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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로 간 선비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차르다시
작품등록일 :
2021.07.26 01:46
최근연재일 :
2022.05.16 16:05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9,859
추천수 :
58
글자수 :
236,499

작성
21.09.06 05:31
조회
287
추천
3
글자
12쪽

10.이상한 조합

DUMMY

좀 더 가까이로 다가가자 그것이 말을 키우는 마구간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마구간 앞에 선 윈나가 고개를 돌려 뒤를 살폈다. 저만치 떨어진 곳에서 필리아가 아이들과 함께 손을 흔들었다. 지켜보고 있다는 듯.


연기가 피어 나오는 곳은 마구간 뒤쪽이었다. 윈나가 입구로 보이는 나무 울타리를 밀고 공터로 들어섰다. 공터 옆으로 마구간이 있고 반대편으로 사람이 머물 것 같은 나무로 된 집이 있었다. 먼저 마구간으로 다가갔다.


“계세요?”


윈나가 마구간 안쪽으로 조심스럽게 불러봤지만 투레질 소리만 들려왔다. 인기척이 없자 나무집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다 건물 뒤로 피어오르는 연기가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 불을 피우고 있을 지도 몰랐다. 집으로 가던 윈나가 다시 방향을 돌려 마구간 뒤로 걸어갔다. 그때 마구간 지기가 집에서 나왔다.


“누구십니까?”


“아, 안녕하세요. 지나가는 길인데 음식을 좀 얻을 수 있을까요?


긴장한 윈나가 말을 더듬거렸다.


“예?”


갑작스러운 요청에 마구간 지기가 당황한 듯 되물었다.


“사례는 하겠습니다.”


윈나가 금화 하나를 꺼내 보였다. 마구간 지기가 잠시 윈나를 훑어보고는 입을 열었다.


“마을에서 오신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습니까?”


도망치는 입장이다 보니 지레 겁이 났다.


“아, 그건 아니고 산맥에 볼일이 있어서 왔는데 식사를 거르고 나와 서요.”


대충 둘러대니 앞뒤가 이상했다. 잠시 뜸을 들이던 마구간 지기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정도 돈이면 말로 바래다 드리겠습니다. 산을 올라갈 순 없지만 산 바로 밑까지는 가능합니다.”


뜻밖에 제안에 마음이 혹했다. 마구간 지기가 돌아서 나무집 문을 열었다.


“들어오시죠.”

“예?”

“안에서 기다리시죠. 준비를 해오겠습니다.”


잠시 망설이던 윈나가 당당한 척 애써 고개를 들고 안으로 들어섰다. 눈앞으로 나무 테이블이 보였고 오른쪽으로 음식을 조리하는 공간과 식탁이 개방돼 있었다.


“잠시 앉자 계세요. 음식을 챙겨오겠습니다.”


마구간 지기의 말에 윈나가 테이블에 딸린 의자에 앉았다. 그가 오른쪽에 있는 조리공간으로 가더니 구석에 있는 또 다른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 버렸다.


정말로 바래 다 줄 것 같았다. 그가 돌아오면 일행이 더 있다고 말해야 할 것 같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식탁 위에 있는 빵과 포도가 보였다.

새벽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한 탓에 허기졌다. 포도 알 몇 개를 허겁지겁 집어먹었다. 그러면서 혹시나 그가 들어올까 문을 살폈다.


그러다 벽 한편에 걸린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갑옷을 입은 기사가 검을 차고 서있는 모습이었다. 입안 가득 포도를 넣고 그림 앞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갑옷에 그려진 문양이 영주군의 것과 달랐다.


산과 뱀이 그려진 문양, 분명 이클레아 가문의 문양이다. 순간 불안한 예감이 엄습했다. 그림 한 귀석에 [이클레아 경비대장 마울드]라는 작은 귀글도 보였다. 불길한 생각은 확신에 가까워졌다.


식탁 위에 올려진 빵을 집어 들고 서둘러 문밖을 나왔다.


구구구. 전서구가 날개를 퍼덕이며 나무집 뒤에서 날아올랐다. 그가 곳 자신을 찾을 거란 생각에 곧바로 나가지 않고 마구간 뒤로 뛰어갔다.


“이보시오?!, 어디 간 거야!, 이런!”


집안에서 윈나를 찾는 소리가 들렸다. 마구간 뒤로 들어가 윈나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예상했던 데로 밖으로 나온 마구간 지기가 울타리로 향했다.


서둘러 필리아에게 돌아가야 헀다. 주위를 메운 밀밭으로 들어갔다. 바람이 불어와 밀밭을 흔들었다. ‘스스스’ 밀이 흔들리는 으스스 한 소리가 밭을 메웠다.


자세를 낮추고 밀을 헤쳐 나갔다. 고개를 살짝 내밀어 필리아가 있을 법한 곳으로 방향을 잡았다. 거의 기다시피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얼마쯤 갔을까 마구간 지기의 목소리가 들렸다.


“따라오시죠. 일행분도 안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예? 윈나가 안에 있다고요?”

“예. 제가 산 밑까지 바래다 드리겠습니다.”


