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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안녕하세요?

적월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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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7.04 19:32
연재수 :
5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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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77,983

작성
23.01.15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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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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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3. 빌딩 숲 사이에서

DUMMY

게이트 너머의 세계는 전혀 다른 세계라고 생각했다.

문명이 발달한 도시, 화려한 네온사인,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는 인공지능 로봇들..

과거의 지구보다 발전한 세계라면 당연히 있을 줄 알았다.

“ ...음침해.. “

“ ....뭐야..? 숲? “

“ 숲이라기엔 너무 인위적인 건물들이 많은데.. “

게이트의 주위에는 다 부서져 가는 허름한 빌딩들이 있었으며 사이 사이로 썩어가는 나무들의 모습이 보였다.

앨리스는 여전히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았으며 춘향은 여전히 콧노래를 부르며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춘향에게도 예상 밖이었는지 게이트에 들어서기 전보다 덜 신난 느낌이었다.

“ 음~... 뭔가.. 생각했던 도시랑은 많이 다르네? 환영합니다~ 하면서 막 플랜카드 걸어두고 폭죽도 터트리고 할 줄 알았는데 말야... 손님 접대가 영 별로네! “

“ 손님이라니.. “

춘향의 어이없는 말에 라티안이 잠시 긴장을 풀었다. 그러자 앨리스가 바로 저지한다.

“ 긴장 풀지 마. 아직 앞에 있어. “

“ ..? 앞에 있다니..? 뭐가..? “

라티안은 다시 감각을 세우고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역시 아무것도 없다고 느껴진다.

“ 아이 거참.. 언어도 안 통하니까 답답하네... 이제 쫌 나오지 그래?! 너무 부끄럼 타는 사람은 매력 없는데 말야! “

라티안은 춘향이 이쪽을 보고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있을 상대를 보고 이야기했던 것을 눈치챘다.

조용히 경계를 늦추지 않고 앨리스에게 물어본다.

“ ..어디 있는 거야? “

“ 정면 건물들 안쪽이랑.. 뒤에.. 수가 많아. “

“ ..얼마나? “

“ ...30 정도. “

이 음침하고 서늘한, 고요한 건물 사이사이에 30명의 적이 숨어있다.

라티안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킨다.

기나긴 대치가 지나고 지휘관처럼 보이는 인물이 혼자서 앞으로 나온다.

하얀 로브를 후드까지 뒤집어쓴 채로 입고 있었으며 로브가 마치 하얀 비늘로 만든 것처럼 단단해 보였다.

지휘관의 머리 위에는 둥근 고리가 은은한 빛을 띠며 공중에 떠 있었고, 지휘관을 똑바로 바라보면 볼수록 조금씩 흐릿하게 보였다.

그리고 그 지휘관의 손에는 긴 막대를 하나 쥐고 있었다.

“ 오.. 저거 뭐야? 천사 링? 나도 하나 갖고 싶어! 여기서 파는 거야? 기념품으로 하나 챙겨가도 될까? “

춘향이 활기차게 자신의 머리 위를 톡톡 건드리며 말을 건네본다.

알아듣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일부러 말을 해본다.

“ XXxx. Xx XXXX “

“ ... “

역시나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다.

“ ..흐음.. 역시나 모르는 언어네~ 어떻게 하면 언어를 배울 수 있으려나.. “

“ ...XXXx Xx.. “

지휘관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게이트의 문이 닫힌다.

“ 앗.. 문이...! “

“ ...퇴로가 막혔어. “

“ 역시.. 함정이었던 건가.. “

이미 전투준비를 해놓았던 라티안은 다시 한번 검을 고쳐 쥐고 크게 심호흡을 한다.

“ 후... 이럴 줄 알았으면 입조심 하는 거였는데.. “

지휘관의 얼굴은 후드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어딘가 비웃은 느낌이 들었다.

눈앞의 지휘관은 천천히 손을 들어 양손으로 막대를 잡고 조준한다.

조준한다.

막대를 조준했다. 춘향의 눈이 막대의 끝부분을 따라간다.

“ ....다들 튀어..!! “

지휘관이 잡고 있던 막대의 끝부분에 작은 원이 만들어진다.

마법진이다.

뒤이어 건물 사이, 건물 뒤에서도 마법진이 걸려있는 막대의 끝부분이 라티안 일행을 향해 조준했다.

춘향은 아리나와 라티안을 붙잡고 달렸으며 앨리스와 피렌과 함께 거의 다 무너져 가는 건물의 창문을 뛰어넘어 숨었다.

곧이어 창문사이로 수많은 탄환이 쏟아져 나온다.

“ 으왓! 잠깐만! 이거 뭐야! “

“ 으으 귀 아파..! “

“ 헉.. 벽이 뚫렸어..! “

처음 겪는 상황에 공황상태에 빠진 라티안과 피렌, 아리나는 어찌할 줄 모르고 당황해서 소리친다.

호흡이 빨라지고 어디로든 도망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앨리스가 어떻게든 진정시키기 위해 라티안과 피렌, 아리나를 푸른 막으로 씌워준다.

물론 보호하는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수 있으리라.

