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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안녕하세요?

적월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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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7.04 19:32
연재수 :
5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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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
글자수 :
3,677,983

작성
22.12.31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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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8. 하얀 꽃잎과 붉은 꽃잎

DUMMY

“ 으.. 역시 아리나를 따라가는 게 좋지 않았을까..? “

아리나와 춘향이 오두막을 떠나고 남겨진 라티안과 피렌은 아직도 고민하고 있었다.

“ 그래도.. 아리나가 그렇게 단호하게 말하는데 쫓아가면 좀 그렇지. “

“ 하아.... 걔는 정말 무슨 생각이람... “

계속 한숨만 늘어나고 있었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잠들어있다가 깨어나서 하는 제대로 된 전투를 하기 위해서 더욱더 세밀한 조정과 몸풀기를 위해 앨리스는 잠시 오두막을 나가 있었다.

“ 앨리스는 언제쯤 끝나려나.. “

“ 지금 끝냈어. “

“ 아.. 그렇구나... “

라티안의 질문에 갑자기 나타난 앨리스가 뒤에서 답한다.

충분히 놀랄만한 상황이지만 아리나에 신경이 쓰이는지라 라티안의 반응이 밋밋했다.

정신이 어딘가로 떠난 라티안 대신에 피렌이 앨리스와 앞으로의 일정을 의논한다.

“ 앨리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마녀를 추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건가? “

“ 그건.. 괜찮아. 추적할 수 있어. “

“ 그건 좋은 소식이네. 그럼.. 음.. .. .. 혹시 우린 가만히 있는 게 도움이 될까? “

피렌이 필요한 부분을 머릿속에서 추적하다 보니 라티안과 피렌은 가만히 앉아있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귀여웠는지 앨리스가 부드럽게 웃어주었다.

“ 동료잖아. 가자. “

또륵.

라티안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 동료.. 라고 해주다니... 앨리스의 입에서.. 동료... “

“ ...라티안 그거.. 눈물까지 흘릴 일이야? “

“ 우리가 앨리스랑 동료가 되기 위해서 싸웠던 거 기억 안 나..? 그때 했던 싸움을 생각하면 지금 이 상황은 당연히 눈물 나는 거 아니야..? “

앨리스와 피렌이 눈을 마주친다.

“ 딱히.. “

“ ...정신 차려 라티안.. 빨리 가기나 하자. “




마녀의 흔적을 쫓아 따라간 지 5일이 지났다.

두 번째로 만난 파괴된 마을에서 드디어 앨리스와 똑같은 마나의 흔적을 찾는 데 성공했다.

앨리스는 라티안이 억지로 쥐여준 육포를 한 손으로 우물거리며 말한다.

“ 조금만 기다려줘..... 금방 찾아낼게 “

솔직히 흔적 찾는 것도, 흔적에서 마녀의 위치를 추적하는 것도 전부 앨리스의 몫이기에 라티안과 피렌은 가만히 육포를 뜯는 것 외엔 할 일이 없었다.

“ 쩝쩝.. 아리나는 쩝.. 잘 지낼까? “

육포를 맛있게 먹고 있는 라티안의 옆에서 피렌도 육포를 조금씩 뜯어 먹으며 대꾸한다.

“ 글쎄.. 그래도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 것 같아. 앨리스와의 약속도 있으니 해치는 일은 없으리라 믿어야지. “

“ 그래도 좀 걱정이네.. 쩝쩝.... 어디로 갔으려나? “

한두 번이라면 이해는 하겠다만 5일 내내 라티안은 아리나를 걱정하고 있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아주 가볍게 스쳐 지나가는 말처럼 피렌은 라티안의 마음을 물어본다.

“ 라티안.. 너 아리나를 좋아하냐? 끊임없이 신경 쓰네. “

라티안 역시 가볍게 대답할 줄 알았으나 은근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들리는 대답은 진지해 보이지는 않았다.

“ 쩝쩝.. 아리나는 싸가지 없어서 싫은데.. 동료로는 좋아! 쩝쩝.. “

앨리스가 동료라고 말한 이후부터 라티안은 계속 동료라는 단어에 꽂혀있는 듯하다.

잠깐의 잡담을 나누는 사이 앨리스가 돌아온다.

“ 쩝쩝.. 마녀는 찾았어? “

“ 조금 멀리 있네. “

라티안이 앨리스에게 육포 하나를 더 건네준다.

앨리스는 이미 한 손으로 육포를 먹고 있었지만, 반대편 손으로 라티안이 주는 육포를 다시 집어 든다.

“ 아이고.. 멀리 있다는 건 또 행군을 해야 한다는 거네.. 이젠 질리는데 말야.. “

“ 음.. 나도 가까웠으면 좋았겠다 싶었는데 말야. 멀리 간 거면.. 그만큼 피해도 많이 나왔겠지.. “

대화 자체는 우울했지만 다들 육포를 열심히 빨아 먹고 있었다.

