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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안녕하세요?

적월미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새글

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7.0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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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77,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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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5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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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254. 더욱 아름답게, 더욱 빠르게

DUMMY

“ 라티안. 잠깐 여기서 사람들이랑 놀고 있어 봐. “

“ 어.. 어?! 피렌?! 왜?! 어디가..! “

안타깝게도 라티안이 외친 말은 피렌에게 닿지 않았다.

피렌은 먼저 떠난 그 사람.

라라케니아 페인레리트를 찾기 위해 바람을 두르고 훈련장을 벗어난다.

“ 아마 이쪽으로 간 것 같은데... “

이리저리 둘러보던 피렌은 어렴풋이 빛나는 노란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여자가 숲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발견하고 뒤따라갔다.

“ 어... 저기.. 잠깐.. “

조심스레 불러보지만.. 무언가에 집중한 듯

우울한 표정으로 가만히 걸어만 가고 있다.

말을 걸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쓸쓸한 분위기에 피렌은 잠시 기다리며 뒤따라 가기로 했다.

괜히 숨으며 조심히 간다면 오해받을지도 모르니 당당하게.

마치 이쪽 길로 나아가려고 했던 것처럼 걸어가며

라라케니아가 생각을 끝마칠 때까지 기다려준다.

시원한 공기와 푸르스름한 풀, 그리고 아름다운 새소리가 숲을 가득 채우며 마치 아름다운 무대를 만들어 주는듯한 느낌이 든다.

조금 과장하자면 이 숲에서 사랑이 느껴진달까... 라는 이상한 생각까지 하며 피렌은 어느새 라라케니아보다 숲을 바라보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다니다 어느 순간 라라케니아가 자리에 멈췄다.

그런 라라케니아의 모습을 본 순간 환상 속의 아름다운 숲속에서 현실로 돌아온 피렌이 아주 조심스레 말을 걸어본다.

“ 음... 저.. 저기.. 라라케니아씨? “

피렌이 부르자 라라케니아의 노란 머리가 뒤를 돌고 애잔한 눈빛을 머금은 눈이 피렌의 눈과 마주친다.

“ ...피렌씨였나요? 무슨 일이시죠? “

“ 아.. 그... 그게.. “

어라..

왜 이러지..

너무나도 아름다운 춤을 보고 난 이후에 너무나도 아름다운 무대 위에서

예쁜 새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산책을 거닐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네이렌에 대한 이미지가 라라케니아에게 좋지 않은 것과 동시에 지금 라라케니아의 표정이 좋지 않기 때문일까.

뭔가 말하기가 오묘한 느낌이 들었다.

“ 그.. 그.. 당신의 춤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

“ ...ㄴ... 네..? “

상당히 당황스러워하는 라라케니아의 모습을 보고 피렌은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 아.. 아니 그.. 아까 라티안이랑 했던 결투에서.. 그.. 춤이.. 네.. 아름다우.. 아니 이게 아닌데.. “

“ 조금 당황.. 스럽네요... 그.. 그래서요..? “

라라케니아도 조금 전까지 과거 회상하며 씁쓸한 감정을 품고 있었는데

피렌의 너무나도 뜬금없는 말에 살짝 당황스러웠다.

제대로 만나서 대화해본 건 이번이 처음인데..

이렇게까지 쫓아와서 아름답다고 해버리면.. 조금..

“ 아니 그... 어... 당신의 춤을.. 배우고 싶다랄까요..? “

춤을 배운다.

어떻게 보면 이 상황에서 조금 분위기를 깨는듯한 피렌의 말이었지만

마침 스승님과 이별하기 전 처음으로 춤을 이용한 전투로 칭찬을 받았을 때를 상상하고 있던 것 때문인지 피렌의 말이.

춤을 배우고 싶다는 단순한 말이 라라케니아에게는 다른 누군가에게도 인정받았다는 것이라고, 그런 아름다운 춤을 배우고 싶다고 말하는 자가 생겼다고 스승님께 자랑하고 싶어졌다.

다만..

그런 라라케니아에게 생겼던 제자들은 라라케니아 특유의 움직임을 절대 따라 하지 못했을뿐더러

전투에 무슨 춤을 추냐면서 배움을 거부하는 제자들도 있었다.

