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차르다시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로 간 선비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차르다시
작품등록일 :
2021.07.26 01:46
최근연재일 :
2022.05.16 16:05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9,887
추천수 :
58
글자수 :
236,499

작성
21.11.08 07:08
조회
221
추천
0
글자
12쪽

21. 지원군.

DUMMY

꾸아아아악-


안도감도 잠시, 산을 울리는 괴성이 다시 귀청을 때렸다.


“아무래도 영역을 침범한 것 같군.”


온몸에 털이 바짝 섰다. 구름 위로 솟아오른 고지에서 붉은 점이 나타났다. 몸 안의 마나가 요동치며 사변을 알리는 봉화를 올렸다.


“정신 차려!”


오리(五里)쯤 거리의 붉은 점이 눈 깜짝할 사이에 불덩이로 변했다. 종각에 매달린 범종 만한 불덩이가 유성처럼 날아왔다.


“아래로 가! 무겁게!”


카카의 말을 되뇌며 재빨리 마나를 뭉쳤다. 허공에 머물고 있던 몸이 줄이 끊어진 듯 곤두박질쳤다. 한 뺨 위로 지나간 유성 탓에 익어버린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마와 겨드랑이가 땀으로 흥건했다.


“너무 빨라, 속도를 조절해!”


몸통에 날개를 바짝 붙인 카카가 먼발치에 따라붙었다. 뭉쳐진 마나를 다시 모래처럼 흩어버렸다. 당겼던 고무줄을 놓은 듯 몸이 다시 하늘로 솟구쳤다. 따귀를 후리는 듯한 바람에 안면이 얼얼하고 세상이 빙빙 돌았다.


심호흡을 하며 마나를 어루만졌다. 속도가 줄어들고 허공에 멈춰 서자, 검은 그림자가 하늘에 드리워졌다. 등골이 서늘했다. 눈을 들자 날개가 달린 거대한 도마뱀이 아가리를 쩍 벌리고 떨어져 내렸다.


“와이번이야! 살고 싶으면 도망가!”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다시 마나를 뭉쳤다. 어떻게든 저 녀석과 멀어져지고 싶었다. 바람을 가르며 무서운 속도로 아래로 추락했다. 와이번이라는 놈이 금세 뒤축까지 따라붙었다. 벌어진 아가리가 금방이라도 다리를 집어삼킬 것 같았다. 마나를 더 끌어모아 속도를 높였다.


얼굴을 때리는 바람에 눈이 체 떠지지 않았다. 발치에 있던 와이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녀석을 따돌렸다는 생각에 안심하는 찰나, 사각으로 다가온 와이번의 아가리가 머리로 들어왔다.


죽었다는 생각과 함께 반사적으로 팔을 뻗었다. 다물어지는 아가리를 두 손으로 붙잡았다. 상어처럼 돋아난 이에 찔려 피가 흐르고 뭉쳐 있던 마나가 두 팔로 치달렸다.


“카카!”


목소리가 거칠게 갈라졌다. 이미 도망친 모양인지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와이번의 단단한 악력에 두 팔이 후들거렸다. 하지만 물러설 길이 없었다. 녀석의 걸쭉한 침이 두 손을 타고 흘렀다. 이를 악물고 마나를 긁어모았다.


힘겨루기를 하던 와이번이 머리를 흔들었다. 마침내 힘의 균형이 깨지며 몸이 튕겨져 나왔다. 먹이를 잃어버린 와이번이 날개를 휘젓자, 와류에 휩쓸린 몸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어렵게 품에 있는 단검을 빼 들었다. 와이번을 조준해 마나를 불어넣는 순간, 채찍 같은 와이번의 꼬리가 솟구쳤다.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눈앞이 캄캄해졌다. 잠깐이지만 의식을 잃어버렸다. 몸이 날아오르고 묵직한 통증이 옆구리로 전해졌다. 단검은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고 손가락 하나 움직여지지 않았다.


밑에서 올라오는 와이번이 보였다. 벌어진 아가리 속이 저승의 어딘가 같았다. 지난 시간들이 머릿속을 빠르게 지나갔다.


