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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햄의 서재입니다.

나노머신 세계정복! 후삼국에서 시작!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냥햄
작품등록일 :
2023.08.02 14:27
최근연재일 :
2024.05.15 18:00
연재수 :
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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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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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7
글자수 :
635,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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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1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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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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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40) 대장군 영기

DUMMY

"반란을 진압하러 간다."


상관의 말에 견훤은 뛸 듯이 기뻤다.


"저번 난에서 선배들 중 탈락한 사람들이 많아 우리도 참가하게 되었다. 진짜 실전이니 방심하지 말라."


그렇게 견훤과 동료들은 갑주를 입고 무기를 챙겼다.

이번에 견훤이 입은 갑주는 두정갑. 얼마 전 두정갑이 사벌주에서 배송되었던 것


"엄청난 추위가 있을 것이다. 대비하라."


견훤은 솜이 들어찬 옷을 영화에게 전해 받은 두정갑 안에 두툼하게 껴입고 창과 방패를 들었다.


김요의 난 이후 2년도 되지 않은 시점.

889년 1월 겨울 바람이 휘몰아 치는 시기에 중앙군은 울진으로 출진했다.


중앙군은 북상하며 미질부(포항시)에서 북미질부성주와 남미질부성주인 공기와 상재를 만나 1천의 병력을 지원받았고 무기와 식량 그리고 우마를 제공받았다.


"반란군을 진압하기 위해 가는 주상 폐하의 군대다! 식량을 상납하라!!"


중앙군이 각 집에 들어가 식량을 뜯어내었다.

추수를 한 이후의 겨울이라 그런지 곡식이 그런대로 어느 정도 있었다.


"이 놈들아! 이번에도 흉년이었는데 그것 까지 가져 가면 우리 진짜 굶어 죽는단 말이다!"


"그렇다고 적들을 상대하는 우리가 죽을 수는 없잖쇼! 우리도 뭘 먹어야 적들과 싸우지"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하던 노인을 발로 차면서 까지 곡식을 뜯어왔으나 양이 너무 적었다.


"장군. 흉년이라 그런지 백성들에게서 군량미를 받아오는 양이 너무 적습니다. 게다가 백성들 또한 보유하고 있는 식량이 적어서 이렇게 뺏어오다간 백성들이 곤란해질 것이옵니다."


"우리는 주상폐하의 명을 받아 적도들을 참살하러 가는 군대요! 폐하의 은덕을 받은 자들이라면 은덕에 보은해야 하는 것이 합당하오"

부하인 상적이 영기에게 보고를 하자 영기가 성을 내었다.


병사들 또한 백성이기 때문에 수탈당하는 백성들 에게서 곡식을 뺏고는 있었지만 양심은 있어서인지 그래도 그들이 굶어 죽지 않을 만큼은 남겨두고 있었다.


허나 정말로 아사 하는 것만 피할 정도로 뺏어감에도 애초에 백성들이 가진 미곡의 전체 양이 적다 보니 수탈한 양 또한 적어서 만족할 만한 양이 아니었다.


"백성들의 상황은 알 바가 아니오! 이번 반란을 진압하는데 실패하면 이 미질부(포항시)의 백성들 또한 까마귀 밥이 될 것인데 당장 먹을것이 중요하오? 적도들의 칼에 죽지 않고 살아만 있으면 어떻게든 될 것이니 최대한 군량미를 확보하시오"


"장군. 이미 최대한 백성들에게서 미곡을 뺏아오고 있습니다. 더 확보했다간 이들은 진정으로 굶어 죽습니다."


"우리 목이 달려있는 전쟁이야!! 우리 목이 달아나게 생겼는데 그깟 무지렁이들의 목숨이 중요하나? 남기지 말고 싹 쓸어오도록 해!"


중앙군은 계속 북상하며 야성군(영덕군)에서도 호족들에게서 병력과 무기와 군량미 지원을 받고 백성들에게서 수탈을 계속 하였다.


"장군께서 군량미 확보를 위해서 한 톨도 남김없이 다 가져 오랍신다!"

"예에??? 그러면 농민들은 다 굶어 죽지 않겠습니까"

"당장 우리 목숨이 달렸는데, 지면 여기 농민들도 반란군 놈들 손에 다 죽으니까 신경 쓰지 말고 다 챙기라 하셨다"


영기의 닦달 아래 중앙군은 그나마 굶어 죽지 말라고 남겨두던 쌀 까지 싹 쓸어가기 시작했다.