마구간 지기가 필리아를 만나 구워삶고 있었다. 대화를 들어 보니 필리아가 넘어갈 판이었다.


필리아를 구워삶은 마구간 지기가 몸을 돌렸다.


“도망쳐!”


윈나가 밀밭에서 뛰어나와 마구간 지기를 덮쳤다. 마구간지가 넘어졌고 윈나가 그와 얽혔다. 화들짝 놀란 필리아가 소리를 지르며 아이들을 잡고 돌아섰다.


윈나가 끈덕지게 잡고 늘어졌지만 결국 그가 윈나를 뜯어냈고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다려가던 필리아가 뒤를 돌아봤다. 윈나를 제압한 마구간 지기가 자신을 향해 달려왔다. 아이들과 함께 가려니 속도가 나지 않았다. 그가 거리를 좁혀왔다.


“밭으로 들어가!”


필리아가 알렌과 셀리를 밀밭으로 이끌었다. 자세를 낮추고 정신없이 밀을 헤치며 이동했다. 앞에 가던 셸리가 넘어졌고 필리아가 셸리를 안고 숨을 죽였다. 다행히 마구간 지기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앞에 있던 알렌도 멈춰서 숨을 죽였다.


“악!”


밀 사이로 튀어나온 손이 필리아의 머리채를 잡았다. 필이라가 셸리를 놓고 버둥거렸다.


“셸리, 알렌 도망가!”

“가긴 어딜 가, 얌전히 있어.”


마구간 지기가 허리춤에서 밧줄을 풀어 필리아의 손을 묶었다. 셸리 겁을 먹고 울음을 터트리자 앞에 있던 엘란에 셀리를 잡고 도망쳤다.


“귀찮게 하는군.”


마구간 지기가 필리아를 묶고 앞 세웠다.


“여기서 도망쳐 봤자 손바닥 안이야. 빨리 애들을 불러!”

“날 잡고 윈나와 아이들은 그냥 놔둬!”

“그건 부인이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마구간 지기가 필리아를 거치게 밀쳤다.


“어서. 어차피 시간문제야. 서로 피곤하게 하지 말자고.”


필리아가 입을 꾹 다물자 마구간 지기가 미간을 구겼다.


“좋아 그럼 내가 하지.”


마구간 지기가 앞으로 나서며 말을 이었다.


“얘들아 이리 나와라, 엄마 다치는 거 보고 싶지 않으면.”


멀지 않은 곳에서 아이가 울먹이는 소리가 들렸다. 예상했다는 듯 마구간 지기가 필리아를 끌고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자 이리 와, 엄마 여기 있다고.”


울음소리가 조금씩 가까워졌다. 걷다 보니 밀밭을 빠져나왔다. 앞장 서던 마구간 지기가 눈앞에 서있는 수레에 당황했다.


김신이 마부석에서 이들을 내려봤다.


“무슨 일이요?”


마구간 지기가 잠시 뜸을 들였다.


“그쪽이 상관할 일이 아니요.”

“나쁜 아저씨에요. 우리 엄마 풀어줘!”


수레 앞에 있던 알렌이 마구간 지기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부인을 풀어 주시오.”

“가던 길이나 가라! 이건 가문의 일이다.”


밖에 소란스러워지자 수레 안에 있던 일행이 내려왔다. 개똥, 왈드, 크리스였다.


“이봐 풀어주라는 데 왜 이렇게 말이 많아!”


개똥이 동네 불량배처럼 거들먹거렸다. 마구간 지기가 예상치 못한 일행의 모습에 움츠러들었다. 개똥이 미간을 구기며 다가오자 조용히 필리아의 손을 풀었다.


“자네들 후회할 거요.”


마구간 지기가 조심스럽게 경고를 날렸다. 풀려난 필리아가 얼른 아이들을 품에 안았다.


“우선 수레에 오르시지요.”


필리아가 고민에 빠졌다. 이들을 믿어도 되는지 난감했다. 더군다나 왈드의 갑옷은 위그가문의 것이 아닌가. 위그가문은 베르크의 이클레아가문과 더불어 영주를 흔들 만한 세력가였다.


“마님!”


윈나가 허리를 잡고 수레를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 모여 있는 일행을 보고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눈치를 살폈다.


“마님 어떻게 된 거예요?”

“이분들이 구해 주셨어.”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분들은 누구···”


윈나의 물음에 김신이 입을 열었다.


“저희는 산맥 사람입니다. 사연이 있어 마을에 갔다 돌아가는 길입니다.”


의문이 생겼지만 우선은 마구간 지기를 피하기로 했다. 그가 시종 인상을 쓰고 잡아먹을 듯 노려보고 있었다.


“저희도 산으로 가는 길이니 타겠습니다.”


필리아가 아이들을 안고 서둘러 수레에 올랐다. 윈나가 뒤를 이었고 나머지 일행도 몸을 실었다. 모두 수레에 오르니 빈자리가 없었다. 그리고 한동안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굉장히 어색한 조합이었다.


꼬르륵-

어색한 정적을 깨고 배꼽시계가 울렸다. 엘란과 셸리였다.


