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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로 간 선비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차르다시
작품등록일 :
2021.07.26 01:46
최근연재일 :
2022.05.16 16:05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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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89
추천수 :
58
글자수 :
236,499

작성
21.09.2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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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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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13.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DUMMY

광체를 내뿜는 단검이 금방이라도 빛을 쏟아 낼 것 같았다.



병사들의 시선이 건너편으로 쏠린 사이 프레이드가 계곡으로 몸을 던졌다. 이내 김신의 단검에서 빛을 쏟아져 나왔다.


꽝꽝꽝-


광체가 병사들의 발밑을 때렸고, 충격에 병사들이 뒤로 나가떨어졌다.


짧은 공격이지만 김신은 벌써 정신이 혼미했다. 그나마도 기운을 조절해서 뽑아낸 것이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또 정신을 잃을 뻔했다.


프레이드가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힘겹게 헤엄쳤다.


“개똥아.”


김신이 다급히 개똥을 불렀다. 뒤에서 한발 물러서 있던 개똥이 미간을 찌푸렸다.


“아이고, 결국 저놈을 또 보네.”


개똥이 건너편의 마울드를 보고 툴툴거리며 계곡으로 들어갔다. 마울드의 얼굴을 보니 전날의 상처가 또 쑤셔왔다. 안 가겠다며 방에 틀어박혀 있다가 김신의 성화에 결국은 끌려 나온 것이다.


계곡을 헤엄치던 프레이드가 힘이 빠진 듯 물 안으로 꼬르륵 가라앉았다. 마침 도착한 개똥이 프레이드의 뒷덜미를 잡아 올렸다.


“푸후!”


간신히 물 밖으로 고개를 내민 프레이드가 거칠게 숨을 토해냈다. 개똥이 프레이드를 잡고 바쁘게 다리를 놀리며 물 밖으로 헤엄쳤다.


김신의 공격이 멈췄지만 병사들이 계곡으로 다가서지 못했다. 충격이 컸던 탓에 다시 공격이 날아올까 겁이 났다.


“뭣들 하고 있어, 어서 잡아!”


마울드가 소리치며 먼저 물로 뛰어들자, 망설이던 병사들도 뒤늦게 계곡으로 들어갔다. 이를 지켜보던 필리아가 발을 동동 굴렀다.


김신이 정신을 집중하고 재빨리 기운을 끌어모았다. 상황이 급박한데 마음처럼 기운이 모이지 않았다. 긴장한 탓에 이마에 땀이 맺혔다.


“나리, 병사들이···”


옆에 있던 필리아가 눈을 감고 있는 김신을 보챘다. 준비를 마친 김신이 눈을 뜨자 단검이 빛을 발했다. 기운이 몸을 다 채우지 못했지만 병사들을 저지하기에 충분할 거라 생각했다.


빛을 발견한 마울드는 서둘러 물속으로 잠수해 들어갔다.


펑펑펑-


검에서 쏟아진 빛이 수면을 때리며 폭음을 냈다. 물기둥이 솟아오르고 파도가 이는 듯 계곡물이 요동쳤다. 미쳐 충격을 피하지 못한 병사들이 수면 위로 둥둥 떠올랐다.


힘이 빠진 김신이 휘청거리다 곧 중심을 잡았다.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을 몸이 점점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반쯤 물 밖으로 올라온 개똥이 프레이드를 물 밖으로 잡아당겼고, 필리아가 개똥을 도우려 달려갔다.


“아휴, 왜 이렇게 무거워.”


개똥이 안간힘을 쓰며 프레이드를 끌어올리자 수면 아래서 프레이드를 잡고 있던 마울드가 튀어나왔다.


“젠장!”


개똥이 욕설을 뱉으며 프레이드를 내던졌고, 필리아가 놀라 비명을 질렀다. 이를 지켜본 김신이 재빨리 얼마 남지 않은 기운을 쏟아냈다.


얇은 빛줄기가 번개처럼 뿌려졌다. 전보다 파괴력이 있지 않았지만 꾀나 날카로웠다. 마울드의 몸을 훑고 지나간 빛줄기가 계곡으로 들어가 흩어졌다.


“이거··· 기분 한번 더럽군.”


마울드의 몸 곳곳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이내 몸을 휘청이더니 계곡물에 드러누웠다.


마울드가 쓰러지자 개똥이 다시 플레이드를 붙잡았다. 프레이드가 미역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필리아가 다급히 프레이드를 부축해 계곡 밖으로 빠져나왔다. 물을 겨워낸 프레이드가 기침을 해대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계곡을 빠져나가는 개똥이 불안한 마음에 뒤를 살폈다. 마울드의 몸이 떠올라 물살을 따라 계곡을 내려가고 있었다.


“우선은 집으로 가자.”

“이자까지 마을로 데려갔다 간 산맥 사람들이 우리까지 쫓아낼 겁니다. 어제도 시선이 곱지 않았다니까요.”


개똥은 어제 산맥 사람들이 수군거리던 얘기가 떠올랐다. 김신 역시 그들의 시선을 느끼지 못한 바가 아니었다.


