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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월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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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7.0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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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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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77,983

작성
23.01.0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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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0. 적월미화(2)

DUMMY

“ 토끼 자식....! “

춘향이 반갑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 반가워! 그때는 이름도 안 듣고 죽이려 들었지? 이제는 좀 들어줄 마음이 있으려나? “

말이 끝난 것과 동시에 춘향의 모습이 사라졌다. 섬뜩한 느낌을 받은 마녀가 왼쪽으로 급하게 몸을 날린다.

“ 어머.. 아직 감각은 살아있나 보네? 목을 날려버리려고 했는데 말야~ “

목 옆에 날카로운 무언가가 지나간 서늘한 감각이 아직 남아있다.

이 녀석은 어디서 온 걸까? 계속.. 지켜보고 있던 것인가

어째서 여기에 온 걸까? ...방금의 공격을 보아 누가 됐든 죽이기 위해서 온 것 같다.

왜 이 타이밍에 나타난 것일까? ..잠깐... 설마..

“ ..앨리스와 페어를 맺은 건.... “

“ 오! 와! 박수! 짝짝짝~ 정답이에요~ 나랑~ 앨리스랑~ 저어~기 있는 짐덩이 둘이랑~ 멀리 떨어져 있는 짐덩이 하나까지! 우린 같은 파티 맴버야~ “

실제론 조금 다르지만, 앨리스와 춘향은 함께 행동해야 할 일도 많고 서로 간에 도움도 많이 주고 있으니 같은 파티라고 해도 될 것이다.

그리고 그편이 마녀의 정신을 갉아먹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춘향의 발언은 마녀에게 충격적이었다.

“ ...앨리스가.. 인간과...정말.. 갈 때까지 갔구나...!! “

마녀의 시선이 앨리스도, 춘향도 아닌 다른 곳을 향한다.

춘향이 그 시선을 따라 눈을 돌리자 이곳으로 열심히 달려오고 있는 라티안과 피렌의 모습이 보였다.

“ 너가 여기에 왜 나타난 거야아아아!!! “

라티안은 거리가 좀 있었기에 온 힘을 다해 외치고 있었다.

“ 아.. 정말~ 타이밍 참 못 맞추네.. “

마녀는 라티안과 피렌을 바라보더니 한순간 사라졌다. 춘향도 거의 동시에 달려나간다.

라티안과 피렌이 눈치채기도 전에 마녀의 레이피어가 라티안을 꿰뚫어 죽이려 한다.

아슬하게 늦지 않은 춘향이 낫을 레이피어에 걸어 위로 쳐내고 마녀를 있는 힘껏 발로 차 날려 보낸다.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춘향과 저 멀리서 부딪히는 충격음과 함께 마녀의 모습이 보이자 라티안과 피렌은 당황한다.

“ 너 죽을뻔했던 거 알아? 모르겠지? 우리 모습이 보이지도 않았지? 그게 지금의 너희 실력이야. 그러니 방해하지 말고 앨리스나 데리고 가버려. “

살짝 당황했지만 할 말은 해야 한다.

“ 너.. 너.. 너가 왜 여기에 나타난 거야! 아리나는 어쨌어!! “

“ 어째서 앨리스를 공격한 거지? “

라티안과 피렌은 아랑곳하지 않고 춘향을 추궁하자 춘향은 노골적으로 짜증을 내며 쫓아낸다.

“ 알아서 잘 오고 있겠지!! 그 꼬맹이를 신경 쓸 시간이 있으면 너네 몸뚱이나 관리 잘해! 아니면.. 내 손에 죽고 싶어? “

“ ..뭐야?!!?! “

“ 라티안. 침착해. “

금방이라도 달려들 뻔한 라티안을 피렌이 막는다.

“ 모든 것이 끝나면. 제대로 설명해주는 거겠지? “

“ 그래그래~ 내가 이긴다면 설명해줄 테니까 빨리 가버려. “

만족스럽진 못했지만, 춘향은 말하면서도 끝까지 마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그 모습에 피렌은 일단 물러나기로 한다.

