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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다시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로 간 선비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차르다시
작품등록일 :
2021.07.26 01:46
최근연재일 :
2022.05.16 16:05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9,857
추천수 :
58
글자수 :
236,499

작성
21.09.10 05:09
조회
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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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11.겁쟁이는 아니야.

DUMMY

필리아와 윈나도 이 넓은 곳에서 어떻게 프레이드를 찾아야 할지 까마득했다.


김신이 바위에 몸을 기댔다. 종일 한숨도 자지 못하고 음식도 제대로 먹은 것이 없었다. 피로에 지쳐 그야말로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등을 기대니 스르르 눈이 감겼다. 하지만 잠이 들지 않게 정신을 다 잡았다. 잠이 들면 한동안 깨고 싶지 않을 것 같았다.


몽롱한 기분이 들었다. 잠이 든 것도, 깬 것도 아닌 묘한 상태. 호흡이 가라앉고 몸이 붕 뜨는 기분이었다. 알 수 없는 기운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나가기를 반복했다.


밀려오는 파도에 집중하자 조금씩 파도가 몸을 채웠다. 몸이 달아오르고 오감이 살아났다.


정신이 맑아졌다. 빈 활을 당겼다 놓는 크리스, 육포를 씹는 개똥, 아이들에게 무언가 속삭이는 부인, 눈을 감고 있는데도 일행들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꿈인가?


꿈 치곤 너무나 생생하다. 마치 잊고 있던 감각을 찾은 것 같다. 산속을 날아다니는 새들과 풀 속을 뛰어다니는 벌레, 산 아래로 이어지는 계곡물과 ‘스스스’ 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밀, 그리고 다가오는 진동. 진동? 땅을 박차는 말발굽 소리···


“도련님”


개똥의 목소리에 눈이 번쩍 떠졌다. 순간 예민했던 감각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도련님, 돌아가신 줄 알았습니다. 이거 좀 드세요.”

개똥이 사과를 가져왔다.


그리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먹어 두기로 했다. 달콤한 과즙이 잠시 생각을 잊게 했다. 사과를 다 먹고 나서야 방금 전 느꼈던 감각이 떠올랐다. 다가오는 무언가. 꿈인지 생기인지 모르겠지만 기분이 꺼림칙했다.


“다시 이동하지. 조금만 가면 쉴 곳이 있으니까.”


김신의 말에 일행들이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산을 탈 일이 없었던 왈드와 빈, 필리아와 윈나는 잠깐의 휴식이 아쉬웠다. 조금만 가면 쉴 곳이 있다는 김신의 말에 겨우 힘을 짜냈다. 크리스는 루크와 리사를 만날 생각에 선두로 걸어 나갔다.


다시 휴식이 간절해질 즘 익숙한 모습의 나무집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먼저 크리스가 뛰어갔다.


굴뚝으로 연기가 피어 나오지 않았다. 지금쯤 저녁을 준비하는 사라가 불을 피웠을 텐데. 집 주위에 자라난 풀들도 의아했다.


“엄마? 아빠?”

집으로 뛰어들어 갔던 크리스가 루크와 리사를 찾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이 집안에 없는 것 같았다.


“선생님, 부모님이 보이지 않아요.”

문밖으로 나온 크리스가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김신 역시 아는 바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어딘가로 이동한 것 같구나. 다른 산맥 사람들에게 가봐야겠다.”

“베른 아저씨에게 가볼게요.”

크리스가 가까운 베른의 집으로 뛰어갔다.


“개똥아 잠깐 여기 있거라.”


사람들을 찾으러 가까운 집으로 향했다. 도착한 집도 마찬가지로 비워져 있었다. 다시 일행이 있는 곳을 돌아왔다. 크리스가 먼저 돌아와 있었다.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


“베른 아저씨가 안 계세요.”

“이쪽도 마찬가지구나. 모두 어디로 간 모양이다.”


