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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월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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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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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77,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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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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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51. 하나의 육체 두 명의 망령

DUMMY

이 검은 행성에 온 지 슬슬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물론 이것은 단순히 해가 뜨고 질 때만을 계산한 것으로 실제로 이 행성의 날짜 개념이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한 달쯤 되어간다.

“ 슬슬 함선도 만들어지고 있기는 한데... 이거 날아가기는 하려나? “

솔직히 춘향이 알고 있는 우주선에 대한 지식은 그렇게 깊지가 않아서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아니.. 아마 무조건 잘못된 부분이 있겠지만 그 부분은 아디나가 와서 해결해달라고 할 것이기에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만 손을 써두면 되리라고 생각했다.

“ 어느 정도 만들어졌으니.. 이제 우리도 너에게 우리의 기술을 전해줄 차례군. “

거대한 검은 바위 위에 앉아서 외형만큼은 예쁘게 완성되어 가고 있는 함선을 바라보던 춘향이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 엥? 벌써? 아직 기술적인 부분은 꽤 건드려봐야 하는 거 아냐? 같이 연구해줄게! 근데 너가 누구더라? “

“ ‘ 꽃 ‘ 이다. 이젠 외울 때도 되지 않았나? “

라고는 말하지만..

아니, 다 똑같이 생긴 검은 마나인데 어떻게 외우란 건지...

“ 아무튼, 함선을 만드는데에도 오래 걸리듯 우리가 너를 가르치는 것 또한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 그러니 슬슬 시작하는 게 좋아. “

하긴..

검은 마나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해왔던 춘향이지만 이것은 혼자 했던 연구인 만큼 다른 외계에서,

검은 마나로 전부 뒤덮인 이 세계에서 한 연구가 얼마나 깊게, 많이, 높게 진행되어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이들이 가르쳐주는 것이니 이들의 말을 듣는 것이 좋겠지.

춘향은 우주에서 아무런 쓸모없는 돛에 거대하게 망자의 해골을 그려 넣고 있는 망령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 좋아! 가자구! “




“ 오호... 여긴 뭐야? 온통 까매서 잘 모르겠는데.. 내가 여기도 이렇게 부숴놨나? “

마치 헬기장처럼 동그란 원형에 아무것도 없는 평평한 검은 땅 위에서 두 명의 망령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름을 지어준 녀석인지도 잘... 모르겠다.

물론 얼굴은 구분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지만 뭐 어쩌겠나..

구분하지 못하게 생긴 게 잘못이지..

“ 이곳은 원래 이렇게 생겼지. 내가 주로 사용하던 훈련장이니까. 아주 먼 과거에서부터, 검은 마나에 침식당하기 전부터 사용하던 곳이야. 나도... 오랜만에 와 보는군.. “

한 망령이 마치 자신이 사용하던 이 아름다운(?) 훈련장을 감상에 젖으며 바라본다.

“ 음.. 너 이름이 뭐더라? “

“ .. ‘ 파도 ‘ 다. 네 녀석이 지어주지 않았냐. “

“ 옆에는? “

“ ‘ 사과 ‘ ...날 제일 먼저 지어줬는데 말이지... “

음 그렇군

파도와 사과...

너무 대충 지었나 라는 생각도 들지만 이미 지어놨으니 뭐 어쩔 수 있나.

이들에게는 좋은 뜻이라고 말해뒀으니 그대로 쓸 수밖에 없다.

그리고 뭐... 예쁘지 않은가.

파도 예쁘지. 음음.

사과 맛있지 그럼 그럼..

야바위처럼 이리저리 움직이기만 해도 헷갈릴 것 같으니 최대한 움직임을 관찰하며 어디로 이동하는지 확인하는 편이 좋아 보인다.

“ 그래그래 미안미안 이제 뭘 가르쳐 줄 거야? 본격적으로 빠르게 들어가 보자고! “

사과는... 한숨을 내쉬는 것처럼 느껴지고서는 춘향에게 다가온다.