오직 검술, 마나의 활용법에 대해서만 배웠을 뿐 라라케니아의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 괜찮으.. 실까요? 춤이라고요? 전투랑은 맞지 않을 텐데.. “

“ ..무슨 소리이신지 모르겠네요. 은하 중심부에서도, 이곳에서 라티안과 붙었을 때도 아주 훌륭한 전투였습니다. “

피렌은 진심이었다.

언제나 바람을 두르고 방향을 억지로 꺾어가며 연속공격을 펼치고 있노라면 어느새 발이 꼬여 넘어지거나 자꾸 바람으로 깎은 단검의 위치가 불안정해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라라케니아의 그 몸짓은 굉장히 아름다우면서도 빠르고,

단 한 번의 꼬임도 없이 자유롭게, 완벽하게 피렌이 하고 싶은 전투를 그대로 해냈었다.

마치 결투장이 무대 같았으며, 라티안이라는 조연과 함께 무대에서 아름답게 춤을 추고 있다고 느꼈다.

“ 가르쳐주실 수 없습니까? “

“ ..... “

-또륵..

라라케니아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흐른다.

“ 어.. 어.. 갑자기 왜 우시는... “

당황스러움의 연속이다.

분위기가 미묘하게 흘러서 안 그래도 난감한데

갑자기 울기 시작하더니

어이고 이제는 끌어안기까지 한다.

“ 가르쳐드릴게요..! 얼마든지요...!! 제발 배워주세요..!! “

“ 어어 그... 이건 좀.... “

아마 피렌은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한 말일 테지만

기술을 가르쳐 달라는 것은 제자로 받아달라는 것.

라라케니아의 춤은 그들이 죽인 엘레케아 페인레리트가 만들어낸 라라케니아 고유의 기술이다.

이것은 한때 적이었음에도 인정한다는 엘레케아를 향한 경의이기도 하며,

엘레케아를 잊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은 기술의 계승이라고 라라케니아는 생각한다.

그렇기에 라라케니아는 피렌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 따위 전혀 없었다.




이곳에서 배우는 모든 사람은 전부 자신의 검술을 단련하고, 자신의 마나를 단련하는 사람들이다.

하필 라라케니아는 고유의 기술을 가르쳐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스승님이 가르쳐주었던 방법을 고스란히 따라 하기로 했다.

그래..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손잡는 것부터다.

“ 그.. 이.. 일단.. 손좀... “

“ 아.. 넵.. “

피렌과 라라케니아는 손을 맞잡고 서로를 마주 본다.

어..

..

부끄럽... 아니지 이건 교육이다

가르치는 것이다.

“ 그..! 시선은 일단 발을 봐주세요. 그리고.. 제 발의 움직임을 똑같이 따라와 주세요. “

“ 아.. 네. “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오른발 왼발

처음에는 아주 간단한 라라케니아도 거쳤던 과정이다.

수많은 전투를 겪어온 피렌은

저렇게 느리게 움직이는 발쯤이야 즉각 반응해서 움직이는 건 간단한 일이다.

라라케니아는 피렌이 따라오는 것을 보며..

과거 자신을 느꼈다.

스승님도 처음에 가르쳐주었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 ...라라케니아씨? “

“ 네? “

피렌이 부르고 나서야 자기도 모르게 발을 멈췄다는 것을 눈치챘다.

“ 아.. 아아.. 죄송해요. 다음은 말이죠 ...... “

그렇게 라라케니아의 발에 맞춰서

피렌은 천천히 발을 움직여본다.

가끔은 따로 움직이기도,

가끔은 함께 움직이기도,

가끔은 피렌이 혼자서 춤을 추기도 하며

피렌의 하얗고 긴 묶은 머리가 흩날리며 아름답게..

“ ....당신.. 춤 배운 적 있어요? “

서로 전혀 다른 행성에서 자랐기에 만일 각자 춤을 배웠다고 해도 그 성격이나 성향은 완전히 다를 것이다.

그러나 피렌은 완벽하게 라라케니아의 흐름에 맞춰서 아름답게 움직이고 있었다.

“ 음... 조금이요. 곁눈질로 본 것이지만.. “

가끔이지만

춘향이 신나서 춤추고 다니면서 한두 번씩 남자든 여자든 멋대로 붙잡고 빙글빙글 돌면서 춤췄던 기억이 있다.

