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차르다시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로 간 선비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차르다시
작품등록일 :
2021.07.26 01:46
최근연재일 :
2022.05.16 16:05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9,855
추천수 :
58
글자수 :
236,499

작성
21.11.28 15:23
조회
195
추천
0
글자
12쪽

25. 체우스마을

DUMMY

베르크가 눌러 왔던 분노를 참지 못하고 분을 토해냈다.


“쏴라, 그냥 둘 다 죽여버려!”


활을 내리던 궁병들이 다시 시위를 당겼다. 순간 삼십여 발의 화살이 프레이드와 샤르빌을 덮쳤다.


미처 피하지 못한 프레이드가 샤르빌을 방패 삼아 몸을 웅크렸고, 순간 병패를 세운 병사 셋이 샤르빌의 앞으로 뛰어들었다. 샤르빌의 친위대였다.


화살에 맞은 친위대 하나가 뒤로 넘어가고, 무사히 화살 세례를 막아낸 친위대 둘이 열을 올렸다.


“무슨 짓이오. 영주!”


친위대 둘이 더 달려와 샤르빌을 엄호했다. 프레이드는 생각지 못한 전개에 샤르빌의 목으로 귀를 가져가 숨통을 확인했다.


“이런 쓸모없는 것들! 뭐해 계속 쏴!”


베르크가 이를 갈았다. 그는 후퇴를 하면 했지 투항할 생각은 없었다. 궁병들이 다시 활을 쏘자, 후방에 남아있던 샤르빌의 친위대 세 명이 베르크에게 달려들었다.


“영주, 공격을 멈추시오.”


베르크의 친위대가 접근을 막아 서자 이들 사이에도 충돌이 일어났다. 전열이 흐트러지자, 김신이 비축하고 있던 마나를 끌어올렸다. 단검에서 시작된 섬광이 베르크를 향해 떨어졌다.


베르크의 병사들이 재빨리 방패벽을 세웠다.


꽈꽝꽝-


김신이 마나를 짜내 계속해서 섬광을 떨어뜨렸다.


크리스와 활꾼들의 화살도 베르크를 집중해 쏟아졌다. 계속되는 충격에 방패벽을 세우던 병사 하나가 뒤로 나가떨어졌다.


“베르크님 후퇴하십시오. 여기는 저희가 맡겠습니다!”


방패벽을 세우던 병사의 다급한 외침에 베르크와 에논, 친위대 일곱이 전열을 이탈해 뒤로 달렸다. 이를 지켜본 크리스가 활꾼 열을 데리고 황급히 뒤를 쫓았다. 김신 역시 뒤를 쫓으며 계속해서 섬광을 떨어뜨렸다.


도주하는 친위대 둘이 활꾼이 쏜 화살에 맞아 고꾸라졌다. 셋은 김신의 섬광에 맞아 터져 죽었고 뛰다가 자빠진 에논이 활꾼들에게 붙잡혔다. 끝까지 도망가던 베르크와 나머지 친위대 두 명은 풀이 무성한 골짜기로 들어가 흔적을 감췄다.


“더는 쫓지 마라. 골짜기는 나오는 길이 정해져 있으니 힘들이지 않아도 된다.”


골짜기로 들어서는 크리스를 김신이 붙잡았다.


에논을 데리고 마을로 발길을 돌렸다. 빠져나갈 만한 길목에 사람들을 배치했고 이튿날 저녁에 골짜기를 빠져나오는 베르크를 잡아낼 수 있었다. 함께 있던 병사들은 어디 갔는지 혈혈단신이었다.


에논을 데리고 마을로 돌아왔을 때 이미 전투는 소강상태였다. 샤르빌의 병력은 무기를 버리고 물러선 상태였고 베르크의 병력도 지휘관이 사라지자 금세 두 손을 들었다. 끝까지 저항하는 일부 병력이 있었으나, 활꾼들의 집중 공세에 벌집이 되어 버렸다.


마을 안에서 승리를 기뻐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살아남았다는 안도와 생을 달리한 자에 대한 미안함이 뒤엉켜 마냥 기쁘지 않았다.


