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아..안녕하세요?

적월미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새글

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7.04 19:32
연재수 :
594 회
조회수 :
122,074
추천수 :
296
글자수 :
3,677,983

작성
23.01.05 19:07
조회
276
추천
1
글자
13쪽

43. 훈련의 성과

DUMMY

부서진 창문 틈 사이로 검은 나무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며 위험하지 않을 거라고 사기 쳤던 한 사람을 저주하고 있었다.

“ 내가 반드시 여기서 벗어나면 그 자식을 죽여버릴 거야.. 반드시..! “

아리나는 검은 토끼 중 특히나 뛰어다니기 좋아하는 세 마리를 손으로 꼭 붙잡고 건물 안쪽에 숨어있었다.

처음에는 마치 아리나를 지켜주는 것처럼 마련해준 20마리의 검은 토끼와 6개의 검은 화살이었지만 아리나가 뛰어가면 그 뒤를 줄줄이 쫓아오는 바람에 오히려 더 들키기 쉬웠다.

“ 잠깐 물어보기만 하고 오는 거 아니었어?!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미치겠네 정말! “

어느새 주위에 붉은 눈동자들이 많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지금 숨어있는 이 건물도 금세 들킬 것으로 생각한 아리나는 다른 숨을 장소를 찾기로 한다.

“ 아우 증말.. 이 토끼들은 대체 누굴 닮아서 이렇게 말을 안 듣는 거야..! “

어떻게든 망령들과 멀어지기 위해 달리고 있지만 검은 토끼 중 몇 마리가 자꾸 가만히 있기도 하고 다른 길로 새기도 한다.

그냥 두고 가버리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지금 아리나에게 가지고 있는 무기라고는 이 자유로운 토끼들밖에 없었기에 억지로라도 끌고 가고 있었다.

조금 부서진 건물의 잔해 뒤에 숨으려 하니 이번에도 토끼들이 주변의 잔해들을 굴리며 놀고 있었다.

“ 으아.. 얘들아.. 이러다 진짜 들킨다고..!!! 딱 들키기 좋게 계속 있으면 어떻... “

-크르르르르르...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였다.

아리나도 이대로 가면 언젠가는 발각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활시위에 검은 화살을 하나 걸어두고 이동하고 있었기에 크게 위기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상황은 전혀 달랐다.

상대가 하나일 경우에는 화살을 쏴 해치울 수 있었지만, 아리나의 앞에는 불행하게도 다섯 마리의 말처럼 생긴 망령이 있었다.

“ 으음... 한 마리씩 와주면 안 되겠죠..? “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망령들은 아리나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동시에 아리나도 달리기 시작하자 토끼들도 아리나를 따라 뛰기 시작한다.

평범한 길이었으면 망령들이 훨씬 빨랐겠지만 다른 곳에 비해 잔해가 많은 이곳은 아리나보다 망령들이 훨씬 더 뛰는 데 방해를 받고 있다는 점이 다행이었다.

‘ 이제 어떡하지..? 내 체력으로는 따라잡히는 건 시간문제야..! ‘

심지어 지금은 다섯 마리지만 뛰면서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매우 컸다.

다섯 마리의 망령은 마치 몰이 사냥이라도 하듯 아리나를 중심으로 퍼져서 추격하고 있었다.

부서진 건물 사이사이로 망령들의 모습이 보인다.

어쩐지 아리나는 이런 상황을 두 번 정도 겪어본 느낌이 들었다.

‘ 숲에서 춘향이 쫓아올 때도 이런 기분이었어..! 그때 어떻게 했더라...? ‘

숲에서 춘향의 공격을 힘겹게 피하면서 반격하려 하자 활을 뺏겨버렸었다.

그리고 했던 말이 이런 쓸모없는 무기는 빼고 제대로 마법으로 싸워라! 였었다.

“ 으으으으으 정말..!! 내가 마법을 못 쓴다고 몇 번이나 말을...!!! “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바닥을 바라본 그 순간 아리나는 한 가지 사실을 눈치챘다.

“ 잠깐... 마법이라면.. 여기 있잖아..? “

이미 아리나보다 먼저 달려서 자신의 털을 핥고 있는 토끼와 눈이 맞았다.