불만은 많았지만, 라티안과 함께 앨리스에게 달려간다.

“ 이긴다면 말이지.. 이겨서 나도 설명해주고 싶은데~ 잘됐으면 좋겠네.. “

애초에 상성이 너무나도 안 좋았다.

기습을 통해 타격은 주었지만 마무리하지는 못했다.

앨리스가 얼마나 체력을 빼놓았는지가 관건인가...

“음~ 일단 자기소개부터 할까? 난 춘향이야~ 네가 알고 있는 그 춘향의 이름을.. 엇챠... 정말..! 좀 들어달라니깐! “

태연하게 인사하려는 춘향의 말을 끊고 마녀가 달려들어 레이피어를 휘두른다.

“ 죽어.. 죽어... 죽어!!! 자꾸 방해하는 게 너무나도 짜증나!! 얼른 죽어버려!!! “

붉은 꽃잎들이 사방으로 춘향을 향해 덮친다.

“ 아이고.. 난 이런 걸 막을 기술이 없단 말이지..? “

분명 어중간한 마법으로는 마녀의 주력기인 꽃잎들을 막아내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마법진을 그리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결국, 춘향은 자신의 가장 자신 있는 분야로 상대하기로 한다.

“ 후우... 최대한 해보자고! “

양손에 들고 있는 한 손 낫을 가볍게 쥔다.

수많은 붉은 꽃잎이 만들어낸 파도들을 하나하나 쳐내기 시작한다.

중간중간에 날아오는 푸른빛을 쳐낼 때마다 낫을 들고 있는 손에 힘이 강하게 들어간다.

덕분에 빈틈이 조금씩 생겨 붉은 꽃잎들에 의해 상처가 나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붉은 꽃잎들을 쳐내거나 잘라내었을 때 묵직한 공격이 후방에서 느껴졌다.

몸을 틀어 오른손의 낫으로 막았지만, 충격이 강력한 탓에 뒤로 밀려났다.

“ 이야.... 뭔 레이피어가 이렇게 묵직하대..? 너.. 다친 거 맞니..? “

레이피어는 원래 가볍고 날카로운 공격을 연속으로 찌르는 것이 치명적인 무기다.

춘향은 이어서 날아오는 공격을 보기 위해 검 끝을 집중해서 바라본다.

마녀는 역시나 가벼운 것이 장점인 레이피어를 들고 연속공격을 하기 시작한다.

조금 다른 점은 좌우로 아무렇게나 휘두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덕분에 공격을 예측하고 막아내기는 편했다.

그런 마녀의 공격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을 발견해낸다.

“ 으.. 난 암살이 특기라서 이런 정면에서의 싸움은 하기 싫은데.. “

레이피어를 휘두르던 마녀가 뒤로 물러난다.

그러자 푸른 빛들이 사방에서 틈을 노리고 공격해온다.

바람에 흩날리듯 다가오는 붉은 꽃잎들에서도 가시들이 튀어나와 공격한다.

“ 거 참 쳐낼 거 많네! 천천히 좀 공격하면 안 되냐?! “

점점 춘향의 검은 피가 많이 흐르기 시작한다.

이대로 가면 패배할 것을 직감한 춘향은 결국 머릿속으로 세운 작전을 실행하기로 한다.

‘ 실패하면 다시는 안 먹히겠지..? 그러면 죽는 건 확정인데.. 어쩔 수 없나..? ‘

춘향은 마녀 몰래 마나를 모았다.

발목에 그림자로 만든 조그마한 원 모양의 마법진이 떠오른다.

바로 공격할 수도 있었지만 확실하게 마나를 모으기 위해 푸른 빛을 조금 더 쳐내며 연기한다.