이대로는 아쉽다. 이제 막 마법이라는 학문에 눈을 뜨지 않았는가. 하지만 어디 명(命)이라는 것이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이던가?


그렇다고 송장처럼 마지막을 기다릴 생각은 없다. 이를 악물고 눈을 치떴다.


손 하나 까닥할 수 없지만 마나는 움직였다. 남아있는 마나를 짜내 온몸을 휘감았다. 카카의 마지막 가르침을 되뇌며 입을 달싹거렸다.


‘무겁게, 무겁게’


속도를 높이며 지옥으로 다가갔다. 볼이 페이고 쉼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무서운 속도였다. 지옥의 입구로 들어선 찰나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쫘아아아악-


뱃가죽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시야가 환해졌다. 녹색 피가 허공에 뿌려지고 허물어진 와이번이 장기를 쏟아 내며 아래로 떨어졌다.


재빨리 마나를 걷어들였다. 천천히 속도가 줄어들고 땅으로 몸을 뉘었다. 숨을 들이 마시자 약취가 코를 찔렀다. 녹색 체액이 온몸에 범벅이었다. 살았다는 생각에 자꾸 헛웃음이 나왔다. 담이 걸린 듯 목이 뻣뻣하고 숨을 쉴 때마다 갈빗대가 찌르는 듯 아팠다.


단검을 쥐고 날아온 카카가 머리맡에 보이는 나무 위로 내려앉았다.


“용케 살아 있구나.”

“그래 보인 다니 다행이네.”

“이봐, 정신 차···”


눈꺼풀이 자꾸 내려왔다. 물속에 가라앉은 것처럼 카카의 목소리가 웅웅거렸다.


&


“산으로 간다고? 하찮은 것들. 거기 간다고 뭐 달라지는 줄 아나? 들개 밥이나 되게 놔두시오.”


소파 위에 앉아 있는 베르크가 다리를 꼬며 손을 저었다.


“그 수가 만만치 않습니다. 더 이상 기다릴 수만은 없습니다.”


보좌관 에논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산에 가면 식량을 내준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파악한 수가 삼백이 넘고 어젯밤에도 농장의 노예들이 산으로 도망치는 것을 붙잡았습니다.”


베르크가 미간을 좁히고 눈을 가늘게 떴다.


“거지 같은 놈들. 그따위 소문에 마을을 벗어나다니.”


차갑게 식어버린 그의 표정에 보좌관은 침을 삼켰다. 마침 병사 하나가 집무실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섰다.


“카왈드에서 서신이 왔습니다.”


병사가 에논에게 서신을 넘겨주고 자리를 빠져나갔다. 서신을 앞뒤로 살피던 에논이 붉게 찍힌 인장을 발견하고 입을 열었다.


“샤르빌 님이 보내신 것 같습니다.”

“샤르빌? 그 이상한 물건들을 모으는 괴짜 샤르빌 말인가?”


서신을 넘겨받은 베르크가 서둘러 서신을 열었다. 서신을 읽는 베르크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뜻밖에 지원군이 생겼군.”

“그게 무슨···”


베르크가 에논에서 서신을 건넸다. 에논이 빠르게 시선을 훑었고 자리에서 일어선 베르크가 창가로 걸어갔다.


“붙잡은 노예들의 목을 치고 산으로 가는 길에 걸어 두시오.”


창가 넘어 연무장에 병사들의 모습 보였다. 둘씩 짝을 이룬 병사들이 검을 맞대고 공격을 주고받았다. 짧은 기합소리가 닫힌 창을 넘어왔다.


“마울드가 좋아하겠군.”


연무장 한편에 백발의 노인이 병사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답장은 뭐라고 보낼까요?”


서신을 내려놓은 에논이 창가에 서있는 베르크에게 시선을 돌렸다.

“우리는 언제든 준비가 돼있다고 보내시오.”


베르크의 시선이 지평선으로 이동했다. 오밀조밀 모여 있는 마을의 건물을 벗어나자 넓은 들판이 이어졌다. 끝이 없을 것 같은 들판 위로 산맥이 솟아 있었다.


