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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햄의 서재입니다.

나노머신 세계정복! 후삼국에서 시작!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냥햄
작품등록일 :
2023.08.02 14:27
최근연재일 :
2024.05.15 18:00
연재수 :
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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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5,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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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5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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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2쪽

(41) 반란 진압

DUMMY

진압군의 장군으로는 곽개가 1천의 지원 병력과 함께 서라벌에서 올라왔다.

진영에 도착한 곽개는 영기의 막사에 들어가 부하 장수들에게 보고를 받았다.


"현재 적도들의 수준은 그저 농민병으로서 무기를 제대로 다뤄 보지도 못 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아군이 초전에서 후퇴를 하고 현재까지 소심하게 박혀있는 탓에 사기가 크게 올라 있는 상태입니다."


"현재 군량미는 서라벌로 돌아갈때 쓰일 군량미를 제외하면 보름 정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4백의 병사가 죽었고 1백의 부상자가 있습니다."

"4백의 병사는 누구의 병사인가?"


"전 촌주 건랑의 병사들 선봉대 입니다."


그렇게 한창 상황에 대해 보고 받고 있던 도중 성달이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이번에는 누구도 성달을 저지하는 자가 없었다.


"장군!! 저희 아버지 건랑의 원수 영기의 목을 제 손으로 벨 수 있게 하여 원수를 갚을 수 있도록 주십시오"


성달이 곽개 앞에 엎드려 눈물을 흘리며 곽개에게 읍소했다.

곽개는 의자에 앉아서 그런 성달을 바라보았다.


곽개에게 보고를 하던 장수들도, 상황에 대해 토론을 하던 장수들도 모두 그 모습을 보고 입을 닫았다.


잠자코 성달을 바라본 곽개가 입을 열었다.


"너는 그럴 자격이 있지. 그러하라. 여봐라 성달에게 칼을 주어라."


"예 장군!"

막사 밖에서 그에 응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원수를 갚게 해주시는 은혜에 감사하옵니다."


성달이 곽개에게 절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서 천막을 빠져나가자

한 병사가 성달에게 칼을 두 손으로 바쳤다.


성달은 그 칼을 잡아 들었다.

칼은 손잡이가 긴 형태로 검이 아닌 한쪽 방향만 날이 날카로운 도 라서 대도라고 불리는데 박도라고 불리기도 하였다.


이미 영기는 두팔과 다리가 묶인채 앞으로 엎어져 있었고 영기는 울며 불며 살려달라고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있었다.

영기의 두 귀는 화살로 꿰뚫려 있었고 그렇게 목 뒤에서 화살 두 개가 교차되어진 상태였다.


"네 놈의 목을 잘라 제사상 위에 올리고 원수를 갚았다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말씀드릴 것이다"


"제발 살려주시오. 제발. 내가 잘못했소 성달. 내가 건랑에게 정말 잘못했으니 평생을 참회하며 살며 건랑의 명복을 빌며 제사를 드릴테니 제발 살려주시오"


성달을 본 영기가 눈물 콧물을 다 흘리며 묶여있는 손과 발이 닳아라 버둥대며 빌었다.


"사과는 저 세상에 가서 내 아버지께 드리거라"



성달이 박도를 내리쳤다.

하지만 박도는 영기의 목을 단번에 자르지 못 했다.


사람의 목은 쉽게 잘리지 않는다.

튼튼한 목 뼈가 가로막고 있기 때문 이기도 하지만 목의 두께 또한 굵기 때문.


영기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고통이 몸부림 치는 모습이 보였다.

뒷목에서 부터 잘리기 때문에 몸 아래로 향하는 신경은 잘려나갔지만 혈류와 기도가 지나가는 쪽은 앞 목에 있어서 죽지 않았다.

목 아래의 몸은 죄다 마비 되었지만 즉사하지 않은 것이 영기에게는 불운이었다.



그 때문에 성달은 박도를 여러번 내리쳐야 했다.


두번 세번 내리쳐도 뼈가 가로막고 있었고 죽지 못 한 영기에게는 끔찍한 고통일 뿐이었다.




몇번이고 내리치는 끝에 결국에 영기는 숨을 거두었고 목이 잘려나갔다.


수백의 지원군과 함께 올라 온 곽개는 울진군에 오자 마자 그렇게 영기의 목을 자르고 작전회의에 들어갔다.