“ 정말 빈틈이 없네! 너 한국인 맞구나? 이렇게 빡빡한 거 보면 성격 참 급할 거야 그치?! 맞지?!! “

“ ..시끄러워!! 얼른 죽기나 해!! “

붉은 꽃잎에서 튀어나온 가시들을 잘라내는 순간 마녀가 레이피어를 휘두른다.

괜한 충격을 받고 싶지 않아 회피하는 순간 푸른 빛이 왼쪽 어깨를 스치고 지나간다.

오른쪽에서 엇박자로 날아오는 푸른빛을 쳐내고 마녀를 바라보자 이미 마녀는 멀리서 틈을 보고 있었다.

‘ 좋아.. 한 번만 더...! ‘

춘향의 몸에 잔상처들이 아주 많이 생겼다.

이 상처들의 대부분은 마녀가 직접 전투에 개입하는 그 틈에 생긴 것들이었다.

마녀는 그 점을 알아차리고 다시 한번 공격할 준비를 한다.

‘ 지금! ‘

춘향의 양쪽 발목에 떠있는 마법진이 더욱 짙은 검은색으로 변한다.

마나의 힘으로 가속하여 마녀의 시야에서 한순간 사라졌다.

‘ ..?! 어디로.. 갔.. ‘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살기는 느껴졌다. 뒤가 너무나도 따가웠다.

마녀는 몸을 돌려 붉은 꽃잎으로 장벽을 세우며 동시에 레이피어를 들어 방어한다.

춘향의 낫은 장벽을 뚫는 데 성공했지만 레이피어에 막히고 말았다.

운이 좋았던 것인지 어쨌는지는 모르지만 방어하는 데 성공한다.

막았다는 느낌이 손에 생생하게 전해져 왔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춘향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위험했다. 하지만 기습은 막아냈다. 이제 완벽한 승기를 가져올 수 있다.

그 순간 찢어진 붉은 꽃잎의 장벽 사이로 그림자로 만든 낫이 날아왔다.

‘ 무기를.. 날렸어..? ‘

다행히 마녀는 힘을 살짝 풀긴 했어도 방어 자세 그대로였기에 날아오는 낫을 방어해낼 수 있었다.

막아냈다고 생각하는 순간 레이피어의 날에 새로운 낫이 걸리고 있었다.

“ 어..? 무슨.. “

눈앞에는 어느새 춘향이 다가와서 레이피어에 두 개의 낫을 교차하여 걸었다.

“ 이렇게 얇은 검을 들었으면.. 막는 게 아니라 회피를 해야지? “

춘향이 웃고 있었다. 작전은 성공했다.

그대로 양손에 힘을 주어 레이피어를 부숴버렸다.

마녀의 눈이 커진다.

일단 위험하기에 그 자리에서 이탈하려 했다.

-촤륵

빠르게 춘향과 거리를 벌렸지만, 어느 순간 누군가가 팔을 붙잡는 것이 느껴졌다.

“ 이.. 이건... 사슬..? “

언제 걸었던 것일까.

두 개의 낫을 연결하고 있던 사슬이 마녀의 팔에 감겨있었다.

묶여서 도망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어서 빨리 꽃잎들을 움직여 사슬을 끊으려고 했다.

그러나 꽃잎보다도 더 빨리 마녀의 심장에 그림자로 만든 낫이 꽂혔다.

오른손에 쥐고 있던 낫을 날린 춘향은 그대로 마녀의 뒤로 이동해 왼손의 낫을 등에 꽂았다. 마녀의 앞뒤로 꽂혀있는 낫을 쥐고 그대로 어깨까지 가르며 뽑아냈다.

-촤악

살갗을 찢어내는 소리와 함께 마녀의 피가 하늘로 높게 솟구쳐 올랐다.

“ 내가 이겨버렸네~ “

고통스러운 비명과 함께 마녀가 무릎을 꿇었다. 천천히 쓰러져간다.

“ ..죽기.. 싫어.. “

마녀가 쓰러졌다. 움직임이 없다. 붉은 꽃잎들이 천천히 사라져간다.