“ 너는 정신을 잃어본 적이 있나? “

한참을 생각해보고서는

카린이 만들어냈던 게임 속 세상에서 티아트가 보내버릴 때가 생각이 났다.

그때 분명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두려운 것과 싸운다고 했었는데..

지금까지 죽였던 모든 사람을 죄다 한 번씩 또 죽이고 겨우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때 아마..

“ 있었지? 친구들이 말하길 그때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했어. 내 몸을 움직이는 다른 망령들이랬나...? “

사과는 슬쩍 준비운동을 하며 춘향의 말을 천천히 생각해본다.

“ ..원한을 많이 쌓아뒀나 보군. 어째서 그런 일이 벌어진 지는.. 이미 연구를 꾸준히 해왔던 너라면 알고 있겠지? “

당연히 알고 있다.

정신을 잃는 순간 지금까지 먹어치웠던 마나들이 자신의 의지를 갖고 이 몸을 벗어나 살아가겠다는 욕망이 나타나는 것이리라 생각하고 있다.

아마 이번에 또 정신을 잃는다면 한 달 전에 죽인 검은 왕의 영혼도 지배하기 위해, 혹은 벗어나기 위해 춘향의 몸에 손을 뻗을 것이다.

사과는 춘향의 표정을 보더니 알고 있다고 확신하고 말을 이어 설명하기 시작한다.

“ 그런 현상은 단 한 명도 죽이지 않은 망령에도 나타난다. 즉, 우리의 검은 마나는 ‘ 살아있다 ‘ 라는 것이지. “

“ 마나가 살아 있다라..? “

물론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가능한지 모르겠다.

만약 진짜 살아있다면 한가지 가설이 생긴다.

평범한 모든 망령은 사실 검은 마나에 잠식당한 채로 마나를 갈구하는 것이 아닌,

검은 마나 그 자체가 육체를 지배해서 마나를 갈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사과는 주먹을 들어 춘향의 가슴에 손을 댄다.

“ 너의 안에는 수많은 마나들이 뒤섞여 있겠지만.. 그 안에는 검은 마나 그 자체도 있다는 뜻이야. “

순간 춘향의 머리가 번뜩인다.

설마 싶은 생각이지만

춘향에게 있어서 검은 마나를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답시고 불러왔기에

그 설마 싶은 생각마저도 가능성으로 넣어둔다.

“ ..여자의 가슴에 함부로 손을 올리는 건 기분 나쁜데. “

“ 나도 여잔데. “

....

“ 크흠.. 아무튼...! 그래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거야? “

지금까지 뒤에서 묵묵히 사과의 설명을 듣던 파도가 한 발 뒤로 물러선다.

“ 검은 마나는 의지가 있다. 우리의 몸을 거부하면서 언제나 마나를 원한다. 정신을 잃는다면, 우리는 어둠 속에서 사실 내면의 세계에 갇힌 채로 몸만 뺏기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했지. “

설마..

진짜...?

“ 우리는 그 내면의 세계에 존재하는 검은 마나와 접촉을 시도했다. “

“ 진짜냐.... “

파도는 그대로 가슴을 쫙 펴고 하늘을 바라본다.

“ 접촉은 했지만... 우린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방법이야.. 말보다는 직접 보여주지. “

-콰콰콰콰콰!!!!!!!!!!!!!!!!!!!!!!

정말 한순간이다.

분명 검은 마나로 몸을 잠식당한 채로 오랜 시간 동안 보내며 내면에는 검은 마나가 있을 텐데도

파도의 주위에는 푸른 빛의 오라들이 온몸을 감싸고 폭발하고 있었다.

“ 이것이 내가 계약한 검은 마나다. “

-이것이 내가 계약한 검은 마나다.

하나의 입에서 두 개의 말소리.

망령의 목소리와 또 다른 망령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 재밌네.... 마나에 온몸을 잠식당해놓고서는 제정신으로 말을 하고 있다는 거야? “

파도는 금방이라도 튀어 나갈 것처럼 자세를 잡는다.

-시험해보겠나?