&


투항한 병사들을 포박해 임시로 마련한 감옥에 가뒀다. 허물어진 담을 다시 쌓고, 흩어져 있는 시신은 수습해 장례를 치렀다. 시신을 옮기고 땅에 묻는 데만 일주일이 넘게 걸렸다. 병사들의 시신은 백이 넘었고 마을 사람 쉰 넷이 죽고 일흔 명이 다쳤다.


“이것은 우리가 준비한 협상 내용이오. 한번 읽어 보게.”


김신이 준비했던 종이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렸다. 산발이 된 베르크는 멍한 눈으로 종이를 내려 다 봤다. 개똥이 그나마 멀쩡한 에논의 옆구리를 찌르며 종이를 가리켰다. 마지못해 에논이 종이를 읽어 내려갔다.


-첫째, 본 마을을 체우스마을이라 칭한다.

-둘째, 체우스마을은 독립적인 자치권을 가진다.

-셋째, 체우스산맥의 영토권은 체우스마을에 있다.


협상 내용을 읽은 에논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베르크의 눈치를 살폈다. 베르크는 아무 생각이 없는지 동태눈을 하고 보는 둥 마는 둥 했다.


“확인했다면 밑에다 서명하게.”


에논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라 생각했다. 서명만 하고 무시하면 될 일이었다. 에논이 넋을 놓고 있는 베르크의 손에 펜을 쥐여 주고 가까스로 서명을 마쳤다.


“그럼 다음 장으로 넘어 가세.”


김신이 또 다른 종이를 품에서 꺼냈다.


“사상자···불탄 장작··· 장례비··· 포로 석방··· 합 2천 9···!”


종이를 읽어 내려가던 에논이 총 보상금액을 보더니 입이 벌어졌다.


“2천9백 골드라니··· 이건 너무 과한 것 아니요.”


2천 골드면 괜찮은 저택을 소유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물론 영주의 재산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쉽게 내줄 수는 없었다.


“과하다면 할 수 없는 일이지··· 프레이드.”

“그래, 나는 종이 쪼가리로 협상할 생각이 없어.”


스르릉-


정말 그랬다. 프레이드는 이들과 협상을 하는데 반대했다. 프레이드가 검을 뽑아내자, 에논이 황급히 손을 저었다.


“아니요. 준비해 보겠소. 시간을 좀 주시오.”


프레이드가 에논의 손목을 묶고 있던 결박을 잘라냈다.


“삼일 주겠다. 돈을 가져와. 늦으면 베르크도 병사도 없다.”


프레이드가 에논의 멱살을 잡아 문밖으로 내팽개쳤다.


“맞아 죽기 싫다면 빨리 뛰어내려가는 게 좋을 거다.”


집 밖으로 모여 있던 마을 사람들이 살기 어린 눈빛으로 에논을 노려봤다. 겁에 질린 에논이 네발로 뛰다시피 마을을 빠져나갔다.


“이제 샤르빌을 데려와라.”


샤르빌 역시 비슷한 방식이었다. 다만 그는 보좌관이 죽었기에 친위대 중 하나를 내려보냈다. 보상금액은 3천 골드로 베르크보다 조금 많았다. 그에게 받은 피해가 더 많아 차등을 둔 것이다.


“샤르빌은 작은 가문 이라던데 그만한 돈이 있을까요?”

“그땐 다른 방법을 찾아봐 야지.”


개똥의 말처럼 돈이 없을 수 있었지 그렇다고 깎아줄 생각은 없었다. 노동을 시키거나 저택이라도 팔게 해서 받아낼 생각이었다.


물론 저들을 죽여서 분을 푸는 것도 좋겠지만 근본적인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마을의 힘을 키우는 것이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서 저들의 자금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우려와는 달리 에논이 이틀 만에, 샤브빌의 친위대가 삼 일 만에 나타났다. 금화를 가득 실은 수레를 마을까지 올리는데 꾀나 애를 먹었다.


약속대로 베르크와 샤르빌은 풀어주고 포로들을 마을로 돌려보냈다.


알림판에 베르크의 서명이 들어간 협상 내용을 붙이고 사람들에게 보게 했다. 보는 사람마다 체우스마을이라는 말을 한 번씩 입 밖으로 꺼냈다.