앞에 있는 토끼를 손으로 낚아채며 왼쪽과 오른쪽, 뒤쪽에서 쫓아오는 망령들을 최대한 한곳으로 유도할 수 있는 곳으로 도망친다.

그리고 침착하게 생각한다.

“ 처음에 받은 화살이 여섯 발! 그 뒤에 준 게 토끼 스무 마리! 스물여섯 발이면 한발 정돈 쏴도 되겠지! “

일자로 달리던 아리나가 갑자기 몸을 틀어서 건물 사이로 들어갔다.

그러자 다섯 마리의 망령들이 서로 먼저 쫓아가려다 뒤엉켜 쓰러진다.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한 아리나는 손에 쥐고 있던 토끼에게 간절히 부탁하고 망령들을 향해 던졌다.

균열 속으로 들어오기 직전에 춘향이 토끼를 던져서 폭발시켜 벌레를 닮은 망령을 제거하는 모습을 기억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폭발하리라 믿었다.

“ 제발.. 토끼야..! 최대한 크게! 크게 폭발해줘..!! 가랏! “

아리나의 손을 떠난 토끼는 자연스럽게 망령의 머리에 올라앉아 가만히 있었다.

1초.. 2초... 3초...

자기들끼리 뒤엉킨 망령들은 자세를 다시 잡고 달려오기 시작한다.

4초.. 5초..

“ 왜 안 터지는 거야...!! 빨리 터지란 말야!!! “

뒤를 돌아보지 않고 달리고 있지만, 여전히 터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따라잡히는 건 시간문제다.

춘향은 어떻게 해서 토끼로 공격할 수 있던 거였을까? 자신의 마나이기에 가능했던 것일까?

그렇다면 이 토끼를 준 건 아무런 의미가 없는데..

곧 있으면 따라잡힌다. 등 뒤에서 망령들이 느껴진다. 이젠 물러설 곳이 없다.

아리나의 앞에서 먼저 달려가 꼬리잡기를 하고 있는 두 마리의 토끼 중 한 마리를 낚아채 힘껏 던졌다.

“ 아아아아아!! 생각이 안 나!! 제발 터져줘!!!! “

아리나가 또 한 번 던진 토끼는 망령의 코에 달라붙었으며 붉게 물들더니 그대로 폭발을 일으키며 터진다.

동시에 처음 던졌던 토끼도 같이 터져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두 마리의 토끼가 가까운 거리에서 터지는 바람에 아리나도 폭발로 인해 날아가 건물에 부딪힌다.

“ 꺅..! 윽.... 진짜.. 좀.. 빨리 좀 터져주면 어디 덧나냐..! “

늦게라도 아리나가 원하는 대로 터졌기에 다행이었지만 안심하고 있을 시간은 없다.

폭발로 인해 망령들이 더욱 몰릴 가능성이 컸기에 빨리 달려야 했다.

폭발로 인한 충격과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달리는 바람에 몸이 괴롭다며 비명을 질러댄다.

다시 달리려고 하자 눈앞에서 소풍 온 듯이 놀고 있는 토끼들이 눈에 밟혔다.

“ 나 진짜 힘든데.. 너네라도 말 좀 들어주면 안 될까..? “

벌써 의도치 않게 두 마리의 토끼를 써버렸다.

수많은 망령들을 생각하자면 이 남아있는 6발의 화살과 18마리의 토끼는 매우 적은 숫자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마치 놀리는 듯이 토끼는 잔해를 씹어먹기도, 벽에 달라붙어 올라가기도 하며 아리나를 괴롭힌다.

“ 자자.. 너도 빨리 가자..! 앗.. 따거..! “

토끼들을 한 마리씩 끌어안는 와중에 희미하게 빛나는 마나석에 손이 닿자 무언가 빨려 들어가는 기분을 느끼고 바로 손을 뗐다.

아리나가 마나석을 바라보자 약간의 마나를 흡수했는지 아까보다는 조금 더 밝게 빛났다.

“ 이건 조심하라고 했었지... 근데 이 토끼들은 영향이 없는 건가? 마나 그 자체면서 왜 붙어있어도 아무런 차이가 없는 거지? “

토끼를 마나 수정에 붙였다가 다시 들어본다.

아무런 반응이 없다.

아리나가 손을 가져다 대자 다시 한번 따끔한 느낌과 함께 마나석의 빛이 조금 강해진다.