"굶어 죽지 않게 먹을 것은 남겨둬야 하는 것이 아니오! 다 가져가면 우린 뭘 먹으라고!"

"우리도 명령을 들을 뿐이야! 한 톨도 남김 없이 샅샅히 뒤져서 싹 다 가져와라!"


그렇게 북상하며 눈에 보이는 민가는 죄다 약탈하듯이 뺏아가며 그렇게 울진군에 당도하자 울진군 촌주 건랑이 마중나왔다.


"울진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2월이었다.

차디찬 겨울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견훤은 북쪽에 자리 잡고 있는 반란군을 바라보았다.


울진군은 서쪽에 산악지형. 동쪽에는 바다가 있으나 바다 앞에 언덕을 끼고 있고

서쪽의 산악지형과 동쪽의 언덕 사이에 평야가 있는 형태였다.


중앙군은 나무로 급조한 목책을 세우고는 반란군을 바라보았다.


"적도의 수괴가 관모 라는 자라 하더구만"


"관모? 관리들이 머리에 쓰는 모자 같은 이름이네. 그 자는 어디 호족이라던가?"


"호족이 아니라 농민이라고 하더군. 세금을 징수하러 온 관리를 죽이고 들고 일어섰다 하네"

그렇게 이번 전쟁에 관해서 견훤은 병사들과 함께 떠들었다.


신라 전역에서 호족의 아들로서 상수리제도를 통해 온 병사들이었기에 자기 지역에서 관리들이 얼마나 수탈을 했는지

백성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등등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렇게 떠드는 사이에 반란군 진영에서는 반응이 조용했다.

진압군이 도착하면 곧바로 쳐들어 올 줄 알았건만 무슨일일까.


반란군도 저 멀리 북쪽에 보이는 곳에서 커다랗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울진군은 전략적 거점도 아니었고 인구도 그리 많은 곳이 아니었기에 전쟁의 위험이 낮아서 성이 없었다.


게다가 서쪽은 산악지대, 동쪽은 바다로서 넓은 평지가 없다 시피 한 곳이라 다닐 수 있는 길이 한정되어 있어 이렇게 조금 있는 평지에 자리 잡을 수 밖에 없었다.


울진군에 온 지도 보름이 다 되었다.


진압군은 중앙군 5천에 미질부(포항시)에서 지원받은 정규 병력 1천, 야성군(영덕군)에서 지원받은 정규병력 2천에 북상하며 강제로 끌어모은 병력 2천으로 총 1만의 병력이었다.


중앙군 5천은 갑주를 잘 챙겨입고 체격도 건장한 모습이었으며 정규병력 3천은 중앙군에 비해서는 좀 부족해 보이지만 그래도 훈련은 받았는지 날이 서려 있는 모습에 약간 부실해 보이지만 갑주도 입고 있었다.


그리고 강제로 끌어모은 병력 2천은 어중이 떠중이 농민들로서 추운 겨울에 덜덜 떨면서 갑옷은 커녕 죽창이나 농기구를 들고 있었다.

강제 징집 한 병력들은 보급을 운반하고 노동을 시키는데 쓰는 용도였다.


성채 안이 어수선했다.


다들 갑주를 입고 다녀서 덜그럭 거리는 소리가 났고 각종 창과 활을 들고 있었다.


"아 드디어 시작인가"


사전에 들은대로 오늘이 진격일이었다.

운이 나쁘게도 견훤은 오늘 목책 앞에 서서 나무로 된 성을 지키는 보직이었다.


"공을 세워야 하는데 에휴.."


수천의 군사들이 성 밖으로 빠져나갔다.

군사들은 진영을 형성하고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뿔나팔 소리가 들리며 울진군의 진영에서 고작 수백의 군사가 걸어나갔다..

다들 창과 방패 그리고 칼과 몽둥이를 들고 전진하는 것이었다.


"다른 지원군은 없는건가? 무슨 계획이지?"

"아니야. 조금 늦지만 뒤에도 따라가고 있네"


저 선봉대 양 옆으로 수천의 군사들이 늦게 전진하고 있었다.