&


개똥이 손톱을 물어뜯으며 김신의 침대 주위를 맴돌았다. 그때마다 헐거워진 나무 바닥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가만히 좀 있어. 시끄러워 죽겠군.”


출입문 옆에 앉아 있는 프레이드가 후드를 뒤집어쓰고 팔짱을 꼈다.


“벌써 일주일 째인데 차도가 없잖아!”


개똥이 김신의 거무튀튀한 혈색을 보고 창가에 앉아있는 카카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와이번의 독은 쉽게 해독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래서 마력의 버섯까지 구해서 사용했잖아! 그런데 왜, 도련님이 차도가 없는 거야.”


큰소리를 내면 개똥의 목소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개똥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와이번의 독은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삼 일을 버티지 못해, 마력의 버섯이 아니었다면 이미 끝났을 거라고.”


“뭐? 끝나? 너 말 함부로 할래?!”

“아저씨, 그만하세요.”


물수건을 짜는 크리스가 개똥을 말렸다. 김신이 신음을 흘렸다. 목소리를 높이던 개똥의 눈꼬리 내려갔다.


“도련님, 기운 좀 차려봐요.”


침대 앞에 꿇어앉은 개똥이 김신의 손을 잡았다.


“약을 발라야겠어요.”


크리스가 김신을 덮고 있는 모피를 걷었다. 옆구리에 감겨진 붕대를 걷어내자, 꼬리에 공격당한 옆구리가 검게 변해 있었다. 천에 싸져 있는 파란 가루를 상처 부위에 골고루 뿌렸다. 조그만 먼지조차 아쉬운지 천을 뒤집어 마지막 한 줌까지 상처 부위에 털었다.


“이게 마지막이에요.”


크리스가 입술을 깨물었다.


“프레이드 저 녀석이 시간만 더 끌었어 도 더 가져올 수 있었는데···”


개똥이 출입구를 흘겨보며 구시렁거렸다.


“뭐야? 그 게들이 어디 상대하기 쉬운 줄 알아? 그게 최대한이야.”


프레이드가 붕대가 감긴 팔을 들어 올렸다.


끼익-


출입구로 일행들의 시선이 몰렸다.


“베른 아저씨.”

“김씨는 아직 차도가 없나?”


베른이 굳은 표정으로 집으로 들어왔다. 한 손에는 약초가 가득 담긴 망태를 가지고 왔다.


“예, 아직이에요.”


개똥이 힘없이 말했다.


“이것 좀 다려서 먹여 보게, 마을 사람들이 멀리 가서 구해 온 거네. 모두 걱정이 이만 저 만이 아니야.”


베른이 망태를 식탁 위에 올렸다.


“사실 약초 수확량이 줄어 마을 사람들이 걱정하는 많아. 장작을 했던 이들도 어서 팔기를 원하는데, 김씨가 이 모양이니··· 개똥이 자내는 어떻게 생각하나?”


눈을 깜박거리던 개똥이 프레이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고개를 뒤로 져친 프레이드가 자는 시융을 했다. 크리스는 약초를 들고 귀퉁이로 가서 말없이 다듬었다.


“도련님, 눈 좀 떠 보세요!”


개똥이 눈시울을 붉히며 울부짖었다.


“미안하네. 내가 이런 말을 할 때가 아닌데. 나중에 다시 오겠네.”


베른이 서둘러 출입구로 향하는데 필리아와 윈나가 문을 들어섰다. 셋이 문 앞에서 인사를 주고받았다. 문으로 들어서는 필리아를 발견한 프레이드가 벽으로 몸을 바싹 기댔다.


“윈나.”


윈나를 발견한 개똥이 한결 밝은 표정으로 부드럽게 윈나를 불렀다. 윈나가 필리아를 살피며 입술 위로 검지를 가져갔다.


“아직 안 좋으시군요.”


필리아가 김신의 안색을 살피더니 눈꼬리가 쳐졌다. 개똥을 보며 입을 달싹거리다 어렵게 입을 열었다.


“개똥씨, 피난민이 더 왔어요. 식량을 더 가져가도 될까요?”