“ ...진정해.. 괜찮아.. “

옆에서 춘향이 상황을 보기 위해 잠시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가 날아오는 탄환을 아슬하게 피하며 다시 숨었다.

“ 우씨.... 야!!! 우린 칼 들고 있는데 총은 너무한 거 아니냐!!! “

상대는 탄창이라는 개념도 없는지 계속해서 쏘고 있었다.

“ 이걸 어떻게 돌파하지.. “

춘향이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사이 앨리스가 춘향의 곁으로 수많은 사선을 뚫고 다가왔다.

“ 우왁.. 깜짝이야... 그러다 총 맞으면 어쩌려고 여기까지 고속이동을 하는 거야? “

앨리스는 고개를 젓는다.

“ 저걸 자세히 봐. “

앨리스가 가리킨 방향에는 총격으로 곧 무너져내릴 것 같은 벽이 있었다.

“ 저게 뭐가..... 아.... 아하... 아하 아하 그렇구나...! “

별다를 것 없이 총격 때문에 부서지려는 벽을 보고 춘향은 깨달았다.

그곳에는 벽과 그 벽의 잔해밖에 없었다. 총알이 없었다.

“ 하긴.. 전혀 다른 세계인데 지구랑 똑같은 무기가 있을 리가 없지..! “

춘향은 총알의 궤적을 최대한 집중해서 쳐다본다.

이것은 총알이 아닌 마나의 덩어리였다.

“ 마법으로 가속한 총알인 줄 알았는데 말야... 그냥 마나 덩어리를 쏘는 거라면.. 길은 얼마든지 열려있지..! “

앨리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의 마나인 하얀 꽃잎을 전개한다.

세상이 하얗게 물들었다.

상대 쪽에서도 살짝 당황한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린다.

이어서 하얀 꽃잎들 사이에서 나무가 자라기 시작한다.

나무는 하얀 잎을 피웠으며 그 잎들이 떨어지면서 날아가는 총알이 닿자 그대로 마나를 흡수했다.

나무가 방패가 되어 총격이 줄어들자 춘향이 나무 사이로 숨어들어 빠른 속도로 접근한다.

라티안 일행이 숨어있는 건물 쪽으로 날아오는 총알이 줄어들자 점점 호흡이 정상적으로 돌아온 피렌이 심호흡하며 도울 준비를 한다.

“ 스읍.... 하아..... 라티안. 준비하자. 상대의 시선이라도 뺏을 수 있게 범위 밖에서 불 질러버려. “

라티안은 아직 긴장했는지 대답은 없었다. 그러나 눈빛은 분명히 살아있다.

피렌은 손을 뻗어 나무 사이로 바람을 보내 춘향을 추적한다.

‘ 찾았다..! 이번에야말로.... ‘

피렌의 뻗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러자 바람은 움직임에 방해되지 않을 만큼 가볍게 춘향을 휘감았다.

바람은 춘향의 최고속도를 한번 겪어봐서 그런지 처음보다 춘향을 잘 따라왔다.

춘향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오른다.

“ 오.. 큰 도움은 안 되지만.. 조금은 나아졌네? 그럼 어디 한번...! “

나무 사이를 더욱더 빠르게 움직여 상대에게 접근한다.

나무숲을 벗어나기 직전 오른쪽 건물에서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불꽃이 일렁인다.

한순간 적들의 시야가 오른쪽으로 쏠린다.

“ 나이스 어시스트~ “

춘향의 낫이 상대의 목을 쳐낸다.

춘향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진다.

목을 쳐내는 것은 좋았으나 깔끔하게 잘리지 않고 한번 걸리는 느낌이 있었다.

“ ...단단하네~... “

그러나 망설일 시간은 없다.

하얀 꽃잎 밑으로 미리 보냈던 그림자들이 적들의 위치를 전부 찾아냈다.

“ 열다섯..! 열여섯..! “

하나씩 하나씩 목을 베어낸다.

“ 까꿍~ “

“ Xxxx!!!!! “

“ 뭐라는지 모르겠네~ 스물일곱! 이얍! “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지만, 지휘관처럼 보였던 사람을 포함한 세 명이 도망쳤기에 지금 잡은 스물일곱 번째가 마지막이었다.

“ 휴우~.. 다 끝났어~! 아우 손목 아파... 목 부분만 좀 연하게 만들면 안 됐나? 이 옷은 베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네.. “

춘향은 스물일곱 번째 시체를 들어보며 옷을 만지작대고 있었다.

“ 베는 사람에 대한 예의는 대체 뭐야..! 빨리 치워 그거..! “

“ 에~ 왜? 이거 봐봐! 흐릿흐릿하면서도 천같이 가벼워! 그리고 엄청 단단해! 뺏어 입으면 좋지 않을까? “

춘향은 계속 시체를 흔들흔들 해보며 한 손에는 시체의 옷을, 다른 한 손에는 그들의 머리 위에 있던 고리를 들고 마치 전리품을 챙기려는 듯이 고르고 있었다.

라티안과 피렌, 아리나는 물론이고 앨리스의 표정마저 일그러진다.