“아 맞다. 빵을 잃어버렸네.”


윈나는 챙겨왔던 빵을 떨어뜨린 것이 생각났다. 크리스가 가운데 쌓여있는 식료품 더미에서 빵을 찾아내 알렌과 셸리에게 건넸다.


“고맙습니다.”

“어? 어.”


알렌과 셸리가 꾸뻑 고개를 숙이고 크게 빵을 베어 물었다. 크리스는 귀족과 말을 섞어본 적이 없어 이 상황이 어색했다.


“그런데 이분들은 위그가문의 기사님들 같은데 같은 산맥 사람 이신 가요?”


필리아가 용기를 내 물었다. 윈나는 불안한 눈으로 필리아를 바라봤다.


“산맥 사람도 아니고 기사도 아닙니다. 어쩌다 보니 위그가문 갑옷을 입게 된 것뿐입니다.”


왈드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차마 도망쳐 나왔다고는 말은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부인은 산에는 왜 가십니까?”


개똥이 물었다. 망설이던 필리아가 윈나의 눈치를 살피다 입을 열었다.


“저는 얼마 전 산맥으로 떠났던 남편을 찾으러 왔습니다.”

“남편이 산맥으로 갔다고?”

“예. 얼마 전 산맥에 파견된 경비 대장입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크리스가 눈이 번쩍 뜨였다. 산맥에 파견됐다는 말에 마음 한켠이 뜨끔했다. 사건의 전말을 알았기에 필리아의 남편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영주군입니까?”

“예”


개똥이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빠져나왔는데 또 영주군이라니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아팠다.


“이봐 우리가 구해줬으니 혹시 남편을 만나거든 우리 얘기는 꺼내지 말라고, 우리는 더 이상 싸움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왈드, 크리스도 말하지 않았지만 같은 마음이었다. 모두 필리아의 입으로 시선이 모였다.


“예. 걱정하지 말세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게요.”


그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필리아가 얼른 입을 열었다. 도대체 이들을 뭐 하는 사람들인지 의심스러웠다.



순풍을 탄 전서구가 마울드에게 도착 것도 그쯤이었다. 필리아를 어떻게 찾아야 하나 고민하던 마울드에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마음이 급했던 마울드가 서둘러 말에 올랐다.


“마울드님 어디 가십니까.”

“산으로 간다 먼저 갈 테니 뒤따라와라.”


마울드의 말이 빠르게 뛰어나가자 병사들이 허겁지겁 그의 뒤를 따랐다.


만약 프레이드가 살아있고 필리아가 프레이드를 만난다면 일이 다 허사였다. 그땐 프레이드와 정면으로 부딪쳐야 했다.


‘만약 내가 필리아를 붙잡고 프레이드를 죽인다면?’


마울드는 상상만으로 묘한 흥분감에 싸였다. 그렇게만 된다면 다시 한번 이름을 날릴 일이었다. 마울드가 말에게 더욱 박차를 가했다.



잘 가 던 수레가 멈춰 서고 모든 일행이 수레에게 내렸다. 이제부터는 오르막길이라 사람까지 타고 갈 수는 없었다.


“이제는 걸어야 합니다.”


김신도 마부석에 내려 말을 끌었고 일행들은 수레 뒤에서 걸어 올라왔다. 마침 기운을 차린 빈도 옆구리를 잡고 언덕을 올랐다.


얼마 가지 않아 필리아가 지쳐서 손을 들었다.


“잠깐 쉬어 가요. 우리.”


의외로 알렌과 셸리는 잘 따라왔다.


“그럼 여기서 잠깐 쉬어 갑시다.”


김신이 수레바퀴에 돌을 괴고 말을 쉬게 했다. 크리스는 집에 갈 생각에 힘든 줄 몰랐다. 개똥도 더 이상 팔려 다닐 일은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개운했다.

왈드와 빈은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막했고 필리아와 윈나도 이 넓은 곳에서 어떻게 프레이드를 찾아야 할지 까마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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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 내꿈은 건물주. 22.03.31 134 0 17쪽
34 34.어둠속으로. 22.03.20 145 0 16쪽
33 33. 가자니까... 22.03.02 151 0 13쪽
32 32. 잘먹을거면서 22.02.09 155 0 14쪽
31 31.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21.12.29 169 0 13쪽
30 30. 연결 21.12.20 17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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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 체우스마을 21.11.28 197 0 12쪽
24 24. 사투(2) 21.11.24 189 0 12쪽
23 23. 사투(1) 21.11.21 202 0 12쪽
22 22. 재회 21.11.15 203 0 11쪽
21 21. 지원군. 21.11.08 221 0 12쪽
20 20. 11만 3천번. 21.11.03 216 0 12쪽
19 19. 왜케 비싸;; 21.10.27 215 0 12쪽
18 18. 잠이와? 21.10.20 219 1 12쪽
17 17.게판 21.10.14 228 1 13쪽
16 16. 다음 거래는? 21.10.11 229 2 13쪽
15 15. 하울드의 수호자. 21.10.05 249 3 13쪽
14 14.게살 21.09.30 25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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