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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로 간 선비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차르다시
작품등록일 :
2021.07.26 01:46
최근연재일 :
2022.05.16 16:05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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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74
추천수 :
58
글자수 :
236,499

작성
21.12.0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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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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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7. 개똥이 쏘아 올린...

DUMMY

“샅샅이 수색해라. 공금을 횡령한 개똥을 잡아 드리라는 영주님의 명이다.”


프레이드의 근엄한 목소리가 마을 안쪽에서 울려 퍼졌다.


“채석장에 있다!”


카카가 하늘 위를 날아다니며 소리쳤다. 병사들의 시선이 마을 뒤를 감싸고 있는 산으로 향했다. 암석으로 이뤄진 산은 석공들이 재료를 얻는 장소였다. 마을 사람들에게 채석장으로 불렸다.


채석장이라는 소리에 개똥이 뜨끔했다. 하얗게 돌가루를 뒤집어쓴 개똥은 석공들 사이에 완벽히 동화돼 있었다. 개똥은 며칠 숨어있다가 일이 잠잠해지면 나타날 생각이었다.


바위 앞에 쪼그리고 있던 개똥이 불안한 마음에 고개를 돌렸다. 칼을 뽑아 든 프레이드가 무서운 속도로 채석장을 뛰어올라 왔다.


“죄인이 저기 있다. 잡아라!”


그 뒤로 수십 명의 경비 대원이 눈을 번뜩이며 산을 올라왔다. 놀란 개똥이 정과 망치를 내던지고 산 위로 도망쳤다.


“이봐, 조심해!”


바위를 옮기던 석공 하나가 개똥과 부딪쳐 하마터면 바위가 떨어뜨릴 뻔했다. 마을 위로 날아 오른 김신이 이 모습을 지켜보며 한숨이 내셨다.


프레이드가 금세 거리를 좁혀 개똥의 뒤를 바짝 쫓았다. 개똥이 거칠게 숨을 헐떡였다.


“헥.. 헥.. 우리 그만하자. 너도 태워줄게!”

“정신을 못 차렸군. 오늘 정신머리를 고쳐주마!”


힘이 빠진 개똥이 얼마 가지 못하고 자리에 엎어졌고 순간 프레이드의 손이 개똥의 뒷덜미를 낚아챘다.


쿠쿵-


무너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딛고 있던 땅이 푹 내려앉았다. 반응할 새도 없이 개똥과 프레이드가 어둠 속으로 떨어졌다.


“으악!” “흠!”


이를 지켜보던 김신이 깜짝 놀라 구덩이로 몸을 날렸다. 김신의 신형이 쏜살같이 구멍으로 들어갔다.


구멍 안이 어두워 개똥과 프레이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마나를 끌어내 허공에 광체를 띄웠다. 개똥과 프레이드의 신형이 돌무더기와 뒤섞여 추락하고 있었다.


빠르게 내려가 프레이드의 손을 붙잡았다. 프레이드의 다리를 붙잡고 있던 개똥이 함께 따라 올라왔다. 추락하는 것은 막았지만 끌어올리는 것이 힘에 부쳤다.


“도련님, 놓치면 안 돼요!”


개똥 어둠 속으로 추락하는 돌을 내려 다 보며 프레이드의 다리를 꼭 끌어안았다.


“젠장, 조심해!”


손을 잡고 있던 프레이드가 미간을 구기며 소리쳤다. 고개를 올리자, 집채만 한 바위가 떨어져 내렸다. 서둘러 마나를 끌어올렸지만 일행을 잡고 있는 통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프레이드가 머리 위로 검을 휘저었다. 날카로운 검기가 얼굴을 스치듯 날아가 떨어지는 바위를 때렸다.


꽈꽝-


조각난 잔해들이 등과 머리를 때렸다. 조금이라도 피해보려 몸을 움직였다. 개중에 주먹만 한 잔해 하나가 뒷목을 때렸다.


퍽-


순간 눈앞이 깜깜해지더니 온몸에 힘 쭉 빠졌다. 프레이드의 손이 스르륵 빠져나갔다.


“안돼!”


개똥인지 프레이드인지 모를 비명이 희미하게 들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개똥이 불안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도련님, 정신이 드세요?”

“그래, 괜찮다. 그런데 여긴 어디냐.”


목이 조금 당겨 왔지만 몸을 일으키는데 문제가 없었다. 프레이드가 검기를 이용해 주위를 비춰 보고 있었다. 꾀나 널찍한 공간이었다.


“모르겠어요. 동굴로 떨어졌나 봐요.”

“쓸데없이 도망가지 않았다면 이런데 떨어질 일도 없잖아.”


프레이드가 떨어진 곳을 올려 다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들어오는 빛이 없는 것이 막혀 버린 것 같았다.


“왜 쫓아오는데, 내가 무슨 대역 죄인이라도 되냐?”


개똥과 프레이드가 다시 잡아먹을 듯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핏대를 세우는 둘 사이로 빛나는 광체가 끼어들었다.


“됐다. 우선 나가서 이야기하자.”