8천의 병력이 평지에서 정면으로 적도들을 들이받기로 하였다.

적도들의 수준이 낮은 관계로 정면에서 적도들을 들이받는 정공법을 택한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중앙군 3천은 서쪽의 산비탈로 올라간 뒤

8천의 병력이 부딪히기 직전에 3천 중 2천의 병력이 산비탈에서 내려오면서 적들의 후방 측면을 치기로 되었다.


그 2천에는 견훤 또한 포함이 되어 있었다.


견훤은 아직 직접 사람을 죽여 본 적이 없었다.


방어 전투에서는 활을 쏘긴 했지만 정확히 노려서 쏜 것이 아니었고

잔뜩 몰려오는 적들을 향해 대충 쏴도 맞는 상황이어서 하나 하나 맞춘다 라기 보다는 최대한 많이 빨리 화살을 쏘아 낸다는 느낌으로 난사를 했었다.


이번 전투가 견훤의 첫 전투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서쪽의 오르막을 올라 산비탈에서 쭉 걸어가서는 전투가 벌어질 전장 평야 옆의 산비탈에 2천의 병사가 조용히 자리 잡았다.


적들은 8천의 아군 병사가 정면의 평지에서 함성을 지르며 걸어 오는 모습에 긴장했는지

산비탈의 진압군을 눈치 채지 못 한 모습이었다.


8천의 병사들은 넓게 퍼져서 평야를 가득 채워서 진격하고 있었다.


"후우 긴장되나?"

선임이 견훤에게 물었다.


"긴장됩니다. 첫 전투인데 긴장되지 않을 수가 없지요."


견훤의 몸이 조금씩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공포와 흥분이 동시에 견훤을 덮치고 있었다.


"걱정하지 말게나 모두 잘 될걸세"

선임이 견훤의 등을 토닥였다.


8천의 중앙군이 어느 정도 적도들과 가까워지다가 대량의 화살을 적도들을 향해 쏘았다.

화살은 하늘로 쭉 올라가서 적도들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적도들은 화살을 쏘는 모습을 보고 급히 화살을 방어하기 위해 나무 판을 머리 위로 올렸다.

방패라 하기엔 하찮은 나무판자 였으나 화살을 막는 것에는 효과가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모두가 나무 판자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고 화살을 맞아 쓰러지는 적도들도 꽤 있었다.

농민 역도들이 화살에 의해 소란스러워졌다.


2천의 병력을 담당한 황주 라는 장수가 그 모습을 보고는 입을 열었다.


"시작한다."


뿌우우우!!!


"와아아아아아!!"


뿔나팔 소리가 울려퍼지자 산비탈에서 조용히 나무 숲에 숨어 대기하고 있던 2천의 병사가 함성을 지르며 내려갔다.

동시에 내려가지 않는 1천의 병사들이 산비탈에서 적도들을 향해 화살을 쏟아내었다.

적도들 진영 후방 우측면을 향해 2천의 병사가 돌진하기 시작했다.


"오른쪽 뒤다!! 적들이 온다!!"

적도들의 진영에서 외침이 울려퍼지자 적도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앞에서 8천의 병사가 몰려오고 있어서 잔뜩 긴장하고 있는데 갑자기 오른쪽 뒤에서 적이라니?


거대한 함성소리가 후방에서 들려오자

농민병들은 뒤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금새 적도들의 후방에서 창과 칼이 부딪히는 소리와 피와 살이 하늘로 튀어오르고

비명이 울려퍼졌다.


정면으로 들어오는 8천의 적들을 상대해야 하는 적도들의 시선이 후방으로 집중되었다.

그렇게 적도들의 진영이 흔들리고 시선이 분산되자 곽개가 칼을 들어 외쳤다


"진격하라!!!"

"와아아아아아!!!!"


적도들이 후방에 정신이 팔린 사이, 넓게 펼쳐졌던 8천의 병사가 적들을 향해 동시에 뛰기 시작했다.

전방의 8천의 적들을 상대해야 하던 적도들은 그에 맞게 대처하지 못하고 늦어버렸다.


안 그래도 훈련 수준도 낮은 농민병일 뿐인데 전방에서 몰려드는 중앙군에 맞서기 위해서는 정면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정신이 분산된 것이었다.


