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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안녕하세요?

적월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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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7.0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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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8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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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5. 인질

DUMMY

앨리스를 따라 걸어가다 보니 점점 어디로 가는 것인지 궁금해져서 라티안이 물어보자 앨리스가 몸을 웅크리더니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검은 토끼 한 마리를 쥐고 있었다.

앨리스가 이 토끼가 길을 알려줄 거라는 듯이 라티안에게 보여주자 갑자기 토끼가 발버둥 치더니 빠른 속도로 도망쳐 버렸다.

그대로 쫓아가고 있었으나 아리나가 먼저 한계를 맞이한 듯하다.

“ 헥.. 헥...앨.. 앨리스! 저..저거좀 붙잡아줘..!! “

아리나가 다급하게 앨리스에게 부탁하자 앨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어느새 도망친 검은 토끼를 잡고 돌아왔다.

“ 확실히.. 빠르네.. 과거에 살던 동물을 본뜬 거라고 했지? 과거에는 이렇게 작은 동물들도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나? “

피렌이 물통을 나눠주며 물어보자 앨리스가 가볍게 고개를 흔든다.

“ 이거보다는 느렸어. “

앨리스는 양손으로 들고 있는 토끼를 바라보았다.

그림자 같은 춘향의 마나로 만들었지만, 생각보다 귀엽게 잘 만들었다.

라티안이 토끼를 바라보며 물어본다.

“ 하아.. 그거 따라가다 보면 춘향이 있다는 거 맞지? “

“ 아마도.. “

라티안이 빤히 바라보자 토끼도 빤히 바라봤다.

그 옆으로 아리나가 얼굴을 들이민다.

“ 생각보다 귀엽네... 그래서 앨리스! 전투준비라는 건 뭐야? “

“ 혹시.. 그 녀석이랑 같이 싸우는 것인가.. “

라티안 일행은 안전을 위해서, 앨리스를 위해서 힘을 기를 때까지 복수를 미루기로 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금방 함께 싸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약간 침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앨리스의 반응을 보아 춘향과 함께 싸우는 것은 아닌듯했다.

“ 내 슈트를 돌려받을 거야. “

앨리스가 간단하고 정확하게 말해주었지만, 라티안 일행은 알아듣지 못했다.

슈트라는 단어는 계승되지 않은 모양이다.

“ 슈트가..뭐지? “

“ 수프의 한 종류인가..? 먹으면 막 힘이 솟아나는 건가? “

또 무슨 속뜻이 있는 줄 알고 라티안과 피렌, 아리나는 머리를 맞대고 토론 중이다.

앨리스가 얼른 어떻게든 설명해줘야 할 것 같다.

“ 그.. 옷.... 갑옷 같은 거야.. “

“ 갑옷이라면.. 딱딱한 그거? “

물론 앨리스가 입는 슈트는 단단하면서도 부드럽게 움직이기는 했지만 지금 설명해봤자 이해할 수 없으리라 판단한 앨리스는 기사들이 입는 딱딱하고 덜그럭거리는 갑옷이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 조금 다르지만.. 비슷해.. “

갑옷이라.. 마법사들은 보통 경갑을 입는데..

답답한 갑옷을 입는다는 것이 상상이 가지 않는다.

“ 갑옷이라면.. 단단하긴 해도.. 움직이기 불편한 거 아니야? “

“ 그러게.. 전위에서 싸우는 것도 아니고..는... 앨리스는 강하니까 전위에서 싸우는 건가? “

앨리스는 모두가 생각하는 갑옷과는 전혀 다른 모양이란 것을, 기능이 많다는 것을 설명하고 싶었지만..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포기하고 다시 토끼를 내려놓는 선택을 했다.

“ 이제 다시 가자.. “

“ 아..응 라티안, 아리나 준비해. 출발하자. “

“ 으~ 저 토끼 좀 목줄로 묶어서 끌고 가면 안 돼? 따라가기 힘든데.. “

마치 애완동물처럼 끌고 다니며 속도를 조절하기를 희망하는 아리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토끼는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한참을 따라갔다.