크리스가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았다.


“걱정하지 마라. 함께 움직인 거 같으니 별일 없을 것이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걱정되는 것은 김신도 마찬가지였다.


“경치 한번 좋군.”


낯선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행들의 시선이 일제히 수레 옆으로 향했다.


그는 시야가 뜨인 벼랑 위에서 숲 사이로 피어나는 운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오게 하다니. 부인, 이건 좀 심하군요.”


스르링-


사내가 검을 뽑아 들고 뒤돌아섰다. 백발의 노인이었지만 풍기는 기세는 만만치 않았다.


“마울드.”


윈나가 그림 속 기사를 떠올려냈다. 왈드와 빈은 마울드라는 이름에 얼굴이 사색이 됐다. 그들이 알고 있는 마울드는 잔인한 인성으로 악명 높은 기사였다. 필리아는 그 이름을 알지 못했지만 그가 위험한 인물임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필리아가 아이들의 손을 잡고 뒷걸음질 쳤다.


“여기까지 왔으니 프레이드 옆에 사이좋게 묻어드리지요.”

“노인네 말을 거칠 구만.”


마울드를 전혀 알지 못하는 개똥이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


“네놈들도 같이 묻히게 될 테니 걱정하지 말아라.”


마울드가 필리아를 향해 다가가자 개똥이 앞을 막아섰다.


그런 개똥을 보고 마울드가 콧방귀를 뀌었다.

“이런 허접한 놈이.”


마울드의 검이 개똥의 머리를 횡으로 그었다. 개똥이 황급히 허리를 젖혔다. 마울드의 검이 코앞을 지나갔고 개똥이 뒤로 넘어가며 다리를 차올렸다.


마울드가 재빨리 몸을 틀었다. 예상치 못한 개똥의 공격에 조금 놀란 눈치였다.


“제법이군.”


개똥은 대꾸할 여유가 없었다. 한 번의 일격이지만 정말 아슬아슬했다. 그제야 노인의 실력을 과소평가했음을 알았다.


곧바로 마울드의 검이 날아왔다. 이번에는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개똥이 급히 몸을 틀었지만 마울드의 검이 개똥을 가슴팍을 스치고 지나갔다. 찢긴 옷 사이로 챙겨둔 보석과 단검이 쏟아졌다.


개똥이 아랑곳하지 않고 거리를 좁히며 주먹을 뻗었다.


마울드가 다른 손에 단도를 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팅-


크리스의 화살이 날아와 단도의 궤적을 틀었고 개똥의 주먹이 마울드의 앞면을 때렸다.


퍽-


마울드의 입가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

“퉤, 이거 재미있어지는 군.”


입술을 핥는 마울드가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 개똥이 역시 옆구리로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단도가 살짝 스치고 지나간 것이다. 크리스의 도움이 없었다면 벌써 결판이 났을 게 뻔했다.


개똥이 상대할 수 있는 적수가 아니었다. 크리스도 개똥의 열세임을 알고 계속해서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마울드를 조준하기가 쉽지 않았다.


왈드와 빈은 검만 빼 들었을 뿐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다시 마울드의 검이 종으로 떨어졌다. 개똥이 몸을 돌리며 피해내고 뒷발로 마울드의 검을 찼다. 마울드의 검이 날아갔지만 동작이 컸던 탓에 빈틈이 보였다.

마울드의 단도가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개똥이 몸을 웅크렸다. 어깨에 스친 단도가 등을 긋고 지나갔고 몸을 일으킨 개똥이 마울드의 양팔을 잡았다.


“지금!”


마울드의 시선이 크리스에게 쏠렸지만 정작 공격이 들어온 다른 곳이었다.