창칼의 파도가 농민병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뒤에서 공격 받는데 앞에서도 공격을 받자 적도들의 앞 진영이 썩은 두부마냥 무너지기 시작했다.


거기에 뒤에서 몰려드는 적도들을 상대하기 위해 중간에 있던 적도들이 후방으로 몰리자

전방을 막으려던 적도들과 후방을 막으려 몰려간 적도들 사이가 찢어져 균열이 생겼다.


"지금이다!!"

"돌격하라!! 적들을 찢어라!!!"


그 균열이 커지자 산비탈에서 대기하던 1천의 병력이 물밀 듯이 내려왔다.

열이 생기면 그 균열을 노리는 것이 작전이었던 1천의 병력은 균열을 노려 적도들의 진영을 찔러 갈랐고


후방을 공격하던 2천의 병사들과 달리

1천의 병력들은 적들과 계속 부딪혀 싸우는게 아니라 후방 깊숙이 들어가며 진영을 갈라내 균열을 키우는 것에 주력했다.


중앙이 갈라져서 나뉘어진 적도들은 무력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


견훤은 산비탈에서 뛰어 내려갔다.

눈 앞에 낫을 든 적 농병이 보였다.

배운대로 견훤은 자신의 창을 힘껏 내질렀다.


"흐아아앗!!"


푸욱!


창은 농민병의 낫을 지나 농민병의 배에 깊숙이 틀어박혔다.


"꺼어억"


농민병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나왔다. 비명소리도 없었다.

그저 간신히 한 마디 약하게 내뱉을 뿐


"어..어머니"


창에 찔린 농민병은 손에서 낫을 떨어트리며 견훤의 창을 손으로 잡았다.


적의 복부에 박아 놓은 창날이 빠지지 않았다.

복부에서는 피가 줄줄 흘러나와 창날과 창대를 따라 흐르며 견훤의 손을 적셨다.

흐르는 피와 함께 견훤의 손으로 적의 심장 박동의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살과 내장의 꿈틀거리는 움직임 또한 느껴졌다.


이 끔찍한 역겨운 느낌은 시간이 갈 수록 점점 사그라들었다.

손으로 전해지는 역겨운 느낌이 줄어 들어갈 수록 역겨운 감정은 오히려 증폭되었다.

창을 통해 전해지는 심장 박동과 내장의 움직임이 멎어갔다.

적의 눈동자에서 생기가 빠져 나가는 것을 보며 견훤은 극심한 역겨움이 느껴졌다.


당장 토하고 싶은 구토기가 목구멍으로 치밀어 올랐다.


손과 발에서 힘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자 견훤은 이를 꽉 깨물었다.


"크으으읍!!"


죽은 적도의 시체를 발로 강하게 밀며


억지로 손과 발에 그리고 온 몸에 힘을 주고선 억지로 창을 빼냈다.

창에는 살점 조각과 피가 잔뜩 묻어나왔다.


농민병은 썩은 나무 마냥 그 자리에 풀썩 쓰러져 버렸다.


그 모습에 구토감 수준에서 머무르던 것이 그대로 위를 자극하며 식도를 타고 신물이 올라왔다.


"우웁"


급히 왼손으로 입을 막고 멍하게 있을 때 견훤의 눈에 오른쪽에서 뾰족한 대나무 단면이 보였다.




"야 이 미친새끼야!! 정신차리고 집중해! 죽고 싶냐!"


견훤은 앞으로 쓰러지며 옆구리에 통증을 느꼈다.

뒤돌아보니 선임이었다.


선임이 발로 견훤의 옆구리를 찬 것이었다.

그 위로 넘어진 견훤의 얼굴이 있던 자리에 죽창이 하나 쑥 내질러졌다.


이게 무슨 뜻인지 깨달은 견훤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선임의 발에 차이지 않았더라면 그 대로 죽창에 꿰뚫려 죽었을꺼라는 소리


견훤의 위로 아군이 뛰쳐나가며 적들을 참살했다.

넘어진 견훤 앞으로 견훤을 보호하기 위해 선임들과 동료가 밀어 붙인 것이었다.


"이 새꺄 정신 차리고 일어나! 씨발 죽고 싶지 않으면 일어나!"


다른 선임이 견훤의 멱살을 붙잡고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손바닥으로 뒷통수를 세게 때리고는 뺨을 때렸다.