광체를 떨어져 내린 입구로 올려 보냈다. 적어도 100자(약 30미터) 높이 정도 떨어진 것 같았다. 혹시나 해서 봤는데 역시 입구가 돌덩이로 막혀 있었다.


“다른 길을 찾아봐야겠군.”


잠시 천장에 구멍을 뚫어 볼까 생각했으나 굴이 무너져 내릴지 몰라 행동에 옮기지 못했다. 프레이드가 한쪽 벽에 보이는 굴로 걸어갔다.


“이쪽으로 가보지.”

“그냥 여기 있으면 안 될까? 기다리면 마을 사람들이 꺼내 주지 않겠어?”


개똥이 어깨를 움츠리며 프레이드가 가려는 방향을 꺼림직하게 쳐다봤다.


“그럼 너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던지.”


프레이드의 뒤로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나갔다.


“센 척은. 그래, 너는 싹 다 뒤져보고 나가라! 왜 지도도 하나 그려서 나가지?!”


개똥이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도련님, 저놈은 고생 좀 해보라고 놔두고 우리는 여기서···”


개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신이 수첩을 들고 프레이드가 사라진 곳으로 뛰어갔다.


“개똥아, 넌 여기서 사람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거라.”

“예?”


개똥은 당황스러웠다. 동굴을 밝히던 광체가 김신을 따라 날아갔다. 순식간에 동굴이 컴컴해졌다.


“아이고. 도련님, 같이 가요!”


등골이 오싹해진 개똥이 헐레벌떡 김신의 뒤를 쫓았다. 금세 김신의 뒤로 따라붙은 개똥이 숨을 헐떡였다.


“헉..헉.. 도련님, 이런데 뭐가 나올지 알고요. 그냥 얌전히 기다리자니까요.”


개똥의 말처럼 얌전히 기다리는 것이 좋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을 가까이 있는 동굴인 만큼 정체를 알아봐야 했다. 혹시 위험한 몬스터가 있다면 어렵게 세운 마을을 또다시 이동해야 할지도 몰랐다.


“혹시 들어 본 것이 있나?”

“글쎄, 이만한 크기의 동굴이라면 드래곤이라도 있으려나?”


프레이드는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지 말끝에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드래곤이 자취를 감춘 것은 이미 천년도 지난 이야기였다.


동굴의 길이가 길고 여러 번의 갈림길이 나왔다. 그때마다 프레이드가 재빨리 갈피를 잡았다. 한참이나 걸어온 것 같은데 출구로 보이는 곳이 나오지 않았다.


“이제 어디로 갈 거야? 제대로 가고 있는 거 맞아?”


계속되는 갈림길에 개똥이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쯤 되자 프레이드도 헷갈리는지 미간을 구긴 채 머뭇거렸다.


“어휴. 그러니까 내가 그냥 기다리자니까. 바람이 불기는 뭐가 분다는 거야. 나는 하나도 모르겠구먼.”


개똥의 말에 반박이라도 하는 듯, 한쪽 갈림길에서 신성한 공기가 훅하고 불어왔다. 순간 일행의 시선이 한쪽 길로 쏠렸다.


“이쪽이야. 이쪽!”


자리를 잡으려던 개똥이 신이 나서 먼저 뛰어나갔다. 굴이 조금 좁아졌지만 불어오는 바람이 점점 명확해졌다.


“출구다! 하하!”


선두로 가던 개똥이 빛을 발견하고 정신없이 뛰어나갔다.


“거봐, 내가 뭐라고 했어.”


프레이드도 흡족한 표정으로 개똥의 뒤를 따랐다.


일행을 따라가는데 발에 밟힌 무언가 ‘뽀각’ 부서지는 소리를 냈다. 부서진 무언가를 발로 뒤적거렸다. 뼈조각이다. 크기로 보아 적어도 늑대나 사슴 이상의 것으로 보였다. 불안한 마음이 들었으나 우선 이곳을 벗어나기로 했다.


“헙!”


앞서가던 개똥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졌다. 뒤따르던 프레이드도 동굴 벽에 손을 짚었다.


“길이 끊겼어”


출구로 다가가 확인해 보니 절벽의 가운데였다. 아래로는 안개가 깔려 바닥이 보이지 않았고 위쪽도 얼마나 높이 올라가는지 끝을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맡은 편도 절벽으로 막혀 있어 날아간다 해도 착륙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저건 뭐지?


맡은 편 절벽에 시꺼멓게 불어 있는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이끼 같은 것이라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가고일이야. 아무래도 잠들어 있는 것 같군.”


주위를 자세히 살피며 빠져나갈 구멍을 찾았으나, 군데군데 붙어있는 가고일만 보일 뿐 아무래도 길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다른 길을 찾아봐야 할 것 같네.”


프레이드도 비슷한 결론을 내렸는지 고개를 끄떡이며 발길을 돌렸다.


주저앉아 뒷걸음을 치던 개똥의 손에 둥그런 것이 걸렸다. 개똥이 손을 걸리는 것을 들어 올렸다가 해골인 것을 확인하고 냅다 집어던졌다.


“으악, 이게 뭐야!”