“그럼 이리로 가자.”


김신이 일행을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위치 역시 그쪽이 멀지 않았고 식량도 남아있던 터라 당분간은 머물기 충분했다.


며칠 자리를 비웠다고 벌써 문 주위에 거미줄이 걸려 있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공기에 마음이 가라앉혔다. 다만 쌓여 있어야 할 자료들이 없으니 집이 휑하게 느껴졌다.


개똥과 필리아가 프레이드를 침대에 눕혔다. 호흡이 돌아왔지만 의식이 없었다.


“몸이 나을 때까지 여기서 머무시오.”

“감사합니다. 나리. 몸이 낫는 데로 여길 떠날게요.”

“감사할 것 없소. 나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소.”


김신의 말에 필리아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 김신은 괜한 이야기를 꺼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무슨···”

“아니요. 가서 아이들을 데려오시오. 내가 있겠소.”


김신이 말을 돌리며 프레이드를 살폈다. 필리아가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섰고 개똥이 뒤를 따라나섰다.


혼자 남겨진 김신이 프레이드를 곁에 앉아 눈을 감았다. 바닥난 기운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호흡을 가다듬고 정신을 집중하니 다시 기운이 모이기 시작했다. 한동안 정신을 집중하고 기운이 다 차오를 때쯤 프레이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이 김신인가?”


뜻밖에 날아온 질문에 김신은 당황스러웠다. 언제부터였는지 프레이드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소, 나를 아시오?”

“병사를 통해 들어 용모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필리아와 나눈 대화도 들었지.”


프레이드는 전부터 의식이 있었는지 필리아와 김신의 대화를 이야기했다. 그가 모든 걸 알고 있다고 생각하니 등에 식은땀이 났다.


자신을 증오할 것이 뻔했다. 병사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그의 목숨을 위태롭게 했으니, 죽일 만큼 미운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머리가 아팠다.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와 등을 지고 싶지는 않지만 이제 와서 싹싹 빈다고 그가 자신을 좋게 봐줄 리가 없었다.


“그대의 혀에 놀아나 하울드가 쑥대밭이 됐군.”


김신은 고민에 빠졌다.


프레이드는 왜 내게 저런 말을 하는 것인가. 질책인가? 원망인가? 그런데, 프레이드가 정말 나를 죽이려 할까? 그렇다면 왜 지금 내 정체를 안다고 하는 것이지? 모르는 척한다면 나를 죽일 기회가 많을 텐데, 왜 몸도 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를 안다고 밝히는 것인가.


프레이드는 명령에 따르는 군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에게 명령하는 자가 없다. 병사들도 모두 잃었다. 내색하지 않지만 그도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다.


김신이 애써 태연한 척 입을 열었다.


“그대 눈에는 쑥대밭으로 보이는가?”


김신이 담담하게 이야기하자 프레이드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럼, 그대 눈에는 어떻게 보이지?”

“교각을 쌓기 위해서는 물밑을 봐야 하지.”


프레이드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이지? 이 모든 혼란이 다 계획이라는 된 것이라는 말인가?’


프레이드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김신의 차분한 말투와 행동은 확신에 차 보였고 마법까지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뭔가 커다란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김신은 분명 자신이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위험한 인물이었다.


마침 필리아와 아이들의 기척이 밖에서 들려왔다.


“내가 왜 그대를 돕는지 잘 생각해 보게.”


김신이 낮게 읊조리며 말을 마무리했다. 곧이어 필리아와 아이들이 문을 열고 들어왔고 깨어있는 프레이드를 향해 아이들이 달려들었다.


한바탕 눈물겨운 재회가 이뤄지자 김신이 슬그머니 밖으로 나왔다. 개똥이 뜰에서 윈나에게 뭔가를 나눠 주고 있었다. 둘 사이가 사뭇 좋아 보였다.


김신을 발견한 윈나가 인사를 고개를 숙이고 서둘러 집으로 들어갔다. 개똥은 뭐가 좋은지 낯빛이 달아올랐다.


“도련님 하나 드십시오. 수레에 실려 있던 식료품을 좀 챙겨왔습니다.”


개똥이 가지고 있던 보따리를 벌려 보였다. 감자와 고구마, 과일과 향신료가 담겨 있었다. 김신이 사과를 하나 집어 들었고 마을로 발길을 옮겼다.


“먹고살기도 힘들 것 같은데, 여기서 계속 살 생각이십니까?”


함께 걷던 개똥이 생고구마를 오도독거리며 말했다.


“지금은 시기가 좋지 않아 그런 것이다. 원래는 먹고사는 것은 걱정이 없던 곳이다.”

“그러지 말고 도시로 갑시다. 이걸로 도시 가서 재미 좀 보자고요.”


개똥이 주머니에서 보석 몇 개를 꺼내 보였다. 영주의 저택에서 가지고 나온 것이었다. 개똥은 가지고 온 귀금속을 팔아 한몫 챙기고 싶은 심정이 가득했다.


마을로 돌아오니 왈드과 빈이 마을 주변에 오두막을 짓고 있었다. 이들은 산에서 눌러 살 생각인 것 같았다.