슬슬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에 라티안 일행은 어느 마을에 도착했다.

평범한 마을이 아닌 폐허나 다를 바 없는 파괴된 마을이었다.

“ ..여기 뭐야..? 집이 다 부서졌어.. “

“ 저건.. 피인가.. 시체는 없는데 피는 남아있군.. “

무너진 마을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 토끼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마 이 마을에 춘향이 있는 것이겠지.

그렇다는 건.. 혹시 춘향이 이 마을을 부순 것일까?

피렌이 모두를 이끌고 다시 나아간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앨리스를 중심으로 한 전투준비를 갖추고 다시 나아간다.

“ 가자. “

어디를 보아도 부서진 건물뿐인 마을이다.

크기도 큰 마을인지라 이름도 있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다.

큰길을 따라 걸어 나가자 이 마을에 도착하고 나서 처음으로 살아있는 사람과 마주쳤다.

분수대에 누워있는 춘향은 토끼 한 마리를 쓰다듬으며 하늘을 보고 있었다.

평소의 밝았던 춘향보다는 조금 우울한 느낌이 들었다.

“ 어이~.. 오랜만이네~.. 여긴 어쩐 일이래.. “

“ 슈트 찾으러 왔어. “

“ ...뭐 맡겨놓기라도 한 거야? 달라면 줘야 돼? “

앨리스가 앨리스답게 간단하게 용건만 말하자 춘향이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가끔 만났을 때와는 다르게 매우 까칠했다.

피렌이 확인 차 한 가지 물어본다.

“ 혹시 이 마을은.. 너가 부순 것은 아니겠지? “

그 순간 앨리스가 오른손을 피렌의 앞으로 뻗는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앨리스의 손에는 그림자로 만든 낫이 들려있었다.

“ 말조심해줄래? 내가 이 마을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식으로 말해버리면 아무리 너네라도 죽여버릴지도 모르겠거든? “

저 낫은 피렌을 향해 날아온 것이었고 그것을 앨리스가 막아주었다는 걸 눈치채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피렌은 숨을 삼켰다.

누워있던 춘향이 일어난다.

“ 이 마을은 옷 만드는 거로 엄청 유명했어.. 애착 가는 마을이라서 멋진 이름을 고민하다 결국 이름도 못 지어줬지.. 아, 앨리스 너가 입은 옷도, 내 한복도 다 이 마을에서 만들었어.. 그리고 그 마녀가 다 부숴버렸지.. “

춘향이 앨리스를 바라보는 눈빛이 매섭게 변한다.

“ 그래서 난 마녀를 내 개인적인 원한까지도 포함해 없애고 싶은데 말이야.. 너는 어째서 그 녀석을 살려준 거야? 분명 막아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믿어도 되는 거야? “

역시 다 보고 있었나..

“ 이번엔.. 달라.. “

“ 아니? 솔직히 믿지 못해. 너는 싸움 내내 끝까지 마녀를 그만두게 할 생각뿐이었지 죽일 생각은 하지 않았어. 수십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도 말이지? 그러더니 오히려 당하고만 있고 말이야.. 이러다가 너가 그 마녀랑 손잡고 세계를 파멸시킬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어. 그런 너가 내 앞에 나타나더니 막겠다고? 대체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하는 거야? “

라티안과 피렌, 아리나도 의문이었다.

살려준 것이라는 게 무슨 뜻일까?

마녀를 막을 수 있었는데 살려주고 반격당해서 다쳤던 것일까?

피렌이 생각하는 사이 앨리스의 눈이 라티안을 거쳐 피렌, 아리나와 마주친다.

“ ..너희는 내가 다치면 어떻게 할 거야? “

“ 당연히 치료해야지!! “

라티안의 즉답에 피렌과 아리나도 고개를 끄덕인다.

“ 그럼.. 내가 사람을 죽이면? “

역시나 즉답하려 했지만 잠시 머뭇거리게 된다.

그러나 금방 자신들의 의견을 열심히 말해준다.