"정신 차리고 앞을 봐!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앞으로 가라! 적들을 찔러 죽여! 다른 생각은 하지 마! 찌르고 빼고 찌르고 빼고! 서라벌에서 배운 대로만 해라! 이게 니가 할 일이다!"


선임이 견훤의 등을 떠밀었다.

견훤은 자신의 창을 다시 꽉 쥐었다.


'그래.. 정신차려야지. 죽기 싫으면 생각을 하면 안 된다.'


견훤의 눈빛이 돌아왔다. 그렇게 견훤은 다시 적도들에게 뛰어들었다.

구토감과 함께 신물이 살짝 올라왔지만 견훤은 그것을 억지로 집어 삼켰다.


아까의 그 느낌은 잊으려 하지 않았다. 계속 마음 한 켠에서 떠올랐지만 무시하려 했다.


아무런 느낌도 느끼려 하지 않았다.

창을 타고 오는 느낌을 무시했다.

들려오는 비명을 무시했다.


그저 무시하기 위해서 있는 힘을 다 해 창이 부러져라 꽉 쥐고

그저 내질렀다. 당겼다.

찌르고 뽑고 찌르고 뽑고 적들의 무기를 주시하며 날아오는 낫을, 죽창을 피했다.


가끔 죽창이 가슴이나 배를 찔렀지만 속에 입은 두정갑에 의해 튕겨나갔다.


'생각이 많으면 죽는다. 오직 찌르고 뽑고 피한다.'


적들의 공격은 훈련 받지 않은 농민병의 공격이었기 때문에 어설퍼서 피하기 쉬웠다.

창이라는 긴 무기의 사거리 덕분에 공격이 다가오기 전에 찌를 수 있었다.


적도들의 죽창 보다도 긴 사거리로 적들을 꿰뚫었다.

적도들의 목을 꿰뚫고 가슴을 꿰뚫고 얼굴을 꿰뚫고 두개골을 박살내며


그렇게 적들을 찌르던 도중 눈 앞에 농민병들 사이에 그래도 좀 잘 차려 입은 듯이 보이는 자가 있었다.

죽창이나 낫이 아니라 제대로 된 칼을 가지고 있고 그 주변에는 재대로 된 창으로 무장한 자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그는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며 칼을 휘두르며 지시를 하는 듯 보였다.


'후방에 자리 잡고 있고 잘 차려 입고 보호받고 있는 모습이라면?'


견훤 머릿속에는 한 가지 단어가 빠르게 지나갔다.


"적장이다! 저 앞에 적장이 있다!!!"


견훤의 외침에 동료들이 앞을 바라보았다.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앞에 있는 적들의 수는 꽤 많았지만 오합지졸들 이었기 때문에 충분히 뚫고 갈 수 있을 만한 규모였다.


오히려 적장들 또한 많은 인원에 막혀 꼼짝달싹 못 하고 갇혀있는 형국이었다.


"적장이다!!!"


동료들도 견훤의 외침과 손가락질에 바라본 방향에 있는 자가 적장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죽여라! 앞으로 나가라!! 적장을 베어라!!"


적장이 눈 앞에 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사기가 치솟았고 병사들이 휘두르는 칼에 들어가는 힘이, 내지르는 창에 들어가는 힘이 더 들어갔다.


"죽기 싫은 자는 비켜라!"


"막아라!! 저들을 막아야 한다!!"


"뚫어라!! 저 목이 이 전투의 끝이다"


적장이 중앙군을 향해 손가락질 하였고 2천의 별동대를 담당한 장군 황주가 칼을 위로 들며 병사들을 독려했다.


이미 일당백은 아니더라도 일당 십 수준의 대학살 수준의 전투였고 피와 육편이 바닥을 적시며 많은 농민병들이 땅의 거름이 되고 있었다.


진영은 절반으로 나뉘어 붕괴되었고 대학살 만이 일어나고 있는 현장.


"난 죽기 싫어.. 난 갈꺼야!!"

"이미 졌어! 살고 싶으면 도망쳐야 해!"

"여기서 죽으면 개죽음이라고!! 다들 도망쳐!!"


농민병 진영의 내부에 혼란이 커지고 진영이 무너지고 적들이 안 까지 침투해 오자

농민병들이 하나 둘 씩 진영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극심한 배고픔에 죽음을 각오하고 일어난 봉기였지만 농민들 누구나 패배를 직감할 수 있는 전황에 남아있을 자는 거의 없었다.