“ 이게 마나를 빨아먹는다는 느낌인 건가..? “

너무 시간을 끌었던 것일까.. 어느새 스무 마리쯤 되는 망령들이 아리나를 발견했다.

옛날의 아리나였으면 자신을 지키기 위해 토끼와 화살을 마구 쐈을 테지만 지금은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아직 달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좁은 골목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아리나가 있는 골목까지 따라온다면 이곳에서 토끼나 화살 한 발 정도만 써서 여러 마리를 제거하며 길을 막아줄 수 있을 것이리라.

그런데 이상하다.

망령들이 어느 정도 따라오긴 했었으나 골목으로 들어오고 난 뒤부터는 아리나를 쫓아오지 않는 듯했다.

결국, 호기심이 앞선 나머지 뒤를 돌아보자 망령들은 아까까지 아리나가 만져보았던 마나석을 물어뜯고 있었다.

어째서?

다른 마나석들은 건들지도 않았으면서 저 마나석만큼은 자기들끼리 싸우면서까지 먹어치우려 한다.

“ 설마.. 내 마나를 빨아먹은 돌이라서..? “

만약 그런 것이라면 이 상황을 돌파할 방법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아니 어쩌면 이 방법밖에 없을 것이다.

아리나는 각오를 다지고 춘향과 함께 건물 위에서 봤었던 도시의 풍경을 떠올린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아리나가 관리하던 구역의 전경을 자주 보고 익히던 습관이 아직 남아있던 것인지 낯선 도시임에도 한눈에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아리나는 계속 달리며 주위를 확인한다.

“ 이 근처에 분명 거대한 광장이랑 엄청나게 큰 마나석이 있었는데... 아 여기 있다! “

이제부터는 망령들이 아리나를 따라와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됐다.

아리나는 전력으로 달려서 광장을 중심으로 조금씩 떨어진 마나석에 차례차례 손을 가져다 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따라오던 망령들이 아리나보다 광석을 먼저 물어뜯기 시작했다.

“ 좋아..! 이거야..! 조금 더 빨리..!! “

아리나는 쉴 새 없이 달리며 마나석에 자신의 마나를 주입했다.

점점 머리가 아파져 오며 힘이 빠져나간다. 하지만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

광장 주위를 한 바퀴 돌고 난 뒤에 마지막으로 광장 중앙에 있는 거대한 마나석 앞에 섰다.

“ 하아.. 어지러워.. 이제.. 이제 끝났겠지..? “

주위에서 수많은 망령의 소리가 들린다.

광장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돌았으니 아마 사방에 망령들이 아리나의 마나를 담은 마나석을 먹고 있을 것이다.

아리나는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빌딩들에 검은 토끼를 한 마리씩 보낸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 하아... 제발 잘 됐으면 좋겠네... 아아.. 진짜.. 다시는 저 자식을 따라오나 봐라..!! “

아리나는 심호흡을 하며 광장 한가운데 있는 거대한 마나석에 모든 마나를 집어넣는다.

머리가 어지럽다. 숨이 거칠어진다. 식은땀이 난다.

동시에 마나석에서 엄청난 빛이 쏟아져 나온다.

이 항구도시에 태양이 뜬 것처럼 밝아진다.

아리나는 눈이 부신 것인지 마나를 다 쓴 것인지 눈이 자연스럽게 감겼다.

‘ 아직.. 안돼... 정신을 놓으면 안 돼... ‘

잠시 뒤 사방에서 수많은 망령의 목소리가 들린다. 다가오는 진동이 느껴진다.

광장을 향해 모든 곳에서 달려온다.

때가 됐다고 판단한 아리나는 마지막 힘을 다해 소리친다.

“ 얘들아.. 이 정도로 날 괴롭혔으면 됐잖아..? 딱 한 번만.. 날 좀 도와주라아아...!!! “

아리나의 간절함이 전해졌는지 주위의 빌딩에 넣어놨던 18마리의 토끼들이 동시에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빌딩의 한쪽 벽을 무너뜨린다.

낡고 닳아 부서지기 직전인 건물들이 충격을 받자 벽이 무너져 내려 그대로 광장 쪽으로 쓰러지며 아리나를 노리고 달려오던 망령들이 건물에 짓눌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아리나는 눈을 떴다.