“ 무슨 이유가 있었겠지.. “

“ ..사람은 나도 언제든 죽일 수 있어.. 나에게.. 내 동료에게 해를 끼치면 나도 언제든 검을 휘두를 거야.. “

“ 맞아.. 우리가 봐 온 앨리스는 사람을 이유 없이 죽일 사람이 아니야.. “

앨리스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 기분 그대로 춘향을 보고 ‘ 평범하게 ‘ 말을 한다.

“ 이제는 마법도 평범하게 다들 사용해. 나를 마녀로 바라보지도 않아. 세상은 변했어. “

한 걸음씩 춘향에게 다가간다.

“ 심지어 과거에는 없었던... 날 믿어주는 사람까지도 생겼어.. 물론 모든 사람이 다 그렇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런 세상이라면.. 조금 더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

어느새 춘향의 앞까지 다가와서 멈춘다.

“ .. 또 다른 나에게도..이렇게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데...내 마음이 전해지지 않았어.. 더 이상은.. 사람이 죽는 걸 원치 않아. 이번엔.. 제대로 막을게. “

라티안, 피렌, 아리나는 물론이고 춘향까지도 놀랐다.

“ 쟤.. 쟤 어디 아픈 거 아니지..? “

“ 앨리스가... 말을... 앨리..스가... “

“ 펴..평범하게 말했어.. “

춘향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조금 과하게 놀라고 있는 라티안 일행을 바라본다.

“ 정말.. 떠들썩한 동료가 생겼네~ 저 녀석들이 널 바꾼 건가~?.. 뭐.. 좋아! 아슬하게 합격점으로 쳐줘도 되겠어! “

“ ..그럼 이제.. “

“ 아직 안돼. “

이유도 설명했으니 슈트를 받으려 했으나 춘향이 가로막는다.

아까와는 반대로 춘향이 라티안 일행을 향해 한 걸음씩 이동하기 시작한다.

“ 그게 말이지? 나도 슈트를 주면 좋겠지만.. 이게 있으면 넌 나보다 강해지잖아? 그대로 나를 죽이려 할지 누가 알아! “

앨리스와는 다르게 화려하게 턴을 하면서 점점 라티안 일행과 가까워진다.

아까까지만 해도 기분이 안 좋았던 사람이 맞는지 모르겠다.

“ 슈트를 받아놓고 또 마음이 약해져서 마녀를 살려줄지도 모르고 말야? 아니 아니 마녀랑 손잡고 다시 세상을 파멸로 이끌지도 모르고 말야! “

아까 전 앨리스가 한 행동과 마찬가지로 라티안 일행의 앞까지 다가와 멈춘다.

“ 그래서 말이지? 이 세 명 중에 한 명을 인질로 잡고 싶은데! “

“ 뭐..뭐?! 인질?! “

인질이라는 단어에 라티안과 피렌, 아리나는 세 걸음 물러난다.

“ 아하하! 반응 귀엽네! 걱정하지 마~ 앨리스가 자기 역할만 충실히 하면 나쁜 짓 안 해요~ 겸사겸사 훈련도 시켜줄게! 나 죽이려면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어? “

가장 화난 라티안이 죽일 듯이 춘향을 노려본다.

“ 우리 중 한 명을 제물로 바치라는 거냐?! “

“ 풉.. 제물이라니..! 내가 잡아먹기라도 하니? 아하하하! 귀여워 귀여워~ 그냥 최소한의 보험일 뿐이야~ 나쁜 짓은 안 할 테니까~ 싫으면 뭐.. 슈트는 없던 일로 하고~ “

“ 뭐?! 그런 치사한.. “

앨리스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슈트 없이 마녀와 전력을 다해 싸운다면 마녀의 압도적인 속도로 패배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어디에 숨겨놨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춘향을 힘으로 제압할 수도 없었으며 자신을 믿어주는 동료를 인질로 보낼 수도 없었다.

“ 음~ 나로서는 라티안 너가 날 따라와 주면 좋을 것 같은데? 알려줄 것도 많을 것 같아서 말야~ “

“ ..내가 왜 너 따위랑 함께 가야 하는 거지? “

“ 어라? 그럼 슈트는 필요 없어? 앨리스는 이거 없으면 힘들 텐데~ “

춘향이 슬쩍 앨리스를 바라본다.