왈드가 마울드의 옆구리로 검을 밀어 넣었다. 팔꿈치로 개똥의 면상을 때린 마울드가 재빨리 몸을 틀었다. 아슬아슬 왈드의 검이 스쳐 지나갔고 마울드가 겨드랑이로 검을 잡았다. 그와 중에 머리로 날아오는 화살을 가볍게 튕겨냈다. 왈드가 검을 빼려 안간힘을 썼지만 옴짝달싹도 하지 않았다.

개똥은 나가떨어져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크리스는 다시 활을 재려 했으나 화살통이 비어 있었다.


“오랜만에 재미 좀 봤군.”


마울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번엔 김신이 뒤쪽에서 달려들었다. 마울드는 그마저도 알고 있었다는 듯 왈드 걷어차며 달려드는 김신의 팔을 잡아챘다.

김신의 손에 개똥이 떨어트린 단검이 들려있었다.


김신의 손이 떨렸다. 마울드의 단검이 김신의 복부에 박혀 있었다.


정신이 혼미하고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정신이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마울드의 멱살을 매달리듯 붙잡고 간신히 서있었다.


“오, 대단하군. 보통은 여기서 끝인데 말이야.”


마울드가 입고리를 올리며 더욱 단검을 밀어 넣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에 금방이라도 의식이 날아갈 것 같았다. 하지만 몸이 움직이는 한 끝내고 싶지 않았다. 몸을 채우고 있는 파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단검을 쥔 팔이 점점 마울드의 가슴으로 다가갔다.


마울드가 흠칫 놀랐다. 분명 단단히 김신의 팔을 쥐고 있는데 점점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마울드가 두 손으로 김신의 팔을 잡았다. 그제야 단검이 둘 사이에 멈춰 섰다.


김신이 안간힘을 섰다. 몸 안을 채우고 있던 파도가 휘몰아치더니 단검을 향해 치달렸다. 단검이 빛을 뿜으며 달아올랐다.

마울드가 급히 몸을 뺐다.


꽈과꽝-


빛이 쏟아져 나왔다. 귀청이 떨어질 듯한 폭발음이 연속해서 울렸다. 흙이 비산하고 고목이 부러졌다. 흙먼지가 자욱해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귀를 틀어막았던 빈이 우왕좌왕하는 왈드를 붙잡았다.


“여길 벗어나자!”


빈이 개똥을 일으켜 세웠고 왈드가 김신에게 달려갔다. 의식을 잃은 김신이 피를 흘린 체 쓰러져 있었다.


왈드가 김신을 둘러업었다. 필리아와 윈나도 아이 둘을 하나씩 끌어안았다.


“이쪽이에요!”


크리스가 부르자 일행들이 정신없이 뒤를 따랐다. 크리스를 제외한 모두가 하나씩 혹을 달고 있었다. 힘들 만도 한데 혹여 마울드가 뒤따라 올라 쉬지도 않고 발을 놀렸다.


얼마나 갔을까 다행히 뒤따라오는 기척은 없었다. 뉘엿뉘엿 해가 넘어가며 점점 산이 어두워졌다. 그렇게 되자 산속에서 밤을 지 세울 것이 더 걱정됐다.


크리스가 속도를 줄였다. 꾀나 깊숙이 들어왔다. 일행들도 속도를 줄였다.


“다행히 따라오는 것 같진 않군.”


김신을 업은 왈드가 뒤돌아보며 말했다.


“날이 어두워지겠어. 괜찮으려나?”


윈나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이곳은 위험한 몬스터는 출몰하지 않아요.”


크리스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깊숙이 들어왔지만 분명 위험한 몬스터의 영역은 아니었다.


“잠깐 쉬어 갑시다. 끌려가는 것도 못한 짓이네.”


빈에게 기대어 있던 개똥이 힘없이 입을 열었다. 빈이 조심스럽게 내려놨고 개똥이 비탈진 언덕에 등을 기댔다.


“도련님은 살아계신가?”


왈드가 김신을 이야기하는 것을 알고 그를 내려놨다.


“살아는 계신다. 의식은 없지만.”