"저 중앙의 선봉대는 미끼고 선봉대가 싸우다가 후퇴하면 좌우에서 포위하는 형태가 아닐까 싶네. 적들을 이끌어 내는거지. 포위하면 최후방의 아군 병력이 망치로 내려찍듯이 공격하는거지"


과연 선봉대 뒤쪽으로 좌우로 군사들이 길게 걸어가고 있었고 그 최후방에 많은 병사들이 직사각형 형태로 진을 치고 전진하고 있었다.


"보게나 영기 장군도 최후방에 있네"


견훤이 고개를 돌려 보니 삐까뻔쩍한 갑주를 입고 말에 올라 탄 영기 장군이 보였다.


"왠지 덜덜 떠는 것 같이 보이지 않는가?"

"에이 장군이라는 자가 설마 떨고 있겠는가"

"어어! 격돌한다!!"


고작 수백의 병력이었다.


선봉대로 나선 수백의 병력이 적도들과 부딪히기 시작했다.


병사들이 적도들을 향해 창을 찌르며 달려 들었고

적도들의 죽창을 방패로 막아 튕겨내며 죽창 사이로 파고 들었다.


죽창에 찔려 쓰러지는 병사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죽창을 무력화 시키며 들어갔다.

아군의 창에 죽창을 든 적도들이 쓰러져갔고 죽창 사이로 들어간 아군이 몽둥이와 칼을 휘두르며 적들을 죽이자 죽창들이 땅에 떨어졌다.


피와 살점이 튀기 시작했다.

병사들이 방패를 들고 농민들에게 쿵 하고 부딪히면 방패에 맞은 농민들이 어질어질 하며 쓰러졌다.

훈련 받지 않은 농민군들이 목이 잘려나가고 창에 꿰뚫리며 쓰러져 갔다.


하지만 악에 받친 농민들도 만만치 않아 앞에서 쓰러지는데도 계속 해서 달려들고 있었다.


많은 수의 적들에게 수백의 병력은 역시나 무리였다.


어느 정도 전투가 시작되고 적진의 좌우에서도 적들이 중앙 선봉대를 향해 몰려오기 시작하자. 울진군 촌주 건랑이 빨간 깃발을 들며 외쳤다.


"후퇴하라! 진영을 유지한채 후퇴하라!!!"


피에 잔뜩 물든 선봉대는 건랑의 목소리를 듣자 건랑이 든 빨간 깃발을 보고 조금씩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슬슬 지치기도 하였고 적들의 수가 워낙 많아 더 이상 상대하기는 무리였다.


적들의 공격을 막아내며 적들을 베기도 하면서 뒤로 한 걸음 한 걸음씩 선봉대 진영이 뒤로 후퇴했다.


선봉대의 병사들도 여럿 죽었지만 훈련 받지 않았던 농민병인 적도들의 시체는 더욱 더 많았다.

하지만 수백의 선봉대 앞에 모인 것은 2만에 달하는 농민병의 물결이었다.


"장군! 적도들이 중앙으로 몰려서 내려오고 있습니다!"

파도처럼 적들이 물밀듯이 중앙으로 집중되며 선봉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본 상적이 최후방에 있던 영기 장군의 옆에서 보고했다.


허나 영기의 귀에는 그 말이 들리지 않았다.


시력 좋은 영기의 눈에는 전쟁의 참상이 그대로 들어오고 있었다.

피가 튀고 목이 팔이 잘려 날아가고 쇠와 쇠가 부딪혀 불똥이 튀고


전방의 충돌에서 나오는 비명이 멀리 있는 영기의 귀를 때리고 있었다.

영기의 팔과 다리가 부들 부들 떨리고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장군! 좌익과 우익을 진격시켜 적들을 포위하시지요!"


"장군 듣고 계십니까? 장군!!"


"장군! 진격해야 합니다!"

"장군! 늦으면 안 됩니다 장군!!"


"아.. 아직이다.. 저.. 적들이 더...더 들어오도록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영기의 귀에 부하들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흐릿하게 울려 퍼졌다.

영기는 정신이 멍 해졌다. 현세에 있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끄아아아악!! 내 팔!!! 내 다리!!"

"살려줘!! 어머니!!"

"내 배 밟지마 안돼 어어억!!"


"장군!!!!"


상적이 영기의 어께를 잡아 흔들었다.

그러자 영기가 흠칫 놀라며 깨어났다.


"후퇴한다!! 후퇴!! 성채로 복귀하라!!"


"장군!! 계략되로 되어 가고 있습니다!! 후퇴라니요!"