앨리스는 천천히 다가가며 말한다.

“ ...슈트 없이.. 그냥 싸워볼게.. “

“ 그건 안돼! 앨리스 너 엄청 크게 다쳐서 왔었잖아! 준비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최대한 하고 가는 게 맞아! “

아리나는 다쳐서 왔던 앨리스를 기억하며 걱정스러운 마음에 말한 것이지만 판단은 정확했다.

혹시라도 앨리스가 진다면 더는 파멸의 마녀를 막을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다들 어찌할지 모르고 이만 갈고 있었다.

그때 아리나가 다짐한다.

“ ..누군가가 가야 한다면.. 나를 데려가도 좋아. “

“ 아리나! “

“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

“ ..흐음.. 라티안이 아닌 건 아쉽지만.. 그래도 상관없긴 하지! “

상의도 없이 갑작스러운 아리나의 행동에 피렌과 라티안이 당황한다.

그러나 아리나는 이미 마음을 굳혔다.

“ 나.. 솔직히 지금으로써는 도움이 안 돼. 이렇게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겸사겸사 훈련도 되면 좋고 말야..! “

“ 그래도 너가 저 녀석이랑 같이 갈 필요는.. “

“ 우리 중에 가도 좋은 사람은 없어.. 그러니까 내가 자진해서 가겠다는 거야. 라티안, 피렌.. 내 선택을 존중해줘 “

결의를 다지는 아리나, 그 모습을 지켜보는 피렌과 라티안, 그리고 앨리스까지 아리나에게 미안해한다.

“ 미안.. “

“ ...이럴 거면.. 우린 다 같이 따라가겠어!! 아리나 혼자 위험하게 두지 않아!! “

“ 라티안..! 내가 선택한 거야! 억지 부리지 마! 너는 피렌이랑 같이 앨리스를 도와줘! “

그 모습을 보며 춘향이 손으로 귀를 파며 어이없어하고 있었다.

“ 얘들아.. 죽으러 가냐..? 안죽인다니까?!??!! 그냥 데리고 가는 거 뿐이라니까?!! 자꾸 이러면 나 화나?!! “

춘향이 화를 내도 여전히 침울한 분위기는 유지된다.

아리나는 힘차게 춘향의 앞에 당당하게 서있는다.

“ ...뭐냐? “

“ 자! 날 데려가! 그리고 얼른 수프인지 뭔지를 앨리스한테 줘! “

“ ... “

춘향은 한숨을 깊게 쉬고 자리를 떠난다.

아리나도 각오가 흔들리지 않도록 뒤돌아보지 않고 담담하게 춘향을 따라간다.

열 걸음쯤 걸어갔을 때 춘향이 뒤돌아본다.

“ ... 너네는 뭐하냐? 얼른 안 따라와? 슈트 받아가야 할거아냐! “

그렇게 다 같이 춘향을 따라 숲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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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0. 잠입 23.01.22 27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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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3. 빌딩 숲 사이에서 23.01.15 272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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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0. 복수의 끝에서 이어져 가는 23.01.12 272 1 14쪽
52 49. 주변의 모든 마나를 삼킬듯이 23.01.11 278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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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7. 시간이 흘러 23.01.09 273 1 14쪽
48 46. 앨리스의 마음 23.01.08 274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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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4. 짐덩이 23.01.06 277 1 14쪽
45 43. 훈련의 성과 23.01.05 277 1 13쪽
44 42. 새로운 위협 23.01.04 274 1 16쪽
43 41. 수레 두 대 분량의 사과 23.01.03 275 1 15쪽
42 40. 적월미화(2) 23.01.02 275 1 12쪽
41 39. 적월미화(1) 23.01.01 283 1 13쪽
40 38. 하얀 꽃잎과 붉은 꽃잎 22.12.31 283 1 12쪽
39 37. 또 다른 지구 22.12.30 286 1 14쪽
38 36. 무능한 마나 22.12.29 28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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