“주머니를 뒤져봐. 포션이 있을 거야.”


왈드가 김신의 주머니를 뒤져 포션을 찾아냈다. 포션을 열어 상처가 심한 복부에 부었다. 연기가 피어나고 상처가 조금 아무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마지막에 그 폭발은 뭐였지? 마법 같던데.”

왈드가 개똥에서 시선을 던졌다. 아는 바가 없었던 개똥이 고개를 저었다.


“마법검 같았어.”

폭발을 예상하고 귀를 틀어막았던 빈이었다.


“마법검?”

마법검이라는 말에 왈드가 챙겨왔던 단검을 들고 이리저리 살폈다. 특별할 것 없는 검이었다.


“그럴 리가, 내가 들었을 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던데?”

상처 난 어깨를 살피며 개똥이 저택에서 단검을 사용한 걸 떠올렸다.


“마나를 다룰 줄 알아야 마법검을 사용할 수 있어요.”

필리아가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마나를 다룰 줄 안다고? 그럼 마법사였어?”

윈나가 눈이 휘둥그레져 설레발쳤다. 그도 그럴 것이 마법사는 왕성에나 가야 볼 수 있었다. 왈드와 빈도 설레는 눈치였다.


“선생님은 마법사가 아니에요. 마법을 쓸 수 있었다면 진작에 썼을 거예요.”

크리스가 덧붙였다.


“깨어나면 알게 되겠지.”

잠시 휴식을 취한 개똥이 몸을 일으켰다.


“도련님은 내가 맡지.”


김신에 다가간 개똥이 왈드를 보고 넌지시 입을 열었다.


“그리 겁쟁이는 아니더군.”


마울드와 싸움에서 왈드의 공격을 이야기한 것이다.


“알았으면 됐다.”


왈드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지만 괜히 시선을 피했다.


어둠이 내려앉았지만 갈 곳은 없었다. 불을 피우려 했지만 그마저도 적에게 들킬까 쉽지 않았다. 필리아의 품에 안겨 있던 셸리가 결국 울먹이기 시작했다.


“괜찮아, 셸리 자고 일어나면 아빠를 만나게 될 거야.”


필리아가 셸리를 다독이며 꼭 껴안았다.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 울고 싶은 마음이었다. 춥고 배고프고 피곤하기까지, 뭐하나 충족되는 것이 없었다.


필리아의 다독임에도 결국 셸리가 울음을 터트렸다. 고요한 산에 셸리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으어엉, 춥고 배고파 집에 가고 싶어!”


“안돼 셸리, 울면 안 돼.”

다독이는 필리아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일행들은 뭐라 대답하지 못했다. 그때 필리아 뒤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왈드와 빈이 급하게 검을 들었다. 일행들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필리아의 뒤쪽에서 왠 사내가 걸어 나왔다.


“베른 아저씨.”


가장 먼저 사내를 알아본 크리스가 입을 열었다. 긴장감이 역력했던 크리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게 누구야. 크리스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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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가자니까... 22.03.02 15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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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연결 21.12.20 17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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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 체우스마을 21.11.28 196 0 12쪽
24 24. 사투(2) 21.11.24 189 0 12쪽
23 23. 사투(1) 21.11.21 202 0 12쪽
22 22. 재회 21.11.15 203 0 11쪽
21 21. 지원군. 21.11.08 221 0 12쪽
20 20. 11만 3천번. 21.11.03 216 0 12쪽
19 19. 왜케 비싸;; 21.10.27 215 0 12쪽
18 18. 잠이와? 21.10.20 219 1 12쪽
17 17.게판 21.10.14 228 1 13쪽
16 16. 다음 거래는? 21.10.11 229 2 13쪽
15 15. 하울드의 수호자. 21.10.05 249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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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2 21.09.20 259 2 12쪽
12 12.악몽 21.09.15 250 3 12쪽
» 11.겁쟁이는 아니야. 21.09.10 26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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