동굴을 밖으로 날아간 해골이 안갯속으로 사라졌다. 김신과 프레이드가 사색이 된 얼굴로 개똥을 쳐다봤다. 영문을 모르고 있던 개똥도 일행의 표정을 보고 뭔가 잘못된 것을 직감했다.


‘퉁’하고 작은 충격음이 들리더니 절벽을 흔드는 가고일의 합창이 터져 나왔다.


뀌약!!!-

“뛰어!”


프레이드의 다급한 외침이 동굴을 울렸다. 일행이 동굴 안쪽으로 황급히 뛰었다. 동굴로 들어오는 빛에 가고일의 그림자가 수도 없이 지나갔다.


뀌약!!


가고일의 울음소리가 동굴을 울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입구를 막을 정도로 많은 가고일이 동굴을 들어왔다. 개똥도 가고일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기겁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의 몸에 박쥐 날개를 달고 머리는 새의 머리를 한 것이 괴상하기 그지없었다.


몸짓도 어찌나 날렵한지 구불구불한 동굴 길을 잘도 쫓아왔다. 달린 던 개똥이 뒤처지자 바싹 따라오던 가고일 하나가 개똥을 향해 날카로운 손톱을 뻗었다.


서둘러 광체를 날렸다.


퍽!


뒤따라오던 광체가 가고일의 가슴팍에 때렸다. 튕겨져 나간 가고일이 동굴 벽에 처박혀 흘러내렸다. 점점 가고일 무리가 거리를 좁혀 왔다. 따라 잡히는 것이 시간문제였다.


“먼저 가라. 시간을 끌어 보겠다!”


시간을 끌고 여의치 않으면 날아서 놈들을 따돌릴 생각이었다. 마나를 끌어올려 광체를 두 개 더 만들어 냈다.


절반이나 되는 마나가 순식간에 몸을 빠져나갔다. 몸을 돌려 가까워진 가고일들을 빠르게 광체로 쳐냈다.


세 개의 광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순식간에 여섯 마리의 가고일이 벽으로 처박았다. 하지만 몰려오는 가고일의 수가 압도적이었다. 잡아내지 못한 가고일 하나가 머리로 손을 뻗었다. 재빨리 날아올라 광체를 몸에 둘렀다. 세 개의 광체를 몸 주위로 빠르게 회전시켰다.


퍽퍽퍽-


광체가 김신의 주위를 빠르게 돌아가며 달려드는 가고일을 튕겨냈다. 수십 마리의 가고일이 튕겨져 동굴 바닥에 처박혔다.


놈들은 겁도 없는지 쓰러지는 동족을 보고도 계속 몰려들었다. 가고일 몇 마리는 김신을 무시한 채 안쪽으로 날아갔다.


가고일은 줄어들 줄 모르고 마나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급하게 마나가 빠져나가자 머리가 핑 돌고 순간 시야가 흐릿했다. 이대로는 가망이 없다.


급하게 몸을 빼며 광체로 동굴 천정을 두드렸다.


꽝꽝꽝-


동굴이 무너질지도 몰랐으나 이제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부서져 내리는 잔해들이 가고일을 덮쳤다. 입구를 막아 버릴 생각으로 계속해서 천정을 두드렸다. 동굴이 진동하며 여기저기서 잔해들이 떨어져 내렸다.


잔해를 피해 날아온 가고일 하나가 몸을 덮쳤다. 가고일의 손톱이 어깨를 찍어 누르고 단단한 부리가 얼굴로 날아왔다. 놈의 부리를 잡고 공중에서 뒤엉켰다. 광체를 불러오려 했지만 어깨에 밀려오는 통증에 정신이 흐트러졌다.


펑-


순간 가고일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퍼레이드의 검기가 날아와 가고일의 머리를 날린 것이다. 녹색이 피를 뒤집어썼으나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무너진 잔해도 다행히 동굴을 잘 틀어막았다. 잔해 섞인 가고일 수십 마리가 몸을 꿈틀거렸다.


“고맙네.”


나를 구하러 다시 돌아왔다 생각하니 살짝 감동이 밀려왔다.


“개똥은 어디 있나?”


프레이드가 말없이 반대편을 바라보며 검을 들어 올렸다. 개똥이 멀리서 허겁지겁 달려오고 있었다.


“개똥아, 다 끝났다. 서두를 것 없다.”

“아니, 이제 시작이야.”


프레이드가 낮게 읊조렸다. 하얗게 질린 개똥의 얼굴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지진이 일어난 것 같은 진동이 땅으로 전해지고 개똥의 뒤로 무언가 시꺼멓게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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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21.12.29 17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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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사투(2) 21.11.24 189 0 12쪽
23 23. 사투(1) 21.11.21 203 0 12쪽
22 22. 재회 21.11.15 203 0 11쪽
21 21. 지원군. 21.11.08 221 0 12쪽
20 20. 11만 3천번. 21.11.03 216 0 12쪽
19 19. 왜케 비싸;; 21.10.27 215 0 12쪽
18 18. 잠이와? 21.10.20 219 1 12쪽
17 17.게판 21.10.14 228 1 13쪽
16 16. 다음 거래는? 21.10.11 229 2 13쪽
15 15. 하울드의 수호자. 21.10.05 249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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