“ 내 마나는 진심이겠지만 나는 다치지 않는 선에서 하길 원한다. 아무래도 네 녀석은 나보다 더 강해 보이거든. “

춘향은 거대한 낫 대신 익숙한 한 손 낫 두 개를 만들어내고 자세를 잡았다.

“ 나야 환영이지. 덤벼. “

분명 춘향은 파도가 튀어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반 박자 늦게 앞으로 도약해 낫으로 공격하려 했다.

보통 상대가 달려오면 뒤로 물러설 것이라는 점을 역이용한 페이크였다.

그러나 춘향의 예상과는 다르게 파도는 멀리서 달려나갈 것처럼 하더니 손을 내지른다.

그러더니..

자신의 영역을 펼친다.

“ 어라?! “

춘향은 급하게 뒤로 물러나 자신의 마나를 퍼트려 더이상 퍼져나가지 않도록 틀어막자 파도는 그런 춘향을 보자마자 달려나가기 시작한다.

“ 기초는 알고 있군. “

파도가 달려나가는 길마다 양쪽으로 거대한 가시들이 튀어나와 훈련장을 어지럽힌다.

춘향에게 거의 다 다가왔을 때 바로 옆에서 튀어나온 가시에 오른손을 대고 그대로 부러뜨려 휘두른다.

-카가가가가가각...!!!!

거대한 검은 가시와 춘향의 한 손 낫이 부딪치며 기괴한 소리를 뿜어낸다.

“ 이게 너의 무기냐? “

-아니. 내 무기지.

이번엔 왼손을 뻗어 하나의 가시를 더 쥐고 휘두른다.

물론 춘향 역시 왼손으로 막아낸다.

튕겨낼 수도 있지만 한 손 낫은 리치가 짧기에 일부러 힘겨루기로 들어가 한순간 가속해서 뒤를 노릴 타이밍을 잡...

-끝이라고 생각하나?

그때 파도의 왼쪽 옆구리에서 손이 튀어나온다.

그렇게 또 하나의 가시를 쥐고 부러뜨려 춘향을 공격한다.

“ 읏..! 뭐야 징그러..!! “

“ 나는 망령이니까. 나에게 달라붙어 있는 것도 검은 마나니까. 내 의식은 지금 나와 검은 마나 둘이서 지배하고 있으니까. 너는 지금 1대1이 아닌 1대2를 하는 것이다. “

다시 팔이 두 개가 된 파도가 달려온다.

춘향은 가볍게 가시들을 튕겨내며 뒤로 한발씩 물러나면서 다시 공격할 타이밍을 잡는다.

그러나 어딜 어떻게 파고들어도 계산이 쉽지 않다.

팔이 늘어난다.

검은 육체에 두 사람이라고 했으니 육체의 어디에서 팔이 자라나도 이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후방에도 빈틈이 없다.

하지만...

불리하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춘향은 한순간 속도를 올려 파도의 뒤에서 나타나 낫을 휘두른다.

동시에 파도의 등 뒤에서 손이 튀어나와 막으려 드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다시 이동해 파도의 앞에서,

하지만 이번엔 공격하지 않고 다시 사라져 후방에서 파도의 다리를 노린다.

그러나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춘향이 발목을 향해 휘두르던 손을 파도의 등에서 한 망령이 아예 튀어나와 춘향의 손을 밟아버리며 공격을 막아냈다.

“ ...여자를 밟는 건 좀 그렇지 않냐? “

-이래야 이기니까.

동시에 춘향의 모든 방향에서 가시가 하늘 높이 찌르며 튀어 오르는 바람에 춘향은 자세를 낮춘 그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네 녀석을 관통할 수도 있었지만, 훈련이라 하니 특별히 살려줬어.

“ 흥. 그대로 찔렀어도 상관없어. “

재밌다.

얕보였네.

춘향은 한순간 몸이 검게 변하더니 무너져 내리고 검은 토끼가 되어 사라진다.

“ ...뭐지? 어디 갔지? “

물론.. 이대로 춘향이 가속해서 목을 베어버리거나 할 수 있었지만

훈련이지 않은가.