적장과 후방 돌격대 사이에서도 농민병들이 겁에 질려 도망가려는 움직임이 생겨났고

덕분에 적장을 향해 가는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막아라!! 막아야 한다!! 도망가지 마라!! 이렇게 도망가면 또 수탈당할 뿐이다!! 굶어 죽을 뿐이란 말이다!!"


적장의 외침에도 농민병들은 자리를 떠나 뒤로 도망치기 시작했고 이는 점점 큰 물결이 되어 갔다.


심지어 적장의 주변에 붙어서 호위하던 자들도 슬금슬금 눈치를 보더니 하나 둘 도망가는 농민병들 사이에 끼기 시작했다.

견훤과 동료들은 적장으로 향하는 길을 가로 막는 자들을 베고 찔러 넘기며 적장을 향해 앞으로 전진했다.


그렇게 후방의 적도들을 뚫고 마침내 적장 앞에 당도하게 되었다.


도망가는 농민병들도 많았지만 아직도 도망가지 않고 저항하는 농민병들이 많았다.

적장을 구하기 위해 달려드는 자들이 있었는데 견훤과 동료들이 앞으로 전진해서 그러한 자들을 막았다.


이제 적장과 아군 사이에는 아무도 없었다.


"네놈이 적도들의 수괴 관모인가?"

견훤을 발로 찼던 선임이 적도에게 물었다.


"더러운 간신배들의 종자들.. 그래 내가 관모다! 네 놈들 때문에 굶어 죽은 우리 어머니의 복수를 하마"


관모가 칼을 꽉 쥐고 자세를 잡았다.

역시나 훈련 받지 않은 느낌이 물씬 풍겼다.


"항복해라. 어차피 다 끝났다."

"항복하더라도 어차피 죽은 목숨 아니냐!! 어차피 죽을 바에는 한 놈이라도 더 같이 길동무로 삼겠다!!"


관모는 괴성을 지르며 선임을 향해 달려들며 칼을 내리 꽂았다.

선임은 관모가 휘두른 칼을 슬쩍 피하더니 창으로 관모의 배를 찔렀다.

창은 관모의 배를 뚫고 등으로 관통되었다.


"그러니까 농사나 하며 살 것이지 왜 반역을 저질렀느냐"


"쿨럭... 네놈들이 농사를 지어도 다 빼앗아가며 우리를 굶겨 죽이지 않느냐.. 원통하다. 이 썩어빠진 세상.. 쿠륵 퉤.."


관모는 입에서 피를 뿜었다. 그리고는 핏물 가득한 침을 내뱉으며 씁쓸히 웃으며 자신의 배를 꿰뚫은 창을 손으로 부여잡더니 고개를 떨구었다.


선임은 얼굴에 뱉어진 관모의 침을 닦아내었다.

손에서 창을 놓자 창에 꿰뚫린 관모가 썩은 통나무 쓰러지듯이 뒤로 넘어갔다.

선임은 오른 발로 관모의 가슴을 밟고 그리고는 허리춤에 찬 칼을 꺼내 들어 관모의 목을 베어냈다.


그리고는 관모의 몸에 박힌 창을 뽑아 내어서 창으로 관모의 목을 찔러 들어올렸다


"적장의 목을 베었다!!"


"적장 관모의 목을 베었다!!"


그 모습을 본 농민병들은 싸움의 의지를 잃었다.

"저거 관모 아니야!!"

"다 끝났어!! 도망가!!"


아직까지 항전의 의지를 가지고 있던 적들도 관모의 목을 보고는 무기를 버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농민들 앞에 나가서 열정적으로 소리치며 농민들을 설득하던 그 관모의 얼굴이었다.


후방 돌격대의 장수였던 황주가 그 모습을 보고 파란 깃발을 들어올리자

1천의 부대와 8천의 부대쪽 에서도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적장을 베었다!!"

"저걸 봐라! 적도의 머리다!"


빨간 깃발을 본 중앙군의 병사들이 외치자 농민병들도 고개를 돌려

창대에 꽂힌 관모의 목을 보았다.


"이 전쟁은 다 끝났다! 목숨이 아까운 자는 무기를 버려라!"