루크는 웬일인지 나무를 하러 가지 않고 베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듣자 하니 약초를 캘 생각인 것 같았다.


하울드마을로 내려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약초꾼들은 다른 마을까지 가서 약초를 내다 팔고 있었다. 거리가 멀더라도 상대적으로 물건이 가벼워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로 이러한 이유로 많은 나무꾼들이 약초를 캐러 다니고 있었다. 루크도 그중 하나였던 것이다.


“김씨 자네도 함께 갈텐가?”


베른은 루크와 함께 약초를 캐러 갈 참이었다.


“저는 다른 곳으로 가보겠습니다.”


김신은 생각해둔 곳이 있어 그리로 가볼 생각이었다. 크리스가 집 앞에서 화살을 만들다 김신을 발견하고 달려왔다.


“선생님, 산에 가시면 저도 같이 갈게요.”


크리스가 김신을 따라왔고 개똥도 집안에 식료품을 풀어 두고 따라왔다.

김신이 수풀을 헤치고 낯선 지역으로 들어갔다.


“선생님 어디까지 가세요?”

“도련님, 배 다 꺼지겠습니다.”


크리스와 개똥이 저마다 한마디씩 던졌다. 눈을 감고 방향을 확인하던 김신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거의 다 왔다. 이곳에 분명 산짐승들이 모여 있었다.”


김신은 기운을 모으며 위험한 몬스터가 없는 안전한 사냥터를 몇 군대 봐 두었다. 지금 가는 곳은 그중 하나였다.


눈앞을 가로막는 수풀을 걷어내자 생각지도 못한 넓은 구릉지대 펼쳐졌다. 구릉으로 내려가자 벌써 수풀 사이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정말 뭐가 있긴 있는 모양입니다.”


개똥이 조용히 속삭이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크리스가 활을 재고 살금살금 앞으로 나아갔다. 얼마 가지 않아 사슴을 발견한 크리스가 화살을 날렸고 큼직한 사슴 하나가 바닥에 쓰러졌다.


“녀석, 활 솜씨가 기가 막히군.”

“선생님이 알려주신 거예요.”


개똥이 크리스의 활 솜씨에 감탄했고 크리스가 쑥스러운 듯 김신에게 공을 돌렸다.


“이 정도면 며칠은 고기 걱정은 없겠습니다.”


개똥이 사슴을 슬쩍 들어 무게를 달아 보고 기분 좋게 말했다. 고기가 충분해 더 이상 사냥이 필요치 않았다. 마을과 거리가 가깝지 않았지만 사냥감을 얻기에 좋은 장소였다.


일행이 구릉을 돌아다니며 쓸만한 약초가 있는지 살폈다. 듬성듬성 늪지대가 눈에 띄었고 산짐승이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이 보였다.


“저 늪은 조심해야겠어요.”

“그렇구나. 저건 전혀 보지 못했구나.”


기운을 모으면서 보았던 지형에서 늪은 보이지 않았다. 김신이 가져온 종이와 펜을 꺼내 이것들을 그려 넣었다. 크리스가 이 모습을 보며 익숙한 듯 나무에 기대어 김신을 기다렸다. 그런데 개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크리스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개똥을 찾았다. 김신은 종이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아저씨.”


개똥이 늪 주위에서 쭈그려 앉아 무언가 손에 들고 있었다.


“허허 이거 참 색깔 한번 이쁘군.”


새파란 버섯이었다. 자고로 색이 화려한 것은 독이 있다고 했으나, 그 영롱한 빛깔에 개똥의 호기심이 피어났다.


“냄새도 기가 막히게 좋은데 윈나한테 보여줄까?”


버섯을 코에 대고 킁킁대던 개똥이 향긋한 냄새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늪 주위에 자라 란 버섯을 몇 개 더 뽑아 품에 넣었다.


개똥이 버섯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늪 안에서 검은 구슬 두 개가 쑥 올라왔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개똥이 눈을 굴렸다. 검은 구슬 두 개가 자신을 향해 있었다.


개똥이 슬그머니 몸을 빼자, 사람만 한 게가 늪에서 기어올라 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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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 잘먹을거면서 22.02.09 155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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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사투(2) 21.11.24 189 0 12쪽
23 23. 사투(1) 21.11.21 203 0 12쪽
22 22. 재회 21.11.15 203 0 11쪽
21 21. 지원군. 21.11.08 222 0 12쪽
20 20. 11만 3천번. 21.11.03 216 0 12쪽
19 19. 왜케 비싸;; 21.10.27 216 0 12쪽
18 18. 잠이와? 21.10.20 219 1 12쪽
17 17.게판 21.10.14 229 1 13쪽
16 16. 다음 거래는? 21.10.11 229 2 13쪽
15 15. 하울드의 수호자. 21.10.05 249 3 13쪽
14 14.게살 21.09.30 258 2 13쪽
» 13.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2 21.09.20 260 2 12쪽
12 12.악몽 21.09.15 250 3 12쪽
11 11.겁쟁이는 아니야. 21.09.10 26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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