앨리스는 어렸을 적에 태블릿으로 만나는 것이 아닌, 실제로 친구들끼리 모여서 놀았던 때가 생각이 났다.

앨리스에게 얼마 남지 않은 행복한 기억 중 하나였다.

남은 육포를 한입에 삼켜버린 라티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 자 이제 슬슬 가야지! 피렌! 앨리스! 가자! 더 큰 피해가 나오기 전에 말야! “

“ 의욕이 엄청나네.. 앨리스. 넌 좀 괜찮아? 마나를 계속 썼는데.. 무리하는 건 아니겠지? “

앨리스는 대답 대신 살며시 손짓한다.

그러자 산뜻하고 가벼운, 마치 어린아이가 장난치는듯한 바람이 라티안과 피렌의 뺨에 닿았다.

앨리스의 기분이 매우 좋다는 것이 느껴졌다.

“ 가자. “

점점 세상에 꽃이 피는 기분이다.

이젠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언제나 믿어준다고 말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

자신의 힘을 멋대로 사용해도 겁먹지 않는 친구들이 있다.

그녀와도 함께.. 이 행복할 수 있는 세계에서 살아가고 싶다.

“ 금방 갈게.. 앨리스.. “





최근 머릿속에 어째서? 왜? 와 같은 의문형 문장들만 수없이 지나가고 있다.

‘ 어째서.. 앨리스는 왜 나를 버리고 인간을 택한 거지..? ‘

‘ 어째서 나와 같이 세계를 파멸시키지 않으려는 거지..? ‘

‘ 세뇌마법인가..? ‘

‘ 세뇌마법을 사용한다 해도 앨리스를 세뇌시킬 수 있는 마나를 가지고 있다고..? ‘

‘ 내가 잠든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지..? ‘

마녀와 앨리스는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의 앨리스와 마녀는 서로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도 계속 생각이 난다.

사람을 잔뜩 죽여도, 건물을 아무리 부숴도 끊임없이 신경 쓰인다.

“ ..앨리스라면... 그래.. 오지 말라고 해도 나타나서는 내 앞을 가로막겠지.. “

이제는 다른 인격체라지만 한때는 하나였기에 앨리스의 성격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 얼마 안 가 그녀와는 결판을 내겠지..? “

앨리스와 싸우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

“ 그 토끼 자식도.. 반드시 잡아야 해... “

인간 중에서도 방해하는 세력은 뿌리를 뽑아내야 한다.

“ 그 외계인도.. 언젠간 다시 돌아온다 했으니... “

지구의 모든 재앙의 근원도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전부 다 절대 쉽지 않은 상대다.

하지만.. 어떻게든 이겨낼 것이다.

그래야 이 썩어빠진 세계를 깨끗하게 바꿀 수 있을 테니까..

“ 그래..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이젠 나밖에 남지 않았어.. “

인간들도..

토끼 자식도..

외계인도..

모두 죽인다.

그리고 이제는 적이 된 앨리스도..

마녀의 손으로 죽이고 진정한 파멸의 마녀가 될 것이다.

자기도 모르게 어느새 멈춰서 생각하고 있던 마녀는 다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그 앞에는 거대한 도시와 수많은 병사들이 있었다.

“ 적이 온다!! 사정거리에 들어오면 한 번에 포격한다! 대기해!! “

이미 파멸의 마녀에 대한 소문이 이곳까지 퍼진 모양이다.

지휘관의 명령에 맞춰 병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지휘관의 지휘가 긴장한 탓인지, 목소리가 큰 탓인지 모든 소리가 마녀의 귀에도 들어왔다.

그러나 변하는 것은 없었다.

오히려 모두 도망가지 않고 그대로 덤벼들었으면 좋겠다.

쫓아가서 죽일 일 없이 그 자리에서 죽일 수 있을 테니까.

“ 마법 제2부대 포격 준비!! “

마녀는 상대가 준비하는 것을 보고도 여전히 평범하게 걸어오고 있다.

“ 발사!!!! “

조금 먼 거리에서 수많은 불덩이가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그것을 보고 마녀는 붉은 꽃잎을 주위에 전개했다.

꽃잎들이 화려하게 휘날리며 다가오는 불덩이들을 모조리 쳐낸다.

고작 한 부대의 마법으로는 파멸의 마녀의 걸음조차 멈추게 할 수 없었다.

“ 으으... 제3부대 제4부대 포격 준비!!! 제1부대도 슬슬 준비해!! “

다시 한번 포격이 날아온다.

이번에는 훨씬 더 많은 양의 불덩이들이 날아왔지만, 마녀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여전히 걸어오는 파멸의 마녀를 보며 병사들은 조금씩 겁먹기 시작한다.

“ 제.. 제1부대!! 포격과 동시에 앞길을 차단해!! “

다른 부대에 비해 인원수도 많았으며 화력도 훨씬 강했던 1부대가 절반은 마녀를 향해 포격하고 절반은 정해진 대로 마녀의 앞길을 폭파시켜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게 막았다.