"시끄럽다!! 폐하께서 전권을 주신 나에게 말 대답 할 생각이냐!! 전군 후퇴다!!!"


"장군!!!"


"내가 후퇴라 하지 않느냐! 이건 아니다! 후퇴해라!!"


후퇴 명령이 떨어지자 최후방 진영이 성을 향해 복귀하기 시작했다.

영기의 명령은 뿔나팔 소리와 흰색 깃발을 통해 좌익과 우익에도 전달되었다.


“복귀다!! 전군 성으로 복귀 후퇴한다!!”


좌익과 우익도 후퇴 명령을 받고 후퇴하기 시작했다.


"후퇴라니!! 무슨 개소리란 말인가!!"


영기의 후퇴 명령 깃발을 본 건랑이 분노에 찬 소리를 외쳤다.


이미 미끼 역할을 한 선봉대는 적들과 부딪혀 붙잡혀 있었다.

이 상황에서 무작정 후퇴를 한다고 도망쳤다간 진영이 무너져 적들의 칼이 등에 날아올 것이 뻔했다.


"젠장!! 이게 뭐란 말이냐!"

제대로 된 후퇴도 하지 못 하고 지원도 받지 못 하게 된 건랑이 월도를 휘둘러 적을 베었다.


수백은 많다면 많은 병력이지만 적들은 2만에 달하는 수 였다.

훈련을 받지 않은 농민들이 대다수 였지만 2만이었다.


"촌주! 저희를 나두고 혼자라도 빠져 나가십시오!"

"촌주께서는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말을 타셨으니 혼자라면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을겁니다."


부하들의 말에 건랑은 고개를 저었다.

"네 놈들 나두고 내가 어딜 간단 말이냐. 오늘 여기가 내 사지인가 보다. 영기 저 놈이 나를 저승으로 보내는구나"


적들은 좌우로 감싸 안듯이 수백의 선봉대의 진영을 동그랗게 포위하기 시작했다.

특별한 작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수가 워낙 많아 거대한 적도들이 자연스럽게 선봉대를 감싸 안는 형태가 되었을 뿐


진압군 병사들은 창을 꼬나들고 적들을 노려보며 창을 내지르며 적들의 접근을 막아보려 했으나

하나를 쓰러트려도 또 하나가 쓰러진 농민병을 밟고 달려들어 밀어붙였다.

어느샌가 뒤 까지 후퇴할 길이 막힌채 적들에게 완벽히 포위당하자 탈출구 마저 잃게 되자 선봉대는 하나 둘 적들의 칼날에 쓰러져 갔다.

대량의 개미떼가 애벌레를 덮어버리듯


최후에는 건랑의 말 까지 마갑을 피해서 빈 공간에 죽창을 찔러 넣어 죽였다.

말에서 떨어져서 이리 저리 칼을 휘두르며 적들이 다가오지 못 하도록 끝까지 저항하는 건랑.


적들의 공격을 여러번 받아 찰갑 갑주는 철편들을 묶고 있던 끈들이 잘려나가 엉망이었고 떨어져 나간 철편들로 인해 갑주의 빈 공간이 수두룩 했다.


칼로 적들이 오지 못 하게 하였으나 사방에서 포위한 농민병들의 죽창은 사정거리도 길고 다 피해낼 수가 없었다.

사방에서 동시에 찔러 들어오는 죽창이 건랑의 몸을 꿰뚫었고 마지막 한 사람까지 죽어나갔다.


어처구니 없는 전멸에 성채에서 그 광경을 목격한 병사들이 웅성거렸다.

어이없는 죽음이었다.


***


"장군!! 촌주 건랑의 진격에 맞춰 우리 중앙군 또한 좌우로 출전하기로 하지 않으셨습니까!!"


막사에서 상적이 영기를 바라보며 분노의 찬 눈빛을 쏘아 보냈다.


"이.. 이번 작전은 실패할 작전이었네!! 적도들의 수가 많아!! 내가 출전하지 않았기에 패배도 없었고! 수백의 피해로 그칠 수 있었던 것이야!!"


영기의 음성이 떨렸다. 두려움에 가득찬 목소리였다.