“물론이죠. 도련님도 그러라고 했을 겁니다.”


개똥이 고개를 끄떡이고 창고로 들어가 식량을 챙겼다.


“내려가서 운반할 사람들을 데려올게요.”


필리아가 밖으로 나서려 다 그제야 프레이드를 발견했다.


“당신 여기서 뭐하고 있어요.”

“그가 너무 걱정돼서 지켜보고 있었소.”

“여기는 사람들이 많으니 걱정하지 말고 이리 와요. 아래는 손이 부족하다 고요.”


필리아의 목소리가 제법 날카로웠다.


“그래야겠군”


프레이드가 얌전히 문을 빠져나갔다.


“여태 어디 있나 했더니 여기 있던 거예요? 지금 얼마나 바쁜데.”


필리아가 볼멘소리를 했다. 그 소리는 내려가는 내내 이어졌고 프레이드는 귀를 닫는 마법을 상상했다.


피난민이 있는 곳에 도착한 필리아가 식량을 운반을 도와줄 사람을 찾았다.


“저희가 가겠습니다.”


둥글게 모여 앉은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이 손을 들었다. 새로운 피난민이었다.


“좋아요. 저를 따라···”


프레이드가 말을 가로막았다.


“당신은 여기서 사람들을 돌보시오. 내가 다녀오겠소.”

“또, 어디 가서 안 오는 건 아니죠?”


필리아는 도끼 눈을 떴다.


“걱정 마시오. 바로 오겠소.”


프레이가 어색하게 웃으며 필리아의 등을 토닥였다.


“나를 따라와라.”


자리를 털고 일어선 피난민 들이 프레이드를 따라 걸어갔다. 얼마나 갔을까 말없이 그를 따라가던 난민 하나가 숨을 헐떡이며 입을 열었다.


“아직 멀었습니까?”

“거의 다 왔다. 산행이 처음이라 힘들겠군. 노예들인가?”


프레이드가 일행의 모습을 쓱 훑어봤다. 모두 거적을 두른 허름한 모습이었다.


“예, 저희는 영주의 농장에서 탈출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로 간 선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0 40. 다시 과거 (완) 22.05.16 131 0 21쪽
39 39. 라미어 22.05.04 129 0 15쪽
38 38. 뒤풀이는 없다. 22.04.26 131 0 16쪽
37 37.숙박업이 흥한다. 22.04.16 125 0 16쪽
36 36. 조니 22.04.08 133 0 16쪽
35 35. 내꿈은 건물주. 22.03.31 135 0 17쪽
34 34.어둠속으로. 22.03.20 145 0 16쪽
33 33. 가자니까... 22.03.02 151 0 13쪽
32 32. 잘먹을거면서 22.02.09 155 0 14쪽
31 31.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21.12.29 170 0 13쪽
30 30. 연결 21.12.20 172 0 12쪽
29 29. 미끼 21.12.14 212 0 13쪽
28 28.너도 당해봐. 21.12.09 200 0 12쪽
27 27. 개똥이 쏘아 올린... 21.12.06 184 0 12쪽
26 26. 내가 언제... 21.12.01 192 0 12쪽
25 25. 체우스마을 21.11.28 197 0 12쪽
24 24. 사투(2) 21.11.24 189 0 12쪽
23 23. 사투(1) 21.11.21 203 0 12쪽
22 22. 재회 21.11.15 203 0 11쪽
» 21. 지원군. 21.11.08 222 0 12쪽
20 20. 11만 3천번. 21.11.03 216 0 12쪽
19 19. 왜케 비싸;; 21.10.27 216 0 12쪽
18 18. 잠이와? 21.10.20 219 1 12쪽
17 17.게판 21.10.14 229 1 13쪽
16 16. 다음 거래는? 21.10.11 229 2 13쪽
15 15. 하울드의 수호자. 21.10.05 249 3 13쪽
14 14.게살 21.09.30 258 2 13쪽
13 13.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2 21.09.20 259 2 12쪽
12 12.악몽 21.09.15 250 3 12쪽
11 11.겁쟁이는 아니야. 21.09.10 265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