피렌은 한때 그런 춘향의 움직임마저도 무언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분석해본 적도 있었는데..

그땐 진짜 그냥 기분이 좋았었을 뿐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고 이제는 알 수 있었다.


라라케니아가 판단했을 때 피렌은 이미 기초는 전부 잡혀있다고 판단했다.

살짝 딱딱한 느낌은 없지 않아 있었지만 이것은 단지 순수하게 춤을 배우고 싶다기보다 전투에 접목하기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 정적인 움직임은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리라.

뼛속까지 전투를 위해 살아가는 듯한 느낌이 손의 딱딱한 굳은살에서, 몸짓에서 느껴진다.

“ 음.. “

문득

라라케니아는 피렌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싸우는지 궁금했다.

“ 혹시 평소에 어떤 식으로 연습하는지, 어떤 식으로 전투를 하는지 알려줄 수 있나요? “

솔직히 이것은 알려주기가 부담스러워야 하는 부분이다.

자신의 무기를 상대에게 공개한다는 것.

이것은 그 사람에게 자신을 분석해서 죽일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조심스레 물어보았지만

피렌은 망설임 없이 말한다.

“ 말로 설명하기는 힘듭니다. 직접 보여드릴게요. “

그리고 다섯 걸음 뒤로 물러난다.

활을 사용한 공격은 지금 당장 보여줄 필요는 없다.

단지 피렌이 배우고 싶은 방법은 아름답게 춤을 추듯이 움직이며 공중에서 방향을 잃지 않고, 다리가 꼬이지 않고, 자유롭게, 상대가 알 수 없게 공격하는 방법을 알고 싶은 것이다.

몸에 바람을 감고

바람으로 짧은 단검을 만들어 양손에 쥔다.

그리고 평소처럼 눈앞에 적이 있다 상상하고 단검을 휘두르자마자 공중으로 뛰어오른다.

그러나 너무 높게 뛰어오르지는 않은 채로 몸을 돌리며 단검을 휘두른다.

동시에 발이 바닥에 닿는 순간 다시 한번 공중으로 도약해 한 번 더 휘두르면서

바람의 방향을 꺾어 한순간 공중에서 회전을 바꾼다.

“ 억...! “

그리고 발이 걸려 넘어진다.

라라케니아의 눈이 1.5배는 커졌다.

이미 어느 정도 완성이 되어있다.

아니 오히려 자신의 마나인 바람을 활용해 라라케니아보다도 훨씬 더 빠른 박자를 타고 있다.

물론.. 지금 꼬이는 건 그 빠른 박자 때문이지만..

이 정도까지 할 줄 알았으면 굳이 손을 잡고 스텝을 밟아볼 필요도 없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라라케니아의 얼굴이 다시 살짝 붉어진다.

“ 아으... 자꾸 이렇게 변수를 줄 때마다 걸려 넘어집니다. 가끔 성공했다 하면 그다음의 행동에 사고가 꼬여서 손이든 다리든 이상해지죠. 거의 포기상태였는데.. 당신의 아름다운 전투를 보고 저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라라케니아도 피렌과 같은 고민을 했었다.

엘레케아가 고향으로 떠나고 혼자서 나무를 상대로 춤을 추듯 공격을 가할 때마다 더욱 빠르게, 더욱 강하게, 더욱 많이 공격하려다 자꾸 꼬여서 넘어지고, 스스로를 상처입히기도 했었다.

“ 좋아요 피렌씨. 당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습니다. “

라라케니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빛으로 아주 가느다란 레이피어를 만들어낸다.

“ 으음.. 저는 이제 익숙해진 탓에 이렇게 정해놓고 쓰지는 않지만.. 처음 할 때는 익숙해지기 위해 이렇게 외워서 하는 것이 좋습니다. 검무 제1형부터 시작합니다. 잘 봐 두시고 자신만의 동작을 만드는 거예요. 따라 해도 상관없지만 편한 대로 변형하세요. 변형. 자유. 유연함. 그것이 제 검술의 기초니까요. “

그렇게 라라케니아는

피렌의 앞에서 아름답게 춤을 추며 화려하게 빛나는 레이피어를 휘두른다.

그리고 그대로 회전시켜 레이피어를 공중에 띄우고,

또 하나의 레이피어를 뽑아 다시 춤을 춘다.