알아볼 건 다 알아봤으니 춘향은 태연하게 뚜벅뚜벅 걸어와 파도에게서 튀어나온 검은 마나에게 말을 건넨다.

평범한 검은 망령 같지만..

마치 사람의 핏줄처럼 온갖 선들이 온몸을 타고 푸르게 빛나고 있다.

“ 와~ 재밌는 구경 했어! 반가워? 너도 혹시 이름을 지어줘야 할까? “

-칫.

그대로 검은 마나는 파도의 몸속에 들어간다.

주위에 폭발하던 푸른 오라들도 점점 사라진다.

“ ...다음번엔 네 녀석을 죽일 거 아니면 부르지 말라는군. “

“ 재밌어.. 재밌어 재밌어.. 그 기술. 나한테 알려줘! “

단순히 한 명 더 늘어난다는 개념이 아니다.

물론 자신이 가진 검은 마나가 어떤 성격인지, 어떤 특성이 있는지에 따라 다르지만, 상상 그 이상의 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 안 그래도 가르쳐 줄 거다. 아니.. 사실 우리가 가르치는 건 아니기도 하지. “

“ 응? 그게 무슨.. 아. “

살짝 이해가 안 될 뻔했지만 조금만 생각해보자면 당연했다.

검은 마나는 도구가 아니다.

살아있는 생물이다.

그런 생물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에게 배우는 것이 아닌 직접 찾아가야 하는 것이다.

“ 자. 이곳에서 보여주는 것은 끝났으니 장소를 옮기지. 이제부터 네가 난리 쳐도 상관없을 지하에 가두고 내면의 세계에 들어가 알아서 하면 된다. “

상당히 위험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것이 역시 망령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

내면의 세계에 들어간다는 건 말이 쉽지 그 안에서 잡아먹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내면의 세계에 들어가 있는 동안에는 육체가 본성대로 마구 휘둘러대기에 그러다 죽으면 그대로 죽는 것이다.

위험한 요소가 너무나도 많다.

게임 속 세계에서는 티아트가 일정 시간 뒤 깨워준다고 했던 덕분에 깨어났지만, 이번엔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기대된다.

“ 어디 한번 가보자.. 내 내면엔 대체 어떤 괴물이 숨어있으려나....? 키킥.. “

춘향은 그렇게 파도와 사과를 따라 지하 벙커 같은 곳으로 들어갔다.


작가의말

모르는 망령 함부로 따라가지 말라고 엄마가 그랬는뎅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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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259. 궁극의 필살기를 만들어보자 23.08.10 252 0 13쪽
266 258. 생사를 넘나든 남매는 23.08.09 250 0 15쪽
265 257. 솔직한 사과 23.08.08 252 1 13쪽
264 256. 이런 곳인 줄은 몰랐는데 23.08.07 253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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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 254. 더욱 아름답게, 더욱 빠르게 23.08.05 255 1 13쪽
261 253.5 아름다운 춤 23.08.04 254 1 17쪽
260 253. 제자의 소소한 복수 23.08.03 257 1 15쪽
259 252. 내면의 또다른 나 23.08.02 253 1 15쪽
» 251. 하나의 육체 두 명의 망령 23.08.01 252 1 12쪽
257 250. 이제부터 너희가 해야할 일은 23.07.31 254 1 13쪽
256 249. 검은 왕국의 왕 23.07.30 252 1 13쪽
255 248. 두 가지 의뢰 23.07.29 252 1 14쪽
254 247. 제2차 작명 토론 23.07.28 251 1 15쪽
253 246. 차원이 다른 존재 23.07.27 255 1 15쪽
252 245. 사건의 전말 23.07.26 252 1 13쪽
251 244. 혼자서 고민할 필요는 없어 23.07.25 251 1 15쪽
250 243. 사슬의 끝 23.07.24 252 1 13쪽
249 242. 자유의 도시 23.07.23 252 1 15쪽
248 241. 큰 돈의 용도 23.07.22 253 1 14쪽
247 240. 정해진 승패 속의 베팅 23.07.21 253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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