"항복한 자들은 사로잡아라!"

"도망치는 적도들은 쫓아가서 죽여라!!"


그 자리에서 무기를 떨어트리고 항복하는 자들이 있었고

무기를 버리고 도망치는 자들이 있었다.


중앙군은 도망가는 자들의 뒤를 쫓아 가서 창으로 찔러 죽였다.

대학살이었다.



***



견훤은 자신들이 뛰어 내려왔던 산비탈 쪽을 바라보았다.

산비탈과의 거리를 보아 어느새 이 만큼 왔나 싶을 정도로 적진 깊숙이 들어온 상태였다.


땅은 온통 죽은 시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전투 중에 죽은 자들도 많았으나 상당 수가 도망치다가 찔리고 베여 죽은 시체들이었다.


견훤은 죽은 시체들을 바라보았다.

참혹하게 찔려 꿰뚫리고, 베이고, 박살난 시체들이었다.


다시금 외면했었던 첫 살인의 기억이, 느낌이 팔을 타고 올라왔다.

구토감이 위에서 목을 타고 올라왔다.

헛구역질이 났다.


억지로 토해보려고 웩 하고 올려보았지만 공복이라 침 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래서 전투 직전에 아무것도 먹지 말라는 거였나'


손발이 덜덜 떨렸다.

전투 도중에 잊고 있었던 죽음의 순간들이 기억났다.


허술한 적들이었지만 자칫하다간 죽창에 꼬챙이 신세가 될 순간들이 많았다.

오싹했다.

조금 더 둘러보니 농민병들의 시체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군들의 시체도. 가끔씩 서라벌에서 같이 훈련 받던 동료의 시체도 눈에 보였다.


전장에서는 병사들이 정부군 아군들의 시체를 수습하고 있었다.


죽은 농민병들은 다들 한결같이 빼빼 말라서 뼈의 윤곽을 알 수 있는 형태였다.

다들 얼굴이 비쩍 말라서 광대뼈가 들어나 있었다.


전투에서 적도들의 공격은 힘이 없었다. 훈련을 받지 않아 허술한 탓도 있었겠지만

애초에 먹지 못 해서 몸에 힘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견훤은 죽은 시체들을 보며 눈을 감았다.


고향에서 자주 보던 농기구들. 비쩍 마른 사람들.

광기에 차 있던 적들. 두려움에 떨던 적들. 원망의 눈빛.

중앙군이 북상하며 수탈하던 장면들. 병사들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하던 백성들


'우웩...'

다시 토악감이 치솟았다.

이 곳의 시체들이 자신의 고향 사람들일 수도 있었다.


그런 시신들을 바라보며 토악감을 억지로 집어삼켰다.

정신이 멍 했다.


'대체 뭘 한거지? 난 여기 왜 있는거지?'


견훤은 어릴때는 신라의 대장군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골품제라는 것을 알게 되고 올라갈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며 좌절했지만

영화와 만나며 새로운 시대를 꿈 꾸었다.


그저 모든 것은 자신의 출세와 꿈을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달린 결과가 눈 앞에 농민들의 시체가 되어 다가와 있었다.

자신의 두 손을 들자 말라 붙은 피로 인해 검붉게 변한 옷과 손이 보였다.


'이게 내가 원했던 것인가.'


손에서 힘이 빠졌다.

땡그렁


견훤의 손에 쥐어져 있던 창에 땅으로 떨어졌다.


손이 덜덜 떨려왔고 정신은 멍 했다.

그저 그렇게 서 있을 때 누군가 견훤의 어께에 손을 얹었다.


"짜식 겁 먹었냐? 잘 해놓고 왜 이래?"

견훤이 고개를 돌리자 자신을 발로 차서 구해줬던 선임이 서 있었다.


"강궁혁 선임님"


"어? 우냐? 다 끝났어. 이젠 서라벌로 돌아가서 먹고 마시고 즐기기만 하면 된다 이 말이야"


"다 끝났다니요. 이 모습을 보십시오. 다 농민들입니다. 우리가.. 우리가.. 농민을 죽이기 위해 군에 들어온게 아니지 않습니까"


견훤의 떨리는 목소리에 궁혁이 입을 다물었다.


"우리가.. 대체 무슨 짓을"


"정신차려!!"


궁혁이 견훤의 뺨을 때렸다.