그 모든 동작이 하나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듯이,

그 자리에 남아 회전하는 모든 레이피어들이 또 다른 조연이라도 된 듯이 함께 춤을 추며 동시에 아름답게 회전한다.

그렇게 검무 22형까지 진행되었을 때는 일곱 개의 검이 공중에서 회전하고 있었으며,

라라케니아가 손을 휘두르는 그 순간 피렌의 머리 위로 일곱 개의 검이 팔방에서 교차하며 지나간다.

“ 제 모든 전투와 춤은 이 22개의 검무를 활용해 혼합하고, 변형해서 자유자재로 활용합니다. 가끔은.. 제멋대로 춰버리지만요. “

피렌은 하나의 작품을 바라본 느낌이었다.

저런 동작들 사이에서 대체 언제 검이 날아오고, 언제 검이 머무르며, 언제 이동했는지

전혀 예상하지 못하겠다.

그저 혼이 뺏긴 채로 넋 놓고 구경했을 뿐이다.

“ 자신만의 동작이라... “

라라케니아가 보여준 검무 22형 중에서 기억나는 동작들을 조금씩 따라 하는 피렌을 보며 라라케니아는 미소지었다.

“ 처음이 가장 어려울 겁니다. 차근차근해보세요. 저는 빛을 다루기에 빛으로 아름답게 시선을 빼앗지만, 당신은 바람이기에 더욱 빠르고 넓게 해보는 건 어떨까 싶네요. “

피렌은 그런 라라케니아의 말을 머릿속에 새기며 천천히 동작을 따라 한다.

정말 라라케니아가 열심히 연구했다고 느껴지는 것이

그 어떤 동작에도 막힘이 없고, 낭비가 없다.

다만.. 무기의 차이가, 체형의 차이가 피렌의 춤을 조금 어색하게 만들어주었다.

이래서 자기만의 검무를 만들라는 거였군.

“ 처음부터 같이 춰볼까요? 물론 각자의 방법대로, 마음대로요. “

라라케니아는 조금은 수줍게 손을 건넨다.

누군가와 함께 춤을 춘다는 것이 이렇게까지 행복하다는 것을

오랜만에 느껴본다.

“ 네. 잘 부탁드립니다. “

피렌은 그 손을 붙잡고 천천히 그녀의 동작을 따라 하며 바람을 두른다.

그러다 자신의 몸이 편한 대로,

발이 가는 대로,

손이 움직이는 대로 자유롭게

더욱 아름답게

더욱 빠르게 춤을 추며 각자의 검을 휘두른다.


작가의말

얼씨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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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 260. 꺾이지 않는 각오 23.08.11 248 0 15쪽
267 259. 궁극의 필살기를 만들어보자 23.08.10 252 0 13쪽
266 258. 생사를 넘나든 남매는 23.08.09 249 0 15쪽
265 257. 솔직한 사과 23.08.08 252 1 13쪽
264 256. 이런 곳인 줄은 몰랐는데 23.08.07 252 1 14쪽
263 255. 어설프게 빛나는 원석 23.08.06 253 1 13쪽
» 254. 더욱 아름답게, 더욱 빠르게 23.08.05 255 1 13쪽
261 253.5 아름다운 춤 23.08.04 253 1 17쪽
260 253. 제자의 소소한 복수 23.08.03 256 1 15쪽
259 252. 내면의 또다른 나 23.08.02 252 1 15쪽
258 251. 하나의 육체 두 명의 망령 23.08.01 251 1 12쪽
257 250. 이제부터 너희가 해야할 일은 23.07.31 253 1 13쪽
256 249. 검은 왕국의 왕 23.07.30 251 1 13쪽
255 248. 두 가지 의뢰 23.07.29 252 1 14쪽
254 247. 제2차 작명 토론 23.07.28 250 1 15쪽
253 246. 차원이 다른 존재 23.07.27 254 1 15쪽
252 245. 사건의 전말 23.07.26 251 1 13쪽
251 244. 혼자서 고민할 필요는 없어 23.07.25 251 1 15쪽
250 243. 사슬의 끝 23.07.24 251 1 13쪽
249 242. 자유의 도시 23.07.23 251 1 15쪽
248 241. 큰 돈의 용도 23.07.22 253 1 14쪽
247 240. 정해진 승패 속의 베팅 23.07.21 252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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