"아니 그러면 건랑의 죽음은 무슨 개죽음이란 말씀입니까!! 사전에 합의한 대로 진행했으나 우리에게 배신당한 꼴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입니까! 우리는 진격하지 않을 것이었으면 사전에 건랑에게 귀띔이라도 해주었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건랑은 자기 멋대로! 출전한 것이야! 나는 아무 잘못 없네.. 적도들의 수가 2만이야 2만!! 저 강대한 적들을 상대로는 더 치밀한 전략을 짜야 해!!"


"멋대로 라니요! 작전대로였지 않습니까!"


영기의 모습은 겁에 질려 벌벌 떠는 모습이었다.

울진군에 와서 적들의 진영을 봤을 때부터 영기의 모습은 이랬다.

서라벌에서 출발할 때부터 눈빛이 불안감에 휩싸이고 동공이 흔들리고 안절부절 하지 못 하던 모습이었다.


북상하면서 군량미를 최대한 확보하라며 백성들에게서 수탈하라고 외치는 모습도 불안감에 비롯된 것이었다.


'이건 틀렸군. 겁에 완전 질렸어'

부하들은 영기를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한심하다는 듯이 부하들이 한 숨을 쉬었다.


그러던 때 막사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가면 안 됩니다"

"놔라! 장군께 여쭤 보아야 할 것이 있다! 놔라!!"


막사의 입구를 가리고 있던 천이 흔들리고 건랑의 아들 성달이 눈물을 흘리며 막사로 들어왔다.

"장군!! 저희 아버지께서 출전하시면 호응하기로 되어 있지 않았습니까!! 왜 가만히 있으셨던 겁니까?"


병사들에게 붙잡힌채 억지로 막사 안으로 밀고 들어온 성달이 통곡했다.


"우리 아버지는 왜 개죽음을 당하셔야 했던 것입니까! 왜 출전하지 않으셨단 말입니까!!"


"끌어내라!"


"놔라!! 붙잡지마라!! 왜 후퇴를 했단 말입니까!!"

성달은 병사들에게 끌려나갔고 통곡 소리는 멀어져가며 소리가 줄어들었지만 계속 들려왔다.


"적들의 기세가 강하다. 수가 너무 많아! 이 대로는 패배한다. 도성으로 장계를 보내 지원군을 요청해야 겠어!!"


"장군! 시간을 더 끌면 군량미의 소모만 많아질 뿐입니다! 적도들은 훈련받지 않은 허수아비 들이니 대담하게 공격하면 우리 강력한 정예병들의 칼날에 쓰러져 갈 것입니다!"


"자네들이 저 적도들이 허약한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 하였다!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어! 고작 1만의 병력으로는 안심 할 수 없다!!"


손발을 덜덜 떨며 광기에 찬 영기였다.

영기는 불안감에 휩싸여 자신의 손톱을 물어뜯었다.


'미쳤구만 가망이 없어'

상적은 그런 영기의 모습을 바라보며 발을 되돌려 자신의 막사로 돌아갔다.


'이번 전투에 대해 따로 장계를 올려야 겠군. 영기에 대해 보고도 해야 겠어. 영기를 가만히 나뒀다간 진압은 패전으로 끝난다.'



***



한 달이 지났다.

적도들의 공격이 수차례 있었지만 진압군은 적들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내었다.


수가 많기는 했지만 어중이 떠중이들이었고 그들의 공격은 훈련받은 견훤이 보기에는 조잡하기 짝이 없었다.


훈련받지 않은 허술한 모습의 농민병들이 기세에 밀려 달려와서는 나무로 세워진 목책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몰라 당황하다 화살에 죽어나갔다.


목책을 향해 뛰어 오다 화살에 맞아 죽고, 목책을 뛰어넘다 창에 찔리고


목책 앞에는 죽은 적도들의 시체로 가득했고 방어가 끝나면 진압군은 매 전투마다 생겨난 몇십 몇백의 죽은 적도들의 시체들을 멀리 치웠다.


죽은 적들의 모습은 철재 무기와 갑주는커녕 나무로 만든 무기나 철제 농기구를 들고 천으로 된 옷을 입은 단순한 농민병이었다.


견훤은 역겨움을 참고 죽은 시체를 들어 옮겼다.

막 죽은 시체의 팔 다리는 힘없이 달랑거렸고 비쩍 말라 있어서 살 너머로 뼈가 만져졌다.

시체의 찔린 상처에서는 피가 흘러나왔다.


첫 번째 전투에서 죽은 시체를 보고 만질 때 구토했던 때 보다는 역겨움이 덜 했지만 그럼에도 끔찍했다.