넘겨받은 5천9백 골드 중 2천 가량을 우선 마을 사람들에게 나눴다. 다음으로 언제 또 있을지 모를 침입자를 막기 위해 마을 경비대를 운영하기로 했다. 예산으로 천 골드 가량을 잡았다.


급여로 5실버 지급하고 매달 일정한 식량을 배급한다 하니 젊은이 예순명이 지원했다.


“프레이드, 자네가 경비대장을 해줘야겠네.”

“피곤하게 하는군.”


방 한쪽에서 검을 닦고 있던 프레이드가 한숨셨다. 전에 보지 못했던 붉은색 손잡이의 검을 닦고 있었다.


“평소에 하는 일도 없잖아.”


프레이드가 싸늘한 시선으로 개똥을 노려봤다. 하지만 뭐라 반박하진 못했다. 정말 딱히 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날부터 프레이드가 체우스마을의 경비대장을 맡았다.


“크리스, 너는 궁술 교관이다. 너에게도 급여 있으니 이제 개인 사냥보다 사람들을 교육하는데 더 시간을 쏟아라.”

“예. 선생님.”


크리스가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화살깃을 다듬었다. 이번 전투에서 크리스가 가르친 활꾼들이 큰 활약을 했다. 앞으로 침입을 대비해서라도 많은 이들이 활쏘기 교육을 받는 것이 필요했다.


“도련님, 저는 감투 없습니까?”


개똥이 구석에 쌓인 자루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개똥아 너는···”

“예, 도련님.”


개똥이 기대 섞인 눈으로 김신을 바라봤다.


“주머니에 있는 거나 원래 자리로 돌려놔라.”

“···”


개똥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금화 두 개를 꺼내 자루에 넣었다.


많은 돈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예산을 짜고 보니 부족했다. 당장에 밀려오는 난민들만 해도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갔다.


“이봐 김신, 계속 마을에 틀어박혀 있을 거야?”


창틀에 내려앉은 카카가 열을 냈다. 상처를 회복하고 마을을 돌보느라 며칠 마법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카카는 내가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고 갈 길이 멀다며 노래를 불렀다.


마법 훈련을 하기 위해 늪지대로 향했다. 훈련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버섯을 캐 올 생각이다. 물론 게가 있으니 쉽지 않겠지만 비행을 활용해 조금이라도 캐 볼 생각이다.


날아서 이동하니 세 시간은 걸어야 도착하는 늪지대가 삼십분이 체 걸리지 않았다.


구릉 안으로 날아 들어왔을 때, 늪 밖으로 나와 있던 게들이 보였다. 한데 어쩐 일 인지 집게를 하늘로 치켜들고 쫓기듯 늪 안으로 들어갔다. 수면 위로 나와 있던 까만 눈도 쏙 들어갔고 심지어 늪 밖에서 죽은 사슴을 뜯어먹던 게도 늪 안으로 들어가 흔적을 감췄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위협을 느낄 만한 몬스터는 없었다. 하늘을 날고 있는 나를 천적으로 생각하는 건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이를 이용하면 손쉽게 버섯을 캘 수도 있었다. 곧바로 마을로 돌아가 개똥을 데리고 다시 늪으로 날아갔다.


“허허 도련님, 신선이 따로 없습니다. 더 높이 가봅시다!”


등 뒤에 업혀 있는 개똥이 실실거리며 구름을 가리켰다. 즐거워 보이는 개똥과는 달리 김신의 인중에 땀이 맺혔다.


“개똥아, 갈 때는 걸어가라.”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 업고 날아온 것인데 괜한 짓을 했다. 힘겹게 구릉 안으로 들어서니 역시나 늪 밖으로 나와있던 게들이 늪으로 쏙 들어갔다. 늪 근처에 개똥을 내려주고 버섯을 캐게 했다.


“아직 식사가 안 끝난 것 같은데, 좀만 있다가 올까요···”


게가 먹다 남은 것으로 보이는 반쯤 사라진 사슴의 사체가 보였다.


“걱정하지 마라. 지켜보고 있을 테니.”


불안해하는 개똥을 뒤로하고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20자(1尺=30.3cm) 정도 높이로 떠올라 늪을 선회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개똥이 늪과 먼 곳의 버섯부터 캐기 시작했다. 불안한지 자꾸만 고개를 들어 늪을 쳐다봤다.