“ 아무리 그래도.. 시체에서 옷을 뺏어 입는 건 좀... “

“ ..우린 물건 사러 온 게 아니야. “

춘향의 표정이 진심으로 슬퍼진다.

“ 히잉.. 그래도 아까운데.. “

그 모습을 보고 앨리스도 설득에 나선다.

“ ...자칫 그 단체로 오해받을 수 있어.. “

“ 흐음... 하긴! 여기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는데 함부로 이런 옷을 입으면 큰일 날 수도 있지! 옷은 포기! “

춘향은 목이 잘린 시체를 그대로 바닥에 떨어뜨린다.

이제는 반대편 손에 있던 고리를 머리 위에 올려본다.

“ 어때 어때? 천사 같아? 이거 천사링이잖아! “

“ ...그러니까 물건 사러 온 게 아니라니깐.. “

-쿵

춘향은 머리 위에서 고리를 이리저리 돌려보다 점점 말이 없어지고 진지한 표정이 된다.

“ 어라..? 이거.. 음..? “

앨리스가 갑자기 옆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 모습을 우연히 라티안이 보았다.

“ 응? 앨리스 저기 뭐 있어? “

춘향은 아직도 고리를 돌려보며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들어 분석하고 있었다.

“ 음음.. 오호.. 신기하네.. 마나에 반응하는 건가..? 음... 오..! “

-쿵

앨리스는 주위에 하얀 꽃잎을 전개했다.

“ ...무언가 오고 있어... 사람이야.. “

“ ...얼마나 더..? 그래도 이런 애들이라면 어떻게든 상대 가능한 거지? “

앨리스와 라티안의 대화에 어느 순간 아리나도 끼어든다.

“ 으으.. 앨리스 방금 뭔가 쿵쿵거리지 않았어..? 좀.. 무서운데....? “

“ 흐음.. 이쁘긴 한데 내가 쓸 순 없는 건가...? 흐으으음... “

피렌은 멀리서 자기 할 말만 하는 이 광경을 지켜본다.

“ ...우리는 역시 이게 어울리지.. “

물론 피렌도 쿵쿵대는 소리가 신경 쓰였기에 앨리스에게 다가갔다.

“ 춘향. 너도 그만하고 이쪽으로 와. 무언가 오고있... 그.. 그건 왜 주워오는 거야? “

춘향은 어느새 시체들에서 깨끗한 고리를 다섯 개 주워 오고 있었다.

“ 이거! 이거 잘하면 우리가 쓸 수 있을 것 같아! 자! 마나에 대해 제일 잘 알고 있는 우리 박사님께서 나설 차례야! “

춘향은 다섯 개의 고리를 강제로 앨리스의 품에 밀어 넣었다.

“ 엣... 에..? 왜 나한테..? “

앨리스는 당황한 나머지 경계하던 것도 잊어버린다.

“ 머리에 한 번 써봐! 그럼 이해할걸? 아주 잘만 활용한다면.. 저들이랑 대화하는 것도 가능할지도? “

-쿵

아까부터 불안해하던 아리나가 춘향을 향해 따지기 시작한다.

“ 지금 그럴 때가 아니라니까?! 지금이 쿵쿵 소리 안 들려?! 뭔가 오고 있다구! “

“ 응? 아~ 저거? 저건 걱정 마~ 저 정도는 별거 아냐! 금방 처리하고 올게! “

춘향은 여유롭다는 듯 웃어 보이며 앨리스가 경계했던 방향의 반대편으로 간다.

라티안이 그 모습을 보고 춘향을 붙잡는다.

“ 엥..? 야 너 어디 가냐? “

춘향이 어리둥절해 하며 라티안을 쳐다본다.

“ 응? 뭐가? 쟤네 말한 거 아니야? “

“ ..난 이쪽 말한 건데.. “

춘향과 앨리스는 서로 반대편을 가리키고 있었다.

곧이어 앨리스가 가리킨 곳에서 거대한 함성이 들려온다.

“ Xxxx! Xxxxxx! “

수많은 사람이 각자의 모습으로 달려오기 시작한다.

그 수를 하나둘 세어보던 라티안이 당황해한다. 어림잡아 백 명은 간단히 넘으리라.

“ 어.. 좀.. 많은데..? “

곧이어 춘향이 가리킨 곳에서도 수많은 검은 무언가가 파도처럼 밀려온다.

-키이이이익!

-그그그그그그

아리나도, 피렌도 당황한다.

“ 저.. 저건 망령..?! 저게 왜 여기에..! “

춘향이 머리를 긁적인다.

“ 에.. 난 분명 저거 말하는 줄 알았는데..? “

그때 앨리스가 가리켰던 방향에서 분명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지만 의미만큼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말을 외치는 사람이 있었다.

“ Xxx xxxxx!!!!!!!!!!!! “

분명 그 사람은 공격하라! 라고 외쳤을 것이다.

백 명이 넘는 인간들과 수백은 넘어 보이는 검은 망령들이 라티안 일행을 한가운데 두고 달리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원거리에서 확실하게 적을 사살할 수 있는 총을 계속 사용하다 보면

몸 쓰는것이 둔해져서 아무래도 근접전이 약점이 되더라구요


물론 붙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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