미리 파뒀던 함정이 파괴되면서 마녀와 성벽 사이에 커다란 균열이 생겼다.

마녀는 여전히 붉은 꽃잎으로 다가오는 불덩이들을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쳐내고 거대한 균열마저도 붉은 꽃잎을 발판삼아 태연하게 걸어가기 시작한다.

“ 제.. 젠장..! 뭐 저런 괴물이 다 있어..!!! 보병부대 전부 돌격해!! 어서 빨리!! 성벽에 붙지 못하게 막아!! “

하지만 마녀의 마법을 두 눈으로 본 병사들은 이미 공포에 물들어 있었다.

누구 하나 자신감 있게 돌격하지 못했다.

그때 마녀는 제자리에 멈추고 오른손을 뻗었다.

마녀는 손안에서 자그마한 붉은 꽃을 피우고 눈을 감는다.

그러자 붉은 꽃은 푸르게 물들기 시작하더니 꽃을 뚫고 하나의 검을 피워냈다.

작은 꽃에서 나온 검은 보이지 않는 수준으로 매우 얇은 레이피어였다.

마녀는 레이피어를 오른손으로 쥐고 마나가 흐르는 것을 느끼며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그 순간 정면에 있던 보병부대를 모조리 절단하고 뒤에 있던 성벽이 무너져 내렸다.

“ 으아아아악! 무너진다!! “

“ 다들 조심해!!! “

“ 살려줘!! 아아아악!! “

성벽 밑에 있던 보병들은 마녀의 레이피어에 즉사했으며 성벽 위에 있던 마법사들은 성벽이 무너지며 잔해에 깔려 그대로 죽음을 맞이했다.

살아있는 사람이 한 명도 남지 않았기에 성벽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마녀는 차근차근 나아갔다.

아직 숨이 붙어있는 인간은 붉은 꽃잎이 몸통을 꿰뚫어 마무리 짓는다.

레이피어를 휘둘러 건물을 부수고, 도망치는 사람은 꽃잎으로 꿰뚫는다.

천천히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시는 완전히 파괴되었다.

살아있는 인간은 없는, 모든 것이 고요한,

그 누구도 마녀라 부르지 않는 그런 깨끗한 도시를 만들었다.

마음에 들었다.

마녀의 얼굴에 살며시 미소가 떠오른다.

마녀는 자신이 왔던 길을 바라본다.

그리고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 거대한 자신의 마나를 향해 말한다.

“ 고요하지..? 평화롭지...? 이 도시에는 나에게 뭐라 하는 사람이 없어.. 배신할 사람도 없고.. 적대할 사람도 없어.. 내가 원하는 세계는 이런 세계였어.. 너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는데.. “




세상을 밝게 비추던 태양이 점점 어둠에 물들어가고 있었다.

이미 며칠이나 걸었는지 모르겠지만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눈앞의 파괴된 도시에 마녀가 있다.

아직 파괴된 도시가 조금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충분히 죽음의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성벽의 잔해가 널브러져 있는 부분까지 다가가자 붉은 꽃잎이 주위에 흩날리는 것이 보였다.

“ 앨리스.. “

앨리스는 조용히 끄덕였다.

“ 조심해야 해. “

“ 우린 멀리서 너의 싸움을 지켜볼게.. 절대 지지 말라고! “

이제부터는 라티안과 피렌은 관여하지 못한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도 있을뿐더러 이것은 앨리스의 과거 그 자체였기에 앨리스가 혼자 끝을 보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앨리스의 슈트에서 푸른빛이 점점 강해진다.

마나가 점점 더 빠르게 회전한다.

조금씩 나아가던 앨리스는 광장이었던 곳에서 멈추었다.

그리고 정면에는 주위를 붉은 꽃잎으로 물들인 마녀가 서 있었다.

마녀를 마주한 앨리스가 하얀 꽃잎을 주위에 전개한다.

광장을 중심으로 붉은 꽃잎과 하얀 꽃잎이 반을 가르고 있었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하얀 꽃잎과 붉은 꽃잎 속에는 각자 다른 슬픔이 묻어있었다.

“ ..나 왔어. “

“ ...기다리고 있었어. “


작가의말

앨리스랑 앨리스.. 둘다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는데 둘중하나가 끝나야한다니 조금 슬프네요


아닌가? 둘다 살리면 되나?

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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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2. 새로운 위협 23.01.04 274 1 16쪽
43 41. 수레 두 대 분량의 사과 23.01.03 275 1 15쪽
42 40. 적월미화(2) 23.01.02 275 1 12쪽
41 39. 적월미화(1) 23.01.01 283 1 13쪽
» 38. 하얀 꽃잎과 붉은 꽃잎 22.12.31 283 1 12쪽
39 37. 또 다른 지구 22.12.30 286 1 14쪽
38 36. 무능한 마나 22.12.29 28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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