푸른 빛이 원래의 모습인 푸른 꽃잎으로 돌아간다.

“ 휴.. 드디어 끝났네.. 아야야.. 아프다.. 정말 이렇게까지 안 맞는 상성이 또 있으려나? “

춘향은 계속 지켜보았지만 아무래도 정말 죽은 것 같았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앨리스를 찾았다.

앨리스는 이제 막 정신을 차린 느낌인지 마나를 전개해 부상을 회복하고 있었다.

춘향이 앨리스를 똑바로 보고 다가오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라티안이 춘향을 막으려 한다.

“ 너 빨리 설명해! 앨리스를 공격한 것은 드디어 본색을 드러낸.. “

앞을 가로막은 라티안을 힘으로 밀쳐내고 앨리스의 앞으로 간다.

“ 비켜. “

“ 어.. 어?! 야!! 무시하기냐!! “

라티안이 춘향을 붙잡기 직전 춘향의 입에서 라티안과 피렌은 처음 듣는 이야기를 한다.

춘향은 앨리스의 목을 쥔다.

“ 너. 왜 멋대로 죽으려 했어? “

“ 너 내 말을.. 뭐? 죽으려 했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

“ ...앨리스. 저 말이 사실이야? “

앨리스는 자신의 목을 쥐고 있는 춘향의 손을 부드럽게 떼어낸다.

“ ..그래. “

주변의 하얀 꽃잎들이 치료가 끝났는지 사라져간다.

“ ..그녀도 결국 나니까.. 내가 죽더라도.. 나는 살아있는 거야.. “

“ 이건 또 뭔 소리래.. 그래서 죽으려 했다 이거냐? 막겠다고 해놓고 마지막의 마지막에 와서 흔들려서 니가 죽고 끝내겠다고?! “

춘향은 화가 나서 주먹을 휘둘렀다.

신체 능력이 높은 만큼 주먹이 매우 빨랐다.

그러나 그 주먹은 앨리스의 손에 막혔다.

“ 아야야... 뭔 슈트가 이렇게 단단해?! 손도 이렇게 단단하면 밥은 어떻게 먹냐?! “

슈트가 단단한 것과 밥은 무슨 상관인가 싶었지만, 앨리스는 개의치 않고 마녀를 향해 걸어간다.

“ ..너희들이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했어. “

앨리스가 죽는다면 춘향은 어떻게든 그녀를 유도하여 함께 힘을 합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래야 다가오는 위협에 대응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라티안도, 피렌도, 아리나도 그녀와 함께할 것이다.

그렇게 앨리스가 받은 따뜻한 마음을 그녀도 느끼길 바랐다.

“ 너희들은.. 날 구원해줬으니까.. “

앨리스는 천천히 걸어 나간다.

싸늘하게 죽어있는 그녀의 앞에 섰다.

크게 슬프지는 않았다.

그녀 또한 앨리스였으니까. 그리고 앨리스는 지금 살아있으니까.

그러니까..

“ 내가 죽지 않는 이상.. 넌 계속 살아있는 거야. “

주변에 흩어진 푸른 꽃잎들을 모아 손에 쥐어 보았다.

잠들어 있던 2000년 동안 빚어낸 이 마나는 무척이나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 이젠.. 과거 같은 건 잊어버리고.. 나와 함께 살아가자. “

싸늘하게 누워있는 마녀의 몸을 하얀 꽃잎으로 덮어 주었다.

꽃잎에서 그녀가 가지고 있던 마나가, 수많은 감정들이 느껴진다.

그 감정들을 마음속 깊은 곳에 모아서 보관한다.

“ ...잘자. “


작가의말

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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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4. 짐덩이 23.01.06 277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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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2. 새로운 위협 23.01.04 274 1 16쪽
43 41. 수레 두 대 분량의 사과 23.01.03 275 1 15쪽
» 40. 적월미화(2) 23.01.02 276 1 12쪽
41 39. 적월미화(1) 23.01.01 28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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