아직 몸에 힘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눈앞에는 마나석이 있었으며 그 바로 위에는 부서진 빌딩들이 있었다.

아리나의 계산대로였다.

쓰러진 곳이 거대한 마나석 바로 밑이어서 빌딩의 잔해에 깔려 죽는 슬픈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망령들은.. 아마 전부 깔려 죽었을 것이다.

작전은 성공했다.

“ 하... 하하.... 내가.. 내가 이겼다... 내가 해냈어... 하하... “

물론 춘향의 마나가 도움을 주기는 했어도 처음으로 아리나 혼자 싸워 이긴 것이다.

그것도 최소한 백은 넘는 망령들을 상대로 이겼다.

이것은 라티안도, 피렌도 하지 못할 것이다.

뿌듯해진 아리나는 다시 한번 작전을 머릿속에서 생각하기 시작한다.

“ 조금 무식했지만.. 좋은 작전이었어.. 음음.. 광장을 생각해낸 나도 대단해...! “

아직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었지만, 이 기쁨을 주체할 수 없어서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온다.

이제는 정말 춘향의 구조만 기다리면 된다.

결국, 마지막은 그 녀석의 힘을 빌려야 하는 것이 조금 분했지만, 지금은 수많은 망령을 혼자서 이겨냈다는 것에 만족하자.

조금 더 쉬기 위해 몸에 힘을 푸는 순간 등에서 무언가 걸리는 것이 불편했다.

춘향이 준 활과 화살이었다.

“ 아...아? 야.. 너네도 그 녀석의 마나잖아..? 그럼 너네도 토끼 아냐? “

....

애초에 마나는 말을 할 수 없었기에 조용하다.

그러나 아리나는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 야.. 좋은 말로 할 때 니들 그 녀석한테 내 위치 알려주러 가라. “

잠시 뒤 아리나의 등 쪽에서 무언가 꿈틀대는 것이 느껴지더니 검은 토끼들이 나와 빌딩의 잔해 속으로 들어갔다.

“ ..진작 도와줄 것이지.. “


작가의말

토끼귀여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적월미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6 62. 구출작전? 23.01.24 273 1 14쪽
65 61. 누군가의 초대장 23.01.23 275 1 14쪽
64 60. 잠입 23.01.22 275 1 13쪽
63 59. 무기고 탈환 작전 23.01.21 274 1 13쪽
62 58. 싸울 수 있는 무기를 23.01.20 275 1 13쪽
61 57. 의심되는 소문 23.01.19 269 1 16쪽
60 56.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 23.01.18 271 1 15쪽
59 55.5 특별히 더 바쁜 하루네요.. 23.01.18 271 1 13쪽
58 55. 회담 23.01.17 271 1 12쪽
57 54. 서로 다른 언어 23.01.16 274 1 13쪽
56 53. 빌딩 숲 사이에서 23.01.15 272 1 13쪽
55 52. 침공 23.01.14 275 1 14쪽
54 51.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23.01.13 275 1 14쪽
53 50. 복수의 끝에서 이어져 가는 23.01.12 272 1 14쪽
52 49. 주변의 모든 마나를 삼킬듯이 23.01.11 278 1 14쪽
51 48. 드디어 찾아온 손님 23.01.10 276 1 13쪽
50 47.5 앨리스의 시련 23.01.09 273 1 15쪽
49 47. 시간이 흘러 23.01.09 273 1 14쪽
48 46. 앨리스의 마음 23.01.08 274 1 13쪽
47 45. 작은 왕국 23.01.07 277 1 13쪽
46 44. 짐덩이 23.01.06 277 1 14쪽
» 43. 훈련의 성과 23.01.05 277 1 13쪽
44 42. 새로운 위협 23.01.04 274 1 16쪽
43 41. 수레 두 대 분량의 사과 23.01.03 275 1 15쪽
42 40. 적월미화(2) 23.01.02 275 1 12쪽
41 39. 적월미화(1) 23.01.01 283 1 13쪽
40 38. 하얀 꽃잎과 붉은 꽃잎 22.12.31 282 1 12쪽
39 37. 또 다른 지구 22.12.30 286 1 14쪽
38 36. 무능한 마나 22.12.29 283 1 13쪽
37 35. 인질 22.12.28 288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