을 게다.”

“친구우, 들이라앙. 노올, 아?”

“그래. 예전처럼 놀다 오면 된다.”


제아는 싱글벙글 웃으며 상가 안으로 달려갔다. 산책을 나가듯.


“제아의 케어는 두 분께 맡길게요.”

“그래. 조심해. 알겠지?”

“물론이죠.”


연우는 천천히 걸어가며 희서와 자윤을 바라봤다. 피를 뒤집어쓰고 아직까지도 칼을 핥았던 사내의 몸에 칼을 꽂아 넣고 있는 희서가 그 옆으로 보였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지?”

“아마도 조금 더요······? 얘 치료도 좀 받으면 5분에서 10분 정도 후에 따라붙을게요.”


희서를 대신해 자윤이 답했다.

연우의 입장에서는 초반부터 이탈자가 생기는 건 껄끄러운 일이었다. 이수부터 시작해서 어르신들의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대충 파악을 해놓았지만, 문제는 살인앱고에 참가하고 있는 다른 인물들이었다.


‘저 둘에게 잔챙이를 맡기고 철가면에게 참가자들을 맡길 생각이었는데·········.’


연우의 어금니가 살짝 신경질적으로 맞물렸다.


“복수를 하고 싶다면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알겠어요. 금방 가겠습니다.”


연우는 철가면과 제아만을 데리고 상가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밖과는 다르게 섬뜩할 정도로 조용한 상가 안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남은 인원은?”


연우의 말에 철가면이 즉각적으로 답했다.


“어르신들의 전력은 이제 30명 정도 남았을 겁니다. 그중에 위험 요소는 4명. 제이, 킹, 퀸, 조커입니다.”

”아직도 그렇게 부르는 거야? 어린애들도 아니고 무슨 조직 간부 이름을 트럼프로·········.“


철가면은 그 의견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참가자는?”

“현재 저희를 제외하면 15명 정도가 남았습니다.”


연우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며 철가면과 대화를 나누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의 상가에서 에스컬레이터의 몸을 맡긴 채였다.


상가의 층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한가운데의 거대한 나무와 그것을 휘감는 계단. 계단으로부터 뻗어 나가 각 층과 연결되는 브릿지가 인상적인 독특한 내부를 제아는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와아아~”

“제아.”

“으응?”


연우가 제아를 챙기며 말했다.


“주변에 재미있는 냄새가 나?”


그녀의 말에 제아는 고개를 저었다.


“전혀어.”


그 말에 연우는 내심 안심했다.

상대의 위험 정도를 냄새로 구별할 수 있는 제아의 독특한 체질이 반응하지 않고 있다는 건, 대부분이 도망을 갔거나, 적어도 1층에는 없다는 얘기였다.


“이대로 올라간다. 나오는 놈들은 제아가 움직이지 않는 이상 호야, 네가 처리해. 그리고 트럼프가 오면 철가면. 네게 맡기마.”

“알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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