예상대로 늪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떨어진 낙엽이나 물 위를 떠다니는 작은 곤충 따위가 만드는 잔잔한 파동이 전부였다.


어느새 망태를 가득 채운 개똥이 아래서 손을 흔들었다.


“망태를 더 가져올 걸 그랬습니다.”


개똥이 작은 망태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게에 대한 불안은 잊어버린 것 같았다.


“오늘은 됐다. 내일은 사람들을 몇 명 데리고 오너라.”


방법을 알았으니 급할 것이 없었다. 개똥을 돌려보내고 마법 훈련에 들어갔다. 늪지대 가운데 솟아난 완만한 언덕 위에 자리를 잡고 눈을 감았다.


먼저 소모된 마나를 채웠다. 평소보다 많은 양의 마나가 몸 안으로 빨려 들어왔다. 어떤 이유에서 인지는 모르지만 늪지대 안은 다른 곳보다 떠다니는 마나의 양이 많았다.


채워진 마나를 팔, 다리, 머리 곳곳으로 보내 밖으로 밀어냈다. 마나를 몸밖으로 쏟아낼 생각이었다. 마법검을 의지하지 않고 마법을 발현하기 위한 훈련이었다.


신체 곳곳이 빛을 발했다. 손, 발, 얼굴로 빠져나온 마나가 빛을 내고 피부를 타고 흐르다 이내 공기 중으로 증발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 쌓여 있는 마나가 순식간에 줄었다. 아지랑이처럼 흩어지는 마나를 붙잡으려 안간힘을 썼다.


흩어지는 마나들의 속도가 느려졌다. 눈을 감고 허공 어딘가로 정신을 집중했다. 빠져나가던 마나가 멈추고 감았던 눈 위가 환해졌다. 눈을 떠보니 머리통만 한 광체가 이마 위에 떠올라 있었다.


광체를 만지고 허공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가지고 놀았다. 어느새 진이 빠지고 몸이 무거웠다. 마나를 거둬들이고 훈련을 마무리했다. 소모된 마나를 채우고 늪을 빠져나와 마을로 향했다.


마을이 가까워지자, 어귀에 몰려 있는 마을 사람들이 보였다. 좀 더 가까이 날아가자 마을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이색적인 행색의 사람들이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로 간 선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0 40. 다시 과거 (완) 22.05.16 129 0 21쪽
39 39. 라미어 22.05.04 128 0 15쪽
38 38. 뒤풀이는 없다. 22.04.26 130 0 16쪽
37 37.숙박업이 흥한다. 22.04.16 123 0 16쪽
36 36. 조니 22.04.08 132 0 16쪽
35 35. 내꿈은 건물주. 22.03.31 134 0 17쪽
34 34.어둠속으로. 22.03.20 145 0 16쪽
33 33. 가자니까... 22.03.02 151 0 13쪽
32 32. 잘먹을거면서 22.02.09 155 0 14쪽
31 31.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21.12.29 169 0 13쪽
30 30. 연결 21.12.20 172 0 12쪽
29 29. 미끼 21.12.14 211 0 13쪽
28 28.너도 당해봐. 21.12.09 200 0 12쪽
27 27. 개똥이 쏘아 올린... 21.12.06 183 0 12쪽
26 26. 내가 언제... 21.12.01 192 0 12쪽
» 25. 체우스마을 21.11.28 196 0 12쪽
24 24. 사투(2) 21.11.24 189 0 12쪽
23 23. 사투(1) 21.11.21 202 0 12쪽
22 22. 재회 21.11.15 203 0 11쪽
21 21. 지원군. 21.11.08 221 0 12쪽
20 20. 11만 3천번. 21.11.03 216 0 12쪽
19 19. 왜케 비싸;; 21.10.27 215 0 12쪽
18 18. 잠이와? 21.10.20 219 1 12쪽
17 17.게판 21.10.14 228 1 13쪽
16 16. 다음 거래는? 21.10.11 229 2 13쪽
15 15. 하울드의 수호자. 21.10.05 249 3 13쪽
14 14.게살 21.09.30 257 2 13쪽
13 13.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2 21.09.20 259 2 12쪽
12 12.악몽 21.09.15 250 3 12쪽
11 11.겁쟁이는 아니야. 21.09.10 263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