"이런 조잡한 적들을 상대로 2달 가량 진격하지도 않고 가만히 웅크리고 있다니. 한심하구만"


동료 군인이 시체를 끌며 한숨을 쉬었다.


"저번 김요의 반란때는 훈련받은 군사들이 많았다지만 이번엔 무지렁이 농민들이 반기를 든건데 훈련도 못 받은 농민 상대로 이게 뭐 하는 건지"


이미 전에 진격했다 전사한 울진군 촌주 건랑의 전사 소식은 영내에 퍼진 상황이었다.


심지어 적도들이 성으로 쳐들어 왔을 때 방어 전투를 보던 영기가 겁을 먹고 벌벌 떨며 오줌을 싸며 진영 안 막사로 도망쳤다 라는 목격담이 아군에게 널리 퍼져 있었고 영기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이유도 겁을 먹어서 막사 안에서 울고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실제로 그는 첫 방어전 이후 막사 안에 박혀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날이 점점 풀리고 있었다.

곧 씨를 뿌려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징집되서 끌려온 농민병들 사이에서 또 파종기를 놓쳐 전후에 흉년이 들까봐 불안감이 커지고 있었다.


그렇게 시체를 치우고 있던 그때 진영 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상폐하의 명을 받아 교지를 내리니! 장군 영기는 도적들의 모습에 겁을 먹고 실책을 저지르며 사전에 합의된 전략을 어기고 아군이 전멸하도록 방치하였으며 장군으로서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군량미만 축내니 영기를 장군직에서 폐하며 그를 참하도록 하고 건랑의 아들 성달을 울진군 촌주 자리에 임명한다."


"아 안돼!! 난 죽기 싫어!! 폐하!! 소신은 더 싸울 수 있습니다!! 폐하!!"


도성에서 여왕의 명이 내려 온 모양이었다.

끌려가는 영기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네놈이!! 네놈이 우리 아버지를 죽인거나 마찬가지다!! 네놈은 저 세상에 가서 우리 아버지께 무릎 꿇고 사죄해라!"


영기의 비명과 성달의 외침이 온 진영을 흔들었다.


"이제 좀 제대로 된 전쟁을 할 수 있겠군"


견훤의 동료가 그 소리를 듣더니 중얼거렸다.

울진군 전술.jpg


작가의말

빨간색이 반란군

검은색이 신라군

동그라미가 선봉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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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99 증오하는자
    작성일
    24.01.12 00:07
    No. 1

    다시 뵙게되어 반갑습니다. ^^ 자뻑하는 주인공도 마찬가지고요. 어찌되든 얼마든지 기다리니 무리 안하셔도 됩니다. 건강이 중요하죠. 뭐라 위로를 ㅜㅜ

    음... 그래도 선박은 너무 빠른것 같습니다. 특히나 이건 국력과 군사력이 관련되기도 하고 운영 문제에서부터 사고 터질것 같네요. 조운선과 판옥선 테크부터 찬찬히 해야되지 않나?

    뭐, 판목운하로 서해 교류 안전을 키우고 종이도 대량생산해 기록도 남기거니와 콩으로 두부도 만들어보죠. 겨우 콩가지고 그렇게 될지 모르지만 단백질이 안되면 두부나 두유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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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 호남 농업 혁명 +1 24.01.24 356 9 16쪽
44 (44) 해적, 군기, 상단 지원 +4 24.01.23 368 8 19쪽
43 (43) 거점 이동 +1 24.01.22 363 8 17쪽
42 (42) 파견 +2 24.01.15 376 9 18쪽
41 (41) 반란 진압 +1 24.01.15 375 7 22쪽
» (40) 대장군 영기 +1 24.01.11 399 9 19쪽
39 (39) 원종과 애노 +1 24.01.08 399 8 19쪽
38 (38) 수탈 +3 24.01.05 418 7 14쪽
37 (37) 김요의 난 2 +3 24.01.04 450 9 18쪽
36 (36) 김요의 난 +1 24.01.03 433 10 16쪽
35 (35) 괴질 2 +2 23.12.29 434 10 13쪽
34 (34) 깃필 그리고 괴질 +1 23.12.28 435 10 14쪽
33 (33) 회회교인 +3 23.12.26 438 7 15쪽
32 (32) 서라벌 왕 +1 23.12.22 481 1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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