"누구는 죽이고 싶었는 줄 아냐? 얘네가 농민병인거 다들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


"우리는 군인이야! 상관의 말에 복종해서 여기 온거야!"


"하지만.."


"그래 안타깝지! 마음에 들지 않지!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 아오 젠장"


"...."


궁혁이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한숨을 푹 쉬었다.


"이건 네놈 탓이 아니다. 우린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야.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위에 계신 분들이지 우리가 아니야."


궁혁의 손에는 육포가 들려 있었다.

궁혁은 육포를 물어 뜯었다.


견훤의 눈에 바닥에 떨어져 있는 누군가의 육편과 함께 육포가 들어왔다.

또 다시 구역질이 올라왔다.


"우웨에에엑"


"이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위로 올라가서 바꾸던지 해야지 여기서 질질 짜봤자 아무 소용 없다. 높으신 분들이 제대로 나라를 안 다스리면 다시 이 꼴 볼 수 밖에 없어"


궁혁의 말에 구토를 하던 견훤이 반응했다.

멍하게 풀려 있던 눈의 눈빛이 살아났다.


견훤은 땅에 떨어진 자신의 창을 주으며 중얼거렸다.


"바꾼다..."

관모 농민 반란 진압.jpg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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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99 증오하는자
    작성일
    24.01.16 01:46
    No. 1

    연참 너무 감사합니다!

    ㅋㅋㅋ 어쩐지 왜 안부르냐 했더니만 ㅋㅋㅋ 이렇게 뒤통수를 치는 드러운 세상입니다요. 뭐, 오히려 잘되었죠. 비록 돈이 많이 들겠지만 청자와 백자, 본차이나며 가득 들고가서 서라벌에 안기고 인연도 만들고 후에 서라벌 정복의 루트도 만들고!

    그래도 저런 인간이면 다행이지만 진짜 충신이자 FM이 나왔다면 죽여야할지 고민도 하게 만들겠죠. 너무 대놓고 티를 내니 감찰사 역시도 얼마나 답답해 죽으려고 하였을지 모르지만 뒤통수치지 않게 주의해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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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1) 해적 박멸 24.03.18 211 3 13쪽
60 (60) 설전 24.03.16 241 5 13쪽
59 (59) 뇌물로드 24.03.13 245 6 14쪽
58 (58) 최치원 +1 24.03.08 264 9 18쪽
57 (57) 입조 24.03.07 260 7 13쪽
56 (56) 서라벌행 24.03.06 270 6 14쪽
55 (55) 감찰사 24.02.15 301 7 18쪽
54 (54) 배, 콩, 감찰 24.02.14 299 9 14쪽
53 (53) A/S 24.02.13 281 8 16쪽
52 (52) 누수 24.02.08 295 6 15쪽
51 (51) 내분 그리고 결투. 24.02.05 303 6 21쪽
50 (50) 배신 24.02.02 305 6 19쪽
49 (49) 신의의 사나이 능창 +1 24.01.31 318 7 19쪽
48 (48) 능창 +1 24.01.30 328 8 20쪽
47 (47) 작전 +1 24.01.29 334 9 15쪽
46 (46) 무안군으로 압해군으로 +1 24.01.25 344 8 16쪽
45 (45) 호남 농업 혁명 +1 24.01.24 356 9 16쪽
44 (44) 해적, 군기, 상단 지원 +4 24.01.23 368 8 19쪽
43 (43) 거점 이동 +1 24.01.22 363 8 17쪽
42 (42) 파견 +2 24.01.15 377 9 18쪽
» (41) 반란 진압 +1 24.01.15 376 7 22쪽
40 (40) 대장군 영기 +1 24.01.11 399 9 19쪽
39 (39) 원종과 애노 +1 24.01.08 399 8 19쪽
38 (38) 수탈 +3 24.01.05 419 7 14쪽
37 (37) 김요의 난 2 +3 24.01.04 450 9 18쪽
36 (36) 김요의 난 +1 24.01.03 433 10 16쪽
35 (35) 괴질 2 +2 23.12.29 434 10 13쪽
34 (34) 깃필 그리고 괴질 +1 23.12.28 435 10 14쪽
33 (33) 회회교인 +3 23.12.26 438 7 15쪽
32 (32) 서라벌 왕 +1 23.12.22 481 1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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